소설리스트

19화 (20/156)

* * *

이브리아를 에스코트하고 숙소로 돌아온 엘은 검을 풀어 놓으며 벽에 걸린 거울을 바라보았다.

선이 여린 얼굴. 머리만 길면 여자로 볼지도 모른다. 그나마 지금은 키가 많이 자라 멀리서 보면 어엿한 청년으로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그의 얼굴을 보면 모두가 깜짝 놀라서 정말 그 소문의 엘 로이츠가 맞느냐고 묻곤 했다.

제 외모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강인한 기사와 거리가 있다는 건 일찍 깨달았다. 형들이 매일 그를 계집애라고 부르면서 놀려 댔으니까. 훈련을 끝낸 뒤 목욕을 하고 나올 때면 그의 옷을 숨기고 치마를 대신 놓아둔 적도 많았다. 울면서 항의하면 역시 계집애같이 생겨서 계집애 같은 목소리로 떠든다고 낄낄거렸다.

그게 형제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막내에 대한 견제라는 건 훨씬 뒤에야 알게 되었다. 나이를 먹고 몸이 자라며 형들의 키를 훌쩍 넘기고, 검술 실력마저 앞지르자 놀림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하지만 몸이 아무리 자라도 선이 여리고 고운 외모는 변하지 않았다. 기사가 얼굴을 가리고 다닐 수는 없다. 하지만 목소리는 감출 수 있었다. 그래서 엘은 최대한 말을 줄였다. 그게 기사다운 모습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브리아가 의외의 말을 했다.

-목소리 되게 좋네요.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누구도 엘에게 그런 말을 해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형들처럼 이브리아도 자신을 놀리는 걸까? 평소 그녀의 행동을 생각하면 그쪽의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말을 안 하고 살아요? 나 같으면 하루 종일 떠들고 다니겠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꽤 진심처럼 느껴졌다. 말하는 목소리나 얼굴은 언제나의 이브리아처럼 날카로웠지만, 평소와 달리 말투에 꾸밈이 없었다.

귀족적이고 자존심 강한 이브리아 오베론은 언제나 말을 꾸며서 했다. 고급스러운 어휘를 사용했고, 직설적인 말은 상스럽다고 여기는지 늘 빙빙 돌려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최근의 이브리아는 달랐다. 무슨 말을 하든 직설적이었다.

‘리던 님과의 대화도 그랬지.’

엘이 멍하니 지난 대화를 되새기는 동안 숙소가 소란스러워졌다. 검은 숲 수색을 나섰던 기사단원들이 돌아온 것이다. 당초 인세티아 남작은 리던과 엘에게 본채의 독방을 제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엘은 단원들보다 좋은 곳에서 머물 수는 없다며 그들과 같은 숙소를 고집했다.

“단장님?”

돌아온 기사 하나가 멍하니 선 엘을 보며 그를 불렀다. 흐릿하던 눈동자가 서서히 초점을 잡아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본 기사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전원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모두 들어가서 쉬라고 할까요?”

기사가 요령 좋게 물었다. 말수 없는 엘과 대화하는 요령은 간단했다. 그가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하면 된다.

그러면 엘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 목소리가……”

“예?”

드물게 엘이 입을 열자 기사가 놀라서 되물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기사를 보며 엘은 다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럼 모두 들어가 쉬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이번에는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답을 받은 기사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모두 들어가서 쉰다!”

기사의 외침에 모두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기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엘은 여전히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목소리 되게 좋네요.

이브리아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 *

“오늘은 늦잠 잘 거니까 아침에 귀찮게 하면 안 돼요. 알겠죠?”

나는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내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해리를 보며 경고했다. 개의 모습으로 내 침대 한켠을 차지하는 게 익숙해진 해리는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도 내 침대를 탐내곤 했다.

