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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물의 하녀로 살아가기-156화 (외전 완결) (156/156)

외전 9화.

메르시는 새벽부터 일어나 슈버트를 기다렸다.

그들의 데이트는 오늘 있을 아델라의 생일 때문에 이른 시간에 시작되었다.

아델라를 위한 선물을 고르러 쇼핑에 나갔던 메르시는 고민 끝에 슈버트를 위한 선물도 함께 샀다.

슈버트의 생일은 멀었지만, 이 정도 선물은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비싼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 줘도 상관없다.

‘그’ 슈버트가 오늘 만남이 데이트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미지수지만, 이렇게 단둘이서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꽤 큰 발전이니까.

‘…좀 많이 걸리기는 했어도.’

지금 결과를 보면 그 긴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슈버트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리던 메르시는 괜스레 손부채질을 했다.

“어휴, 얘는 그런데 언제 와?”

이따 아델라의 생일 연회에 참석하려면 시간이 얼마 없는데 왜 이렇게 굼뜬 건지. 암살자 맞는 건가? 잔뜩 투덜거리던 메르시가 멈칫했다.

그때였다. 예전 삶의 기억이 되돌아온 것은.

끔찍하다 못해 잊고 싶은 기억.

…슈버트와의 사이도 생생히 기억났다.

왜 그동안 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는지조차도.

“…….”

어떤 일이 생겼는지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인과 알버트는 로제 아티어스 때문에 바뀐 세상 앞에 순응했고, 과거로 돌아온 알버트는 메르시의 과거를 바꿔주었다.

메르시는 그것이 좋으면서도 싫었다.

돌아온 삶에서 알버트도 힘들었을 텐데, 굳이 자신의 과거까지 바꾸려 동분서주했다는 사실이.

메르시는 주먹을 꾹 쥐었다.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무엇보다 문제는….

“너도 돌아왔어?”

이제야 나타나 제게 대수롭지 않게 기억에 대해 묻는 슈버트였다.

메르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고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대꾸했다.

“어, 그러니까 네가 더 이상 남자로 안 보이네.”

감정을 누르는 건 익숙하다. 한두 번 이랬던 것도 아니고.

한쪽 눈썹을 올린 슈버트가 메르시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미간에 손가락을 얹었다.

“거짓말. 내가 그 정도도 못 읽을 것 같냐. 이번 생에서 널 봐온 시간이 얼마인데.”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메르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제 감정을 드러낸 것도 어느 정도였어야지. 슈버트가 바보가 아니고서야 속지 않을 것이다.

“슈버트, 난 그 ‘벨페트’의 딸이야. 너도 그에게 당했고. 서로 기억이 났으니 이 만남은 옳지 않아.”

이전 삶에서도 슈버트에게 감정이 완전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벨페트가 그날 예프넨 후작의 연회가 열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었고, 그 뒤에 자신도 범죄에 가담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에 메르시는 그 감정을 짓눌렀다.

평생 슈버트에게 감정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서로에게 장난을 던지고 웃어넘길 수 있는 친구 정도면 족했다.

그조차도 저 같은 범죄자의 딸에게는 과분했다.

슈버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메르시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그리 아프지 않았지만, 갑작스레 느껴지는 타격에 메르시가 아, 소리를 냈다. 슈버트가 심드렁히 말했다.

“죄책감은 좀 버려. 네가 한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나와 같은 핏줄이지.”

“넌 그 사람을 죽였고.”

“그랬다고 해서 그때 내가 그를 도왔다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아.”

슈버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기억이 돌아온 이후 메르시가 달라질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완강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알고 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전 삶에서 메르시는 벨페트가 데려오는 아이들 즉, 인신매매로 팔려갈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벨페트가 자신을 위해 데려온 아이들인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예프넨 후작의 연회 이후 그의 속내를 알면서도 메르시는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슈버트를 다시 만나기 전도 거의 비슷했다. 반란을 시작하고 탑의 사람들을 갈아치우기 전까지는.

메르시는 자신의 비겁함과 죄책감이 한데 모여 평생을 속죄하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모든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마음을 숨겼다.

하지만 그 삶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닌가.

기억이 돌아온 이후, 슈버트는 자신의 주군이 저에게 어떤 축복을 베풀었는지 깨달았다.

알버트는 그들에게 축복을 주었다. 괴로운 기억과 트라우마를 계속 맴도는 그들을 탈출시켜 준 것이다.

다시 돌아온 삶 속에서, 그들의 트라우마의 주체였던 것들을 하나씩 없애주면서.

그들의 마음은 언제나 알버트를 향한 죄책감과 어린 시절의 어둠이 물들어 있었으니까.

“놀고 있네. 나한테 먼저 다가온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뒷걸음질 치는 거야.”

슈버트는 메르시 가까이 다가서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였다.

메르시는 입술을 꾹 깨물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슈버트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아무리 재빠른 메르시라 해도 현직 암살자인 슈버트의 민첩성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이제 내가 못 놓는데.”

