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47)화 (47/218)

47화

[최근 게이트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각 영지에서는 사병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영지마다 나타나는 게이트의 수준이 상이하여 제각기 대응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에델바이스 영지에서는 적절한 병력 배치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저희 연합 ‘미야’에서는 에델바이스 백작을 초청하여…….]

요컨대 어떻게 그렇게 잘 막는지 배우고 싶다는 뜻이었다.

“음…….”

나쁘진 않은데?

[메인 퀘스트 : ‘대륙의 멸망을 막아라’ 진행 중]

난 퀘스트창을 켜 보았다. 어차피 이게 메인 퀘스트인 이상 에델바이스만 잘나가서는 곤란하다.

게이트가 터져 나온 걸 보니 대륙의 멸망과 게이트가 관련이 있는 건 뻔하고.

그럼 다른 영지도 게이트를 잘 막아 준다면?

우린 게이트가 왜 생겼는지 원인만 찾아서 처리하면 그만이니까.

“여기 한번 가보겠다고 해. 아주 흥미롭다고.”

난 헬렌에게 손짓했다.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회신을 보내란 소리였다.

그러면서 헌터 채팅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귀족들이 아예 근처 영지랑 뭉쳐서 게이트에 대응하려나본데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나쁘진 않네요]

생각해 보면 처음 한국에 게이트 터질 때도 그랬다. 옆 도시의 헌터들과 연합을 맺어서 급한 게이트부터 클리어했던 걸 생각하면.

그리고 그 연합은 지역 기반 헌터길드의 전신이 되었다.

아직도 당시 게이트 사태 초반에 만들어진 길드들은 지역에서도 유수 길드로 자리 잡고 있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여기도 길드 같은 걸로 발전하려나?]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어느 쪽으로 발전하든, 게이트 사태를 막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군요.]

주이안 씨 생각도 나랑 비슷한 모양이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황가에 보고된 연합이기만 하다면 황권 강화 퀘스트에도 문제없을 것 같고요]

요컨대 반역 집단만 아니면 된다는 소리였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좋아요 제가 가서 분위기 살펴보고 올게요]

그렇게 난 분명 분위기만 살펴보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난 거기서 의외의 제안을 받았다.

***

“에델바이스 백작께서 저희를 이끌어주시겠습니까?”

바이야 백작이 열정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시선으로 계란도 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예?”

“이 연합 ‘미야’를 이끌기에 에델바이스 백작만 한 인재가 없지 않소이까?”

―탕탕!

그가 가슴을 쳐 보이며 말했다.

“지난번 게이트에서는 내 에델바이스 백작께 크게 배웠소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에델바이스 영지의 게이트 방어율까지!”

그는 다른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모여 있던 귀족들도 이미 그의 제안을 알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만 몰랐던 거야?

신유리, 아니 에델바이스 백작 없는 에델바이스 백작 팀이야?

이게 바로 대학 조별과제 ‘조장 하실 분’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우리처럼 갇혀 있는 생각을 가진 분이 아니지 않소? 이런 상황에서는 에델바이스 백작의 유연한 생각이 필요하오!”

“옳소!”

바이야 백작의 말에 사람들이 동조했다. also는 개뿔!

“아니, 전 이런 자리를 이끌 만큼 경험이 풍부하지가―”

나 조장 하기 싫어!

“그런 건 상관없소이다!”

하지만 바이야 백작은 이미 마음을 정한 듯했다. 다른 ‘미야’ 연합의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나 빼고 이미 다 정한 거였어?

“이번에 에델바이스 백작 영지의 게이트 피해가 제국 전체에서 제일 적었다고 들었소이다.”

“그, 그랬나요?”

진짜?

하긴 내가 게이트 경험만 몇 년 차인데, 너희보다 못 막으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바이야 백작의 말에 다른 귀족들의 눈이 빛나는 건 별로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기사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해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들었소. 그 비결을 ‘미야’에 공유해주실 수는 없겠소이까?”

그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렇게 부탁드리겠소이다!”

“물론 아무 대가 없이 비결을 전수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한 귀족이 입을 뗐다. 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돌아보니 귀족이 테이블을 퉁퉁 두드렸다.

―달칵.

그러자 문이 열리고 들어온 하인이 무슨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설마 저것도 미리 준비한 거?

내가 눈썹을 치켜올릴 때였다.

―촤르르르륵!

긴 두루마리가 펼쳐지면서 뜬금없는 물품 내역이 나를 반겼다.

[은 20수레

고급 비단 10수레

…….]

아무튼 비싸 보이는 거.

“이건 각 영지에서 준비한 작은 정성입니다. 그 외에, ‘미야’에 에델바이스 가문이 합류한다면 에델바이스 가에 높은 등급의 게이트가 생겼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병력을 지원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정말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었다.

“이 자리 자체가 게이트 대응 방법을 토론하고, 병력이 부족한 영지에는 일시적으로 병력을 보내는 방식으로 서로 협력하고자 만들어진 자리요!”

바이야 백작이 눈을 빛냈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질 기사들 간의 기술 교류와 뜨거운 우정! 기대되지 않소이까!?”