처음에는 해리를 밀어내려고 해 봤다. 하지만 말로도, 힘으로도 그를 설득하긴 힘들었다. 악마는 힘도 세고, 말발도 더럽게 좋았다. 해리가 한번 우기기 시작하면 항복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소원을 빌어 그를 강제할 수도 있었지만, 사사건건 그렇게 하는 것도 귀찮았다.

‘어차피 침대는 넓으니까.’

나는 그렇게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해리에게 침대 한쪽을 내주었다. 그 후로는 주인이 눕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개로 변신하더니 정말 개가 되기라도 한 건지.’

해리는 주인 곁을 떠나기 싫어하는 어린 강아지처럼 매번 내 곁에서 잠들었다.

‘그래도 같은 침대에서 자게만 해 주면 해리의 칭얼거림이 반 이상 줄어드니까.’

생각해 보니 그것도 참 개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걸 말리지 않았는데도 해리의 기분이 저조해 보였다. 내 생각이 적중했는지, 해리가 부루퉁한 얼굴로 침대를 뒹굴었다.

“글쎄. 오늘 주인님의 개는 기분이 아주 나빠서 말이야. 실수로 잠자는 주인님을 콱 물어 버릴지도 모르겠네.”

“뭐라고요? 왜 자꾸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와이번 사냥하게 해줬잖아요. 50마리나 죽여 놓고선.”

“이젠 그걸 못 하잖아!”

‘역시 그것 때문에 화났구나.’

와이번 대장과 해리 사이에서 대장의 손을 들어 준 게 문제였다.

‘단순히 와이번 쪽을 옹호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렇게 좋아하는 사냥까지 못 하게 했으니…….’

제대로 달래지 않으면 한동안 나를 피곤하게 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심통을 부리는 해리 곁으로 다가가 그와 눈을 맞췄다. 심통이 난 해리가 고개를 반대편으로 휙 돌려 내 눈을 피했다. 물론 쉽게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나는 침대를 빙 둘러 반대편으로 이동한 뒤 또다시 해리와 눈을 맞췄다. 그러자 해리가 다시 반대쪽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러면 나는 어떡하냐고? 당연히 또 반대쪽으로 간다.

해리는 피하고, 나는 쫓아가고.

“해리, 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 좀 어지러운 것 같은데.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해요?”

내 말에 고민하던 해리가 작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피할게. 네가 어지럽다고 하자마자 그만두면 꼭 내가 진 것 같으니까.”

“알았어요. 그럼 딱 한 번만 더 해요.”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해리가 한 번 더 고개를 돌렸다. 나는 재빨리 그쪽으로 다가가 해리와 눈을 맞췄다. 약속대로 그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이제 나랑 대화할 마음이 생겼어요?”

내 질문에 해리가 혀를 끌끌 찼다.

“넌 아마 전생에 여우였을 거야.”

“그럴 리가. 전 전생에도 인간이었어요.”

이브리아가 되기 전이 인간이었으니 확실했다. 내 확신에 해리가 코웃음을 쳤다.

“그럼 여우 같은 인간이었겠지.”

“어…….”

‘그런 평가는 확실히 많이 들었지만.’

덕분에 내 담당은 항상 사고 처리반이었다. 계약이 틀어지거나 상대가 불만을 토로하면, 그걸 수습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문제는 그런 일이 매일 일어난다는 거지만.’

원래 사고라는 건 가끔 발생해서 사고 아닌가? 하지만 무역업을 하다 보면 매일 사고가 터진다.

‘언어 소통에 문제가 생겨서 계약을 이상하게 했다거나, 환율을 잘못 계산해서 엄청난 손해를 보게 생겼다거나, 그쪽 문화를 제대로 몰라서 실례를 했다거나…….’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래서 여우 같은 우리 주인님은 무슨 대화를 하시려고?”

해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나는 여우 같은 머리를 굴려 그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악마의 속을 어떻게 알겠는가? 결국 나는 해리에게 방법을 묻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요?”

