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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13)화 (13/218)

13화

애장품은 시스템을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헌터 일생에 세 개밖에 못 만드는 것이었다.

대신 그 물건에는 사기적인 능력치가 부가되고,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취소도 불가능하다.

S급 아이템에 붙였으면 체력 300% 같은 게 붙었을지도 모르는데 꼴랑 C급에다가!

“그땐 그게 좋은 건 줄 알았지.”

신재헌이 뻔뻔하게 말했다. 미치겠네!

“여하튼 그것도 줬으니까 죽지 마라. 나중에 꼭 돌려주고.”

그가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이야, 줬다 뺏었다 장난 아니네.”

평소처럼 틱틱댔을 뿐인데, 신재헌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장소 때문인지,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그가 새삼 다르게 보였다.

“그럼 가질래?”

“어?”

제 물건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 주는 놈이 할 말은 아니었다.

내가 눈을 크게 뜬 사이 그가 다시 말했다.

“아니, 네가 갖는 게 낫겠다.”

“응?”

재차 당황해서 튀어나온 말에 그가 낮게 웃었다.

“내가 쓸 일은 없잖아.”

그렇긴 한데……. 난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어릴 때 사준 게 이렇게 돌아오네.

“근데 인벤토리 한계도 있잖아. 이건 왜 갖고 있었어?”

아무리 S급 헌터라지만 인벤토리가 넘쳐흐르는 건 아닐 터였다.

특히 던전에 들어갈 때에는 인벤토리 한 칸 한 칸이 중요한 법인데.

“글쎄다. 와서 인벤토리 뒤져보니까 있더라.”

정리 좀 하고 살아라! 내가 이마를 싸맸을 때였다.

“근데 운동 안 해? 여기 기사들 곧 나올 시간 아니야?”

그는 어느새 제 손목의 시계를 보고 있었다. 이놈이 남의 가문 기사들 훈련하는 시간은 또 어떻게 아는 거야?

어이가 없었지만 어이없어할 틈은 없었다.

일일퀘스트 놓칠 수는 없잖아!

난 다시 연무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목걸이의 능력치 보너스 덕에 전보다 비교도 안 되게 몸이 가벼웠다.

“저기, A급한테 지실 건 아니죠?”

그런 내 옆에서 신재헌이 깐족거렸다. 난 주먹을 쥐어 보였다.

“저기, 나 지금 뛰기도 힘들거든?”

목걸이가 있으니 그 정돈 아니었지만 조금 전까지는 그랬다.

“에이, 신유리 짬이 있는데.”

신재헌이 웃으면서 틱틱거렸다.

이마 한쪽에 핏줄이 돋는 기분이었다.

아, 이게 자존심을 건드리네?

내가 알밤을 먹이려고 주먹을 치켜든 순간이었다. 신재헌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피했다.

“지금 그 손목으로 나 때리면 으스러진다.”

“……아.”

그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난 슬며시 주먹을 내렸다.

그런데 왠지 약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알밤 박으려면 노력 좀 하셔야겠어요, 신유리 헌터님.”

신재헌이 다시 슬쩍 들러붙어서 말했다. 아오!

“아, 옛날 생각나네.”

난 주먹을 갈무리하며 중얼거렸다. 이놈이 원래 이렇게 나한테 기어오를 수 있는 놈이 아니었는데.

신재헌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노력형 헌터였다. 많은 저랭크 헌터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헌터이기도 했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불가능하다는 랭크업 각성을 몇 번이나 거듭해, C급에서 S급 상위까지 닿았으니까.

내 뒤에서 내 보호를 받던 그는 어느 순간,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대검을 든 채 내 앞에 서 있었다. 기적적인 성장이었다.

그게 언제부터였더라…….

“신유리?”

이놈은 내가 상념에 빠질 틈을 주질 않았다.

불쑥 튀어나온 신재헌의 머리를 때릴 수도 없어 난 주먹만 잼잼거렸다.

“지금 당장 주먹 쥐고 네 머리 한 대 박는다, 실시.”

내 말에 신재헌은 기꺼이 제 이마에 알밤을 먹였다. 우리가 자주 하던 장난이었다.

그가 제 이마를 툭툭 치며 물었다.

