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한 여자...아니, 두 여자를 만나다 (16)
택시가 메콩강 강변도로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내 머릿속엔 조금 전 호텔 테라스에 앉아, 한참을 떠올려보았던 그 생각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양립된 그 경계를 나 스스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가 없었다.
메콩강을 벗어나 택시는 북쪽을 향했다.
고요한 어둠이 완전히 잠식해 버린 새벽의 비엔티안 거리는, 이따금씩 스쳐 지나가는 대형 술집과 클럽에서만 환한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택시가 멈춰 섰다.
계속 생각에 잠겨 있어서인지 매우 긴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론 호텔에서 10분 정도의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려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모자를 푹 눌러 썼다.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왼쪽에서 음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노란 불빛이 가득한 건물 입구에 푯말 보였다.
오른쪽은 호텔.....왼쪽은......풀빌라....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는 왼쪽으로 향했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 갈 때마다, 그 소리가 조금씩 커져갔다.
짙은 썬팅을 한 것 같은 검은 유리문이 보였다.
“풀빌라 이용자 외 출입금지”
그 유리문 위쪽에 영어로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한쪽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뒤에서, 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오는 발소리와 한 사내의 고함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라오스어인지 뒤에서 들려오는 사내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소리를 무시한 채, 검은 유리문안쪽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
“아!”
누군가가 내 한쪽 어깨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그 손 힘이 얼마나 쌘 지, 내 몸이 뒤로 넘어 질듯 몸이 휘청거렸다.
“이씨발새끼가!!!”
나도 모르게 한국어 욕이 튀어나와 버렸다.
덩치가 좋은 한 사내가 내 바로 옆에 서 있었었다.
정복 같은 검은색 옷, 한쪽 가슴에 밝은주황색으로 ‘Guard’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Oh.....korea? You korea? Sorry......go.....go....go inside........sorry....”
내 얼굴을 확인한 그 사내가 순간 당황해했다.
그리고 더듬거리는 영어를 하며, 다시 닫혀 버린 그 검은 유리문은 활짝 열어 주었다.
중간중간 작은 LED 등이 켜져 있는 그 속은 마치 긴 터널 같았다.
중간쯤 걸어 들어갔을 때.
이상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 댔다.
그 냄새는호텔룸에 쓰러져 있던 혜린씨의 몸에서 짙게베여 있던 바로 그 냄새였다.
그 냄새 때문에 속이 계속 울렁거렸다.
가드가 열어준 검은 유리문과 똑같은 문을 또다시 맞닥트렸다.
이젠 희미하게 들려오던 노랫소리의 가사가 들릴 정도였다. 그 노래는 한국 아이돌의 최신 가요였다.
닫혀 있던 검은 유리문을 활짝 밀었다.
환하게 불을밝힌 그곳은 마치 딴 세상 같아 보였다.
넓은 공간 중앙에 새파란 수영장이 있었다.
가장 안쪽 무대 같은 곳에 외국인 남자가 빨간 헤드폰을 쓴 채,DJ부스에서나 볼 수 있는 기계들을 만지며 커다랗게 울리는 음악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가슴이 드러난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
수영장 주위에 놓여 하얀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몇몇 여자들은 젖가슴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남자에게 안겨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사람들로부터 영어.....라오스어.....한국어가 뒤섞여 들려왔다.
이곳은 완벽한 하나의 파티장이었다.
지금 내 눈에 들어온 사람들만 해도 족히 30명은 훨씬 넘어 보였다.
방금 이곳에 들어선 이방인인 나를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 구역질나는 냄새가 이곳에 가득했다.
수영장이 있는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어린 라오스 여자들을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고.....아무렇지 않게 온몸을 주물러 대는 장면이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얼음이 가득한 아이스박스에들어 있는 비어라오 한 병 꺼내 들자,
언제 왔는지, 검은 스커트와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라오스 여자가 맥주병을 받아 들어 따고는 웃으며 내게 건네 주었다.
얼음속에 박혀 있던 그 맥주 맛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너무나 차가웠다.
