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4화 〉Tinnitus (3) (44/102)



〈 44화 〉Tinnitus (3)

노란 스탠드 불빛을 초라하게 이불 삼아, 재킷도 벗지 않은 채, 소파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나리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내 마음이 한없이 착잡해져 갔다.

더불어, 2년 동안 서로에게 그렇게 충실했던 나리와 내가 왜 이렇게 되어버린건지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다.

만약 내게,

기억을 지울  있는 마법의 알약이라도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걸 삼켜, 다신 떠올리기 싫은 그 날의 일들을 모두 지워버리고만 싶었다.

예전처럼 나리와 그렇게 행복한 나날들을 보낼 수만 있다면......나는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랑했던 사람을 지운다’ 는 건, 연약한 나에 대한 이기적인 자기방어였다.


솔직히 나는 아직 지우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지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건 나리와 함께한 2년이라는행복했던 그 시간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나리는  마음속 너무나 깊은 한곳에 새겨진, 이미 지울 수 없는 낙인 같은 것이었다.

홀로 쓸쓸하게 돌아가신 엄마가 내 마음속 깊이 남겨져 있는 것처럼...

꼭 감긴 나리의  눈을 보면서 아무리 마음다잡고, 다잡고.......다잡아도,

뒤죽박죽 머릿속에 엉켜 있는 모든 갈등을 정리하려 노력해도 그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칠 것만 같았다.



떨리는 내 손은 벌써 나리의 하얀 얼굴을 감싸려 하고 있었다.

싸늘하게 식어 있을 나리의 얼굴을 감싸고,

소파에 축 처져 있는 나리의 몸을 안아 올려,

나의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는침실로 데리고 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침대 위에서 나리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이제 막 나리의 얼굴에 닿아, 그 예쁜 얼굴을 감싸려고 하던 내 손이 갑자기 그곳으로부터 급하게 떨어져 나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 냉정하게, 또다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흐트러져 있던 내 일상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작은 전기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 동안 강변을 돌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과 모니터가 놓여 있는 창가 앞, 책상에 앉아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가끔 진도가 더이상 나아가지 않는 저녁엔, 동네근처 작은 술집으로 오래된 친구 몇을 불러 연탄불에 올려진 고소한 막창을 안주 삼아 소주를 삼켰다.


소주병이 흉물스럽게 박혀 있던, TV는 거실에서 사라졌다.

그 자리에, 엉망으로 훼손된 그것과 비슷한  TV가대신 자릴 차지 하고 있었다.

피곤에 지친 나리를 다시 공항으로 바래다주던 그날,

나리는 내게 말했다.

[오빠. 나는 기다릴게...... ]




그리고 나는 가끔씩 떠오르는 누군가의 얼굴을 계속 지워 나갔다. 하지만 지워도 지워도.....그 얼굴은 사라지지가 않았다.

벌써 2주 동안 매일 밤,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은 비엔티안 호텔룸, 노트북에서 보았던 혜린씨의 모습이었다.


항상 같은 장면,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목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또다시 실험실에 갇힌 초라한 동물처럼, 갑갑한......의미 없는 하루가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오늘 하루 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교정도 제대로 보지 않고, 플랫폼에 그냥 올려버렸다.


창가엔 한줄기 붉을 노을이 또다시 찾아온 어둠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들어 바탕화면에 깔려 있던 어플을 터치했다.

사람들의 작은 얼굴이 들어 있는 수많은 리스트를 흘려보내고,  얼굴 앞에 멈춰 섰다,


[안녕하세요. 유혜린입니다]

여자의 사진은 프로필 사진 같았다.

화려한 투피스 정장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루아씨. 미안해요....많이 늦었죠?]


[괜찮아요.
아름이 한참 놀다가 지금 자요.
걱정하지 마세요]



[루아씨. 저 병원 다녀왔어요. 어디세요?]



[루아씨. 답장이 없어서.....룸에 갔었는데. 안 계시네요? 지금 어디세요?]



비엔티안에서 만난 그 여자.

그 여자의 세 번의 물음과
나의 한 번의 답변.


이게 전부였다.

나는 그 여자의 전화번호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책상 구석에 세워져 있던 백팩을 열어보았다.

백팩 안쪽 깊숙한 곳에 손을 넣어 한쪽에 몰려 있던 그것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마이크로SD카드두 개, USB 하나.....


2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꿨던 꿈.

파란색 마이크로SD카드 하나를, 노트북 옆에 나 있는 작은 홈에 밀어 넣자, 자동으로 폴더가 떠올랐다.

기억속에 남이 있던 파일명을 실행하고, 동영상 탐색 버튼을 마우스 커서로 잡아 놓고 오른쪽으로 쭉 끌어당겼다.

그러자 꿈속에서 보았던 화면이 빠르게 흘러 지나갔다.









[아아아아응.......]

거실에 귀따가운 소리가 울려 댔다.


조사장이 새빨갛게변한 자지를 흔들어 대며, 혜린씨의 뽀얀 아랫배 위에 정액을 쏟아내고 있었다.

[으아....으아.....으아.....]

