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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137)화 (137/218)

137화

내 열성적인 외침에 소예리 헌터가 눈을 반짝였다.

“그러네! 소금물 한가운데에 박아줘야겠네!”

신나서 외친 소예리 헌터가 바다 쪽을 살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여전히 특정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근데 우리 맞는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는 거죠?”

원래 딴 데 쳐다보면서 정면으로 뛰긴 힘든 법이었다.

하물며 땅과의 마찰도 없는 허공이면 더할 터였다.

하지만 소예리 헌터는 자신 있게 말했다.

“고럼고럼. 내비예리션을 무시하지 말라고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뭐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못 알아챌 뻔했다.

그리고 내비예리션은 곧 기가 막힌 명당을 뽑아냈다.

“저기 어때요?”

그러면서 소예리 헌터가 가리킨 곳은 먼 바다였다.

망원경을 받아 살펴보니 파도가 높은 게 심상치 않은 바다였다.

저기 떨어지면 기사는 몰라도 몸 쓰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마법사들은 개고생을 할 게 분명했다.

우리를 엿 먹이려던 놈들에게는 아주 딱인 장소였다.

“콜.”

***

날아가는 길에 소예리 헌터는 즐거워 보였다.

무엇보다 스피커(?)가 없는 지도 안 특수공간이니 말을 가릴 게 없어서 더 편한 듯했다.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소예리 헌터는 어젯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집사가 상자 네 개를 놓고 가려고 했다니까! 근데 그 위에 S급 네 개가 빰 빰 빰 빰 박혀 있었다고! 식은땀이 줄줄 나는데 정말!”

물론 아까 했던 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였다.

“그 전에 들어온 하녀부터 사실 심상치 않다 싶었어요. 다짜고짜 아끼는 물건 달라는 건 뭐야?”

“아, 그 하녀!”

나도 그 하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았다.

“아니, 그럴 거면 밖에서 꽃이라도 꺾어오게 하든가!”

내 말에 소예리 헌터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그 시스템창 딱 보는데 꽃 꺾어왔으면 이걸로 선물 대체됐을까 싶더라니까?”

난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사람 하는 생각 다 똑같다니까?

근데 이야기하다 보니 궁금해지는 게 있었다.

“맞다, 근데 소예리 헌터님은 무슨 물건 없어졌어요?”

바로 재잘재잘 돌아올 것 같은 답은 의외로 늦었다.

“?”

의아함에 위를 올려다보니 소예리 헌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리 헌터님은요?”

저요? 난 어깨를 으쓱했다.

“저 무기 사라졌어요.”

“엥?”

소예리 헌터가 눈을 깜빡였다.

난 놀림을 예상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아끼는 물건이 무기→대체 얼마나 딜에 진심인 거냐’는 사고회로를 거친 소예리 헌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아꼈어요!?”

나도 그게 신기하다니까?

“저도 제가 그렇게 무기를 아끼는 줄은 몰랐거든요?”

하필이면 아이템창에서 나간 게 SS+급 체육선생님의 목검이라서 더 그런가?

사실 SS+급 무기라 내가 가장 아끼는 건가? 아니 물론 SS+급 무기 중요하지.

아직 랭크 차이가 나서 제대로 써보지 못한 게 흠이지만 이미 SS+급 무기인 것만으로도 아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가장 아끼는 물건이냐고 하면…… 음…….

……아끼는 물건이 다 은하 서버 인벤토리에 저장돼 있어서 그런가?

별로 그렇게 애착 가지는 않는데? 개중에 애착 가는 게 목검이었나?

“밥줄이라 그런가?”

내 말에 소예리 헌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수도 있지! 밥줄 중요하지!”

소예리 헌터가 날 꼭 안아 주었다. 어깨 밑을 받쳐 안고 있는 그녀의 웃음소리는 평소보다 더 즐거워 보였다.

이대로면 만년 놀림감이다! 예상보다 그녀는 훨씬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예리 헌터님은요?”

난 말을 돌릴 겸 재빨리 물었다.

그리고 그녀가 끌어안아준 덕에 가까이 있어 느낄 수 있었다.

“……?”

소예리 헌터가 멈칫하는 걸.

난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소예리 헌터님은 뭐가 없어졌기에?

일순 보이는 얼굴은 조금 굳어 있었다.

그녀답지 않게.

“으으음.”

물으면 안 되는 걸 물었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가 본 게 착각이었다는 것처럼 소예리 헌터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추억의 물건?”

그러더니 말했다. 뭔지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았다.

그러자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뭔지 물어봐도 돼요?”

그 말에 소예리 헌터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으으음.”

그러더니 고민을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고민할 만큼 중요한 물건이었어!?

괜히 물어봤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양산이에요.”

소예리 헌터는 의외로 순순히(?) 털어놓았다.

“양산?”

그런데 그녀가 말한 물건은 좀 뜬금없기까지 했다.

양산? 웬 양산? 난 소예리 헌터 쪽을 흘끗 돌아보았다.

날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소예리 헌터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뭐, 딜에 미쳐서 무기 뺏긴 사람도 있는데 양산이야 그럴 수―

“네. 구멍 난 양산.”

하지만 뒷말에 난 생각을 멈추었다.

“오…….”

그냥 양산도 아니고 구멍 난 양산?

“그…… 굉장히 디테일한 취향을 가지셨구나.”