“계약자, 내가 바라는 건 언제나 하나야. 쾌락을 얻는 거. 악마가 존재하는 이유지. 그걸 얻지 못하면, 내가 언제 폭주할지 나도 몰라.”

해리가 위협적으로 눈을 반짝였다. 그건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그처럼 강한 악마는 언제든 폭주해 내 목을 뽑아 버릴 수 있을 테니까.

“최대한 방법을 찾아볼게요. 대륙을 열심히 찾아보면 사냥해도 괜찮은 게 있을 거예요.”

이 세계에는 와이번 외에 다른 마수들도 많았다. 왕국에서 제일 큰 문제로 꼽는 마수는 단연 와이번이지만, 그 외에도 트롤이나 고블린, 오크 같은 마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서식하는 지역이었다. 와이번은 공작령인 검은 숲에 서식한다. 하지만 다른 마수들의 서식지는 다른 가문의 영지에 속해 있었다.

‘거기서 마수를 사냥하다 문제가 생기면…….’

오베론 공작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공작령 안에서는 공작이 왕이나 다름없다. 이브리아가 어떤 사고를 쳐도 수습이 가능했다. 하지만 공작령을 벗어나면 아무리 공작이라도 손을 쓰기 힘들었다. 그게 왕국의 법이었다.

‘뭐, 법이 그렇다고는 해도 공작 정도 되면 어떻게든 수습을 할 수 있겠지만, 모험은 안 하는 게 좋지.’

나는 이미 공작에게 찍혀 시골로 쫓겨난 몸이었다. 여기서 사고를 치면 그다음은 가문에서도 완전히 아웃이었다.

‘그렇게 되면 공작가의 엄청난 재산이…… 나의 부유한 미래가…….’

산새가 되어 저 멀리 날아갈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그럼 네가 방법을 찾기 전까지 난 어떻게 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힘을 쓰지 않으면 몇 달은 버틸 수 있지만…….”

해리는 계속 변신술을 쓴 상태로 지내야 했다. 계속 힘을 사용한다는 뜻이었다.

‘이번엔 얼마나 버텼지?’

나는 해리를 불러내고 그가 폭주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를 가늠해 보았다.

‘한 달도 채 못 버틴 것 같은데.’

악마에게 쾌락을 채우는 것이 인간의 식욕과 비슷하다면, 그만큼 긴 시간을 버틴 것도 기적이었다.

“한 달 안으로 방법을 찾아볼게요.”

“그 안에 못 찾으면?”

“못 찾으면…….”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얗게 물들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벌써부터 그렇게 나쁜 생각을 해야겠어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는 거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올 거예요. 그러니까 최악은 생각하지 말죠. 해리한테 목 뽑혀 죽는 건, 으,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진저리치자 해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왜 네 목을 뽑는데?”

“폭주하면 그렇게 되는 거 아니에요?”

“최악은 생각하지 말라더니, 네 상상이 더 무서운데? 내가 상상한 건 고작…….”

해리가 말끝을 흐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고작 뭐요?”

나는 답답해져 그를 재촉했다. 해리는 말없이 나를 빤히 보더니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무튼, 내가 네 목을 뽑는 건 최최최최악일 정도로 마지막이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

“제 목을 지켜 준다니 참 고맙긴 한데요…….”

해리가 상상한 최악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내 눈을 슬쩍 피하며 말을 돌렸다.

“그 문제는 됐고, 아까 그 왕자라는 인간한테 말했던 공로에 대해서나 말해 봐. 와이번으로 뭘 할 생각이야?”

“아. 그거요.”

그렇지 않아도 이 세계를 잘 아는 해리의 의견을 구할 셈이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쳐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의 확신도 필요했다.

“혹시 용기사라고 들어 봤어요?”

<레이디 캐서린>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다른 소설에서 본 적이 있었다.

“용기사?”

“네. 용을 타고 싸우는 기사들이요.”

“네 말은 인간이 용족, 그러니까 와이번을 타고 싸운다는 거야?”

