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을 든 꽃-210화 (210/211)

검을 든 꽃 외전 3-2화

조그만 얼굴이 울상이 되자 에키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냐, 잘했어. 엄청 잘했어.”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자 소녀의 뺨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메이는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에키를 올려다보며 치맛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엄마, 엄마, 그럼 저도 이제 히스 오빠처럼 진짜 검 받을 수 있어요?”

“아……. 음……. 그러니까…….”

에키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히스가 손을 베인 사건 이후로, 유리엔과 그녀는 아이가 열 살이 되기 전에는 진검을 주지 말자고 약속했었다. 그들이 정한 시험도 열 살은 넘어야 가능할 수준으로 대충 맞춰놓은 것이었다. 다른 기사들은 그 시험 내용을 듣고 그게 열 살짜리 수준이냐고 어이가 없어 했지만, 아들들의 진도를 생각해 보면 적당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 시험조차 딸에게는 너무 쉬웠던 모양이었다.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그간 몰랐는데 아무래도 메이릴리가 가장 짙게 그녀의 재능을 물려받은 듯했다. 에키는 한껏 설렌 얼굴로 올려다보는 일곱 살짜리 딸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그래, 어차피 실제 검술은 진검으로 펼치게 되니 일찍부터 익숙해지면 좋은 거지. 이 정도면 다칠 일도 없을 거고.’

그녀는 깊게 한숨을 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에 차서 그녀를 보고 있던 메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엄마,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너무너무 좋아요!”

소녀가 깡총깡총 뛰더니 에키의 허리에 와락 매달려서 뺨을 비볐다.

제 딸이지만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워서, 에키는 웃으며 아이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메이 역시 수줍게 웃고는 엄마의 뺨에 뽀뽀를 돌려주었다.

넋이 나가 있던 히아신스는 그 광경을 보고 도로 차분해져서는 빙그레 웃었다. 검에 큰 욕심이 없는 소년은 막내 여동생에게 따라잡힌 것에도 딱히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역시 나는 편히 원하는 공부를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와 아버지의 검술은 리시안과 메이가 이어가겠지.’

히아신스는 대견한 눈빛으로 메이릴리를 바라보았다. 자기도 어린아이라는 것을 잊은 듯한 그 표정을 보고 에키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정말이지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

[……야, 주인아, 나 얘가 맘에 들어. 딴 애들은 너랑 비교하면 좀 모자란 느낌이었는데 얘라면 꽤 괜찮을 거 같아. 얘는 제법 강해지겠지? 나중에 얘한테 나 물려줘, 응? 내가 랑보다 먼저 선점한 거다?]

마검이 칭얼거리는 소리에 에키의 미소가 딱 굳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싸늘해진 눈으로 오른손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딸 노리지 마, 망할 마검아.”

[왜! 왜! 나 착하잖아! 이제 계속 깨어 있으니까 옛날 같은 사고는 안 치는데!]

“시끄러워. 그래도 넌 너무 위험해. 여러모로 해롭고.”

[와, 이런 게 어딨어! 나처럼 착한 검이 뭐가 해로워? 죽이자는 말도 요샌 잘 안 하잖아! 너무해! 너랑 헤어지면 혼자 남을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미래의 주인 좀 찍어두면 어때서!]

“선택은 내 딸이 하는 거야, 네가 하는 게 아니라. 그리고 메이릴리는 이제 겨우 일곱 살이야. 자꾸 헛소리하면 기오사 홀에 도로 넣어버린다.”

[치이…….]

바르데르기오사는 투덜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사이 메이릴리는 히아신스와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히스는 메이가 새소리 같은 음성으로 검 연습 과정을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것을 귀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하려 하는데 입매가 자꾸만 실룩이고 있다. 조만간 여동생을 은근히 자랑하고 다닐 듯했다.

에키는 사이좋은 남매를 보며 속으로 고민했다.

‘메이한테 진검 준다고 하면 유리엔이 반대하겠지?’