취향은 존중해주자! 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소예리 헌터님이 그럴 수도 있지.

양산이 가장 아끼는 물건인데 하필 그 양산이 구멍 난 양산일 수도 있……지?

잠깐, 이건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가 사는 집에 소예리 헌터가 산 양산만 스무 개는 넘게 굴러다니고 있을 텐데, 본인이 산 양산을 아껴서 인벤토리에 넣어놓고 다니진 않을 터였다.

그럼 십중팔구 누군가 줬다는 건데.

소예리 헌터가 남에게 받은 물건에 구멍 내고 다닐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 설마, 양산이 받을 때부터 구멍 나 있었던 거야?

제 할 일도 못 하는 양산을 대체 누가 준 거야?

“다른 사람한테 선물 받은 거죠?”

누군지는 몰라도 필히 피치 못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면 구멍 난 양산을 선물해준 놈의 머리에 구멍을 내 줄 의향이 있었다.

“그렇다고 봐야죠.”

근데 소예리 헌터의 답은 어딘가 애매했다.

선물을 받은 거면 받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렇다고 봐야 하는 건 뭐람?

하지만 더 애매한 건 저 선물인 듯했다.

“……구멍 난 상태로 받았어요?”

“네?”

내 질문을 예상치 못했는지 소예리 헌터가 멈칫해서 물었다.

“받을 때 양산이 구멍 나 있었어요? 구멍 난 양산이라면서요.”

내 말에 소예리 헌터가 눈을 깜빡였다.

“네.”

그러더니 짧고 굵은 답을 내주었다.

난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누가 준 선물인지 모르지만 음, 굉장한 사람이네요.”

뉘신진 몰라도 피치 못한 사정이 꼬오오옥 있으셔야 할 겁니다.

대체 누가 구멍 난 양산 같은 걸 선물로 준 거야?

설마 연애의 흔적?

워낙 물건이 특이하다 보니 별 망상이 다 들었다.

“설마 애인이 줬다든지…….”

소예리 헌터님이 아끼는 걸 보면 소예리 헌터님이 마음이 있었던 게 확실하다!

근데 그런 소예리 헌터님한테 그놈이 준 구멍……난……양산……?

아니 쓰레기 새X 아니야???

난 발끈했다.

“차라리 나랑 사귀자!”

내 말에 소예리 헌터가 눈을 깜빡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옛날에 받았어요.”

아니야? 정말 아니야??

그렇게 아련한 표정 짓고 있는데 정말로 아니야???

내가 정말 던전 들어오기 전에 19금 로맨스소설 보다가 자서 망상하고 있는 거야?

내가 초코북스의 유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소예리 헌터의 다음 말은 내 머릿속에 100t 펀치를 후려갈겼다.

“정확히는 놓고 간 거지만.”

“뭐요?”

심지어 구멍 난 양산을 이별 선물로 놓고 가???

이별이라고 한 적도 없지만 불쑥 생각나는 스토리는 이거였다.

이거 완전 개 쓰레기 새X인데???

난 설마 하고 고개를 돌려 소예리 헌터를 돌아보았다.

뒤에 있어서 언뜻언뜻 보이는 소예리 헌터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평소처럼 웃고 있지만, 확실히 텐션이 가라앉은 게 보였다.

“누구야? 누가 예리 언니 우울하게 했어요?”

내가 외치자 소예리 헌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거 아니래도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완전 우울해 보여! 지금 당장 울 것 같아!

“혹시 길 가다가 그놈 보이면 말해요. 내가 몰래 잘 대화를 나눠 볼게.”

이야기하던 난 문득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 이거 근데 소예리 헌터 과거 얘기네?

소예리 헌터는 우리 넷 중에 가장 과거사를 안 밝히는 사람이었다.

물론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본의 아니게 같이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과거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소예리 헌터는 그런 게 거의 없었다. 가장 말이 많은 사람인데도 자기 이야기는 철저하게 숨기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거, 헌터 되기 전 이야기예요?”

내 말에 소예리 헌터가 멈칫했다.

맞구나! 내가 눈을 빛내는 순간이었다.

―쌔애애앵!

별안간 소예리 헌터가 비행 속도를 높였다. 난 혀를 깨물 뻔했다.

“택시 난폭운전! 난폭운전!”

신고할 거야! 난 소예리 헌터의 팔을 꽉 붙잡았다.

그러자 소예리 헌터가 웃음을 터뜨렸다.

“손님이 먼저 이상한 얘기 했어!”

인벤에서 뭐가 없어졌냐고 묻는 게 어때서! 따지자면 이상한 건 그 양산 준 놈이지!

“대체 어떤 놈팡이아아아악!”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속도가 더 빨라졌다. 기겁한 난 입을 다물어 버렸다.

***

날아가는 길에 우리는 예쁘게 모여서 몰려오고 있는 100마리의 몬스터를 발견했다.

네발짐승 모습이라 이동 속도는 꽤 빨랐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이거였다.

“한 번에 쓸어버리기 딱 좋게 생겼는데요?”

“게다가 A급이에요.”

소예리 헌터 눈에는 랭크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버프 떡칠해서 광역기 갈기면 저 정도 크기 몬스터는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 S급(딜러)

- 버프 : 시너지(A) 화염검(SS)]

신재헌의 스킬창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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