수영장 바로 앞쪽에 줄지어 놓여 있는 푹신한 비치 체어에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하지 마...간지러......호호호”
한국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짙은 화장을 한 20대 후반....30대 초반 정도의 여자가 화려한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그 여자 바로 옆엔 모델같이 키가 크고 몸이 좋은 라오스 남자가그 여자 옆에 바싹 누워, 웃으며 그 여자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취해 있었다.
음악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아니면 구역질 나는 그 연기에 취했는지......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건물엔 1층, 2층 모두 불이 환하게밝혀져 있었다.
나는 남아 있던 차가운 맥주를 한꺼번에 입에 털어놓고 그 건물로 향했다.
그 건물 1층엔 담배 연기 같은 것이 자욱했다.
넓은 거실엔 술에 취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검은 피부의 몇몇 여자들은 팬티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소파엔 남녀 몇 쌍이 서로 들러붙어 있었다.
비치 셔츠만 걸치고 있는 한 남자가소파 위에 누워 축 처져 있는 여자의 몸에 올라타 그 짓을 하고 있었다.
남자의 자지가 박혀 있는 피부가 검은 여자의 보지 주위가 하얀 생크림 같은 것으로 온통 범벅이 되어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어이....어이......어.....아아음......”
짙은 소리가 거실에 울려왔다.
거실 안쪽에 있는 열린문에서 그 소리가 들려왔다.
불이 꺼져 있는 그 방 침대 위에 남여 서너 명이 뒤엉켜 있었다.
[최피디가 빌라 2층으로 혜린씨 데리고 가서........
와....씨발새끼.....1층에 여자 작가들하고 술 마시고 있는데.......
소리가 소리가.....최피디 무슨 약 처먹었는지......두어 시간을 계속 그 지랄 하더라니까.....]
어제 새벽.....
호텔 테라스에서 들었던 두 남자의 대화가 떠올랐다.
거실 안쪽, 홈 Bar로 이어지는 입구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2층의 분위기는 수영장이 있는 건물 밖과, 건물 1층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보였다.
너무나 고요했다.
계단 입구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불이 꺼진 방, 침대위에 잠든 것처럼 몇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문을 열어보았지만, 처음 열어 보았던 그 밤의 모습과 같았다.
수영장이 있는 쪽에 붙어있는 마지막 방.
그 방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짙은 연기로 자욱했다.
그 연기가 방금 열린 문으로 쏟아져 내 얼굴을 뒤덮자, 진한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그 방은 2층에있는 다른 방보다 훨씬 컸다.
침대도 라지 킹사이즈인지 다른 방에 있는 침대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침대 위에 한 남자 그리고 두 명의 여자가 몸이 서로 엉켜 있었다.
그리고 침대 바로 아래바닥에 한 여자가 쓰러져있었다.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한여자의 모습이 마치 혜린씨가 호텔 룸 바닥에 얼굴이 닿아 엎어져 있던 그모습과 같아 보였다.
세 명의 여자는 모두 알몸이었다.
침대위에 혜린씨와 같은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여자의 피부색은 나머지 두 여자와 달리 무척 하앴다. 한국여자처럼....
침대가 놓여 있는 아래쪽에 커다란 TV가 켜져 있었다.
그리고 침대 곁에 있는 협탁 위에도 노트북이 켜져 있었다.
커다란 TV 화면과 켜져있는 노트북 화면이 똑같았다.
TV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노트북의 배경화면이 아니라 뭔가가 멈춰 있는 그런 화면 같았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노트북 엔터키를 눌렀다.
[아아앙!!!!!!]
갑자기 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커다랗게 울렸다.
눈이 완전히 풀려 있는 한 여자의 얼굴이 TV 화면에 가득 차 있었다.
여자의 눈화장이 엉망으로 번져있었다.
[아아아....아......아....]
여자의 얼굴을 비추던 화면이 아래로 내려갔다.
브래지어가 없는 여자의 커다란 가슴이 위아래로 빠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화면이 멈춘 곳은 여자의 보지를 빠르게 쑤시고 있는 남자의 자지였다.
물기에 젖어 반들거리는 남자의 자지엔 콘돔이 끼워지지 않은거 같았다.
