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S급이 되자 순식간에 여러 개의 상태창이 눈앞을 뒤덮었다.
[랭크에 따라 능력치가 재정비됩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 / 25세, 딜러(S)
체력 : 2500000 (+10000)
근력 : 90000 (+40000)
마력 : 900000 (+10000)
민첩 : 350000 (+31120)
지구력 : 200000 (+10000)
방어력 : 200000 (+10000)
특수 버프 “천상의 힘(S)” : 스킬 발동 속도 10% 증가, 받아들이는 버프 효과 10% 증가]
S급과 A급의 능력치 차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기본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원래 갖고 있던 능력치의 배는 되는 능력치가 S급 보너스로 붙은 게 보였다.
게다가 내가 마력을 많이 쓰고 민첩성을 요하는 스킬을 많이 쓰기 때문인지 두 스탯이 크게 오른 게 보였다.
[‘변화 적응 기간’ 버프가 적용됩니다(71:59:59……).]
이거야 뭐, S급인 상태가 더 익숙하니 있을 필요가 없는 버프고.
S급이 되자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라면 몸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
축 처져 있던 컨디션이 10년 전부터 익숙했던 S급 상태에 돌입하면서 확 살아나고 있었다.
어쩌면 던전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 몸이 가벼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강해진 건 확실히 강해졌다.
[스킬 매크로
- 지금몬스터날아오는데그게문제냐(C)
- 방어1검식(A)
- 비켜(A)]
……이름이 좀 수상하지만 매크로도 생겼고.
[나는 언제나 네 앞에(SS)]
새로운 스킬도 생겼으니까. 게다가.
[체육선생님의 목검(SS)을 착용합니다.]
난 인벤토리에서 목검을 꺼냈다.
이름만 목검이지 사실상 날카롭기가 진검이나 다름없는 이 검.
SS급 아이템이라 사기템이어도 지금까진 쓸 수가 없었다.
보나마나 ‘아이템의 능력치가 지나치게 강력합니다’ 따위의 시스템 메시지나 뜨면서 사람 빡치게 했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S급이라면 충분히 SS급 무기를 들 수 있다.
목검을 손에 쥐자 시스템창이 다시 한번 번쩍였다.
[체육선생님의 목검(SS)
- 능력치 :
체력 +20%
마력 –1%
근력 +100000
지구력 +100000
전용 버프 : ‘노력하는 자의 힘(S)’ - 아이템 전용 버프. 30분 이상 사용 시 10분당 방어력 +10%(최대 50%)]
기본 능력치도 사기인 검에 애장품 보너스까지 붙어 있다.
[‘헌터 신유리(S)’ 애장품 보너스 : 사용 시 전체 능력치+30%, 소지한 ‘공격’ ‘보조’ 계열 스킬 랭크 1단계 증가(랭크상한 없음)]
체력만큼은 이 검 하나로 50%나 증가하는 셈이었다.
다시 시스템창을 열어 보니 확 달라진 수치가 눈에 띄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 / 25세, 딜러(S)
체력 : 2500000 (+1260000)
근력 : 90000 (+127000)
마력 : 900000 (+301000)
민첩 : 350000 (+136120)
지구력 : 200000 (+170000)
방어력 : 200000 (+70000)
특수 버프 “천상의 힘(S)” : 스킬 발동 속도 10% 증가, 받아들이는 버프 효과 10% 증가
특수 버프 “노력하는 자의 힘(S)” : 체육 선생님의 목검(SS) 30분 이상 사용 시 10분당 방어력+10%(최대 50%)
특수 : 체육 선생님의 목검(SS, ‘헌터 신유리(S)’ 애장품 보너스 : 사용 시 전체 능력치 +30%, 소지한 ‘공격’ ‘보조’ 계열 스킬 랭크 1단계 증가(랭크상한 없음))]
이게 템빨이지!
SS급 아이템에 애장품 보너스까지 붙었으니 상태창이 터질 듯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확인한 찰나.
