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Harmonia (1)
눈을 떴을 땐, 내 방 침대 위였다.
어슴푸레한 빛이 창가를 통해 침대 위에 고요히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새벽인지, 아니면 잔뜩 흐린 날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머리가 아팠다.
서연씨가 침대 곁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깼어요?”
“응.....네....”
서연씨 얼굴이 한숨도자지 못한 것처럼 무척 피곤해 보였다.
옷차림은 타이트한 스커트에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지만, 얼굴에 화장은 말끔하게 지워져 있었다.
“뭐 좀 먹어요.”
침실을 빠져나가자 식탁에 포장용기에 담긴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서연씨는 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금방 일어나 입안이 까끌까끌했지만, 무척 배가 고팠다.
일회용 포장용기에 담긴 음식을 데워, 서연씨가 식탁으로 가져와 펼쳐 놓았다.
고기반찬이 가득 담긴 도시락과 죽이었다.
나는 조용히 그걸 먹기 시작했다.
몇시간을 잤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따위의 하찮은 궁금증이 올라왔지만 오랜 굶주림에 모두 묻혀 버렸다.
나는 서연씨가 내어준 음식을 그냥 먹었다.
“루아씨! 천천히 먹어요....체해요....”
급하게 먹는 음식이 마음에 걸렸는지, 맞은편에서 서연씨의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는 반대로 서연씨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지, 아니면 밥맛이 없는지 깨작였다.
따뜻한 음식이 계속 입안으로 들어가자, 숨겨져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혜린이 본가.
갈색 대문 앞, 바닥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던 마지막 내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그 이후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집에 왔는지......
그리고 내가 왜 응급실에 갔었는지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목주위에 작은 모기에 물린 것처럼 간질간질했다.
조용한 침묵의 식사를 마치고, 창가에 있는 테이블로가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였다.
노트북 전원을 눌렀다.
노트북화면이 밝게 빛나자마자, 며칠 동안 그렇게 미친듯이 써내려 간 워드 파일을 열었다.
마지막 페이지, 새까만 커서가 내 심장박동과 비슷한 템포로 빠르게 깜빡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내 손이 저절로 움직여 글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빠르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손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그렇게...
“루아씨....이...약.....”
서연씨가 테이블 위에물잔과 작은 약봉지 하나를 올려놓았다.
흐릿한 약봉지 속에 파란 알약 하나와 노란 알약 하나가 들어있었다.
이상하게도 처음 본 것 같은 이 약봉지가 익숙했다.
빠른 손놀림으로 약봉지를 뜯어 입에 넣고 물을 마셨다.
“서연씨. 출근해야죠?
이제 괜찮아요. 저....작업해야되는데.
이제 여기 안 와도 돼요.”
거실에 서연씨가 있는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이제 출근 준비를 해야 할 그녀가 걱정되어 한 말이었다.
하지만 서연씨는 말없이 한번 웃어 보이며, 거실 소파로 돌아갔다.
그 모습이 좀 이상했지만,
내 손은 다시 노트북 자판 위를 빠르게 두드리고 있었다.
갑자기 잠이 쏟아져 내렸다.
이어 쓰기 시작한 글이 채 다섯페이지도 넘지 않았는데, 잠이 쏟아져 내려 계속 눈이 감겼다.
노트북화면에 내가 써내려 간 글이 희미해져갔다.
그리고 언제 다가왔는지, 책상 옆에 서 있는 서연씨의 하얀 발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눈을 떴을 때도 서연씨의 얼굴이 나를 향해 있었다.
그렇게 잠깐 일어나 서연씨가 내어주는 밥을 먹고.....약을 먹고.....
다시 눈이 감기고.....
계속 반복되었다.
눈을 떴을땐 항상 서연씨가 내 곁에 있었다.
하지만 서연씨가 입고 있는 옷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아버지의 얼굴도 보였다.
며칠이 지났을까?
항상 잠에 취해 있는 나는 계속 멍해져갔다.
귓가에 익숙치 않은 소리가계속 들려왔다.
잡음 같은 그 소리가 너무 불편했다.
잠결에 들리는 그 소리가 끊기길 계속 기다렸지만, 내 바램과는 정반대로 더욱 귓속을 찔러 댔다.
꼭 감겨 있던 눈이 결국 힘겹게 열렸다.
잠을 못 잔 것처럼 머리가 아프고....몸이 무척 무겁게 느껴졌다.
침대 아래에 눈부신 햇살이 가득했다.
너무나 밝은, 굵은 광선 같은 그 빛 속에, 침실을 날아다니던 작은 먼지 한 톨 한 톨이 확연히 표시가 날 정도였다.
잠에서 깨어나자 날카로운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그 소리의 출처는 거실이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서연씨가 내게 내어주던 그 약이 아마도 수면제 같은 그런 약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약이 맘에 들었다.
그 약만 먹으면, 아무 생각 없이 깊게 잠들 수 있었다. 심지어 나를 괴롭히던 그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침대에서 일어나, 침실문을 천천히 열었다.
현관 입구에 20인치짜리 캐리어 하나가 서 있었다.
반짝이는 알루미늄 핸들이 끝까지올라가 있는 그 캐리어가 현관 입구에 엉거주춤 서 있었다.
“..........아니요! 지금 제가 그 이야기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럼 뭐예요? 그거 말고 우리가 할 이야기가 뭐가 있어요?”
한껏 날이 오른 두 여자의 목소리였다.
거실에 울리는 두 여자의소리에 희미하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거실 테이블 앞에 서서 소파 쪽을 향해 있었다.
몸을 감듯이 완전히 조여 있는 스커트 뒤, 도톰한 엉덩이 실루엣이 바짝 뒤로 삐져나와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는 서연씨였다.
