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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176)화 (176/218)

176화

“잉?”

몇 시간을 날아다닌 끝에 우리는 마력석 광산 안쪽에 도착했다.

마력석이 가리키는 곳은 울창한 숲 한가운데였고, 길을 모르겠다고 힘으로 뚫고 들어갔다간 페널티를 받기 딱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지도를 뒤져 길을 찾아본 결과 돌아온 곳이 여기였다.

“마탑주님?”

“백작님?”

나란히 들어오는 우리 둘을 마법사들이 의아한 눈으로 보았지만, 소예리 헌터는 능숙하게 대처했다.

“잠시 광산 안쪽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아하.”

어차피 내가 이 광산 주인인데 못 볼 이유는 없었다.

마법사들은 길을 쉽게 내주었고, 우리는 평상시에 마법사들이 들어가는 길보다 훨씬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헌터 소예리(S)가 ‘방음벽(A)’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서 방음벽을 쳤기 때문에 말조심할 필요는 없었다.

덕분에 난 편하게 물었다.

“여기 이렇게 안쪽까지 들어와 본 적 있어요?”

“한두 번? 그런데 그냥 어떻게 채굴되고 있는지 관리하느라 들어온 거지 끝까지 가본 적은 없어요.”

내 질문에 소예리 헌터가 손을 펴 보였다.

“어차피 끝은 막혀 있을 테니까.”

그야 광산 끝이 다 그럴 것은 당연했다.

―우웅!

하지만 소예리 헌터가 든 마력석들은 광산 안쪽을 끊임없이 가리키고 있었다.

이 광산에서 난 에델바이스산 마력석뿐만이 아니라 모든 마력석이 전부.

“애초에 이 마력이 뭘 가리키는 거예요?”

그렇게 수십 분을 들어가자 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력석 광산 안쪽에는 마력을 뿜어내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다는 게 정설이거든요. 굳이 그걸 파낼 필요가 없어서 천천히 파내고 있을 뿐이지.”

소예리 헌터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각 지역의 마력석 광산마다 그런 존재가 하나씩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력석이 가리키는 방향도 지역마다 다르다고 생각했고요.”

뭐라고 하는지 슬슬 모르겠다! 난 대충 알아듣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타 지역의 마력석 흐름을 증폭시켜서 볼 기회가 없어서 몰랐는데…….”

어쩌고저쩌고 긴 이론이 이어졌다.

결론적으로는 모든 마력석 광산 안쪽에 마력의 근원이 하나씩 붙어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어쩌면.

“……마력석 광산이 다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요?”

대체 마력석 흐름 가지고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오는지는 마법사들만 알 노릇이었다.

소예리 헌터는 내 말에 반색했다.

“바로 그거지! 유리 헌터님, 역시 이해력이 좋아~”

알아들은 척하는 기술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넵.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안쪽으로 쭉쭉 걸어 들어갔다.

광산이 생각보다 깊었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걸음이 빨랐다.

그리고 광산의 끝부분에 다다른 소예리 헌터는 다시 마력석에 빛을 밝혀 보았다.

―우우웅!

“오…….”

내가 보기에도 아까 밖에서 처음으로 봤을 때보단 더 선명한 마력의 흐름이 광산 안쪽으로 이어지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들어가 봐야겠는데요?”

소예리 헌터가 막힌 벽을 가리켰다.

난 멈칫했다.

“벽 안쪽으로요?”

“네. 이리 와!”

소예리 헌터는 내가 거절하기도 전에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자자자고로땅속에는다리여러개인벌레와벌레와벌레들이!!!

라고 외치기도 전에 소예리 헌터가 상큼하게 스킬을 터뜨렸다.

[헌터 소예리(S)가 ‘지하 탐험(B)’ 스킬을 사용합니다.]

―팡!

그러자 광산 안쪽이 깔끔하게 패어 버렸다.

[헌터 소예리(S)의 ‘보호막(S)’ 효과를 받습니다.]

물론 흙먼지는 하나도 내 코로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간단하게 뚫어 버리면 페널티는 어떻게 하려고요?”

광산은 이것저것 신경 써서 뚫어야 하는 것 아니었어?

하지만 소예리 헌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광산 뚫는 건 내가 해요. 설마 다이너마이트로 터뜨릴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아.”