[개인 퀘스트(MAIN) ‘수호’
- 클리어 조건 : 은하 서버 ‘헌터 신유리(S)’의 능력치보다 50% 이상 높은 능력치로 ‘연약한 시한부 영애에 빙의해버렸다(L)’ 던전 클리어]
[개인 퀘스트(MAIN) ‘수호’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개인 메인 퀘스트 조건 충족 창이 떴다.
몸이 가벼워진 게 기분 탓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난 피어오르는 미소를 굳이 억누르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내 개인 메인 퀘스트 조건은 충족.
소예리 헌터도 ‘회귀’ 스킬을 얻었으니 개인 메인 퀘스트 조건 충족.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저 S급 달성!]
내가 채팅하자마자 주르륵 반응이 올라왔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드 디 어!]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축하드립니다. 몸이 훨씬 가벼워지셨을 것 같습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날아갈 것 같지롱!]
채팅 사이로 신재헌의 채팅도 떴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해낼 줄 알았어요]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채팅을 보니, 다시 마음이 꽉 조이는 기분이었다.
난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채팅을 올렸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주이안 헌터님이랑 신재헌 헌터님은 개인 퀘스트 잘 돼 가요?]
주이안 헌터는 아직도 자신의 개인 퀘스트가 뭔지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깔끔하게 답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개인 퀘스트가 뭐길래?
그렇게 답하는 그는 뒷얘기가 없는 걸 보면 아직도 내용을 이야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진짜 말하지 않는 게 조건인가?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신재헌 헌터님은?]
그의 퀘스트는 분명 ‘원하는 것을 완전히 가져라’ 였을 거다.
그 사실에 내가 눈을 가늘게 떴을 때였다.
시스템창이 불쑥 떠올랐다.
뭐야, 아까 S급 각성하면서 안 뜬 시스템창이 있었나?
근데 시스템창에 뜬 내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멸망계시록이 완전히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아니, 이거 소예리 헌터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다 알려주는 거였어?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어?]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멸망계시록 알람이 떴습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 저도요]
당연히 나만 뜬 건 아닌 모양이었다.
급히 멸망계시록을 펴보고 있는지 잠깐 말이 없었던 소예리 헌터의 채팅이 올라왔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오]
뭐가 오야?
이래 봬도 이름이 멸망계시록인데 좋은 내용이 나올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지하에서 마력이 응축된 미지의 상자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계와 연결되는 커다란 게이트가 나타나 대륙을 집어삼킨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라는데요? 상자 설명하는 문장이 어째 익숙하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윽]
그럼 그렇지.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앞구르기하고 보고 뒤구르기하고 봐도 저번에 신유리 헌터님이랑 소예리 헌터님이 찾은 상자 아니에요?]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구르고 올게 기다려봐]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예상대로군요]
소예리 헌터가 굳이 구르고 오지 않아도 확실했다.
지하에 있는, 마력이 응축된 상자.
역시 거기서 게이트가 열리는 거였다.
***
게이트 관리도에는 일단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 동제국에서 넘어 오는 게이트를 받아 다시 넘기면, 서제국 게이트 관리도는 95% 이상, 동제국 게이트 관리도는 5% 이하로 고정될 것이다.
그럼 문제의 게이트에 들어가 있는 동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만일 던전 공략에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게이트 폭주까진 2주정도 남았어요]
소예리 헌터는 멸망계시록이 뜨자마자 게이트의 상태를 확인하고 왔다.
다행히 게이트 폭주까지의 일정과 게이트 홀딩 일정도 맞아떨어졌다.
이대로면 우리가 다시 저쪽에 게이트를 넘긴 사이에 저 상자 게이트에 입던하게 되니까.
문제는 역시 게이트 클리어에 일주일 넘게 걸릴 경우였다.
그리고 그걸 해결할 방법은 역시 이 세계 사람들의 전력을 키우는 방법뿐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거였다.
[마력석 광산과 연결된 깊은 곳 지하에서 L급 게이트가 발견되었습니다.
