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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199)화 (199/218)

199화

―파각!

고등학생 신유리가 들고 있는 막대기 끝에서 통쾌한 소리가 났다.

벌써 몇 번째였다.

각성 직후라고 해도 딜러는 딜러인지, 그녀는 본능적으로 어디를 때려야 악기가 박살 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음악시간마다 다 박살 내고 싶었는데!”

……물론 어쩌면 재능이 문제가 아닐지도 몰랐다.

아무튼 신유리는 몬스터를 해치우면서 점점 용기를 얻는 듯했다.

“생각보다 부술 만한데?”

그 옆에서 보조하는 신재헌도 마찬가지였다.

스탯 자체가 C급인 만큼 A급 던전에서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그는 몬스터로 나오는 악기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마 B급 스탯 정도만 됐어도 잡몹 정도 잡는 데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신재헌은 C급.

그는 ‘S’급이라는 신유리와 C급이라고 설정된 자신의 능력치가 현격하게 차이 난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챘다.

실망할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파각! 팍!

신유리가 신나게 주변을 두드려 패는 것처럼 보여도, 긴장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자신을 계속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소예리는 두 사람을 흘끗흘끗 살피며 앞장섰다.

[잔상(SS+→L+) 스킬을 사용합니다.]

애장품 보너스 덕에 스킬 랭크 보정을 받아, 소예리의 잔상 스킬에 걸린 몬스터들은 가루도 남기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얼른 해치우자! 학생들이 위험해!”

소예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신유리는 그녀의 지휘봉 끝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아직 잔상 스킬이 없나? 다시 보여주면 쓸 수 있을까?

소예리는 신유리가 언제 잔상 스킬을 익혔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건 신유리의 스킬이니, 계속 보면 느끼는 바가 있을지도 몰랐다.

“얍~!”

소예리는 일부러 보란 듯이 잔상 스킬을 사용했다.

“오…….”

신유리는 그것에 몇 번 감탄하더니, 놀랍게도 소예리를 따라 막대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막대 끝에는 잔상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 유리 헌터, 재능 있다니까!

소예리가 속으로 환호하며 앞장서 나갔다.

그때였다.

―끼이이익!

악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소름끼치는 굉음 같은 것이 울리면서, 그들이 지나던 복도 옆이 터져 나갔다.

그러면서 거대한 트럼펫이 고개를 내밀었다.

“!”

금속으로 만들어진 트럼펫은 한눈에 봐도 처리하기 힘들어 보이는 놈이었다.

그 자리 바로 옆에 있던 신재헌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본능적으로 선택한 곳은 신유리의 앞이었다.

“어!”

앞을 보던 신유리의 반응은 조금 느렸다.

그리고 트럼펫이 말도 안 되는 유연함으로 두 사람이 있는 곳을 내리치기 직전.

[잔상(SS+→L+) 스킬을 사용합니다.]

소예리의 지휘봉이 트럼펫을 꿰뚫었다.

―콰직!

당연히 A급 던전의 몬스터인 트럼펫은 그대로 찌그러졌다.

신유리가 안심하며 앞을 보는 사이, 신재헌이 들었던 막대기를 내렸다.

사선으로 들고 있는 막대는 누가 봐도 공격을 막기 위한 자세였다.

소예리는 앞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을 막는 소예리를 보며, 신재헌을 돌아보았다.

“신유리 학생 옆에서 벗어나면 안 돼요. 대신 다치려고 해도 안 돼.”

그 말에 신재헌이 눈을 크게 떴다. 소예리가 빙그레 웃었다.

“무서워하잖아. 그쵸?”

신재헌은 잠시 멍하니 입을 벌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그리고 그 뒤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소예리가 소리 없이 웃었다.

***

[굉음(A)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S급이 두 명인데 던전 클리어가 어려울 리 없었다.

심지어 게이트 사태 초반의 던전이라 난이도 자체가 높지도 않았다.

“살았다!”

학생과 교직원들이 운동장에서 서로를 얼싸안는 게 보였다.

게이트 출구로 나가니 원래 반쯤 박살 났던 학교 건물은 다시 멀쩡해져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몰라. 꿈이라도 꾼 건가?”

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신유리와 신재헌을 흘끔흘끔 훔쳐보기 바빴다.

그들이 뭔가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뭐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신재헌과 신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몰라.”

그러면서 소예리를 올려다보았지만, 소예리도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

“다른 덴 이런 일 없었겠죠?”

그녀가 재빨리 말을 꺼냈다.

이 시간이면 이미 은령아파트에 게이트가 열렸을 시간이다.

과거보다는 빨리 클리어했으니 지금 출발하면 은령아파트 게이트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령아파트에 던전이 생겼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는 곤란했다.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 그럼?

그때였다.

때마침 학생 중 하나가 외쳤다.

“엄마가 전화를 안 받아!”

“우리 엄마도.”

“설마 집에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겠지?”

“헐, 야!”

그중에 인터넷을 보던 학생 하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거 봐! 은령아파트에 기현상 발생! 우리 학교 주변도 다 대피래!”

“뭐?”

그 소리에 신유리와 신재헌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은령아파트에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아파서 조퇴할게요!”

“감사했습니다!”

그러고는 아파트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아픈 비주얼은 아니었지만 그들을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쫓아가는 사람은 있었다.

“딜러들은 다 저런가? 적응 엄청 빠른데?”

그건 당연히 지켜보던 소예리였다.

