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25)화 (25/218)

25화

[신의 상점 Coin +4]

[신의 상점 Coin +7]

[신의 상점 Coin +6]

그래도 코인이 쏠쏠하게 들어오는 걸 보면 불만은 나름 줄어들었다.

몬스터도 가지각색이었다.

환경이 숲이 아니라 섬이라서 그런지, 웬 거대한 게딱지부터 다리 달린 물고기 인간까지 별의별 것이 다 튀어나왔다.

물론 사람 하나 잡아먹을 듯이 거대한 조개가 스믈렁스믈렁 다가오는 건 덤이었다.

“진짜 게이트같이 나오네.”

난 조개껍데기가 슬그머니 열린 틈을 타 검을 쑤셔 넣었다.

스킬? 그런 건 안 썼다.

굳이 스킬 이름을 붙이자면,

“버터관자구이 먹고 싶다!”

[스킬 : 버터관자구이 먹고 싶다(E)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버터관자구이 먹고 싶다(E) : 상대의 급소를 일격에 찌르는 스킬(70% 확률). 구호를 외칠 경우 성공률이 20% 상승한다. (구호 : “버터관자구이 먹고 싶다!”)]

구호 실화냐?

“그러게요. 보스 잡으면 몬스터 안 나오는 것도 똑같고.”

소예리 헌터가 전방의 바다를 얼려 버리며 말했다.

파도와 함께 몰려오던 물고기인간들이 쩌저적 얼어붙어 버렸다.

그걸 검으로 콱콱 찔러 죽이는 건 내 일이었다.

[스킬 ‘버터관자구이 먹고 싶다(E)’를 사용합니다.]

[찌르기 보너스 데미지가 가해집니다.]

차마 구호를 외칠 순 없었다.

그래도 찌르기 전용 스킬이라 그냥 찌르는 것보단 데미지가 들어가는 건 좋았다.

“그래도 이거만 잡으면 바다 쪽 몬스터는 다 정리되는 거죠?”

“넵, 아까 신재헌 헌터랑 주이안 헌터가 도와준 놈이 보스였으니까용.”

소예리 헌터가 마법을 다시 쓰며 말했다.

보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SS급으로 튀어나왔고, 그건 신재헌과 주이안 헌터가 다시 달려와서 도와주었다.

그래도 멧돼지놈 잡는 것보단 훨씬 쉬웠다.

일단 내 마력이 늘어나면서 잔상 스킬이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세니아 드 포를랭 / 25세, 딜러(E)

체력 : 60554 (+45000)

근력 : 2033

마력 : 4064 (+400)

민첩 : 1335 (+5)

지구력 : 937 (+200)

방어력 : 533 (+5)

특수 : 도금 목걸이(C, ‘헌터 신재헌(S)’ 애장품 보너스 : 획득 경험치 +50%)]

능력치 쭉쭉 오르니까 좋다!

문제는 랭크 각성이었다.

E급치고는 높은 능력치인 것 같은데, D급으로 각성이 되질 않는데?

나야 랭크 각성을 해본 적이 없으니 각성 방법은 전문가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세니아 드 포를랭(신유리)>>> 근데 신재헌 헌터님, 이거 랭크 각성은 어떨 때마다 되는 거예요? 능력치만 맞춰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랭크업에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고. 하지만 어떤 규칙은 있을 터였다.

능력치가 높아지고 경험치가 쌓였다고 해도, 그 규칙에 부합하는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랭크업이 되지 않고 경험치만 계속 쌓인다고 했다.

기준이라.

나도 지난번에 랭크가 올랐지만 기준은 아직도 모르겠다.

그걸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역시 신재헌일 터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음]

신재헌은 다행히 바쁘지 않은지 채팅을 곧바로 받았다.

하지만 대답하기는 어려웠는지 조금 텀을 두고 다시 말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네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야?]

이놈 헌터 채팅에서는 반말 안 쓰기로 한 건 아예 까먹은 거지?

난 관자 어쩌고 스킬을 쓰면서 채팅창을 보았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거?