“연기해줘?”

“뭘?”

뭘 연기해? 묻다가 난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이게 돌았나!

“국가행사를 미루긴 뭘 미뤄? 피통 3만이면 충분하지.”

난 손짓했다.

사실 3만으로 충분할 리가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도 아니니까, 2~3만 정도만 올리면 어떻게든 비벼볼 만하지 않을까?

그때쯤 난 연무장 한 바퀴를 다 돌고 있었다.

[일일 퀘스트 완료!]

[FULL체력 +10%]

시스템창을 보고 있는데, 신재헌이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야, 망했다.”

“왜―”

물어보려는 순간 멀리 기사관 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

난 나도 모르게 그를 툭 쳤다. 아니, 툭 치려고 했다.

그는 내 주먹을 살짝 몸을 틀어 피해 버렸다.

“빨리 가.”

그걸 따질 틈도 없었다. 나는 몰라도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의 얼굴이야 유명할 게 분명했다.

황제 폐하가 얼굴 까고 포를랭 영애와 새벽부터 비밀스러운 시간을?!

이런 스캔들이 터져서는 곤란했다.

아니, 스캔들은 둘째 치고 RP던전 페널티가 어떻게 돌아올 줄 몰랐다.

“그게 안 돼.”

신재헌은 고개를 저었다.

“왜?”

“위로 뛰어오르면 다 보일 거 아냐. 근데 지금 연무장 입구로 오는 기사들도 있어.”

“오.”

망했다!

진퇴양난이었다. 그렇다고 이놈이 어디 숨길 만큼 조그마한 것도 아니었다.

잠깐, 조그매?

“일단 이거 먹어!”

난 한 칸뿐인 소중한 인벤토리에서 쪼꼬미 물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신재헌의 입에 들이부어 버렸다.

“일단 먹어!”

신재헌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는 거절할 틈이 없었다.

나를 막으려던 그의 손이 어색하게 굳어 멈춘 게 보였다.

내가 F급도 안 되는 스탯이라 제 손으로 건들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꿀꺽.

그의 입으로 들어간 쪼꼬미 물약은 그대로 그의 목을 넘어갔다.

“……이게 뭔데?”

맛이 없진 않은지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어느새 내 손에서 슥 가져간 약병을 보고는 더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처음 보는 약인데?”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포션이면 그가 모를 리 없으니 의아한 표정인 것도 당연했다. 신재헌이 불쑥 물었다.

“독은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내가 너한테 독을 먹이겠냐?

그렇게 당당하게 말했던 나는 슬그머니 덧붙였다.

“아닐걸?”

먹어본 적은 없어서…….

“뭐?”

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는 순간이었다.

―퐁!

새하얀 연기와 함께 그가 있던 자리가 연기에 휩싸였다.

“어?”

그리고 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고…… 작아졌다.

내 손바닥만 한 형체가 바닥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쪼꼬미가 된 신재헌과 내 눈이 마주쳤다.

“?????”

혼란스러워하는 신재헌에게 설명할 틈은 없었다.

“실례!”

난 그를 주워 다짜고짜 기사단 제복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마침 아침 훈련 하러 나온다고 제복을 입은 게 다행이었다.

“아가씨, 오늘도 일찍 나오셨군요!”

그리고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기사들이 들어왔다. 다행히 아무도 신재헌을 못 본 듯했다.

난 어색해 보이지 않게 애쓰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응, 어서 와.”

“오늘 아침 일정도 함께 보내시겠습니까?”

기사들의 눈이 반짝였다.

근래 들어 내가 아침 훈련을 한다는 걸 알게 되자, 기사들이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나야 좋지, 능력치 늘고.

“물론이지.”

그래도 오늘은 안 하고 싶었다.

오늘만은 내 주머니에서 언제 커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신재헌을 탈출시켜 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무슨 핑계를 대든 세니아가 다시 아프다는 소문이 저택을 네 바퀴쯤 돌 게 분명했다.

“역시 아가씨이십니다! 일동 정렬!”

부기사단장이 신나서 기사들을 정렬시키는 게 보였다.

[세니아 드 포를랭(신유리)>>> 좀만 버텨, 조금만!]

