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0화 〉The Garden of...Silence (7) (100/102)



〈 100화 〉The Garden of...Silence (7)

굵은 저음의 목사가내뱉는 주례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 화면엔 나리의 얼굴만이 계속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고개를 아래로 살짝 떨궈 놓은 채, 목사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나리의 얼굴이  예뻤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날,

 민정이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아니면,  민정과 너무나 질펀했던 그런 가학적인 섹스를 끝내고, 그 여자가 나를 떠나간 후,

그 날 새벽, 거실에서 그 동영상을 틀어 놓지 않았다면.......나와 나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나리 옆에 서 있는 저 남자 대신 어쩌면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나리와 나는 행복했을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상상들이 머릿속을 계속 헤집고 있었다.





 뒤에 있던 문이 열리고, 사람의 무리가식장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문 바로앞에 서서, 대형 화면에 비치는 나리의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사람들로 인해 안쪽으로 조금 밀려들어 갔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왔는지, 그들로부터 진한 담배 냄새가  풍겨 왔다.


“두진아! 너희 형수 정말 죽인다......야 얼굴 봐라.....”

“아까 잠깐 봤을 때도 대박이었는데....저렇게 화면에 잡히니까. 연예인 저리 가라네....”

뒤에서 들뜬 두 남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스튜어디스는 일반인들하고 다르긴 달라. 클래스가 달라.

아까 형수 친구들 보니까,

거의 다 스튜어디스들인지,
하나같이 늘씬하고 몸매 죽이던데.....

두진이 너는 좋겠다. 형수 저렇게 예뻐서....”

“미친놈! 내가 결혼하냐? 큰형이 하지....”

“임마. 그래도 형수가 스튜어디스면 너도 좋지.

예쁜 형수 덕에 스튜어디스들하고 소개팅 존나 할 거 아냐?”

“하하하...그건 그렇겠다.

근데 두진아. 너 형수님! 형수님! 부를 때마다 좀 그렇겠다?

너희 형수 우리보다  살이나 어린데......하하하.....

두현이 형님 대단해.
서른다섯에 어떻게 저렇게 어리고 예쁜 여자하고 결혼을 하냐? 아홉  차이지?”

“응. 형수 스물여섯이니까...”


“두현이 형님도 그렇게 노는 거 좋아하시더니.

나는 정말 너네 형은 결혼 안  줄 알았다.

잘나가는 치과의사에 돈 잘 벌겠다.
생긴 것도 남자답고, 노는 것도 잘 놀고...”


“야야! 두진아.

두현이형하고 너희 형수는 어떻게 만난 거야?

형수가 치과에 진료받으러 온 걸, 형님이 꼬신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예전에 좀 안면 있던 사이였는데...

호수 옆에 레스토랑하는 창일이형 알지? 우리 형 친구?


“응. 알지....
지난주에도 갔다 왔는데...”



“형수가 창일이형 레스토랑 단골이 이었나 봐.

그래서 창일형하고 좀 친했던 모양인데...

우리형하고 술 마시다가 창일이형이 술자리에 형수를 불렀나 봐.

그날 우리 형이 형수 처음 보고 완전히 꽂힌 거지....”

“하하하....너네 형은 창일이형한테 평생 감사해야겠다.

잠깐만....근데.....그럼 창일이형은 뭐야?
창일이형도 아직 솔로잖아.

여자 그렇게 좋아하는 창일이형이,
너희 형수 같은 예쁜 여자를 그냥 너네 형한테 소개 해줬다고?

믿을 수 없다....흐흐흐....”

“야! 근데 오늘 창일이형은 안 왔어?  보이네?” 너희 형하고 제일 친하잖아?”


“몰라. 나도 아직 못 봤어. 오늘 주말이라 레스토랑 바쁜가....”



“하튼 그건 중요한 건 아니고.....
더 이야기해줘. 너희 형하고 형수....그날 처음 보고....그 다음은....그래서?”

“형 말로는,
그날 형수 처음 보고, 완전히 반해서,
간신히 연락처 받고,

형이 계속 연락 해서, 며칠 후에 둘이 따로 만났는데....

형수는 뭐 냉랭해서.....
그 뒤로 계속 일방적으로 형이 연락만 한 거지.


근데 한  전쯤에 어떻게 연락이 돼서, 둘이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났나 봐.

다시 만난 그날 형이 사고 쳤다더라. 하하하....”


