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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70)화 (70/218)

70화

내가 저택에 돌아온 후.

동제국의 동향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던 신재헌의 명령은 금세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동제국이 조용한 이유가 있었네요]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

왜? 그놈들 뭐 하고 있어? 짱돌 굴리기?

별로 좋은 일이 일어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동제국에도 게이트 떴대요]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ㅋㅋㅋㅋㅋㅋㅋㅋ]

걔들도? 난 눈을 깜빡였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걔네만 게이트 안 터졌다더니, 일본처럼 늦게 터진 거예요?]

내 말에 곧바로 답이 올라왔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ㅇㅇ]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정답~]

“시스템이 싸가지는 없어도 공평하다니까.”

일본도 우리 엄청 비웃다가 총리 관저 지하에 게이트 터져서 난리 나지 않았던가?

동제국도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동제국은 황성 지하에 터짐?]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건 아니고 전국 각지에 터]

신재헌의 채팅이 갑자기 끊겼다.

난 그 상황에 의아해할 틈도 없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는 파티 버프창을 돌아보았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 S급(힐러)

- 버프 : 만독불침(SS) 독 감지(SS) 해독(S)]

“어?”

독 감지나 해독을 자신에게 쓰는 것도 이상했지만 가장 이상한 건 만독불침이었다.

‘마력 소모가 심해서 전투 중이 아니면 잘 쓰지 않아요.’

주이안 씨가 언젠가 그렇게 말했던 스킬이었으니까.

‘그래도 급할 땐 알아서 패시브로 켜지니까……. 굳이 켜고 다닐 필요도 없고요.’

언젠가의 대화가 떠올라 불길하다고 생각한 순간.

상태창이 확 바뀌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 S급(힐러)

- 버프 : 없음

- 디버프 : 무기력(L)

- 상태이상 : 중독(L)]

―쿵!

난 집무실 책상을 짚고 벌떡 일어났다.

L급 독?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주이안 씨 무슨 일 있어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주이안 헌터님?]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

우리의 헌터 채팅이 연달아 올라온 순간이었다.

―팟!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 S급(힐러)

- 버프 : 없음

- 디버프 : 무기력(L)

- 상태이상 : 중독(L) 의식소실(L)]

“뭐야?”

의식소실이란 글자와 함께 주이안 씨의 상태창이 회색으로 변했다.

정신을 잃었다는 뜻이었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주이안 헌터님?]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신전에 무슨 일 있는지 알아볼게요]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주이안 씨가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 어디더라?

우리가 갔던 신전에 그대로 있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거기서 여기까지―”

적어도 반나절은 걸렸잖아!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마차 타고 반나절 가 봐야 주이안 씨의 상태를 확인해볼 수도 없을뿐더러, 저 L급 중독 디버프가 무슨 효과를 주는지는 힐러들의 눈으로만 알 수 있었다.

신전의 사제들이 빨리 주이안 씨를 발견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지금 가면 늦어요 연락부터 보내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사람 보내면 너무 늦어]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내가 연락 보내볼게요]

“어떻게?”

내뱉자마자 난 창문으로 날아들던 불새를 떠올렸다.

“아.”

그거면 확실히 빠를 것이다.

RP던전 페널티를 먹지 않으려면 연락 보낸 이유를 잘 설명해야겠지만 주이안 씨가 L급 중독에 빠진 이상 앞뒤 잴 시간이 없었다.

―툭, 툭, 툭툭툭툭.

책상을 두드리던 내 손끝이 점점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새 보냈고 사제들이 받았어요]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주이안 씨는요?]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사제들이 발견했을 거예요]

“휴.”

난 의자 등받이에 축 늘어졌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 S급(힐러)

- 버프 : 없음

- 디버프 : 무기력(L)

- 상태이상 : 중독(L) 의식소실(L)]

주이안 씨의 상태창은 그대로였다.

L급 중독을 풀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해독 전문이면 A급이라도 L급 스킬은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툭툭툭툭…….

그건 내가 빠르게 책상을 두드린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다.

난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왔던 신전으로 갈 준비―”

[RP던전 페널티 위기! : 개연성 없는 행동]

―쾅!

