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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한 여자...아니, 두 여자를 만나다 (20) (41/102)



〈 41화 〉한 여자...아니, 두 여자를 만나다 (20)


노트북 화면을 계속들여다보고 있으니 눈알이 빠져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잠이 쏟아져 내렸다.

시간이 없었다.

노트북에 있는 모든 것을 확인하기엔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오전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두시간 남짓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노트북 화면을 넘기며 그것들을확인하고 있었다.

바탕화면 폴더를 만들어 빼놓은 자료들을 다시 확인했다.

수많은 사진들과 동영상  개였다.



나는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다가 급하게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호텔 로비 한 쪽에 오늘 신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그중에 영자신문 4개를 들고 다시 룸으로 올라왔다.


해외 커뮤니티 검색을 통해,

일체의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메일계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사이트를 찾았다.

그 곳에서 메일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문으로 이메일을 적어 나갔다.

[긴급제보 - 한국 유명 방송사 PD,비엔티안에서 마약 및 미성년자성 착취 제보]

[한국 방송사 PD와  일행들이 5일 전 비엔티안에 입국해, 마약 환각 파티 및 라오스 여성,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 착취 행위 제보.

불특정 라오스 여성 및 미성년자들에게 마약류 환각 물질을 제공하고, 성접대 및 성매매...

본 제보는 메일 수신처에 있는 비엔티안 4곳의 영자신문사에 동시에 제공함.

 사건을 주도한 한국 방송사 일행이오늘 밤 10시, 비엔티안 출국예정임으로 긴급조치 필요함.

심각한 불법행위가 발생한 건 임으로, 제보 받은 신문사에서는 우선 라오스 공안에 본 사건을 공유한 후 보도하기 바람]

호텔로비에서 가져온 영자 신문을 펼쳐, 이메일 주소를 찾아 하나씩 적어 나갔다.

그리고 노트북 바탕화면에 빼놓은 폴더의 자료들을 하나씩 첨부했다.

마지막으로, 그 PD의 여권 사진과 E-Ticket을 첨부하고 메일을 발송했다.

















혜린씨  벨을 누르자, 아름이가 문을 열어 주었다.

혜린씨는 침대에서 일어나 있었다.

처참했던 얼굴이 그나마 조금 나아 보였다.



“식사했어요?”

“네.....루아씨는.....”


“네....먹었어요...대충....”

잔뜩 겁을 먹은 같은아름이가 나와 혜린씨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름이의 그 모습이 참......측은했다.

“혜린씨....저기...병원......가야 되는데......”

“아니요....아니요....”

혜린씨의 얼굴이 아름이의 측은한 그 얼굴과 같았다.

“보니까 멀지 않던데.....같이 가요”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말을 던졌다.


혜린씨는 말없이  눈만들여다보고 있었다.










 룸에 돌아와서도 계속후회가 되었다.

끝내 혼자 병원에 가겠다고 하는 혜린씨를 그렇게 보낸 것이 후회되었다.

내 몸이 조금씩 기울어져, 침대 위에 한쪽 어깨가 닿자마자, 나도 모르게 그대로 눈이 감겨버렸다.











[이야....혜린씨 춤도 어쩌면저렇게 예쁘게 추나....허허허.....]

머리가 조금 벗겨져 얼굴에 기름기기 번들거리는 한 남자가 웃고 있었다.



눈이 완전히 풀려 있는 혜린씨가 풀장 앞에 있는 테이블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혜린씨 주위에 인형처럼 생긴 이국적인 외모의 두 여자가 바짝붙어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PD님. 이번 방송 대박 나겠는데 보니까......]

[하하하....그래요? 방송 컨셉이 워낙 좋으니까.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사장님이 다 도와주신 덕분이죠.]

[내가 뭐  게 있나요? 어레인지 좀  준 단데.....]

두남자의입에서 손에 들고 있던 담배 같은 것을 빤, 진한 여기가 계속 피어올랐다.



[조사장님은 참 좋겠다]

[네? 뭐가요?]

[비엔티안 천국이네, 천국.....라오스 애들 얼마나 이쁜지......좋겠어요? 하하하....]

[하하...여기 오래 지내다 보면 별의 별일 다 있어요.

한번씩 한국에서손님들 와서 어리고 예쁘장한 애들 소개시켜주면......그 분들 그렇게 지내다 가고 나면, 애들 거의 다 임신이야.....내가그거 때문에 미치겠어요.

어이구....영감들 피임 좀 제발 하라니까....

젊은 한국 애들은 여기와서는 대충 알아서 따먹고 가는데......영감들은 꼭 사고를 쳐요 사고를.....]