“사고? 무슨 사고?”

“그날 우리 형이 완전히 마음을 먹고계획을 세웠나 봐....어휴.....내가 쪽팔려서......”


“뭘?

“그렇게 연락이 안 되다가 오랜만에 둘이 만나서  마시고.....분위기가 괜찮았는지.

우리형이....그날 형수 집에 보냈어. 흐흐흐...”

“안 보내? 안 보내면 뭐......둘이 밤새 있었다고?”

“응.”



“난 또 뭐라고. 그게 무슨 사고냐?
둘이 술 마시다.....눈맞으면, 잘 수도있는 거지....”


“하하하....

우리형이 어떤 사람이냐?

우리형, 항상 콘돔 가지고 다니는 거 모르냐?

혹시나 뒤탈 날까봐,여자들하고  때, 그렇게 조심하던 사람이...


그날은 완전 작정하고.....피임  했어. 형수하고....”

“뭐? 혹시....너네 형수....”


“하하하....그래 임마. 형수 임신했다.”


“와....너희 형....대단하다...”

“우리형이 땡잡은 거지.

사실 아무리 치과 의사라도 서른다섯에 어떻게저런 여자를 만나냐?

형한테 들러붙는 발랑 까진 어린애들이야 여럿 있지만, 그 애들은 그냥 데리고 노는 애들이고.....결혼 상대는 아니지...”

“그래서 결혼을 이렇게 서둘렀구나...

이야.....두현이 형이 정말 최후의 승자다. 대단하다! 대단해....

아버지하고 어머니는 뭐라시는데?”

“아버지하고 엄마는 그냥 형수 이뻐 죽지.

요즘 여자들 임신도 잘 안된다는데.

형수 직업 괜찮지, 어리지......그리고 예쁘지.....손주까지....완전 혼수로 풀세트 해온 거 아냐.

아버지하고 엄마는 얼마전까지 매일 친구분들 만나서  사주고 형수 자랑하고 다녔어.....


아버지하고 엄마는 오래전에  포기했는데.

마지막에 로또 된 거지.....형이.....”


“아....부럽다....두현이형.

지금까지 놀  다 놀고....
결국, 마지막엔 대박 치는구나...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 되는데....”


“야! 두진아!”

“응?”

“아까 신부 입장 대기할 때,
늦게 와서 너희 형수하고 인사하던 여자 있잖아?”

“가죽 스키니?”


“흐흐흐....이 새끼 이거, 너도 그 여자 벌써 찍었냐?”

“너희 형수하고 친해 보이던데 누군데? 스타일이 스튜어디스 같던데....”

“나는 모르지....나도 처음 보는데.....근데 왜?”

“있다가 예식 끝나면, 나 소개  해주라.

아까 그 여자 이쪽으로 걸어오는  계속 봤는데.

몸에 딱 붙는 가죽 스키니.....롱부츠.....진짜 몸매 죽이더라.


완전히  스타일!

코트 때문에 가슴은 못 봤는데. 몸매 보니까 글래머 같던데.

있다가 나 소개 좀 해줘.”

“미친놈. 친구 형 결혼식 와서.....”

“임마! 제발. 부탁이다....
그 여자 조금 전까진 다른 여자들하고 저기 앞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안 보이네....”

“니가 찾아서 해. 임마.”


“오늘 결혼식 뒤풀이는 어디서 하냐?

우리도 싹 다 가자.

형수 친구들도, 신랑 친구 영감들보다 우리 하고 노는 걸 훨씬 좋아하겠지....어?”


“하하하...있다가 예식 끝나면 형한테 말해 볼게.”

“오늘 스튜어디스들하고 완전 진창 놀아보는 거야! 흐흐흐....”






뒤에서 계속 들려오던 희희덕 거리는  소리들을 뒤로하고 문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도 드리겠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 아름다운  영혼의 머리 위에..........”

식장을 빠져나가는 순간에도 목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댔다.


식장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한기가 느껴져 몸이 바짝 움츠러들었다.

조금 전, 내게 축의금 봉투를 건내받은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있었다.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통로를 향해, 천천히 로비를 가로질러 걸어나갔다.


오늘 밤엔,
혜린이가 내게 만들어주었던, 블루베리 술을 한  마시고싶었다.

그 하얀 집으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그 술을 담을 재료들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웨딩홀 끝,

주차장으로 연결된 그 통로가 보였다.