얼핏 보이는 그 눈빛이 내가 알던 서연씨의 얼굴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왜....왜 그래.....?”
거실로 빠져나와, 두 여자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순간. 뒤돌아서 있던 가녀린 여자의 어깨가 깜짝 놀라듯 떨렸다.
그 여자가 얼굴이 천천히 뒤를 향했다.
나리였다.
나리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소파에 그대로 앉아, 놀란 눈으로 나를 보는 서연씨의 얼굴에 당황함이 역력했다.
“왜...왜 그래....둘이.....싸워?”
나를잠에서 깨어나게 한 소리...
내가 느끼기엔 나리와 서연씨가 다투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목소리를 높여가며 둘이 다툴 이유가 없었다.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닐뿐더러......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빠!”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나리가 내게 다가왔다.
아마도 비행을 마치고 바로 이곳으로 온 모양이었다.
“왔니?”
“응.....”
나를 보는 나리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오빠 괜찮아요?”
“응....”
거실을 뒤덮고 있는 알 수 없는 분위기가 무척 불편했다.
“오빠! 얼굴이 왜 이래? 많이 아파?”
“아니....아니 괜찮아.”
나리의 손이 내 뺨에 닿았다.
쌀쌀한 밖의 온도 때문인지 손이 얼음장처럼 무척 차가웠다.
“서연씨. 고마워요.
이제 괜찮아요. 제가 있을게요....”
이상했다.
나리의 목소리는,
조금 전 거실에서 울려 대던 날카로운 그 소리가 아니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서연씨가 일어났다.
그리고 정장 재킷을 입었다.
“네. 나리씨. 그럼 저는가 볼게요...”
서연씨의 목소리도 나리처럼 한층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루아씨! 식사하시고 약....꼭 챙겨 드세요.
약은 식탁에 있어요....”
너무나 부드러운 서연씨의 목소리였다.
심지어 나와 눈을 맞추며, 나를 스쳐 지나가며 진한 눈웃음까지 전해주고 있었다.
“나리씨! 그럼 다음에 뵈요.”
서연씨가 나리와 인사를 하고 현관을 빠져나갔다.
나리의 시선이 서연씨가 빠져나간 현관 쪽에 잠깐 머물렀다.
“오빠. 나 이제 매일 여기 올 수 있어요.”
소파에 앉자마자,나리가 말했다.
“왜?”
“나 당분간 여기 공항에서 지상직으로 근무할거 같아요.”
“왜? 갑자기?”
“그냥 그렇게 됐어요”
나리가 방긋 웃고 있었다.
“오늘 무슨....요일이야?”
“토요일.....다음주부터 계속 여기서 일할 거예요....”
나리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나도 그 얼굴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나리의 얼굴이 많이 변한 거 같았다.
그것은 얼굴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이미지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무척....예뻤다.
식탁에 앉아 나리가 만들어준 점심을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밥 같은 집 밥이었다.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이 좋아 보였는지, 활짝 웃는 나리의 얼굴이 계속나를 향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하기 위해 타월을 찾아 베란다로 향했다.
온종일 따스한 햇볕에 바짝 말라 있을 타월이 보이지 않았다.
“어....이거...왜 이러지....”
“오빠? 뭐가?”
거실에 있던 나리가 베란다로 왔다.
베란다 건조대에 걸려 있어야 할 두터운 타월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천정에 고정되어 있어야할 건조대가 사라져 있었다.
“어? 건조대.....”
나리도 그 모습이 이상했는지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 아팠다.
나는 식탁으로 가 서연씨가 말한 그 약을 한 봉지 꺼내 입속에 깊게 넣었다.
온몸에 따스한 온기로 가득했다.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그 좋은 느낌에 눈을 떴을 땐.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침대 위 내 품에 나리가 꼭 안겨 있었다.
색색거리며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나리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타이트 한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하고 있던 나리의 얼굴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화장이 전부 지워졌음에도 눈을 꼭 감고 있는 나리의 얼굴엔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얇은 슬립 하나를 입고 있는 나리의 어깨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실크를 두르고 있는 것처럼 맨살이 너무 부드러웠다.
손끝에 느껴지는 그 느낌이 아찔할 정도였다.
완전히 다른 여자 같았다.
내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여자를 내 집으로 데리고 와, 내 품에 꼭 품고 있는 거 같았다.
“으으음....”
나리의 허리를 감아 내 몸으로 바짝 끌어당기자, 색색거리던 입에서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리의 얼굴, 가슴.....허리....허벅지, 그리고 긴 다리....
나리의 몸 전체가 내게 완전히 착 감겨 있었다.
사각브리프만입고 있던 내 성기가 한쪽으로 바짝 휘어져있었다.
나리의 허리와 엉덩이는기름이 잔뜩 발려진 것처럼 미끄러웠다.
내 손이, 나리의 얇은 팬티속으로 들어가,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음모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뜨거웠다.
나리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보지는너무나 뜨거웠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달아 올라 있는 물이 그 속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보지속에 살짝 들어가,
그곳을 천천히 헤집고 있는 손가락을 타고, 물이 팬티로 번질 무렵,
나리의 팬티를 벗겨 냈다.
그리고 나도 속옷을 벗었다.
나리를 바로 눕히고, 긴 다리를 벌려 그 속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도 나리는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활짝 열려, 번들거리는 나리의 보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새빨간 자지 끝을 대어 놓고 천천히 밀어 넣었다.
번들거리는 보지물에,
그곳이 얼마나 젖어 있는지, 발기된 자지가 부드럽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아앙!!!”
너무나 짙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잠들어 있던 나리의 눈이 뻔쩍 떠졌다.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두 팔로 내 목을 꼭 끌어안았다.
의식이 깨어나서가 아니라.....
남자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여자의 본능처럼....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