[조사장님 애들  번 데리고 자니까. 보통 아니더만요. 적극적이야.....너무 잘해.....하하하....]

[PD님 어제 걔들 둘이 좋았어요?]


[하하하...말도 마십시오. 내가 한숨도못 잤다......못 잤어...]

[으하하하.....PD님, 이번에 현지처, 하나 만들어 놓고 가요.

어자피 몇 주 후에 촬영 다시 오실 건데......오늘 처음 보는 애들도 많을 건데 한번 골라보세요.]


[쟤는 누구예요?]

[누구요?]


두 남자의 시선이 동시에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아.....가슴 크고, 얼굴 뽀얗고 머리 긴 얘?]

[네네....첨 보는 같은데....]


[역시......흐흐흐......쟤.......젊은 한국 놈 애인 있는데......쟤 혼혈이라서 이쁘죠?]

[에이씨......안 되겠네 그럼.....]

[하하하.....안되는게 어딨어요? PD님 맘에 들어요? ]

[저 정도면......현지처  만한데......몇 살인데요?]

[21살.....공부도 잘하고 여기서 좋은 대학 다녀요. 한국말도  하고....]

[한국 젊은 놈. 애인 있다면서요?]

[이 동네가 다 그렇죠. 돈 앞에 장사 있어요? 쟤 정말 괜찮아요.

예쁘지 피부도 좋고.....마인드가 참.....데리고 자면 야들야들할 겁니다.

근데 절대로 노콘을  하려고 해요.

PD님  참에 쟤 임신시키면 되겠네......한국 남자친구도 알아서떨어져 나가고.....흐흐흐.....

있다가 준비해 놓을게요.....]

[아이고...고맙습니다. 조사장님. 이래서 해외 촬영 나오면, 한국 사람들 좋단 말이야......

조사장님.....]

[네?]

[우리 혜린이 어때요?]

[네? 아이고 최고죠......라오스 바닥에서아무리 이쁘고 어린 년들 잘 먹고 다녀도..........저 정도 한국 여자한테는 절대 안돼요.

나는 제대로  한국여자 품은 지가 생각도 안 난다.....안나.....]

[오늘 한번 할래요?]

[네?]

[하하하.....뭘 그래 놀라요? 혜린이 하고한번 할래요?]

머리가 반쯤까진 사내가 PD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에이....PD님 참 농담도......영감 마음 설레게......]

[방에 데리고 가서 한번 하고 와요]

[PD님.....]

[조사장님이 이 정도 챙겨줬으면......나도  정도는 해야지....

지금 혜린이 약발 좀 올랐는  같은데....데리고 가요...후딱 한번 하고 나와서 술 마십시다...]

혜린씨는 여전히  여자 둘과 춤을 추고 있었다.

예쁜 리본 매듭이 풀려, 가슴 한쪽이 드러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혜린씨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웃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어이! 아린?]

혜린씨를 보고 있던 머리가 까진 남자가 반대쪽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얇은 슬립이 흘러내려 가슴이 거의  들여다보이는  머리의 여자가 그 남자에게 바짝다가왔다.


PD가  여자의 어깨를 감쌌다.

생글거리며 웃는  여자의 풀린 눈도 지금 춤을 추고 있는 혜린씨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머리가 까진 남자가 춤을 추고 있던 혜린씨의 허리를 꼭 감쌌다.

그러자 휘청이던 몸이 그 남자 쪽으로 완전히 쏠려 안겨 버렸다.

[PD님....우리 같이 들어갑시다...]

[허허..그러지요....]

두 남자가 빌라가 있는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야 임마! 너 안 따라오고 뭐해? 찍어야지 임마....]

[아.....네...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남자의 떨리는 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그들을 천천히 뒤따라가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땐.

룸이 온통 암흑천지였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 있었다.

잠깐 침대에 쓰러진 사이, 나는 거의 12시간을 꼬빡 잠들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 어질러져 있던 그것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눈에 띄는 몇 개를 제외하고, 노트북 가방에 그것들을 모조리 쑤셔 넣었다.


나는 그것을들고 룸을 빠져나갔다.





이제 막 새벽이 시작되는 비엔티안 거리는 조용했다.

몇몇 거리 상점에만 불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메콩강 강변도로를 건너......아래로 내려갔다.

수천년 동안 이곳을 적셔 놓은.....짙은 강 냄새가 코를 찔러 댔다.

찰랑거리는 강물이 하얀 스니커즈 끝을 스치고 지나갈 때, 나는 노트북 가방을 열었다.


여권.....
스마트폰을....

멀리 강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내, 군데군데 돌이 박혀 있는 그곳에 올려놓고 발로 밟았다.

노트북 액정과 플라스틱 뒤 판의 파편이 산산조각 날때까지....