제발 그 약이 지속 시간도 길어야 할 텐데!

헌터 채팅으로 설명할 틈도 없이 훈련이 시작됐기 때문에, 난 짧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신재헌은 답이 없었다.

……설마 내가 주머니에 너무 콱 쑤셔 넣은 건 아니겠지?

한 1초쯤 걱정했지만 곧 쓰잘데없는 걱정이란 걸 깨달았다.

아무리 작아졌어도 일반인 손에 구겨지는 S급이 어딨겠어?

“하나! 둘! 하나! 둘!”

기사단의 훈련을 평소처럼 따라 하면서 난 생각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신재헌 없었던 것처럼!

주머니에 신재헌 없는 것처럼! 아니, 아예 안 온 것처럼!

걔 황성에 있다! 절대 내 주머니에 없다!

내가 좀…… 격하게 훈련해도 멀미하진 않는다!

“아가씨, 어제보다 체력이 훨씬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기사들은 내 모습에 감탄했다. 그야 당연했다.

템빨이라고 혹시 아니?

묻고 싶었지만 이 귀여운 기사들이 알 리가 없었다.

[세니아 드 포를랭 / 25세, 일반인

체력 : 605 (+30000)

근력 : 25

마력 : 10 (+200)

민첩 : 13 (+5)

지구력 : 25

방어력 : 11 (+5)

특수 : 도금 목걸이(C, ‘헌터 신재헌(S)’ 애장품 보너스 : 획득 경험치 +50%)]

이 정도 능력치면 포를랭 1검식도 되겠는데?

비록 신재헌의 목걸이가 지구력을 보정해주진 않았지만 체력이 빵빵해졌으니 어떻게든 될 법도 했다.

‘포를랭 1검식.’

[포를랭 1검식(F) 사용합니다.]

[체력과 지구력에 비례해 총 사용 가능 횟수가 계산됩니다.]

[현재 체력과 지구력 기준 총 사용 가능 횟수 계산 중…….]

복잡한 시스템창이 우르르 떴다가 사라졌다.

[……계산 완료. 총 사용 가능 횟수 0.7회]

[능력치 부족으로 잔여 체력에서 페널티를 받습니다.]

[–9980]

“오,”

시스템창을 보자마자 머리와 손끝으로 아득한 둔통이 닥쳐왔다.

검을 떨어뜨릴 뻔했다가 손을 털어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놀라 달려온 이디스에게 손짓했다.

“괜찮아.”

좀 놀랐을 뿐이지.

하던 훈련 하렴. 난 이디스를 보내고 잔여 체력을 살폈다.

[20625 / 30605]

두 번은 더 쓸 수 있겠다. 그럼 퀘스트도 완료였다. 난 두 번 더 포를랭 1검식을 사용했다.

[-9980]

[-9980]

[서브 퀘스트 : 포기하지 않는 마음 클리어!]

[보상 : FULL체력 +100]

좋아. 꼼꼼하게 피통을 챙겨 넣은 난 기사단의 다음 훈련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미안하다, 신재헌! 좀만 더 버텨!

***

“음, 개운하다.”

기사단 훈련이 끝난 건 오후였다.

오랜만에 땀 뺄 만큼 운동한 것 같다.

S급 몸이었으면 어림도 없는 운동량이었지만 일반인에게는 차고도 넘쳤다.

무엇보다 스탯 오르는 게 보이니까 기분이 좋았다.

[세니아 드 포를랭 / 25세, 일반인

체력 : 805 (+30000)

근력 : 35

마력 : 20 (+200)

민첩 : 23 (+5)

지구력 : 35

방어력 : 21 (+5)

특수 : 도금 목걸이(C, ‘헌터 신재헌(S)’ 애장품 보너스 : 획득 경험치 +50%)]

“지구력도 꽤 올랐는데, 2검식이 되려나?”

난 스킬창을 살폈다. 비록 E급 스킬이지만 체력 스탯이 받쳐주니 도전해볼 만했다.

이건 내일 하고…….

“후.”

푹신한 의자에 잠시 앉은 난 눈을 감았다.

쉬고 나서 씻고 식사하면 시간이…….

“그래서 언제 꺼내줄 건데?”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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