로아즈 공작 부부도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 유리엔이야 그렇다 쳐도 그녀의 부모님을 납득시키려면 애를 먹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 * *

그날 밤, 에키네시아는 단장 업무 때문에 밤늦게 온 유리엔과 차를 마시며 말했다.

“메이에게 진검을 만들어주기로 했어요.”

에키의 예상대로, 유리엔은 낯을 굳혔다. 그가 어지럽게 눈을 깜박이더니 당황한 채 물었다.

“메이에게 그런 약속을 했다고? 그대가?”

“네. 당신이 제시한 조건을 한 번에 해내더라고요.”

“……그걸 해냈다고?”

유리엔이 멍해졌다. 그의 머릿속에서 메이는 천사처럼 작고 귀엽고 여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이었다. 그가 알지 못하는 에키네시아의 어린 시절이 저렇지 않았을까 싶어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자세히 뜯어보면 세 아이들 중에서 에키를 가장 많이 닮은 건 둘째인 리시안이었지만, 아무래도 남자아이인 리시안보다는 여자아이인 메이릴리가 에키네시아와 비슷해 보였다. 특히 눈매가 엄마를 빼닮아 유리엔으로서는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에키네시아는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하려 드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 가르치지만, 억지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꼈다. 따라서 기본만 알려주고 이후에는 아이들이 먼저 가르쳐달라고 하기 전에는 나서지 않았다.

그로 인해 아이들의 훈련은 유리엔이 주로 맡게 되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그는 성검의 주인답게 엄격했다. 유리엔은 그저 놀고 싶어 게으름을 피운다는 걸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성실한 히아신스는 잘 따라왔으나 리시안은 종종 땡땡이를 쳤다. 그럴 때마다 에키는 봐주었으나 유리엔은 가차 없이 벌을 주었다. 물론 리시안은 벌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게으름을 피웠다.

하지만 그런 유리엔도 메이릴리에게는 도저히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히스나 리시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연무장을 구르게 만들면서도 메이가 힘들어 하는 건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로아즈 공작 부부의 반대를 핑계 삼아 본격적인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 자연히 메이릴리는 거의 훈련을 받지 않았다. 놀이에 가까운 운동만을 했을 뿐이다.

마냥 연약하고 어리게만 느껴지는 딸 아이에게 진검을 쥐어주겠다니. 에키네시아가 한 말이 아니었다면 유리엔은 상대를 대번에 서늘하게 쏘아보았을 거다.

그런 메이릴리가, 그 단풍잎 같은 손으로 뭘 했다고? 그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았다. 이미 놀랐었던 에키네시아는 담담히 말했다.

“리시안이나 히스가 연습하는 걸 창밖으로 지켜보고 따라한 거래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

“거의 완벽했어요. 솔직히 히스보다 잘하던걸요. 해냈으니까 진검 달라는데, 안 줄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 겨우 일곱 살인데…….”

“괜찮을 거예요. 일찍부터 진검에 익숙해지는 게 낫기도 하고요.”

“다칠 수도 있고…….”

“추를 단 목검을 다루는 걸 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조금 베이는 정도는 괜찮잖아요.”

“결코 괜찮지 않다!”

유리엔이 사색이 되어 강하게 말했다. 그 여린 피부에 상처라니, 그걸 어떻게 본단 말인가.

[팔불출 과보호가 따로 없군.]

성검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지만 유리엔은 듣지 않았다. 과보호면 뭐 어떤가, 딸이 다치지 않는 게 더 중요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이자 에키가 움찔 놀랐다. 늘 나직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유리엔이다 보니 조금 언성을 높이는 것도 그녀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화났어요, 율?”

“아니, 아니다. 그저, 걱정이 되어서.”

유리엔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에키는 그를 빤히 응시하다가 갸웃거렸다.

“저는 메이라면 일찍부터 진검을 쥐어도 된다고 판단했어요. 하지만 당신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겠죠.”

“나는 그대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아. 다만…….”

“무슨 뜻인지 알아요. 히스가 다친 적이 있으니 걱정하는 것도 이해하고요. 아무래도 당신이 직접 한 번 보는 게 낫겠어요. 메이가 검을 쓰는 모습을요.”

