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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64)화 (64/218)

64화

S급의 능력치 그대로 뛰었으면 우린 진작 식당 문을 부수고 들어갔겠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능력치는 평범한 고등학생 수준으로 제한받고 있었다.

주이안 씨마저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절경이었지만 그걸 한가롭게 구경할 틈은 없었다.

[김천재(1st)가 식당 200m 범위 안에 들어섭니다!]

금세 김천재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놈은 공부도 잘하고 뜀박질도 잘하고 못하는 게 뭐야!

“김천재인지 뭔지 안 보이는데?”

소예리 헌터가 소리를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과 우리 사이는 일직선이었지만 그 사이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아마 옆 복도에 있을 거예요!”

내가 맞받아 소리를 질렀다.

나도 학창시절 숱하게 식당으로 뛰어내려왔기 때문에 알았다.

내가 점심시간에 종 치자마자 최대한 빨리 뛰어내려왔을 때에도, 종소리가 끝나기 전에 급식실 앞 복도에서 커브를 돌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저쪽 복도에서 나올 거예요!”

내가 급히 말했다.

소예리 헌터는 내가 가리킨 곳에 샛길 같은 복도가 있는 걸 확인했는지 비명을 질렀다.

“학교 X같이 만들어 놨네!”

신성한 교육의 전당을 소예리 헌터의 쌍욕이 수놓았다.

“저놈 나오기 전에 뛰어야 돼!”

물론 욕 나오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있는 힘껏 달릴 때였다.

“아.”

신재헌이 눈살을 찌푸리는 게 보였다. 그도 빠르게 튀어나오긴 했지만 역시 통증을 참고 있었던 모양이다.

[신재헌(신재헌놈) - S급(딜러)

- 상태이상 : 체력 저하, 정신력 저하, 골절(늑골, 왼팔), 중상(집중치료 필요)]

그 상태로 뛰고 있었냐!

물론 이쪽도 뛰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중상 상태 중 지나친 움직임으로 ‘둔화’ 상태이상이 부여됩니다.]

내가 눈살을 찌푸릴 때였다.

내 표정이 변한 걸 봤는지 신재헌이 말했다.

“나 학교 다닐 때 다리에 깁스하고도 뛰어서 제일 먼저 먹었다.”

“자랑이다, X끼야!”

입 안 다무냐! 엄지 척 들지 마!

“저 복도에서 나오는 학생보다 빠르면 된다는 거지?”

와중에 소예리 헌터가 우리 옆으로 튀어나갔다.

“네!”

그러면 우리가 이겨! 저기 말고 샛길 없어!

내가 외친 순간이었다.

―파바바바밧!

갑자기 옆에서 얼음조각이 우르르 튀어나갔다.

뭐뭐뭐야! 함정도 있냐!

그렇게 외치기에는 너무 익숙한 얼음조각이었다. 설마?

[소예리(예리언님) - S급(보조)

- 버프 : 얼음감옥(A) 시너지(A) 음악선생님의 기쁨(S)]

얼음감옥???

난 눈이 튀어나갈 것 같았다.

설마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왼쪽 샛길 복도에 얼음조각이 박혀 들어갔다.

그러면서 빠르게 얼음 창살을 형성했다.

요컨대…….

“길 막았냐고!”

“점심시간에 페어플레이가 어딨어?”

소예리 헌터가 눈을 찡긋하더니 튀어나갔다. 그리고 마침 우리가 그 창살 앞을 지날 때.

―쿵!

맹렬히 달려오던 김천재 군이 얼음감옥과 부딪혔다.

“이게 뭐야!”

[분노한 김천재(SS+)가 각성합니다!]

분노한 것도 모자라서 각성까지?

난 눈이 튀어나갈 것 같았다.

“아니, 여기 사람들 화가 너무 많아!”

내가 비명을 지르는 사이 랭킹 정보가 바뀌었다.

[점심시간 레이스 RANKING

- 1st 신유리

- 2nd 신재헌

- 3rd 주이안

- 4th 소예리

- 5th 이수재

…….]

[신유리(1st)가 식당 10m 범위 앞에 들어섭니다!]

순위창 좋고! 난 막판 스퍼트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내.

[점심시간 레이스가 종료되었습니다.]

[헌터팀 최종순위

- 1st 신유리

- 2nd 신재헌

- 3rd 소예리

- 4th 주이안]

[합계순위 ‘10’으로 ‘점심시간 레이스’가 페널티 없이 종료됩니다.]

“후.”

이거 점심 먹고 또 뭐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식당 문을 연 순간이었다.

―파앗!

빛이 퍼져 나왔다. 대체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있으려고 이렇게 빛이 퍼져 나오는지 감동하는 것도 잠깐.

[RP 게이트 던전 ‘어릴 적의 추억(SS)’ 클리어!]

[RP던전의 기여도는 헌터팀 모두가 동등하게 계산됩니다(25%).]

[적용 가능 보상 정산 중…….]

“어?”

난 멍청하게 눈을 깜빡였다. 끝?

