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210)화 (210/218)

210화

[Coin : 112988]

코인은 11만 넘게 남아 있었다.

통상적인 보스 몬스터는 체력이 깎일수록 강해진다.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용을 미뤄 두었던 아이템이 있었다.

[극강 강화제 – 100000C]

[극강 강화제 : 10분간 은하 서버의 ‘헌터 신유리(S)’의 능력치를 불러와 현재 능력치에 덧입힌다.]

스킬 설명이 보였다.

물론 현재 은하 서버 신유리, 내 능력치는 내가 정상적으로 들고 있었다.

하지만 중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없잖아?

[극강 강화제를 구매했습니다.]

[잔여 Coin : 12988]

내가 인벤토리에서 손을 빼내는 순간이었다.

[MRI기계가 ‘단층촬영(L)’을 가합니다!]

[이공간 ‘단층촬영(L)’에 진입합니다.]

기다렸던 것이 나타났다. 다시 우주 같은 공간에 빨려 들어왔다.

분석 중이라는 시스템창은 무시했다.

난 들고 있던 병의 뚜껑을 고민 없이 날려 버렸다.

[극강 강화제를 사용합니다.]

“신유리?”

놀란 신재헌이 나를 돌아보았다.

[극강 강화제 효과를 받습니다.]

[은하 서버에 저장된 ‘헌터 신유리(S)’의 정보를 로드합니다.]

[현재 정보에 은하 서버의 ‘헌터 신유리(S)’의 정보를 덧입힙니다.]

그러자 눈앞이 순식간에 선명해지면서 몸의 컨디션이 확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신유리 / 27세, 딜러(S)

체력 : 4527328 (+628691)

근력 : 224830 (+17398)

마력 : 1536842 (+70600)

민첩 : 595750 (+24608)

지구력 : 299824 (+25048)

방어력 : 345894 (+12549)

특수 버프 “천상의 힘(S)” : 스킬 발동 속도 10% 증가, 받아들이는 버프 효과 10% 증가

특수 버프 “노력하는 자의 힘(S)” : 체육선생님의 목검(SS) 30분 이상 사용 시 10분당 방어력+10%(최대 50%)

특수 : 체육선생님의 목검(SS, ‘헌터 신유리(S)’ 애장품 보너스 : 사용 시 전체 능력치 +30%, 소지한 ‘공격’ ‘보조’ 계열 스킬 랭크 1단계 증가(랭크상한 없음))

*디버프 ‘기억의 무게(L)’ 효과 : 전체 능력치-30%]

기억의 무게 때문에 능력치가 내려갔다고 해도, 내 능력치가 거의 두 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끝내자.”

내가 검을 다잡았다.

[‘헌터 주이안(S)’이 ‘순간집중(S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헌터 소예리(S)’가 ‘보호막(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헌터 소예리(S)’가 ‘극대화(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

버프창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내 마력이 바닥나도 좋으니 최대한의 공격을 꽂아 넣어야 했다.

[매크로 ‘비켜(A)’를 사용―를 사용합니다.]

[잔잔잔상상상(SS+→L+) 스킬을―]

[암순응(S) 스킬 효과 유지 중]

[그림자 속의 무법자(S) 스킬 효과 유지 중]

[순간가속(SS) 스킬을 사용합니다.]

[―스킬을 사용합니다.]

마력을 최대한으로 밀어 넣어 잔상 스킬을 쓴 내가 검 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도약(S→SS) 스킬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은하 서버의 정보를 찾으면서 찾아온 스킬로 바닥을 박찼다.

[‘헌터 주이안(S)’이 ‘기력 보충(S→S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마력이 대량 회복됩니다.]

주이안 헌터는 내 마력이 남길 원하는 것 같았지만 난 그것까지 잔상에 쏟아부었다.

[잔상(SS+→L+)―잔상(SS+→L+)―잔상(SS+→L+)잔상(SS+→L+)…… 스킬을 사용합니다.]

시스템창이 어지러이 떴다. 눈앞이 수십 개의 잔상으로 갈라져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난 검 끝에 집중했다. 그 순간.

[스킬 매크로가 생성되었습니다.]

[‘매크로1(가제)’의 이름을 지정해주십시오.]

[‘나는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어(L)’로 지정되었습니다.]

허공인 줄 알았던 새까만 공간을 검이 갈랐다.

***

―……!

지나치게 큰 폭발음이 청각을 마비시켰다.

[이공간이 깨졌습니다!]

[이공간 ‘단층촬영(L)’을 탈출합니다.]

[MRI기기(SS+) 1%]

보스 몬스터의 남은 HP가 보였다.

[순간집중(SS)의 효과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00:00:01)…….]

내가 움직이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우리 팀은 딜러가 둘이니까.

그새 차오른 마력을 쥐어짜낸 난 버프를 썼다.

[잔상(SS+→L+) 스킬을 사용합니다.]

[적용 대상 : 헌터 신재헌(S)]

[헌터 신재헌, 잔상(SS+→L+) 효과 승인.]

“!”

잔상을 받은 신재헌이 쏘아지듯 내 옆을 미끄러져 나갔다.

내 스킬에 제 모습을 거의 잃어버린 보스 몬스터는 그대로 그의 공격을 맞았다.

―콰콰쾅!

불꽃이 튀고 채 회복되지 못한 청각을 굉음이 다시 찢었다.

[MRI기기]

보스 몬스터의 체력바가 사라졌다.

끝이다.

―쿵.

그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

―파앗……!

보스 몬스터 쪽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S급의 시각으로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강한 빛에 시야가 점멸했다.