해리가 생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겠어? 와이번들이 누굴 얌전히 등에 태울 놈들도 아니고.”

“하지만 저는 타고 돌아왔잖아요.”

“그건 네가 대장의 비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그 비늘을 가진 제가 기사들을 태우고 함께 싸워 달라고 부탁한다면요?”

해리가 입을 꾹 다물었다. 와이번 대장은 해리가 와이번 학살을 멈추도록 도와준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기사들을 태우고 싸워 달라는 부탁도 들어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와이번을 죽이지 않게 하려면, 그들이 우리와 확실하게 공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와이번이 기사단의 일원이 되면 이보다 좋은 증거는 없고요.”

“네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대장과 한 약속은 내가 와이번을 죽이지 않게 한다는 거였지, 다른 사람들도 걔들을 못 죽이게 한다는 건 아니었잖아.”

“그렇긴 하지만…….”

와이번과 인간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대화를 통해서 양쪽 모두에게 유리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와이번은 매년 알을 잃는다. 인간은 매년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다. 양쪽 모두에게 마이너스였다.

‘으. 양쪽을 중재해서 거래를 맺게 하는 이 직업병.’

역시 인간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 법인가 보다.

‘게다가 와이번과 인간이 우호적인 관계가 된다면, 에렐이 왕실의 원조를 받을 필요도 없어져.’

귀찮은 왕도 사람들과의 인연도 그렇게 끝. 나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장사 같았다.

“그럼 그 왕자에게 준다는 공로가 용기사야? 기사들에게 충성하는 와이번을 주려고?”

“그건 너무 과한 선물이죠. 와이번을 타는 건 우리 서리 기사단이에요.”

뭐가 예쁘다고 왕립 기사단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겠는가? 용기사가 되어 힘을 얻는 건 우리 서리 기사단이었다.

“서리 기사단이? 그럼 그 왕자가 가져가는 건 뭔데?”

“수명이 다해 죽은 와이번의 뼈와 발톱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요.”

어차피 와이번도 수명이 있다. 살아 있을 때라면 몰라도, 명을 다해 죽은 마당에 자신의 뼈나 발톱에 집착할 와이번은 없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그게 아주 큰 가치가 있겠지만 말이야.’

“그걸 얻는 대신 와이번 토벌을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해야겠지만요.”

와이번 토벌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에게 입히는 피해 때문이었다. 만약 와이번이 서리 기사단이 되어 오히려 인간을 돕는다면? 자연스레 토벌의 명분이 사라진다. 거기다 얻기 힘든 와이번의 뼈와 발톱까지 얻을 수 있다면, 왕실 입장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원래 마수들을 죽여 얻는 자원은 왕실에 상납하는 게 법이지만, 그것도 와이번을 죽일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거고, 법을 어기고 밀수하는 자들도 많죠. 평화적으로 좋은 자원을 수급할 수 있다면 왕실도 좋은 일 아니겠어요?”

걱정이 있다면 힘에 대한 견제였다.

“용기사를 보유한 오베론의 서리 기사단이 너무 강한 힘을 갖는 건 아니냐고 견제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왕실이 오베론의 충성을 의심할 수 있을까요? 아마 받아들일 거예요.”

해리는 차분하게 내 말을 듣더니 조금 미심쩍은 얼굴을 했다.

“왜요? 힘들 것 같아요?”

“아니, 인간의 왕가는 받아들이겠지.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에렐에 있는 서리 기사단이 와이번을 탄다는 건데…….”

“그렇죠. 그게 왜요?”

“서리 기사단에는 ‘그 녀석’이 있잖아.”

“아.”

해리가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단번에 ‘그 녀석’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라이오넬 딜프. 그가 와이번 위에 올라타 용맹하게 싸우는 모습이라니.

“……정말 상상 안 된다.”

“그렇지?”

해리가 맞장구를 쳤고, 나는 이 계획이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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