우리 넷의 시선이 마주쳤다.

“와.”

신재헌은 영혼 없는 감탄을 내뱉으며 벽에 기댔다.

삐걱거리는 몸을 들고 뛰었으니 지칠 만도 했다.

그리고 빛이 났던 식당 문 너머는…… 그냥 게이트 출구였다.

실화냐?

밥은? 뛰었으면 밥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시스템은 싸가지 없게도 밥도 안 주고 쫓아내고 있었다.

여러 번 생각했지만 한국인 정서와는 별로 안 맞는 친구였다.

“와, 정신없이 끝났네.”

상황 파악이 끝난 소예리 헌터가 바닥에 털썩 앉았다. 주이안 씨도 벽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식사는 나가서 하는 게 좋겠어요.”

그러면서 온화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난 내 얼굴을 새삼 매만졌다. 밥 없는 거 실망한 티를 너무 냈나?

그때 주이안 씨의 부드러운 말이 이어졌다.

“―치료 먼저 하고요.”

엄격한 목소리에 나와 신재헌이 움찔했다.

이럴 때 주이안 씨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건 딜러의 몸에 새겨진 본능이었다.

우릴 치료하는 교관, 아니 주이안 씨가 악마가 되느냐 천사가 되느냐는 우리에게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수련회 단골 대사를 생각하는 사이 시스템창이 떴다.

[보상 정산 완료.]

[SS급 던전 클리어 보너스 : 전체 능력치 +20%(체력/마력 : 20만 최대상한)]

야호! SS급이라 그런지 보상도 끝내줬다.

[전체보상 : 학생증(S)]

하지만 물질적 보상은 영 시원찮았다.

이거 받아서 어디다 쓰라고? 편의점에서 술 사려다가 쫓겨나라고?

장난해?

[학생증(S)

- 고등학교 3학년에게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의문의 힘이 주어진다.

- 몸에 지닐 시(인벤토리 포함), 모든 능력치 +10000]

라고 하기엔 너무 좋은 능력치였다.

그것도 인벤토리 소유만으로 능력치가 높아진다고?

이런 종류의 아이템이면 헌터 랭크가 낮은 사람도 능력치 보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내놓는 게 가격인, 아니 팔려고 가격을 매기는 것 자체가 죄인 최고급 아이템이었다.

난 두 손으로 공손하게 학생증을 받아들었다.

“보상이 SS급 RP던전이라 괜찮네요.”

그 사이 소예리 헌터가 불쑥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처음 보는 마도서였다.

“SS급 마도서 받았어요!”

활짝 핀 얼굴을 보니 능력치가 장난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리고 신재헌도 쓸 만한 장갑을 얻었는지, 처음 보는 장갑을 낀 채 주먹을 쥐었다 펴 보고 있었다.

나도 SS급 템 주는 거야?

그럼 여기선 못 끼지만 밖에선 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체육선생님의 목검(SS)]

여기서 체육선생님이?

[체육선생님의 목검(SS)

- 체육선생님이 왕년에 썼던 목검. 검도 8단이 되기까지의 노력이 담겨 있다.]

8단??? 난 눈이 튀어나가는 줄 알았다. 보스몹으로 마주쳤으면 뼈도 못 추릴 뻔했다.

[능력치 :

체력 +20%

마력 –1%

근력 +100000

지구력 +100000

전용 버프 : ‘노력하는 자의 힘(S)’]

[노력하는 자의 힘(S)

- 아이템 전용 버프. 30분 이상 사용 시 10분당 방어력+10%(최대 50%)]

개사기 아이템이잖아! 체육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검을 들려는 순간이었다.

[지나치게 강한 힘이 깃들어있습니다.]

[지금 사용하기엔 체육선생님께 실례입니다.]

X발…….

쌍욕을 씹어 넘길 때였다.

“?”

시스템창 너머로 보이는 주이안 씨의 얼굴이 새하얀 게 보였다.

그는 미간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어딘가 아픈 것처럼.

“주이안 씨?”

난 싸가지 없는 시스템창을 치우고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어요?”

내 말에 주이안 씨가 멈칫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보상이 이상해서요.”

“뭐 받았길래?”

난 그의 손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그러자 그가 손을 펴 보였다.

이건…….

“학생증이잖아요?”

전체보상이었을 텐데? 내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거 다 받았잖아요?”

내 말에 주이안 씨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러더니 시스템창을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웃었다.

“그랬네요.”

곧 그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차올랐다.

“조금 피곤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긴장도 풀렸고요.”

그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하긴, 그렇게 혼자 힐을 해댔으니 피곤할 법도 했다.

힐 계열 스킬은 보통 정신력을 앗아가니까.

“고생했어요.”

오늘도 땡큐. 정말 땡큐. 난 주이안 씨 어깨를 열심히 주물러주었다.

다행히 S급이어도 힐러라 그런지 그를 주무른다고 나한테 데미지가 들어오진 않았다.

그때 우리 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던전 공통 클리어 추가 보너스 : ‘낡은 몽당연필(미감정)’이 지급됩니다.]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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