보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

[……가 ‘자폭(L)’ 스킬을 ……니다!]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가 보호막(S)……를……]

[헌터 소예…… 스킬 효과…… 니다.]

[헌터 주이안(S)이 보호의…… 스킬……]

수없는 보호 스킬이 보스 몬스터와 우리 사이를 채웠다.

하지만 난 알았다.

신재헌의 검은 보스 몬스터의 중심을 꿰뚫고 있었다.

당연히 검의 주인도 보스 몬스터 위에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보호막의 범위 밖에 있었다.

[지나친 데미지를 받아 잔상(SS+→L+) 스킬 효과가 해제됩니다.]

신재헌에게 넣었던 버프가 풀렸다.

그리고.

―……쿠콰쾅……!

청각을 마비시키는 굉음과 함께 신재헌이 뒤로 튕겨 나왔다.

[던전 ‘심해(深海)-강제휴식(SS+)’ 클리어!]

뭐라고 뜨는 시스템창보다도 신재헌이 날아가는 모습이 눈앞에 남았다.

[걔 – S급(딜러)]

화르륵 불이 붙었다가 흩어져 사라지는 재처럼.

회색으로 물들었던 그의 상태창이 빛을 잃었다.

[헌터 신재헌(S)이……]

난 이어져 나오는 시스템창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으려고 했다.

“아…….”

내가 짧은 숨을 내뱉는 사이, 열기 역시 사라지고 엉망이 된 보스룸이 드러났다.

신재헌의 화염검 스킬 효과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열기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뜨겁지도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뜨거웠다. 속이 타버릴 것처럼.

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

신재헌은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검을 들고 버틴 듯했다.

SS+급 보스룸의 벽이 부서질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바로 근처에서 받아냈는데도 그는 검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툭.

그런 그의 옆으로 익숙한 목걸이가 떨어져 내렸다.

[도금 목걸이(C)]

천천히 다가가서 목걸이를 집어 들 때까지, 목걸이에서는 아무런 반발도 느껴지지 않았다.

도금 목걸이의 설명 어디에도 애장품 보너스라는 말은 없었다.

있어야 하는데.

난 멍하니 소예리 헌터와 주이안 헌터를 돌아보았다. 입을 막고 있는 소예리 헌터가 보였다.

주이안 헌터는 눈을 감은 채였다.

하지만 시스템창은 보이는 듯했다. 그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사망 선고 같았다.

“…….”

신재헌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냥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온몸의 감각이 그게 아니란 걸 알려주고 있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지.

난 가만히 뇌까렸다.

수도 없이 네가 내 앞에서 눈을 감았다 떴는데.

평온하게 잠든 얼굴은 수도 없이 봤는데. 너는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숨이 막히지?

신재헌 옆에 다가온 소예리 헌터가 그 옆에 주저앉았다.

목을 조이는 것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클리어]

시스템창은 그렇게 쓰여 있었지만 이건 클리어한 게 아니었다.

여기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소예리 헌터와 나뿐이었다.

“…….”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게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헌터가 된 후 지난 10년, 아니, 그 전에도 수도 없이 했던 생각이었다.

앞으로밖에 나아갈 수 없는 인생에서 꼭 뒤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을 애써 지나쳐 온 게 지금이었다. 과거로 돌아갈 방법은 없어. 그런 말로 상처를 덮으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내가 마지막으로 놈을 쳤다면.

놈이 자폭하기 전에, 내가 ‘나는 언제나 네 앞에(SS)’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데미지 감소 99%]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방심이었다. 짧은 방심이었다.

[강화제 효과가 해제됩니다.]

시스템창이 떴다가 사라질 때까지 난 숨도 쉴 수가 없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소예리 헌터에게 회귀 스킬이 있다고 해도 이 방 전체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던전의 클리어 판정 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머리와, 인정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부딪쳤다. 충격에 무너지는 것 같다.

“아.”

짧은 숨을 내뱉어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소예리 헌터님.”

난 멍하니 그녀를 불렀다.

“……네.”

소예리 헌터의 답은 늦게 돌아왔다.

“회귀시켜주실 수 있나요?”

답을 알면서도 묻는 것이었다.

헌터의 사망 판정은 은하 서버에 저장된다.

은하 서버의 시간을 되돌리지 않고서야 신재헌이 살아날 가능성은 없었다.

그리고 헌터 전체가 엮인 은하 서버의 시간을 되돌리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대가가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신유리 헌터님, 그…….”

그녀는 차마 답하지 못했다.

알아요. 나도 알아요.

사망 판정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게 되었다면, 우리는 무슨 방법으로든 시간의 힘을 긁어모아 한없이 과거로 돌아갔을 테니까.

후회 없는 과거를 위해서.

애써 눈을 질끈 감고 지나쳤던 수많은 순간을 없애기 위해서.

내가 눈을 감았을 때였다.

“소생 스킬을 사용하겠습니다.”

주이안 헌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생 스킬은 이미 사용했잖아요.”

소예리 헌터가 말을 받았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 스킬을 받은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견딜 수가 없다는 것처럼. 그녀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아냐,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녀처럼 떨리는 손이 소예리 헌터의 어깨를 짚었다.

그때 주이안 헌터가 말했다.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분명 제한은 한 번이었을 텐데?

우리가 그를 돌아보았다.

주이안 헌터가 말을 이었다.

“제가, 회귀하면요.”

난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시력은요?”

그럼 넷 다 나갈 수 있는 거야?

“…….”

하지만 내 말에, 금방이라도 답할 것 같았던 주이안 헌터는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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