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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114)화 (114/218)

114화

[추적(A) 스킬 효과 적용 중]

[추적 대상 : 동제국 황태자 파리스 발탄]

킨나의 부하들에겐 없는 그의 스킬은 파리스의 흔적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붉은 빛으로.

놈의 흔적은 산중으로 이어져 있었다.

아마 그는 제 세력이 결집하기를 기다리며 산에서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타다닥!

어쩌면 이렇게 예상과 다른 것이 없을까.

신재헌은 인적이 드문 산길로 도망치듯 빠르게 뛰어 내려오는 황태자의 부관을 발견했다.

―팍!

그는 뒤를 살피느라 신재헌이 앞에 온 것도 모른 채 몸을 부딪쳤다.

“으악!”

몰래 나온 건지, 놀라서 소리를 지른 그가 저와 부딪힌 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부관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동제국의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황태자의 부관이 서제국 황제 아이반의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RP던전 페널티 위기! : 개연성 없는 서제국 황제의 등장]

페널티 위기 창은 무시해 버렸다.

신재헌은 황태자의 부관에게 뭐라 말하는 대신, 인벤토리에서 말레티아의 검을 꺼내 빠르게 그었다.

―스릉!

발도술에 가까운 속도였다.

부관은 더 말도 남기지 못한 채 절명했다.

신재헌은 부관이 들고 있는 몇몇 서류를 구둣발로 밀어 살펴보다가, 차게 웃었다.

[추적(A) 효과 적용 중]

[추적 대상 : 동제국 황태자 파리스 발탄]

산으로 올라갈수록 붉은 기운은 점점 짙어졌다.

얼마나 살심을 뚝뚝 흘리고 다니는지.

아마 저를 쫓아내려는 킨나 무리를 향한 것일 터였다.

신재헌은 기척도 숨기지 않고 그 흔적을 따라 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왔어? 어떻게 됐지? 킨나는? 황성을 차지했나? 연락 보내라던 건―”

파리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뚝 끊겼다.

―툭.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산짐승의 고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네, 네네, 네가 어떻게 여길?”

“네 부관도 그런 표정 짓더라.”

신재헌은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갔다.

파리스가 기겁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뭔 짓을 할 것 같긴 한가 보지?

손이 닿기도 전에 기겁을 하며 물러나는 파리스를 보면서 신재헌이 차게 웃었다.

―팍!

그리고 파리스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공적인 말투는 집어치우지. 불편하잖아.”

너는 그렇게 사람 대우 받을 선도 아득하게 넘었고.

그렇게 말한 신재헌은 그를 한 손에 든 채 걸음을 옮겼다.

“뭐, 뭐요?”

파리스는 상황파악이 안 된 얼굴이었다. 그가 외쳤다.

“이거 공식적으로 항의할 거야! 서제국에!”

“그 항의는 누가 듣지?”

신재헌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되물었다.

“그야―”

황제……가 듣겠지? 파리스의 표정이 멍청해졌다.

대체 옆 나라 황제가 어떻게 발탄에, 그것도 내전이 벌어지는 현장에 불쑥 나타난단 말인가?

이게 말이나 돼?

“놔!”

하지만 끌려가고 있는 건 현실이었다.

그가 발버둥을 쳤지만 그를 들고 있는 신재헌의 팔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B]

놈의 머리 위에 랭크가 떠 있는 게 보였다. 어차피 B랭크밖에 안 되는 게 발악해 봐야―

그렇게 생각하던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유리도 B랭크였지, 지금은.

하지만 B랭크라도 같은 B랭크가 아니었다.

“네가 에페를 보냈나?”

그 말에 황태자의 발악이 멎었다.

“내가 보냈지. 연락은 끊겼지만.”

그가 뇌까렸다. 그러다가 멈칫했다.

“혹시 성공했나? 그런 건가? 응?”

그렇게 말하며 웃던 황태자는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내가 암살하라고 한 건 에델바이스 백작인데?

에델바이스 백작이 죽었다고, 아이반이 옆 나라 중심부까지 직접 침투할 정도로 화가 났다고?

대체 에델바이스 백작과 무슨 사이였기에?

[RP던전 페널티 위기! : 에델바이스 백작과의 설명되지 않는 관계]

그때쯤 신재헌은 페널티 위기 창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걸 가볍게 무시하면서 말했다.

“아니, 실패했어. 성공했으면 네가 여기서 나랑 이야기할 틈도 없었겠지.”

보자마자 목이 날아갔을 테니까.

살기가 주변을 채웠다. 황태자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신재헌은 그런 그를 들고 성큼성큼 어디론가 향했다.

점점 인적이 드물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의 흔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여, 여, 여기는 몬스터가……!”

“알아.”

신재헌은 짧게 대꾸했다.

“여기 있다간 너도 죽어! 여긴 황가에서 기르는 독한 놈들만 있는 곳이라고!”

“희소식이네.”

그래 봐야 S급인 신재헌이 죽을 리가 없었다.

위험한 건 B급인 이쪽이었다.

“설마 여기다가 날……!”

황태자는 발발 떨면서 물었다. 그때였다.

―크아아아아!

몬스터의 울부짖음과 함께, 하늘에서 검은 그림자가 두 사람을 덮쳤다.

“으아악!”

파리스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신재헌은 되레 위로 검을 뻗었다.

―키아아아악!

바로 위에서 몬스터가 절명하는 소리에 파리스가 몸을 떨었다.

“뭐, 뭐, 뭐야?”

나 잡아먹히는 거 아니었어?

그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몬스터의 흔적을 흠칫하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신재헌은 그를 여전히 한 손으로 든 채 전진하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건데!”