그녀가 신유리의 스탯창을 살피다가 슬그머니 스킬을 사용했다.

[도약(S) 스킬을 사용합니다.]

늦게 출발했으니까 두 사람을 따라잡을 생각이었다.

비행 스킬이 없으니 비슷한 스킬이라도 쓸 심산이었는데.

―콰직!

소예리가 딛고 있던 운동장 바닥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났다.

뛰어오른 소예리가 움찔했다.

“신유리 헌터 각력 장난 아니구나.”

덤비지 말아야지.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지상은 너무 까마득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어어어엄마야.”

이대로 떨어지면 사망이야! 아니지, S급이니까 안 죽나?

하지만 그대로 떨어져볼 생각은 없었다.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던 소예리 헌터가 스킬창을 뒤지다가 뒤늦게 좋은 스킬을 발견했다.

[급강하(S)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스킬을 쓴 순간.

―슉!

순식간에 시야가 세로선을 그으며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콰직!

그리고 그녀가 밟은 아스팔트 바닥이 조각을 튀기며 갈라졌다.

“헉.”

화들짝 놀란 소예리가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스킬 써서 따라가려다 동네 다 박살 내게 생겼잖아!

결국 맨몸으로 뛰는 걸 선택한 소예리가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역시 익숙하지 않은 스킬을 쓰는 건 어려웠다.

***

스탯이 워낙 높아서인지, 고등학생 신유리와 신재헌을 따라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닫히기 직전의 은령아파트 게이트를 발견하고 달려가고 있었다.

“저거! 아까 거기 출구랑 똑같이 생겼어!”

그 주변에 일렁이는 게이트의 마력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신유리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인 신재헌이 그녀와 함께 게이트에 뛰어들었다.

“우리 헌터님들은 고민도 없지!”

물론 고민해선 안 될 시간이긴 했다.

그들을 따라온 소예리가 그들과 몇 초 차이로 간신히 은령아파트 게이트에 들어섰다.

[던전 ‘일상파괴(B)’에 진입합니다.]

시스템창이 뜨면서 주변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그리고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건, 은령아파트에서 도망쳐 나오는 주민들이었다.

[던전 내 기여도(%)

- 신유리(S)

- 신재헌(C)]

예상대로 이 던전 내에는 방금 들어온 세 사람 빼고는 모두 일반인뿐이었다.

원래 세계에서는 은령아파트 돌발 게이트에 신재헌도 신유리도 들어오지 못했으니, 일반인끼리 몬스터들에게 공격당해 몰살당했을 거라는 의미였다.

―와장창!

그때 아파트 중간층의 베란다 창문이 박살 나며 기계팔이 하나 튀어나왔다.

그건 가전제품 콘센트와 매우 닮아 있었다.

“꺄아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파트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개중에는 야구방망이 등을 들고 몬스터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리 가!”

―팍!

하지만 일반인의 힘으로 B급 몬스터를 잡는 건 무리였다.

그 앞으로 뛰어든 신유리가 몬스터를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

“어, 유리야?”

아는 사이인 듯했다. 신재헌이 그 사람을 붙들었다.

“숙모!”

숙모??? 소예리는 눈을 크게 떴다.

아, 저분이 혹시 신재헌 헌터를 구박했던 삼촌 대신 신재헌 헌터를 보살펴주셨다는 그분인가?

언뜻 지나가면서 들은 적이 있는 듯했다.

“빨리 도망쳐요!”

“너, 너는?”

“전 저거 박살 낼 수 있어요!”

신재헌의 말에 그의 숙모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설명할 시간이 없어 신재헌은 대충 답했다.

“운동 괜히 한 거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신유리와 함께 아파트 입구로 뛰어 들어갔다.

정말 신재헌다운 답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 더 밖으로 나오는 몬스터는 없었기 때문에, 아파트 안쪽만 소탕하면 될 듯했다.

“아, 이 배트 좀 빌릴게요!”

달려가려던 신재헌이 제 숙모의 손에서 야구배트를 슬쩍 가져갔다.

눈을 깜빡이는 그녀에게는 들고 있던 막대기를 주었다.

“이게 더 길어서 쓰긴 좋으실 거예요!”

그러더니 재빨리 아파트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소예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아파트 위쪽으로 뛰어올랐다.

[도약(S) 스킬을 사용합니다.]

이번엔 바닥을 작살내지 않는 데에 성공한 소예리는 몇 번의 도약 만에 아파트 꼭대기에 섰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주민들이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는 게 보였다.

“…….”

원래는 이 게이트에 갇힌 사람들, 그러니까 저 아래 있는 주민들이 모두 죽고 열렸던 게이트에 신유리 헌터와 신재헌 헌터가 진입한다.

그들끼리만 들어갔으니 자세한 상황은 그들만이 기억하고 있었겠지만, 안쪽은 아마 참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시신밖에 볼 수 없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모두를 구할 수 있었다.

신유리 헌터가 지난 10년 동안 갈망했던 것처럼.

“간다~!”

소예리는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옥상 문을 열어젖혔다.

―빠각! 콰직!

물론 옥상 문은 잠겨 있었으므로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뜯겨 나갔다.

“오.”

소예리가 머리를 긁적였다.

나 생각보다 딜러가 적성에 맞는 거 아닐까?

물론 길게 자아성찰할 틈은 없었다.

던전 클리어를 도와야 했다.

그녀가 빠르게 아파트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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