조사장은 거친 숨을 토해내며, 혜린씨의 배 위에 떨어져 내리는 누런 정액을 멍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의 몸이 박혀 한참 동안 박혀 빠르게 움직이던, 활짝 열려 있는 혜린씨의 허벅지 사이 그곳이 발정 난 암캐의 그곳처럼 너무나새빨갛게 부어 올라 있었다.

[흐흐흐.....벌써 쌌어요?]

다른 여자의 보지속에 자신의 자지를 깊게 꼽아 놓고 있던 피디가 능글맞게 물었다.


[아이고....이...여자 보통 아니네....]

조금씩 줄어 들어가는 조사장의 자지 끝에선 미처 싸 내지 못한 정액이 아래로 힘없이 주르르 흘러내리고있었다.



[나도 혜린이하고 할란다.....얘는.....진한.....그 맛이 없네.....설익었어....]

다른 여자의 보지 속에 깊게 꽂혀 있던 피디의 자지가 한 번에 쑥 빠져 나오자, 그것을 담고 있던 여자의 보지가 벌렁거리며 오줌을 지리듯 한줄기 물이 왈칵 흘러나왔다.

[아이고 조사장님 많이도 쌌네.....]

피디가 티슈를 뽑아, 혜린씨의  위를 엉망으로 적셔 놓고 있는 조사장의 정액을 꼼꼼하게 닦아냈다.

그리고 바로, 다른 여자의 보지물로 젖어 있는 자신의 자지를 혜린씨의 그곳에 단번에 밀어 넣었다.

[아아흑......]

아래로 떨어져 내려 있던 혜린씨의 다리가 다시 바짝 위로 올라갔다.

[아아아!!!]

피디가 혜린씨의 보지 위쪽을 손으로 문지르며 천천히 움직이자, 혜린씨의 입술이 활짝 열려 날카로운 신음을 토해냈다.



혜린씨 바로 옆에 널브러져 있던 알몸의 여자가 꿈틀거리며 그쪽으로 다가왔다.



[아아아음...]

혜린씨의 입에서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자가 혜린씨의 젖꼭지를 입속에 담아 빨고 있었다.

[아앙.....아앙.....아앙.........]

피디의 움직임이 거칠게 변하자, 그에 맞혀 혜린씨의 몸이 침대 위에서 힘없이 들썩거렸다.

혜린씨가 자신의 젖꼭지를 핥아 대는 여자의 머리를  감쌌다.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조사장이 다시 침대위로 기어 올라갔다.

[아.....미치겠네....이년....이거 완전히.....]

빠른 신음을 토해내며, 활짝 열려 있던 혜린씨의 입속에조사장이 다시 발기된 자지를 깊게 쑤셔 넣었다.



혜린씨 몸에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들러붙어 꿈틀대고 있었다.

갑자기 화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면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침대 위를 제대로 비추지 않고 있었다.

대각선으로 기울어져 침대에 반쯤 걸려 있는 화면과 그 아래엔.

헐렁한 반바지 지퍼가 활짝 열려 있었다.

 사이로 튀어나와 있는 완전히 발기된 자지를 한 남자가 움켜쥐고, 미친듯이 흔들어 대고 있었다.

[쿵.....]

화면이 아래로 떨어져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검게 변해버려 더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귓가에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노트북에서 들려오는 소리가아니었다.



이 소리는 내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소리였다.

내 시선이 책상 아래를 향해 천천히 내려왔다.



새빨간 자지를 움켜쥐고 있는 내 손과 의자 끝이.......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새소리였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너무나 청명한 새소리였다.



눈을 떴다.


나는 소파에 누워 있었다.

밖은 이미 환하게 변해 있었다.


참 이상하게도.....매일 꾸던 그 꿈을 오늘은 꾸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들어보니 벌써 오전 10시가 지나 있었다.




[루아씨.  지내고 있어요?]

미확인 메시지에 풀려 있던 눈이 번쩍 떠졌다.


[루아씨.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다른 게 아니라.......우리....오늘 같이 밥 먹을래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혜린씨였다.

한 시간 전에 발송된 메시지였다.

[혜린씨.....저는 시간 괜찮아요]

생각도 하지 않고 적어 나간 답장을 지우고 다시 쓰려고 했지만, 떨리고 급한 손놀림에 이미 발송된 상태였다.



그리고......몇 십 초도 되지 않아 바로 답장이 왔다.



[네. 지금 밖인데,
11시쯤에 도착할 수 있을  같아요.
저번에 루아씨가 말한.....철교 카페 근처 맞죠? 주소 주시면 앞으로 갈게요]

비엔티안에서 내가 사는 곳을 말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바로 집 주소를 보내버렸다.


그리고 나는 욕실로달려갔다.

그날......내가 비엔티안으로 급하게 떠나던 그날처럼....








급하게 샤워를 하고.....옷을 입고......나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여기 맞는 거 같은데....저 도착했어요]

메세지를 확인하고 아래로 내려가니,  앞 좁은 강변도로에 반짝이는 은색 차가 한대  있었다.

운전석 문이 열렸다.



“잘 지냈어요? 루아씨......”

불어 오는 바람에 긴 생머리를 흩날리는.....

혜린씨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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