[세니아 드 포를랭(신유리)>>> 이 빌어먹을 RP던전에서 탈출하기?]

탈출해서 여기에 우리 팀 밀어 넣은 헌터협회 놈들 머리 따 버리기?

―콰직!

[치명타!]

어지간해서는 잘 뜨지도 않는 화려한 치명타 시스템창이 내 시야를 감쌌다.

빡쳐서 검 끝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대한민국 최초 L급 게이트 오픈, 들어갈 팀은 누구인가?」

「헌터협회, 신유리 헌터팀 거론」

난 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을 떠올렸다.

그때 뉴스가 줄줄이 떴던 게 분명히 기억난다.

헌터협회 그 새X들은 우리한테 연락도 하지 않고 언론전부터 펼쳤다.

대한민국 최초 L급 게이트.

보통 L급 게이트가 열리면 구조가 안정적인 대형 길드의 헌터팀을 보내기 마련이었다.

우리처럼 귀찮아서 길드 안 들어가는 사람들 말고.

사실상 우린 4인 길드나 다름없었다. 그런 우리를 보내는 이유야 뻔했다.

거대 길드로부터 돈깨나 받은 거다. 목숨 걸고 L급 게이트에 가기 싫어서 아마 헌터협회장 앞으로 줄줄이 줄을 섰겠지.

‘우리나라에 L급 게이트 떴대요.’

그리고 우린 낮잠 자다 말고 뉴스속보로 L급 게이트 소식을 접했다.

‘뭐? 지금 진 길드 헌터팀 다 빠진 상태 아니에요? L급 게이트 최초 공략할 만큼 구조가 안정적인 팀이 또 어디 있지?’

신재헌의 말에 난 불쑥 답했었다.

‘우리가 간다는데?’

‘?’

‘?’

그때 나는 물론이고 과도한 욕이 몰려 목구멍에 병목현상이 일어난 소예리 헌터와, 심지어 주이안 헌터까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이걸 깐다?

그럼 우리나라도 옆 나라 꼴 난다.

「일본 게이트 관제탑, L급 게이트 출몰 확인」

「일본 내 1위 헌터팀 ‘홍화’ L급 게이트 입장 거부」

일본에서는 최초 L급 게이트가 뜨자, 일본 내 1위 헌터팀 홍화를 시작으로, 10위 헌터팀까지 홋카이도에 뜬 게이트에 입장하기를 줄줄이 거부했다.

그들이 대는 이유는 다 똑같았다.

「사카모토 “아직 저희 헌터팀이 들어가기에는 부족”」

부족은 개뿔, 그냥 목숨 아까운 거지. 해당 나라에서 L급 게이트가 최초로 뜨면 그게 어느 정도 난이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의 L급 게이트와 중국의 L급 난이도가 천지 차이였던 것처럼 일본 것도 얼마나 어려울지는 들어가 봐야 아는 거다.

그리고 일본의 헌터팀들은 죄다 자기가 그 측정의 희생양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일본 홋카이도, L급 게이트 폭주」

「일본 관제탑 “사망자 확인할 길 없어”」

게이트가 터져서 홋카이도가 난리가 나고 나서야 쏟아져나온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당연히 민간인 피해는 셀 수도 없었다.

그때 우리나라 포털도 난리가 났었다. 기사 댓글이 매운맛 천지였다.

[아니 목숨 아까운 건 알겠는데 그래도 누구는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쟤네 못 가겠다고 빼는 사이에 홋카이도에서 비행기 뜨는 것도 막았다며 ㅋㅋ]

[우리나라에 L급 터지면 누가 가려나]

그때 당시에 언급된 건 당연히 우리나라 대형 길드 헌터팀들이었다.

그때 그들은 불타오르는 애국심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뉴스 인터뷰에 덜컥덜컥 응하고 다녔다.

「저희 길드는 일반인들의 희생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놓고 막상 L급 게이트가 뜨고 나서는 다들 말이 없었다.

그래, 그렇게 신나게 입 터는 이유가 있었겠지.

우리나라처럼 SS급이나 S급 게이트가 자주 나오는 나라는 L급 게이트가 안 나온다는 게 정설이었으니까.

