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41)화 (41/218)

41화

며칠 동안 게이트를 처리해본 결과 우린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일단.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게이트 색이랑 랭크 수준은 던전 밖이랑 똑같은 것 같네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어차피 같은 시스템이 만든 거니까 똑같을 것 같긴 했어요]

연둣빛에 가까울수록 F급에 가까운 게이트, 그리고 붉은빛에 가까울수록 A급에 가까운 게이트.

그러다가 S급부터는 아예 색이 달라져서 흰색에서부터 점점 진한 검은색이 된다.

참고로 우리가 들어온 이 L급 게이트는 정말 빛조차도 빨아들일 것 같은 심연 같은 검은색의 게이트였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다행히 아직까지는 대부분 D급 이하의 게이트만 출몰하고 있어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초기라 약한 듯]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음~ 10년 전 생각나네~]

헌터 채팅을 보니 나도 10년 전이 생각났다.

‘너 음악실 가 봤어? 거기에 이상한 거 생겼대.’

그땐 그게 학교에 하나쯤은 다 있는 괴담인 줄 알았다.

‘무슨 연기 같은 거라던데.’

아니면 불이 났든지.

‘불난 거면 이득 아니냐?’

‘야. 오늘 수업 없는 거야, 그럼?’

‘오늘만 없겠냐?’

정말 소원대로 그날 이후로 그 학교에서 수업 들을 일은 없게 됐다.

[돌발 게이트의 범위에 들어섰습니다]

[신유리 외 764인, A급 던전 <굉음>에 입장합니다]

[던전 목표 : 보스 클리어]

어지러운 시스템창은 게임처럼 떠올랐고, 그걸 본 사람은 학교에서 나와 신재헌 두 사람뿐이었다.

[은하 서버 접속 중…….]

[적격자 판정.]

[헌터 랭크 측정 중]

[신유리 : 헌터 랭크 ‘S’]

이제는 익숙한 그 말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하필이면 우리 학교 음악실에 터졌던 게이트는 A급, 초기에 나올 만한 게이트가 아니었다.

나오고 보니 국내에서 가장 어려운 게이트였다고 했다.

[고등학생 태생 S급 헌터 ‘신유리’, 700여 명의 목숨을 구하다]

[(속보) 은령고등학교 ‘재앙’, 사망자 0명]

그리고 그 일로 난 단숨에 유명해졌다.

다른 게이트는 사망자로 곡소리가 나는 와중에 내가 있던 게이트만 멀쩡했으니까.

‘신유리 학생, 어떻게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까?’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까?’

‘혼자만 각성하셨다고 들었는데, 절망적이진 않았습니까?’

혼란의 시기가 지난 후 받은 인터뷰에서 난 간단하게 답했다.

‘혼자 아니었어요. 친구랑 같이 깼지.’

내 말에 기자들은 다들 의아해했다.

‘당시 은령고 게이트에 각성자가 또 있었습니까?’

그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에는 잠깐 멎었던 국가 기능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할 때였다.

덕분에 S급 헌터가 가장 높은 수준의 헌터라는 것도 모두에게 알려져 있었다.

은령고에 내가 없었으면 A급 게이트가 터져 재앙이 됐을 거라는 사실도.

‘있었어요. 내 친구.’

‘아, 혹시 그…….’

‘C급 말하는 거 아냐?’

당시 기자들은 신재헌을 무시했다.

그가 C급이었기 때문에.

조명할 A급이나 S급 헌터들이 훨씬 많았을뿐더러, 그들이 보기에 C급은 상대적으로 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당시로 돌아가도 똑같이 말할 수 있었다.

‘친구 없었으면 못 깼어요. 무서워서.’

난 원래 사람은 안 무서워해도 귀신은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상상도 못 했던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던 게이트에서, 신재헌이 내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돌아버렸을 것이다.

“하여간 기자 놈들은 사람 말을 안 믿는다니까.”

아무도 없는 내 집무실이었기에 투덜거릴 수 있었다.

물론 더 투덜거릴 시간은 없었다.

내 앞에 날아온 급전은 내가 더 이상 저택에 머물면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노란색 게이트가 나타났습니다]

노란색. 이곳이 RP던전 밖, 한국이었다면 C급 수준의 게이트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더 투입할 기사가 없습니다. 이 이상 게이트에 인력을 투입하면 영지의 방어가 비게 됩니다]

영지 방비가 허술해진 상태로 게이트 하나가 폭주해 버리면 그대로 재앙이다.

그럼 어쩌지?

“어쩌긴, 남는 놈이 가야지.”

난 겉옷과 검을 챙겨 들었다. 그러면서 상태창을 켜 보았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 / 25세, 딜러(C)

체력 : 201309 (+45000)

근력 : 4697

마력 : 6502 (+400)

민첩 : 3001 (+5)

지구력 : 1972 (+200)

방어력 : 1122 (+5)

특수 : 도금 목걸이(C, ‘헌터 신재헌(S)’ 애장품 보너스 : 획득 경험치 +50%)]

가주의 일 퀘스트 클리어와 더불어, 몇 가지 자잘한 퀘스트를 깬 결과였다.

이야, 처음에 체력 10으로 들어올 때 생각하면 능력치 아주 빠방해졌다!