위치상 카르만의 중심부와 가까운 곳으로 추정되며, 게이트 폭주 시 영향을 피할 수 있는 곳은 대륙 내에 없습니다.
- 마탑주 클로나 에이센]
마탑주의 이름으로 귀족들과 사제, 마법사들에게 L급 게이트의 존재를 공유하는 것.
“뭐라고? L급?”
처음에는 당연히 절망적인 분위기가 퍼져 나갔다.
하지만 신재헌은 그 분위기에 불이 붙기 전에 선언했다.
“내가 직접 출정하지.”
뿐만 아니라 신시안 교황과 마탑주까지 당연하게도 같이 출정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끓어오르려던 귀족가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어차피 대륙 전체가 재앙을 피할 수 없다면, 클리어를 도와야 할 것이 아닌가?
“동제국이 이 정보를 알면 수작을 부릴까 염려스럽습니다.”
귀족 중 하나는 신재헌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신재헌은 쌈빡하게 대꾸했다.
“어차피 동제국은 게이트 처리 때문에 카르만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게다가 그놈들도 대가리가 있으면 ‘대륙’ 위에 서제국뿐만이 아니라 지들도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지 않겠는가?
그쪽에 방해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게 확실해지자 L급 게이트 입던 준비에는 속도가 붙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황성기사단에서 쓸만한 놈들은 골라서 이미 훈련시키고 있어요]
신재헌은 황성의 전력 강화에 힘썼고, 나는.
“할 수 있겠어?”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헬렌에게 게이트 관리법을 더 자세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비록 E급이었지만 내 옆에서 게이트 관리를 위해 인원을 구성하는 모습을 많이 봐온 사람이었다.
가르쳐주니까 쑥쑥 흡수하는 게, 얘는 피지컬이 아니라 뇌가 S급인 게 분명했다.
그리고 마탑은.
[게이트 대응 전용 마법 강의]
마탑주 클로나 에이센의 이름으로 게이트 대응 전용 마법 강의가 열렸다.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뿐만이 아니라 자유마법사들까지 출신에 구애받지 않고 마탑주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마법사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장소 : 에델바이스 영지 마법사의 탑]
……내 영지로.
“전국의 마법사들이 다 모여든 것 같소!”
“남부의 마법에 대해 들어봤소? 그곳의 마법은 방어 마법이 조금 더 주가 된…….”
“오오……!”
전국 각지의 마법사들이 모여들자 당연히 마법 연구는 활발해졌고, 에델바이스 영지는 거의 마법사들의 성지가 되어 버렸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땡큐베리감사!]
덕분에 마법사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어져 버렸다.
마법사들의 수준이 높아진 건 물론이었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노린 건 아닌뎅]
소예리 헌터는 새침하게 말했지만, 그래도 감사! 매우 감사!
한편 전 지역의 병력이 재정비되면서, 지금은 주인이 없는 포를랭 영지 역시 에델바이스에서 자연스럽게 관리하게 되었다.
포를랭에 대해 잘 아는 기사들이 죄다 에델바이스에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전은…….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주이안 헌터님은 잘 돼 가요?]
[……]
내 말에 주이안 헌터는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원래 자신을 부르면 놓치는 일이 거의 없는 그였지만, 요즘 들어 그는 답이 늦었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엄청나게 바쁘시다던뎅]
그건…… 그럴 만도 했다.
힐러가 게이트 공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면.
이 세계에 아무리 힐러가 많다고 해도 그들은 게이트 공략에 능숙한 자들이 아니었다.
때문에 주이안 헌터가 짧은 시간에 힐하는 법을 가르쳐주느라 애먹는 듯했다.
“흐음.”
반면 이쪽은 헬렌이 이미 알 것을 다 알아서 더 가르쳐줄 것도 없었다.
“저번에 신세 진 것 갚으러 갈 때가 됐나?”
난 주이안 헌터가 내가 한창 바쁠 때 도와주러 왔던 것을 떠올리면서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