그리고 그 품은 너무 따듯했다.

“폐하만 보는 사람 눈 돌려놓은 사람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나 오늘 너 주려고 꽃도 가져왔다고.”

메르시는 제가 그토록 바라던 품을 거부할 수 없었다.

“죄책감이면 같이 덜어줄게. 그러니까 이상한 소리 그만해.”

새벽녘, 새하얀 눈이 새록새록 내리기 시작했다.

밖은 추울지 몰라도, 안은 서로 맞닿은 마음만으로도 따듯했다.

그 품에서 메르시는 펑펑 울었다.

평생 숨겨야만 했던 마음이 서로 맞닿았다.

***

아델라의 생일 연회에 참석하게 된 사람에는 리암도 끼어 있었다.

자신의 영지에서 나온 해산물을 비롯해, 여러 요리 재료와 함께 새벽부터 입궁한 리암은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알버트에게 제가 왔다는 걸 알리고 방에 가 잠시 눈을 붙일 작정이었다.

“황제 폐하, 리암 메이슨 공작님께서 오셨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리암의 기억이 되돌아온 것은.

‘…이건 대체.’

그는 갑자기 몰려드는 낯선 기억의 홍수를 이기지 못하고 잠시 비틀거렸다.

“괜찮으십니까!”

옆에서 시종이 그를 붙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마를 잠시 짚은 리암은 미간을 좁혔다.

…과거가 바뀌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과거를 여태 기억하지 못했다.

‘주군도 마찬가지였나?’

아니, 그렇지 않다. 리암의 기억에는 알버트가 찾아왔던 매 순간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알버트는 항상 어떤 일이 일어날 줄 아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목검으로 대했던 성의 없는 대련은 진검으로 마주한 승부가 되었고, 그 뒤에도 알버트는 그와 주기적으로 대련을 해주었다.

알버트가 주위 사람들을 잘 살피고 조심스러운 편이라는 것은 알았다.

자신이 알버트의 사람이라 불릴 수 있는 범주 안에 들어간 것은 그저 운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전의 삶이 이미 알버트와 그를 이어놓았기 때문이다.

연회에서의 기억은 없었다. 반란을 주도하는 데 리암은 더 이상 알버트의 가장 큰 힘이 아니었다.

알버트는 자신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리에 올라 있었으니까.

리암의 아버지인 메이슨 공작은 알버트를 좋아하지 않았다.

리암은 자신이 알버트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알버트는 언제나 똑같이, 그를 대했다.

누구에게도 그러지 않는 알버트가 저에게는 꽤 너그러운 것이 리암은 오히려 불편했다. 그의 영지가 탐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알버트의 명을 따르면서 적당한 선을 지켰다.

그는 황제의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더 여행을 다니는 데 몰두하기도 했다.

‘자비로운 황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자신이 어떻게 그 모든 순간을 잊을 수 있는지 한탄스러웠다.

“…기억해 버렸구나.”

저가 너무 잘 아는 목소리에 리암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알버트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어떻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까.”

원망스러운 말에 알버트는 덤덤히 답했다.

“너는 더 행복했지 않으냐.”

“모든 것을 기억하시면서, 제게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기억하지 않는 것이, 너희에게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지.”

“…….”

“항상 품던 죄책감 없이, 더 자유로이 살 기회를 줄 수 있는데 어찌 똑같은 길을 가겠느냐.”

자신의 주군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게 내가 너희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 없이, 모든 것을 제 힘으로 해내려는, 미련한 사람.

그만한 능력이 있다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닌데, 티도 내지 않고 모든 것을 끝내는 사람.

…그래서 리암은 알버트를 모신 것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전 삶에서도,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리암은 알버트 앞에 다가섰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 입술을 짓누르던 리암은 느리게 물었다.

“한 대 치게 해주십시오.”

“…나를?”

“예.”

“허하마.”

알버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리암은 알버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알버트의 한쪽 뺨이 부어오를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하지만 알버트는 아픈 기색 없이 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되었느냐.”

“그동안 기억을 돌려주시지 않은 것에 대한 앙갚음입니다.”

돌아오면서 과거를 바꾼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나고 기억을 돌려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버트는 그리하지 않았다. 리암은 그게 제일 서운했다.

알버트는 자신을 기억하면서, 자신은 그러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

“주군께서 저희를 아끼시기에 한 선택임을 압니다. 하지만….”

“…….”

“그 모든 순간이 괴롭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릴 적 죄책감과 과거의 잔상이 항상 남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는 그가 평생 짊어져야 할 짐이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삶을 후회했던 적은 없다.

지금보다 덜 행복했더라도, 덜 순탄했더라도.

그 모든 순간이 있었기에 알버트를 만났고, 그를 진심으로 따르며 주군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거니까.