그리고  속에 꼽혀있던 SSD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까지....
















호텔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었다. 아니....그래야만 했다.



“루아씨.....”

호텔 현관으로 향하는 계단에 올라설때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혜린씨가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어....여기서 뭐 해요?”

“걱정돼서요.....아까 연락했었는데.....답도 없고.....좀 전에 룸에 올라갔는데....안 계신 거 같아서...”


“병원은 갔다 왔어요?”

혜린씨 맞은 편에 자릴 잡고 앉았다.


“네.....”

“어떻게......”


“괜찮데요.....그리고 그분한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새벽에 오신 여자분......”

지민씨이야길 하는  같았다.

“그 여자분.....잘 아시는 분이세요?”

“네...친구예요....친구....”

“고마워요......”

“혜린씨.....우리 내일 한국 같이 갈래요? 이제 여기......재미 없어요.....”

 말에.....

 참을 말없이 나를 보던 혜린씨가......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음이 급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자마자,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내가 향한 곳은 오늘 신문들이 놓여 있던 바로 그곳이었다.

나는  중 영자신문 하나를 집어 들어, 첫 페이지의 사진을 들여다봤다.










우리는 체크아웃을 하고 늦은 조식을 먹고 있었다.


“엄마....오늘 집에 가요?”

“응.....”

혜린씨가 아름이에게 조용히 답했다.

눈가의 푸른 흔적이 조금 남아 있어서인지 혜린씨의 얼굴엔 처음 이곳에 올 때, 보았던 그 검은 선글라스가 눈을 덮고 있었다.


“오빠는요?”

“어...나도 같이 가....”

“우와!!! 우리는  때도 같이 오고.....갈 때도 같이 간다......신난다!!!”

다행히 아름이는 또다시 예쁜 6살짜리 여자아이로 돌아가 있었다.









우리는 비엔티안 왓따이 공항에도착해, 발권을 하고 게이트에 앉아 있었다.

잠을 그렇게 잤는데도 눈이 계속 감겼다.



갑자기 주위가 웅성거렸다.

혜린씨가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 놓고 잠들어 있었다.

라오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따라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전면에 있는 TV에 향해 있었다.

TV엔 한 남자가 활짝 열린 검은 유리문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정복을 입은 라오스 공안  명이 수갑을 차고 있는 그 남자 팔을  잡고 있었다.


 남자의 머리는 하얀 붕대로 둘둘 말려 있었다.

TV로부터 라오스어가 계속 들렸지만,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

방금까지  어깨에 기대고있던 혜린씨의 얼굴이 TV를 향해 있었다.

입술을 가리고 있는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어....어떡해......”

혜린씨는 금방이라도 울음 터트려 버릴 거 같았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흔적이 그곳에 남아 있을 걸 걱정하고 있는 거 같았다.

검은 선글라스 아래로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이 보였다.



“괜찮아요....괜찮을 거예요........”

내 말과 함께.....

탑승 준비를 하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섯 시간 동안의 긴 비행을마치고, 착륙을 하자, 그때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비행기에서 계속 자던 아름이가 비행기를 빠져나와  손을 꼭 잡았다.




아름이는 공항 밖을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줄지어  있는 택시들.....


“아름아....이제 집에 가야지....”

혜린씨의 말에 아름이는 내 다리 뒤로 숨어 버렸다.


“한.아.름......”

혜린씨의 차가운 그 목소리에 작은손이 나를 떠나갔다.


“루아씨....고마워요.....조심해서......가세요.....”

“네.....”

우리는 한동안 서를 향해 그렇게 서 있었다.

혜린씨는 무슨 할말이 있어 보였지만, 그렇게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 아래 다시 흘러내리는 한 방울의 눈물.....


“고맙습니다.....”

혜린씨는 그 말을 남기고 그대로 뒤돌아섰다.

혜린씨 손에 이끌려 가던 아름이가 계속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려놓고......

얼굴을 푹 숙이곤  손으로 자신의 눈가를 닦아내고 있었다.





아름이가 택시에 올라타자, 혜린씨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트렁크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나는 그곳으로 가, 묵직한 그 캐리어를 열린 트렁크에 조심스레 넣어 주었다.


트렁크가 닫히자, 도와주러 나왔던 기사가 다시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혜린씨가  목을 깊게  끌어안았다.

“미안해요.....그리고 너무.....고마워요.....흐흑.....”

내 얼굴에 혜린씨의 눈물이 이제 막 전해질 때, 혜린씨는 서둘러 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 택시는 떠났다.



어디선가 자꾸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깔끔한 승무원복을 입은 한 여자가......나를 보고 있었다.

나리가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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