마법사의 세계를 무시했습니다.

“그럼 간다~”

―팡!

나를 간단하게 납득시킨 소예리 헌터가 안쪽으로 길을 뚫기 시작했다.

***

생각보다 우린 더 깊이 들어갔다.

“거의 들어온 만큼 더 파낸 것 같은데?”

내 말에 소예리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델바이스에 잭팟 터졌다는 건 알겠어요.”

들어오는 길에는 어김없이 마력석 광맥이 이어져 있었다.

다 팔면 돈방석에 올라앉고도 남겠다. 적어도 에델바이스가 내가 나갈 때까지는 물론 향후 몇십 년 동안 돈 걱정 없을 것은 확실했다.

―파파팡!

그렇게 몇 번 더 안쪽으로 구멍을 뚫었을 때.

“어어?”

소예리 헌터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리를 냈다. 난 그녀의 앞을 무심코 쳐다봤다가 멈칫했다.

“엥?”

우리 둘 다 멍청한 소리를 내는 이유야 간단했다.

별안간 앞에 공터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누가 여기다가 방을 만들어 놓은 건가?”

우리 앞에 나타난 공간은 정성스럽게 타일과 벽장식까지 되어 있는 것이, 누가 봐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었다.

―탁.

소예리 헌터는 보호막 스킬을 유지한 채 눈을 반짝였다.

[헌터 소예리(S)가 ‘감정(B)’ 스킬을 사용합니다.]

B급 스킬이지만 S급 헌터가 쓰는 스킬인 만큼 어지간한 이상은 다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예리 헌터는 고개를 저었다.

“수상한 건 없어요. 사람이 들어온 흔적도 없고.”

사람이 들어온 흔적이 없다는 건 중요한 단서였다.

난 눈살을 찌푸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가 박살 내고 들어온 방향을 제하면 완전히 밀실인 공간이었다.

누군가 만들었다면 당연히 나가는 길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의미다.

옛날 같았으면 세계 N대 불가사의라며 난리가 났겠지만 게이트 사태 이후, 이런 것을 발견하면 결론은 하나다.

“시스템이 만든 거네요.”

내 말에 소예리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요.”

그렇다면 이 ‘연약한 시한부 영애에 빙의해버렸다(L)’와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공간이라는 소리가 된다.

긴장한 우리가 방 안을 살폈다.

하지만 방 안에 있는 거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단상 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상자.

물론 우린 그걸 덥석 건드려볼 만큼 멍청하진 않았다.

L급 던전에, 시스템이 만든 게 분명한 공간에서 보란 듯이 있는 상자를 건드린다고?

그런 F급도 안 할 실수를 할 리가.

“확인해볼 건 이거밖에 없는데, 여기서 엄청나게 강력한 마력이 느껴져요.”

소예리 헌터가 상자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내가 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긴 했다. 게다가.

[헌터 소예리(S)가 ‘초집중(SS)-감정(B)’ 스킬을 사용합니다.]

잠깐 초집중 상태에 들어선 소예리 헌터가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소예리 헌터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L급 아이템이에요. 이름은 만져봐야만 알 수 있대.”

“오.”

L급 던전 한가운데에 시스템이 만든 L급 아이템이 있다?

이건 누가 봐도…….

“마마마만지지말자.”

난 슬그머니 몇 걸음 떨어졌다.

“나도 예쁜 건 좋아하지만 저건 좀 아닌 것 같아.”

소예리 헌터가 좋아할 만큼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상자였지만, 소예리 헌터는 두 손을 들며 물러났다.

그러면서 주변을 살폈다.

“감정 스킬로 확인해보니까 다른 지역의 마력석 광산하고도 이어진 것 같아요. 다른 지역 마력석 광산을 파고 또 파서 들어오면 여기로 연결된다는 거지.”

소예리 헌터의 말에 난 눈을 가늘게 떴다.

“요컨대 얘가 이 세계의 마력석을 다 만들어낼 만큼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그렇죠.”

엄청난 마력의 축약체가 이곳에 잠들어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의 게이트에서도 마력이 나오는 걸 생각해보면…….”

나와 소예리 헌터의 시선이 마주쳤다.

우리의 얼굴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얘져 있었다.