“근데 그래도 C급인데.”

물론 S급이었던 내 눈으로 보기엔 아기자기한 능력치이기도 했다.

요컨대 C급 게이트를 혼자 가기엔 위험부담이 좀 있다는 것이었다.

“흐음.”

―달칵.

문을 열고 보니 바깥에 하녀들이 보였다. 그들은 검을 든 나를 보고 놀란 기색이었다.

“설마 출정하실 예정이십니까?”

헬렌도 보였다. 헬렌의 머리 위를 보니 전투력 수준이 보였다.

[헬렌(E)]

너는 그냥 쉬렴!

빠르게 결론 내린 난 하녀들을 돌아보았다.

이름은 몰라도 헌터랭크는 보였다.

[C]

C급이면 충분하지!

퓨어딜러는 아닌지 클래스 마크가 기묘한 모양으로 휘어진 검인 게 보였지만, 아무튼 검인 이상 딜러는 딜러라는 소리였다.

아쉽게도 힐러나 보조계는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딜생딜사! 딜로 밀자!

“응, 출정할 거야. 근데 혼자 갈 생각은 없어.”

난 옆에 있던 하녀 세 명을 가리켰다.

“너희도 같이 가자.”

“예?”

하녀들이 멈칫했다.

“저희는…….”

“혹시 시중드는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들은 머리 위에 딜러 마크 띄운 C급인 주제에 빼기 시작했다.

얼씨구?

“너희도 기본적인 전투는 할 줄 알잖아.”

차라리 하늘을 속이지, 시스템창을 속이니?

당황하던 하녀들은 내가 빤히 바라보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옷소매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아니, 저건 언제 숨기고 있었던 거야?

“저희라도 도움이 된다면 함께하겠습니다.”

하녀들이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주인님을 지키겠습니다.”

“너희…….”

난 그들을 보다가 살짝 입을 벌렸다.

감동받은 건 아니었다.

아까 그 기묘한 딜러 마크의 정체를 알아차려서였다.

저 역수로 쥔 검하며 검날에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비반사 처리된 검집까지.

암살자였냐!

신재헌이 내 목 따려고 보낸 건 아니겠지?

“그래, 가자.”

난 그들을 흘끗 보다가 길을 나섰다.

옆에 있는 게 찬 기사고 뜨거운 암살자고 가릴 때가 아니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신재헌 헌터님, 나한테 온 하녀종합선물세트 신원은 확실한 거죠?]

물론 간단한 검사는 잊지 않았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당연하죠 왜요?]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게이트 가게]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네? 직접? 등급은―]

물론 그 뒤로 이어지는 잔소리는 한마디로 차단해 버렸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C급이고 안 위험해! 혼자 안 가!]

그제야 헌터 채팅은 좀 잠잠해졌다.

때마침 내 앞에 퀘스트창도 떴다.

[서브 퀘스트 : 누구를 위하여 검을 드는가]

[영지민들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더 이상 파견할 기사도 없는 상황, 게이트에서 직접 활약하여 영주로서의 책임을 다하세요.]

잡다한 설명은 대충 넘기고 아래 보상을 보았다.

[보상 : 마력+777]

지금 풀마력이 6500인데 777을 준다고?

갑자기 마음가짐이 경건해졌다.

누구를 위하여 검을 드느냐고 물었는가?

“가자!”

나를 위하여 든다! 가자!

***

한국에서 게이트 들어갈 땐 카메라 셔터 소리에 대화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냥 헌터 채팅 하는 게 편할 정도로.

[신유리 헌터팀, 비장한 얼굴로 게이트 입장]

덕분에 이상한 뉴스 기사가 떠서 좋은 쪽으로 헌터넷이 불탄 적도 있었다.

[제목 : SS급 던전 깨러 간다고 비장한 거 보소

글쓴이 : 나도각성좀

신유리팀 표정 봤냐? SS급 보스 뚝배기로 볼링하다가 나올 듯]

└[느그나라엔신유리없지 : 원래 어떤 던전 가든 저런 표정임]

└[나도각성좀 : F급 가도?]

└[느그나라엔신유리없지 : (사진) ㅇㅇ]

└[나도각성좀 : 와 시X]

나중에 게이트 클리어하고 나와서 돌아다니는 사진으로 알게 된 소식이었다.

물론 우리가 비장한 표정인 이유는 단순했다.

[신유리>>> 게이트 뒤풀이는 소고기임 다른건 안됨]

[신재헌놈>>> 왜요]

[신유리>>> 부정탐]

[신재헌놈>>> 안됨 난 게장 조질거임]

뒤풀이 메뉴 정하고 있었거든.

[주이안씨>>> 다 먹으면 되죠.]

결국 둘 다 먹었지만.

여하튼 옛날 생각 난 이유는 단순했다.

그토록 지겹게 쫓아와서 기사며 사진이며 이야깃거리를 쏟아내던 기자들도,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우웅!

우리가 갈 C급 게이트 앞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자, 들어가자.”

내 말에 하녀 원투쓰리가 진지한 얼굴로 게이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저희가 최대한 호위하겠습니다.”

하녀1이 말했다.

“응, 부탁할게.”

그렇게 답하지만 경험이 이만큼 쌓이면 미래가 보이는 법이었다.

난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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