“……내가?”

“네. 아마 저와 같은 판단을 내릴 테니까. 그 아이가 목검으로 연습하는 건 낭비예요. 율이 직접 확인해 봐요.”

에키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로발트 쪽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율?”

검에 관련된 일에서 그녀의 판단은 항상 옳았다. 아마 메이릴리가 검을 쓰는 모습을 본 순간 그는 그녀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 유리엔은 약간 우울해진 채 대답했다.

“전염병이 갈수록 번져가고 있다. 성녀를 파견해 달라는 요청이 이젠 애원에 가까워졌다.”

“대신전은 여전히 난색이고요?”

“성녀는 자기 자신을 치유할 수 없으니까. 엘기오사에 상처 입는 유일한 인간이니……. 성녀의 전염을 우려하는 대 신전 입장에서는 안 된다고 거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성녀의 귀에 로발트의 소식이 들어가서…….”

“……샤이가 가고 싶어 했겠군요.”

“그녀도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니, 그녀가 결정하면 대신전으로선 따라야겠지. 아무래도 곧 로발트로 출발하게 될 것 같군. 창천에서 호위를 맡기로 했다.”

“걱정이네요. 샤이는 정말이지 제 몸을 아끼질 않아서.”

유리엔이 말을 멈추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앨리스 경이 들으면 화를 내겠군. 그대가 할 말이냐고 말이다.”

“……앨리스가 스콰이어일 땐 여러모로 걱정을 끼치긴 했죠. 이젠 안 그래요. 애초에 전 제가 감당할 수 없을 때는 나서지 않잖아요.”

확실히 그녀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너무 거대할 뿐이다. 누구보다 강하기에 누구보다 어려운 일들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니 유리엔으로서는 늘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에 에키네시아가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유리엔의 정신을 유지시킨 건 아이들의 존재와, 그녀가 속삭였던 카이로스기오사의 예언이었다.

〈저는 행복해질 거예요.〉

신검이 보고 왔다던 그녀의 미래. 그 미래가 있으니 그녀는 무사할 것이다. 유리엔은 그 예언을 붙들고 버렸었다.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면 태양이 사라진 풍경이 떠올랐다. 정안을 통해 보면 그녀의 혼은 늘 태양처럼 타오르고, 그는 여전히 그녀를 볼 때 종종 눈이 부셨다. 주체 못 할 설렘과 제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며 깊게 익었다. 부드럽고 고요해졌으나 색은 더 진해져버렸다.

그는 세월이 흐르며 종종 황후를 잃고 미치광이가 되어버렸던 전 황제에 대해 생각했다. 친아비로 여기지 않음에도 그자의 피가 그의 안에 흐르는 건 사실이었다. 그자를 떠올릴 때마다, 만약 에키네시아를 잃게 된다면 스스로가 어떻게 미칠지 두려워지곤 했다.

그녀가 살아 있는 전설에 가까운 기사라서 정말로 다행이다. 유리엔은 쓴웃음을 띠고 답했다.

“그대로선 감당할 만한 일이라 행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늘 조심해주었으면 한다. 나는 그대를 잃고 살아갈 자신이 없다.”

“유리엔.”

에키는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나더니 그의 자리로 다가왔다. 그녀가 스스럼없이 그의 무릎에 걸터앉으며 그의 뺨을 감쌌다.

“또 쓸데없는 상상을 했죠?”

“…….”

“율은 너무 걱정이 많아요. 제가 당신이나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누구도 저를 해칠 수 없어요.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유리엔은 그녀의 손에 뺨을 기대며 눈을 내리깔았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내 전부인 사람을 걱정하는 것은.”

“전부는 아니죠. 아이들이 있는데.”

에키가 웃으며 그에게 입을 맞췄다. 유리엔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세 아이들을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아이들을 위해 제 목숨도 내어 줄 수 있지만, 그래도 그의 전부는 그녀였다. 그녀를 잃으면 그는 자신을 잃어버릴 테니까.