분명 멸망계시록에서도 ‘지속하던 연구 끝에’ 마지막 게이트의 단서를 잡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마지막 던전 나오나 본데요???”

우리가 동시에 외쳤다.

***

우리는 일단 문제의 공간을 진입 통제했다.

그리고 마탑주의 마법으로 우리가 파고 들어간 곳을 다시 메워 버렸다.

물론 한 번 파고 들어간 만큼 다시 파기는 쉬울 테지만, 광산을 파고 들어가는 게 마탑주의 일이니 소예리 헌터가 알아서 잘 조절할 것이다.

사람들이 그 안까지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만히 놔두면 게이트가 안 될지도 모르는 친구를 괜히 건드릴 필요는 없잖아???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근데 적어도 마지막 던전이 L급 이상의 던전이라는 건 알겠네요]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미친 난이도 아님?]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만약 L급 던전이라면 당연히 공략은 우리가 가야 하고, 그동안 게이트 장악도가 뒤집히지 않게 관리할 인력도 필요하겠는데요]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L급 게이트가 터지기 전에 미리 인력을 양성해 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헌터채팅으로 회의가 착착 이루어졌다.

우리는 여러 방면으로 공략 준비를 했다.

일단 어디에 쓰일지 모를 소예리 헌터의 회귀 마법부터.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이걸 던전 클리어에 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시간의 힘은 채워놓자!]

그녀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다람쥐처럼 그녀에게 던전 아이템을 가져다주었다.

그때마다 소예리 헌터는 시간의 힘을 충전하며 외쳤다.

‘이건…… 0.7점!’

‘이건 0.5점!’

이전에 어떤 물건이 시간의 힘을 많이 주는지 실험해본 후, 우리는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뜨는 물건만 주로 가져다주었다.

덕분에 시간의 힘이 짜게 모이지는 않았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현재 91점]

하지만 100점을 모으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게이트 사태도 점점 급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우리도 그렇고 동제국 쪽도 그렇고 게이트 수가 폭증했어요]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게이트 홀딩에 문제가 있을 정도인가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 정도는 아니긴 한데]

우리는 게이트 장악도를 순조롭게 관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동제국에 한 번 더 무더기로 게이트를 보낸 후, 게이트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시기였다.

“어쩐지 저쪽에 싹 보냈는데도 게이트 수가 많더라.”

난 서류를 살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게이트 수가 폭증하는 것. 좋지 못한 징조였다.

보통 게이트 수가 폭증한 후에는 강력한 게이트가 나왔으니까.

[전국 게이트 발생률 21%↑…… 전문가 ‘빅게이트의 전조 가능성’]

우리가 들어온 이 빌어먹을 L급 RP던전이 뜨기 전에도 저런 소리가 돌았다.

그때도 거대 길드들은 당연히 강력한 게이트가 뜨면 지들이 들어가겠다며 설쳤지만.

[L급]

전문가들 말대로 빅 게이트가 나타나자마자 꼬리를 뺐다. L급 던전에 기어들어가긴 싫었던 거지.

내 얼굴에 순간 인자한 미소가 떠올랐다.

여기만 나가면 진짜 헌터협회 그놈들을 그냥!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곧 우리가 발견했던 그 상자가 게이트화될지도 모르겠네요]

난 모두가 피하고 싶었을 불길한 가능성을 채팅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으음]

소예리 헌터의 말을 마지막으로 채팅이 끊겼다.

여기는 L급 던전 안. 그것도 히든 루트로 모든 몬스터의 난이도가 한 단계 높아진 상태.

이런 조건에서 L급 게이트를 마주할 거라 생각하면 말수가 줄어드는 게 당연했다.

“정말 L급 던전이라면.”

그 안이 어떤 곳이든, 이번 던전에서만큼은 구멍 될 생각 없었다.

[스킬]

[스킬 매크로]

“…….”

난 새로 생긴 스킬 매크로와 스킬들을 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스킬과 매크로 사용에 능숙해지겠다고 수련은 열심히 했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한 명인 만큼 수련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소예리 헌터가 열심히 해 주었다고 해도.

내가 근접형 딜러인 만큼 몬스터들은 당연히 근접 공격으로 강하게 부딪쳐 올 테니까.

“으으음.”

결국 방법은 하나, 생각나는 사람도 한 명뿐이었다.

고민하던 난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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