사람 빡치게!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연락 핑계로 기사들 보내놨어요]

상황은 아마 그들이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다들 페널티 조심해요. 내가 가볼게요]

다행히 소예리 헌터는 비교적 움직임이 자유로운 마탑주라 신전에 들르는 게 가능한 모양이었다.

“왜 갑자기 중독이야?”

뇌까려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

그렇게 며칠.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지금 사제들 완전 예민해요]

멀리서 몰래 상황을 지켜본 소예리 헌터는 신전 상황을 전해 왔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기사들 입장도 거절당했고]

그만큼 상황이 중하다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주이안 헌터가 일어날 때까진 이럴 듯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직접 가보면 안 되겠지?]

RP던전 페널티 위기 창이 다시 번쩍번쩍 떠올랐다.

찾아가는 것 가지고 RP던전 페널티 받아봐야 죽지는 않을 텐데.

스킬 랭크가 깎이긴 하겠지만.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안 돼요. 그리고 가도 L급 독을 해독할 순 없어요]

그건 그랬다.

그렇게 딱 사흘 기다린 후에야 주이안 씨의 상태창이 회복됐다.

회색에서 선명한 색으로.

그러면서 ‘의식소실(L)’ 상태가 사라졌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주이안 씨? 일어났어요?]

채팅이라도 되니 다행이었다.

상태창도 안 보였으면 사제들을 불러 올 방법도 없었을 테니까.

생각만 해도 까마득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네, 일어났어요.]

채팅으로는 사람이 멀쩡한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뭐에 중독된 거예요?]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어떤 놈이야?]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잠시만요]

흥분한 채팅들 사이로 주이안 씨의 채팅이 올라왔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아직 저도 정신이 없어서…… 무슨 일인지 좀 더 알아볼게요]

하긴, 방금 쓰러졌다가 일어난 사람이 상황 파악이 될 리가 없었다.

초조하게 그의 채팅을 한참 기다렸을 즈음이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아무래도 대신전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음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외부에서?]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그게…….]

그 뒤로 주이안 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밤늦게 일하고 있었는데 어린 사제가 과자를 가져다주어서 먹었다고.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아니 밤늦게 모르는 사람 문 열어주지 말랬죠]

S급이 들을 말은 아니었지만 할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아는 아이였어요. 아이도 독인 줄은 몰랐던 것 같고, 다른 사제가 다과를 전해주었다고 하니 아마…….]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독 줬다는 사제는 추적하고 있는 거죠?]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제가 쓰러졌을 때 추적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아직 소식이 없어요]

그럼 아직 범인 신상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라는 뜻이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그럼 쿠키 줬다는 그 수습사제는요?]

걔가 그나마 범인 놈 얼굴도 봤을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걔가 독 타고 딴 말 한 것일 수도 있잖아?

설마 철썩 믿고 풀어준 거 아니지?

그래, 우리 주이안 씨가 마음이 좀 약하긴 해도 호구는 아니다!

……아닐걸?

아닌가?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일단 신전 내의 숙소에 머무르도록 했어요. 진범에 대해서는 물어보고 있고요.]

그래, 우리 주이안 씨가 힐링계지 호갱은 아니라니까?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독 이름은 봤어요? L급 독이었어요, 아니면 다른 독이랑 시너지로 L급?]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독 감지가 켜지기는 했는데 독 이름은 못 봤어요. 그럼 L급 이상이라는 거예요]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하긴 만독불침 켜졌는데 해독 안 됐잖아]

아무리 L급 던전이라지만 그런 미친 등급의 독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L급 RP니까 뭐든 등급이 높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근데 해독 계열 스킬이 SS급인 주이안 씨가 쓰러졌을 정도면 엄청나게 강력한 독이었을 거라는 의미였다.

나뿐만 아니라 신재헌이나 소예리 헌터가 먹었으면 죽었을지도 몰랐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L급 던전이라고 해도 L급 독이 굴러다니진 않겠죠]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분명히 잡범 짓은 아니고]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알아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걱정 안하게 생겼어요? 내가모르는사람밤에문열어주지도말고모르는사람이주는거먹지도말라고했는데아]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아이가 곤란해해서요.]

아오, 저 인간을 콱!

[‘헌터 주이안(S)’의 이름을 ‘주이안씨’에서 ‘호구 주이안씨’로 변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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