하지만 유리엔은 그녀의 말에 반박하는 대신 입맞춤에 호응하며 그녀를 제게로 좀 더 당겨 안기만 했다. 길고 다정한 입맞춤이었다. 부부는 서로를 안은 채 사소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테오의 서임식이 곧이네요.”

“열흘 남았지. 그를 마지막으로 위즈덤 초대 클럽원은 전원 마스터가 되는군. 그대의 힘이다.”

“그들이 노력한 결과죠. 제가 한 건 작은 도움일 뿐인데.”

“글쎄. 그대는 요즘 사관학교 내에서 위즈덤 클럽 가입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고 있나?”

“파티마 경이 현 클럽장이 자기한테까지 우는 소리를 한다고 하긴 했는데……. 그렇게 난리예요?”

“싸움이 벌어진 적도 있다. 사무관들이 골머리를 앓더군. 특히 그대가 온다고 하면 자리를 놓고 한 달 전부터 전쟁이나 다름없어진다고 들었다.”

“겨우 1년에 한두 번인데도요?”

“1년에 한두 번이니 더 치열한 거겠지. 부상자가 발생한 적도 있을 정도니.”

“으, 그 정도면 가지 않는 게 나을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대는 귀중한 도움을 선의로 베풀 뿐이고, 그걸 소화해 내는 건 사관학교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음, 그래도 부상자가 나오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총행정관에게 자문을 구해서 어떻게 해봐야겠어요. 참, 바라하 경은 언제 돌아온대요? 장기 임무라지만 너무 길어지잖아요. 얼굴 못 본 지 몇 년은 된 것 같아.”

“왕족의 검술 사범으로 간 것이니, 왕족이 계속 가르침을 받길 원하는 한 머무르게 되겠지. 어차피 사막은 그의 고향이기도 하니 오래 머문다고 해서 힘들지는 않을 거다.”

덤덤히 대답하는 그를 보면서 에키는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 함께 살게 된 지 꽤 되다 보니 그녀는 이제 그가 고결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티를 잘 안 내서 그렇지 은근히 질투가 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저기, 율.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바라하 경 일부러 거기에 보낸 건 아니죠?”

“설마 그 옛 감정 탓에 내가 그리하겠나.”

[뭐, 없는 걸 만들어 보낸 건 아니긴 하지. 별 기대 없이 술탄이 흘리듯한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놈한테 권했을 뿐. 해가 갈수록 요령만 느는구나, 주인]

성검이 툴툴거렸지만 유리엔은 깨끗이 무시했다. 성검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에키는 그럼 그렇지, 하고 웃어넘겼다.

“하긴 그렇죠. 아, 로잘린이, 아니, 디아상트 공작이 가문 소속 기사들의 단기 훈련을 요청했다던데. 누구 보낼 거예요?”

“아직 결정하지 않았는데……. 그대가 따로 생각해 둔 기사가 있나?”

“딱히 정해지지 않았으면 제가 다녀오고 싶어요. 릴리랑 알버트, 많이 컸던데. 오랜만에 로잘린도 보고 싶고.”

단기 훈련이라지만 최소 한 달이다. 유리엔은 조금 우울해졌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쓸어 넘기며 그가 느릿하게 답했다.

“그대가 원한다면 그리 하지. 히스도 데려갈 건가?”

“히스가 알버트랑 꽤 친하잖아요. 가고 싶다고 하면 데려갈까 해요.”

“알겠다. 참, 에키, 그대가 훈련시키고 있는 기사들은 요즘 어떻지?”

“요즘 미하일 경의 발전 속도가 놀라워요. 조만간 앨리스를 따라잡을지도 모르겠어요.”

“내달에 앙투아르에 파견할 기사를 선발해야 하는데, 미하일 경이면 고향이기도 하니 괜찮겠군. 그대 생각은 어떤가?”

“임무 내용에 따라 다르겠죠. 어떤 임무인데요?”

“앙투아르에서 보낸 서한에 따르면…….”

그들의 대화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밤부터 아침까지는 부부의 시간이었다. 항상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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