「국내 헌터 평균랭크 1위 길드 ‘진’, 게이트 입장 거부」

그리고 우리나라도 옆 나라와 똑같은 수순을 밟을 뻔했다.

그걸로 인터넷이 뜨거워지자 헌터협회 놈들은 우리를 다짜고짜 언론에 뿌려 버렸다.

그때 우리가 거절했으면 아마 우리나라도 게이트가 폭주했을 터였다.

하지만 우리 의견도 안 물어보고 다짜고짜 기자들한테 우릴 집어 던져 준 헌터협회 놈들은 나가서 머리를 후드려 갈길 것이다.

회상을 끝낸 내가 다시 채팅했다.

[세니아 드 포를랭(신유리)>>> 우리 여기 넣은 헌터협회 놈들 대가리 후려갈기기?]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건 나도 동감인데 그거 말고 좀 더 직접적인 동기가 필요해요]

이거 말고 뭐가 더 직접적이야? 난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반드시 랭크업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돼요, 본인한테]

난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신재헌이 하는 말이니 헛소리는 아니겠지만, RP던전에서 랭크업해서 클리어하겠다는 목적 말고 뭐가 더 분명한 목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신유리 헌터, 생각 그만하고 와요!”

그때 소예리 헌터가 불쑥 날 불렀다.

정신 차려 보니 앞에 있던 게딱지와 조개 타입 몬스터들은 모두 반쪼가리가 나서 내 경험치가 된 지 오래였다.

“아, 넵.”

난 검을 거두면서도 고개를 기울였다.

직접적인 목적?

그 생각은 내가 소예리 헌터와 머무는 작은 별장에 갈 때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생각을 간신히 멈춘 것도 별장 앞에 기묘한 물건 두 개가 놓여 있는 탓이었다.

“저건 뭐야?”

“응원 선물 아닐까요?”

소예리 헌터가 의견을 얹었다. 확인해 보니 아무래도 맞는 듯했다.

[이번 검술 대회에서의 건승을 기원하며. - S]

두툼한 붉은색 보따리 하나를 집어 들었더니 거기서 엽서 하나가 툭 떨어져 내렸다. 익숙한 글씨체였다.

그 옆에는 연보랏빛 주머니가 하나 더 놓여 있었다.

[다치지 마세요. - J]

여기에 통나무집 별장이 있다는 걸 아는 것도 이 세계에 우리 헌터팀 네 명뿐이다.

그러니 저 물건들을 놓고 갈 사람들은 두 사람밖에 없었다.

“……어차피 보낼 놈 두 놈밖에 없는데 이니셜들은 왜 쓰는 거야?”

선물 보내기 수줍어서 그래? 난 픽 웃어 버렸다.

검술 대회 날은 그렇게 순조롭게 다가오고 있었다.

***

그 시각, 주이안.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는 교단의 집무실에서 잘 나오는 법이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신의 힘을 가장 크게 받는 신전에서 신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주이안은 달랐다.

‘SS급 또 뜨면 도와줄 거죠?’

그는 그렇게 말하는 신유리를 도와주러 기꺼이 나갔다.

그리고 바쁘지 않다는 이유로 그녀와 소예리 헌터가 머무는 별장을 벌써 몇 번이고 오갔다.

오가면서 주변에 보호 결계를 치는 건 물론이었다.

소예리 헌터가 보조계 헌터인 만큼 보호 결계는 그녀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주이안이 친 보호 결계는 용도가 조금 달랐다.

이 별장이 공격당하면 주이안 자신이 즉시 알 수 있다.

“이 세계에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 멧돼지 몬스터를 보지 않았으면 지속적인 마력 소모를 감수하고 보호 결계를 치고 오진 않았을 것이다.

주이안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할 때였다.

“신성 예하.”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은 강하게, 한 번은 약하게.

교단에서도 은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는 자들이 사용하는 암호다.

“들어오세요.”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소리 없이 방 안에 스며드는 건, 그가 심부름을 보낸 자였다.

예의 그 해안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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