[혜린아......아.....싼...싼다....]
[아아앙.....안돼.....아아....안에 하지 마.......아아앙.....]
[으으....으아.....으으윽.....]
하지만 여자의 말에도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냥 급하게 움직이다가 여자의 보지속에 자신의 자지를 완전히 박아 넣고 몸을 계속 부르르 떨고 있었다.
[하아...하아....]
잠시 후, 거친 숨을 몰아쉬던 남자의 몸이 여자의 그곳으로부터 천천히 떨어져 나왔다.
TV화면에 새빨갛게 부어 있는 여자의 보지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오물거리던 여자의 보지살, 벌어진 소음순 사이로 방금 남자가 싸 놓은 정액이 한꺼번에 주르르 쏟아져 나왔다.
[하아...하아......혜린아......예술이다......오늘 니 보지에 다 세 번 짼데.....
너는 아직 멀었지? 어? 나 하나로는 안 되지? 더 하고 싶지? 어? 말해봐....]
정액이 계속 흘러나오는 여자의 그곳을 비추던 화면이 다시 여자의 얼굴로 올라갔다.
여자의 눈이 꼭 감겨 있었다.
긴 속눈썹 사이로 투명한 구슬방울 몇 개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야! 우리 막내 어딨어? 야!!!!]
남자의 고함소리에 TV스피커가 찢어질 거 같았다.
[야!!! 조연출!!! AD 어딨어?]
[네? 피다님!!]
여자의 얼굴을 비추고 있던 화면이 조금씩 멀어져갔다.
[임마! 부르면 씨빨, 빨리 와야지........이쁘다 이쁘다 했더니 빠져 가지고 새끼가....]
[아.....죄송합니다.....]
20대 후반,젊어 보이는 한 남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그 남자의 눈빛도 또렷하지가 않았다.
[야. 너 혜린이 이쁘다고 했지? 이리와 봐.......내가 특별히....너한테.....한번 준다..........따먹어라.....]
남자의 발음이 부정확했다.
[네?]
문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멍한 눈으로 침대 위를보고 있었다.
[한번 하라고 새끼야! 이년 이거 지금 존나게 달아 올랐다. 가만히 대 줄 때 먹어!!!]
문 앞에 서있는 남자가 침대를 내려다보며 망설이듯 계속 주뼛거리고 있었다.
[하.....이 새끼 이거....병신이네 이거.....이년이 얼마나 맛있는데....
하지 마 새끼야......병신 같은 새끼........
야!!! 촬영감독 어딨어?]
다시 누군가를 찾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피...피디님....잠깐만요......]
문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방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여자가 누워있는 침대위에 올라갔다.
[흐흐흐......그렇지. 기집은 기회 있을 때, 무조건 따먹어야 해]
[피...피님...근데....카메라 쫌....]
[뭐? 이 새끼가....우리 끼리 노는 건데......안 하려면 나가서 촬영감독 불러와 새끼야.....]
잠시 멈춰있던 남자가 바지를 끌어내렸다.
발기되어 있는 그 남자의 자지에 이미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은 흔적.......하얗게 말라붙은 그 흔적으로 가득했다.
그 남자가 여자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들어가, 한 손으로 자지를 잡고, 조금 전 다른 남자가 싸 놓은 정액으로 범벅이 된 여자의 보지 속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아아아....]
조용하던 여자의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여자의 보지속에 자신의 자지를 완전히 밀어 넣은 남자가 여자를 끌어안고, 여자의 입술을 덮쳐빨자 더이상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낄낄낄......어때? 좋지? 이년 보지 쫀득쫀득하지?]
하지만. 여자를 안고 있는 남자는 말이 없었다.
여자의 벌어진 허벅지속에 완전히 들러붙어 있는 남자의 엉덩이만 앞뒤로 빠르게 움직일 뿐 이었다.
잠잠해진 TV 스피커엔 한 사내의 작은 웃음소리와,
침대 위에서 알몸인 여자의 몸에 올라타 있는,
그 남자가 움직일 때마다 들려오는 찌걱거리는 소리만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