“루아씨!!!!”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봤다.


무릎까지 오는 긴 스웨이드 롱부츠를 신은 늘씬한 여자가, 로비를 가로질러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로 멀리....

열려 있는 식장 문 앞에.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명의 남자가이쪽으로달려오는 지민이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네 명의 남자들은,

조금  식장 안에서 나리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그 무리들이었다.












 차가 지민이가 머물고 있는 숙소,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지민이는 차에 올라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운전을 하고 있는 나를, 걱정스러 표정으로 이따금씩 흘깃 돌아볼 뿐이었다.

아마도  표정이 괜찮은지, 계속 살피고 있는  같았다.



“왜 벌써 나왔어?”

차안에 어색한 적막이 싫어, 그런 지민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냥....좀 피곤해서요.”

“난 지 어떻게 알았어?”

“식장 빠져나가는 뒷모습이......루아씨하고 비슷한 거 같아서.....”

“괜찮아요?”

“응. 좋아 보이더라 나리....”


또다시 그렇게 대화는 끊겼다.












“어제 불편해서 잠도 편하게 못 잤을 건데....좀 쉬어....”

지민이가 머무는 호텔 앞에 차가 멈춰 서자마자 말했다.

하지만 몇 분 동안,
지민이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말도 없었다.



“야! 강루아!”

“어?”

갑자기 들려오는 지민이의 반말에 깜짝 놀랐다.



“올라가서...술 한잔할래?”

“하아.....”

갑자기 웃음이 흘러나왔다.

뜻밖에....환하게 웃고 있는 지민이의 얼굴이 내 정면을 향해 있었다.







호텔 로비 안쪽에 있는 베이커리숍에서지민이가 이것저것 바구니에 담아 넣고 있었다.

바구니 속엔,
그날 김 민정이 사 들고 왔던  작은 술병도 여러 개 담겨 있었다.


지민이가 계산한 그 봉지를 들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두 여자가 그곳에서 빠져나오다, 놀란 눈으로 지민이를 보고 있었다.



“어머! 언니!”

“어...그래.....너희들 지금 비행이니?”


“네. 나리씨 결혼식 벌써 끝났어요?”

“아니....피곤해서 먼저 나왔어.”

“아...그랬구나.
저희는 사무장님한테 축의금만 전해 줬는데. 결혼식 어땠어요?

나리씨 예뻤어요?”

“응...”


스튜어디스 유니폼을 입은 두 여자의 시선이 지민이와 나를 번갈아 오가고 있었다.

“언니....인천에서 봐요.

그리고...
즐거운 하루.....되세요....호호호.....”

두 여자는 장난스런 웃음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사라졌다.











이제  들어선 호텔 룸엔,  다른 여자의 향기로 가득했다.

붉은 목제로  옷장 앞에, 너무나 예쁜 퍼플 컬러 원피스가 옷걸이에 걸려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창가로 가 밖을 내다봤다.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호텔 뒤쪽은 간밤에 내린 눈이 그대로 소복이 쌓여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정리 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지민이가 하얀 코트를 벗어 침대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또다시 타이트한 레더 스키니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지민이가 정리를 하며 허리를 깊게 숙일 때마다, 뒤로 밀려 나온 엉덩이가 마치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것처럼 도드라져 보였다.




 옆을스쳐 지나가던 지민이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자지민이가 그대로 끌려와 내게 살짝 안겼다.

지민이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혜린이의 화장품 향기와, 이 룸에 갇혀 있던 본래 지민이의 향이 진하게 뒤섞여 있었다.



지민이의 허리를감고 있던 내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어제부터 꾹꾹 참고 있던, 천박한 욕망에 사로잡힌 내 손이.

지민이의 엉덩이.

부드러운 가죽 스키니 위를 찬찬히 쓰다듬고 있었다.




손으로 전해지는 그 감촉이 너무나좋았다.


지민이는 내게 폭신한 가슴을 맞대어 놓고, 그대로 멈춰 있었다.

짙은 연민이 가득한......너무나 애처로운 눈빛이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 손이 지민이의 엉덩이 굴곡을 따라 아래로 더욱 깊게 내려갔다.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같은, 말랑한 그 엉덩이 살을 손으로 꼭 움켜쥐었다.

“아아!!!!”

뜨거운 숨소리와 함께 새빨간 입술이 열려,

그 속에 잔뜩 젖어 있는 분홍빛 작은 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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