신재헌은 답하는 대신 걸음을 더 빠르게 옮겼다. 결국 파리스가 외쳤다.

“부과아아아아안!”

그가 부르는 부관은 이미 산 아래에 엎어져 있었다.

“불러도 아무도 안 와.”

신재헌이 말했다. 파리스가 멈칫했다.

“뭐?”

“그 갈색 머리 부관이라면 오는 길에 처리했거든.”

“대, 대, 대체 뭐 때문에, 아니 뭘 하려고?”

파리스가 어지러운 머릿속을 붙잡으려고 애썼다.

정신만 차리면 몬스터 소굴에서도 살아 나올 수 있댔어!

그가 그 마음가짐을 새기는 순간이었다.

“뭐 때문인지는 아는 것 같고, 뭘 하려는지는 지금부터 보면―”

―크르르르릉!

이번엔 정면에서 몬스터가 달려왔다.

―콰직! 콰드득!

주변의 나무를 모조리 부러뜨리면서 달려드는 몬스터 앞으로 신재헌은 방패처럼 파리스를 들어 보였다.

“와아아아악!”

체통이고 뭐고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는 순간.

―스릉!

신재헌의 검이 다시 몬스터를 갈라 버렸다.

그 모습에 얼빠진 황태자의 얼굴을 보면서 신재헌은 결론 내렸다.

“게이트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군?”

“그, 그야 당연하지! 우리 발탄은 너희처럼 야만적이지 않다고! 충분히 많은 마법사들과 병력이 게이트를―”

“게이트를 못 막아서 서제국 국경으로 몬스터도 유인하고 그랬겠지.”

신재헌의 말에 파리스가 다시 입을 닫아 버렸다.

신재헌은 그런 그를 보면서 소리 없이 웃었다.

던전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자라면, 그의 이번 계획은 아주 성공적일 터였다.

“너를 쫓는 놈들이 많던데.”

그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그건 잠깐 발탄에 사정이 있어서……!”

“사정 다 알아. 킨나 발탄이 쫓아온 거잖아.”

그 말에 파리스가 잠시 숨을 멈췄다. 그러다가 뒤늦은 깨달음을 얻었다.

“돈도 없던 놈들이 갑자기 어디서 자금줄이 생겼나 했더니!”

설마 서제국이었나!

발악하는 파리스의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신재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른 놈인 줄 알았어?”

[RP던전 페널티 위기! : 황제 아이반의 성정에 맞지 않는 국제분쟁 야기]

신재헌은 페널티 위기 창은 무시해 버리려고 했다.

그때 페널티 위기가 하나 더 떴다.

[RP던전 페널티 위기! : 황태자의 부관이 죽은 채로 발견됨]

“시간이 없네.”

이건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시스템창이었다.

곧 이 산으로 병력이 올라올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

[‘황태자의 부관이 죽은 채로 발견됨’에 따른 RP던전 페널티를 받습니다.]

[FULL체력 –5% (은하서버 ‘헌터 신재헌(S)’ 정보에 영구적용)]

[전신 통증 극대화(L) : 23:59:58……]

스탯 저하와 디버프였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다.

B급에 불과한 황태자가 발악을 하는 것도 통증으로 느껴지는 걸 보면 통증 극대화가 심하게 되는 모양이었지만.

어차피 페널티는 각오하고 왔으니까.

“자.”

신재헌은 드디어 원하던 곳에 도착했다.

파리스는 그가 멈춰 서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경악했다.

“이이이게 뭐야!”

신재헌이 멈춰 선 곳은 새빨간 게이트 바로 앞이었다.

파리스가 잘못 몸을 돌렸다간 바로 들어갈 것처럼 아주 가까운 위치.

“보통 이런 산 한가운데에는 몬스터가 끓기 마련이거든. 근데 산 중심으로 올수록 몬스터가 없다는 건 몬스터를 위협할 더 강한 게이트가 있다는 뜻이야.”

신재헌이 차게 웃었다.

기껏해야 B급 정도 게이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의 게이트는 누가 봐도 진한 붉은색의 A급 상위 던전.

게다가 지금은 게이트 수준이 한 단계씩 높아진 상태이니 S급 상위 던전이라는 소리가 된다.

“어, 어쩌려고!”

파리스가 최대한 몸을 게이트에서 멀리 떨어뜨리며 외쳤다.

신재헌이 그 꼴을 보면서 뇌까렸다.

“잘 들어, 파리스 발탄. 그 애는 혼자 있는 걸 싫어해.”

무표정한 신재헌의 얼굴이 파리스에게 기울어졌다.

“십 년 전부터 그랬어. 혼자 남는 게 무섭다고.”

누구인지 자세히 말하지는 않아서 RP던전 페널티 위기가 뜨지는 않았다.

파리스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눈을 굴렸다.

―스릉!

그때 신재헌은 파리스의 허리춤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던 검을 뽑았다. 그리고 그걸 파리스에게 쥐여 주었다.

바로 가까이에서 무기를 쥐여 주다니, 다른 자였다면 어리석다고 비웃었겠지만 상대는 서제국의 황제였다.

검 실력으로는 당대 최고로 꼽힌다는.

“자, 검을 쥐어야지. 너 혼자 들어갈 건데.”

신재헌이 웃었다.

“아아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나 혼자 못 나와. 못 나온다고!”

파리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팍!

말레티아의 검을 바닥에 꽂아 넣은 신재헌이 검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말했다.

“혼자 남는 걸 싫어하는 애를 혼자 남기려던 건 너잖아.”

그럼 너도 같은 대가를 치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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