“저는 그때도 주군의 곁에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

“그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제 앞에서 절절히 호소하는 리암을 보며 알버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들의 기억을 살리지 않는 게 맞다 생각했다. 그게 이들을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저와 정인의 생각은 틀렸다.

“미안하다.”

알버트는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 리암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정정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기억을 돌려준 적이 없단다.”

“없으시다고요? 그럼….”

리암의 머릿속에 이번 생일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아델라 황녀 전하십니까.”

알버트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생일을 맞는 아델라 황녀의 얼굴을 떠올리던 리암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번졌다.

“황녀 전하께 드릴 선물을 더 준비해야겠습니다.”

“나야말로, 아델라의 생일에 제일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구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을. 작게 중얼거린 알버트의 말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

아델라의 생일 연회가 열리는 날이다.

새벽부터 일어난 알버트를 배웅한 뒤, 나는 조금 더 자다 아델라를 만나러 가기 위해 복도로 나왔다.

아델라의 방은 나와 알버트 바로 옆방이었다.

“아델라, 아직 자니?”

똑똑 문을 두드리던 나는 부산스레 들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 했더니, 저 멀리서 메르시가 뛰어오고 있었다.

“메르시?”

오늘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기는 했지만 새벽부터 무슨 일이지? 오늘 슈버트를 만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슈버트도 마다하고 나를 만나러 온다고? 지금 메르시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평소 내게 예의를 갖추던 메르시인 만큼, 더 걱정이 되었다.

내 앞에 선 얼굴을 보니 눈가가 빨개진 게 운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메르시, 무슨 일 있어요?”

“언니.”

나를 본 메르시의 첫마디였다. 나는 입을 뻐끔거리다 할 말을 잃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었다.

“음, 이제 불러주기로 한 거예요?”

가까스로 웃으며 말하자 메르시는 입술을 깨물더니 나를 꼭 껴안았다.

“그동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이제 다 기억났어요.”

“…그게 무슨.”

나를 대하는 메르시의 태도가 예전과 달랐다. 어조도, 말투도.

…나를 부르는 호칭도.

나는 그녀가 모든 것을 기억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당혹스러웠다. 대체 어떻게? 아니야, 내 착각일 수 있다.

“내가 좋아할 거라 생각했어요? 하, 진짜. 폐하나 언니나 둘 다 똑같아. 우리한테 그렇게 후회하는 거 없냐고 물어본 게 이 때문이었어….”

이 말까지 나오니, 그녀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을 절대로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알던 메르시다.

모두 내가 알던 모습이라는 게 좋았지만 그와 동시에 미안했다.

이번 삶에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때 더 행복해 보였는데… 지금 좋아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닐까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메르시가 재빠르게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내 기억에 절대로 손대지 마요. 그동안 내가 언니한테 얼마나 거리를 뒀는지 생각하면 이미 평생 민망해할 일이에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요.”

나를 품에서 놓아준 메르시가 한껏 으름장을 놓았다.

메르시의 얼굴에,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늘이 다시 보였다. 나는 그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기억해 내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폐하나, 그 시간 속에서 함께 친해진 슈버트와의 기억, 그 후에 만난 언니와의 기억을 잊고 싶지는 않아요.”

“…….”

“다 소중하니까.”

그동안 알게 모르게 메르시에게 쌓였던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메르시는 바로 말을 이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모든 게 나를 만들었잖아요. 모든 걸 받아들이고 살 거였어요.”

후련하다는 듯한 얼굴을 한 메르시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그게 옳고요.”

나를 처음 봤을 때처럼.

“자주 본 사이에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는 손을 잡았다.

이상하다. 그동안의 삶도 충분히 행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기억해 낸 거예요?”

알버트와 나는 기억에 절대로 손대지 않을 거였는데, 대체 갑작스레 기억을 찾을 수 있었던 방법이 뭐지? 혼란스러웠다.

내가 알지 못하는 위협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서 심각히 생각하던 차였다.

끼익, 아델라의 방문이 열렸다.

“아델라.”

벌써 일어나 있었다니, 이런 건 알버트를 닮았다니까.

“아델라, 생일 축….”

먼저 생일 축하 인사를 하려던 나는 아델라의 얼굴에 핀 화사한 미소를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델라가 의젓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날이니까… 저도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아델라의 미소를 보는 순간, 알았다.

“아빠가 힘은 딱 알맞은 곳에 써야 한다고 했으니 딱 맞았어요. 그냥 쓴 거 아니에요.”

이 모든 기적이, 아델라의 힘이라는 것을.

나와 알버트는 손대지 않았을 금기에, 아델라가 대신 나섰다는 것을.

나는 아델라를 꼭 껴안았다.

잠시 후 나와 얼굴을 마주한 아델라가 눈을 깜빡였다.

“마음에 드세요, 엄마?”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환히 웃으며 답해주었다.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야.”

내 말에 아델라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엄마가 행복하면 저도 좋아요!”

모두에게 행복한 생일이었다.

< 감금물의 하녀로 살아가기 외전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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