기술 교류는 기대되지만 뜨거운 우정은 왜 붙는 건데?

“다른 영지에 기사가 가는 건…….”

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세계관상 다른 영지에 다른 가문의 기사가 오가는 건 좀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할 텐데?

물론 남들 보기에 좋은 모습도 아닐 거고.

자칫하다간 영주끼리 싸움이 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루마리를 펼친 귀족은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미 이 자리는 폐하께 보고드렸고, 모두가 동의한 사항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락된 규모의 병력만, 철저하게 상호 협의된 길을 따라 파견할 것이오. 만일 그 길을 벗어난다면 이 ‘미야’의 모든 일원에게 연락이 가게 될 것이고!”

바이야 백작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미야의 모두가 그자를 지켜보겠지! 안 그렇소이까!?”

“맞습니다!”

바이야 저 사람은 아무래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어야 할 인물이었다.

이렇게 왕정제에서 썩어갈(?) 인물이 아니었다.

“어떠십니까?”

두루마리를 펼친 귀족이 눈을 빛내며 나를 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모였다.

“…….”

나쁜 건 아닌데. 아니, 오히려 좋았다.

어쨌든 난 신흥 귀족이고 신재헌이 보내준 기사들을 제외하면 아직 제대로 된 기사들을 양성하지 않은 상태이니까.

게다가 근처 영지 게이트가 터지기라도 하면 그 몬스터가 우리 영지에 오지 않는단 법이 없다.

어차피 메인 퀘스트상 대륙을 지키려면 다른 영지들도 게이트 관리법은 알아야 하고…….

결국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보내는 병력은 기사들을 주로 보내는 거죠?”

내 말에 긍정의 느낌이 났는지 귀족들의 얼굴이 폈다.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물자 등의 도움은 아직…….”

내가 물어본 건 물자가 아니었다.

“그럼 마법사 등은……?”

내 말에 귀족들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법사들도 간혹 있긴 하겠지만…….”

“아직도 가문에 마법사가 있는 가문이 있소?”

“몇몇 가문은 있지.”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법사는 병력으로도 분류하지 않았던 거냐!

“아직 우리 가문 마법사는 전속 계약이 끝나지 않아서……. 끝나면 바로 내보낼 생각이외다.”

한 귀족은 아예 마법사를 쫓아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 사람들은 마법사가 끼는 걸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였다.

아니, 왜?

설마 너희들 게이트 깡딜로 밀게?

“그래도 게이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사제들이나 마법사들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여러분, 힐러와 보조계들을 소중히 여겨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각 영지에 작게나마 신전이 있을 테니, 힐러라도 거기서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귀족들의 생각은 나와 다른 듯했다.

그들의 얼굴이 영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그래도 마법사는 좀…….”

“마탑주 같은 자라면 모를까, 종잇장이나 들여다보던 골방 연구자들이 전장에서 뭘 할 수 있겠소?”

공격 마법 연구자들의 존재는 깔끔히 무시하는 것이, 마법사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게 보였다.

그래도 여러분, 사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A급 게이트 떠도 이럴 거니?

하지만 이들의 감정은 생각보다 골이 깊은 듯했다.

몇 분이나 웅성웅성 떠들던 중에 바이야 백작이 소리를 높였다.

“어찌 신전이나 마탑과 힘을 합칠 수 있겠소!?”

“옳소!”

뭐가 옳아!

“카르만은 검으로 세워진 나라! 검으로 지켜내는 것이 황제 폐하께 충성을 보이는 길이오!”

그 신재헌도 힐은 받거든!

“황제 폐하 만세!”

“검 만세!”

이 노답 꼴통들! 난 결국 머리를 싸맸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내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

신전과 황가는 본격적으로 힘을 합쳐 게이트 정리에 들어갔다.

힘을 합친다고 해도 헌터팀처럼 힐러와 딜러 등의 구성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이번 게이트는 반드시 신전보다 먼저 없애야 한다!”

“우오오오! 검의 힘을 보여주자!”

황가에서 이렇게 외치면,

“신시안 님의 은총을 보여줍시다!”

“신시안 님께 영광을!”

신전 사람들도 지지 않고 구호를 외치며 쳐들어가서 게이트를 없애는 식이었다.

요컨대 협력이 아니고 그냥 경쟁 구도였다.

그래 놓고 비슷한 수준의 던전에 동시기에 들어간 상대 팀이 있으면, 꼭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와서 묻는 걸 잊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에 노란색 게이트에 들어간 신전조는 어떻게 됐지?”

그러고 나서 정보가 들어오면 결과에 따라…….

“저희가 이틀 먼저 나왔다고 합니다!”

“축배를 들어라!”

축하주를 들거나,

“저희보다 하루 먼저 나왔다는데요?”

“너 위 내 아래로 집합.”

“넵.”

훈련장 뺑이를 치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고 했다.

그 꼴을 지켜본 소예리 헌터는 날카로운 평을 내렸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가지가지들 한다]

공감이었다.

하지만 이놈들도 곧 알게 될 거다.

원래 딜러고 힐러고 보조계고 탱커고 다른 클래스가 없으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든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영지에서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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