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한 여자...아니, 두 여자를 만나다 (3)
밤 10시가 조금 넘은 비엔티안 현지시간,
불과 7시간 전쯤, 거실 소파에 누워, 술김에 발권해버린 비엔티안행 비행기에 올라탈지 말지를 고민하던 내가 떠올랐다.
차장 밖, 군데군데 노란 불빛에 물들어 있는 도시의 광경은 운치가 있었다.
높은 빌딩도, 최신 현대식 건물도 찾아볼 순 없었지만, 이 도시만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공항에서 여행자 거리 정중앙에 있는 호텔은 그리 멀지 않았다.
공항에서출발한지 15분만에 호텔 앞에 택시는 멈춰 섰다.
“아저씨? 여기가 우리 호텔이에요?”
드디어 택시가 멈춰 서자 뒤에 그 여자와 함께 앉아 있던 아름이가 물었다.
“응. 내리자.”
택시기사가 트렁크에 있던 그 여자의 24인치쯤 돼 보이는 캐리어를 내려주자.
여자는 지갑을 꺼내 기사에게 팁을 건네 주고는 혼자 호텔 로비로 쑥 들어가 버렸다.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호의를 베푼 건 아니었지만, 연이어지는 그 여자의 무례한 행동이 자꾸 거슬렸다.
아름이를 데리고 호텔 로비에 들어서니, 여자가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눈길을 끄는 여자의 늘씬한 몸매.......뒷라인이었지만, 나는 서둘러 시선을 거뒀다.
그 여자를 보고 있는 것조차도 싫었다.
“아름아. 이리와. 올라가자....”
여자가 아이를 부르자, 내 손을 꼭 잡고 있던 아름이가 그 여자에게도 달려갔다.
기내에서 부터 지금까지 새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여자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저씨 빠이빠이...”
아름이는 내게 손을 흔들며, 그 여자에게 이끌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비엔티안의 물가는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다.
당일 급하게 예약한 호텔이어서인지 내게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
체크인을 하고 4층으로 올라갔다.
호텔룸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고 넓은 객실에 발코니가 있어 비엔티안 시내의 전경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2~3층짜리 건물들이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는 야경이 의외로 무척 보기 좋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이 도시의 첫날밤을 그냥 호텔 룸에서 보내긴 싫었다.
샤워를 하고.....아름이가 계속 아저씨라고 불렀던 게, 맘에 걸렸는지 깔끔하게 면도도 했다.
그리고 시원한 호텔을 벗어나....후텁지근한 비엔티안의 밤 속으로 걸어나갔다.
급하게 떠나온 이 도시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여행자거리 바로 아래 있는 메콩강 강변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나갔다.
강변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야시장은 이미 영업이 끝났는지 불이꺼져 있었다.
그렇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20분정도 걷다 보니,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Bar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발길이 멈췄다.
강변 근처 도로엔 차들과 오토바이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쿵쿵되는 음악 소리가 들렸다.
3층 창가에 불빛이 번쩍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올라갔다.
예상한대로 클럽이었다.
내부는 너무나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화려하게 옷을 차려입은 현지인들이 가득했다.
직원에게 안내를 받고 테이블을 잡았다.
간단한 안주와 맥주 3병, 그리고 롱아일랜드한 잔을 주문했다.
200,000킵.....원화로 3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이곳을 검색해보니, 비엔티안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 중에 하나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거의 없고, 잘 나가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현지인들만 찾는 곳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 사실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12시가 넘어가자 사람들로 꽉 차,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옆 테이블 사람들과 자연스레 몸이 닿았다.
낯선 도시 뜨거운 밤의 정수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는 곳.....
이 클럽의 모습도 한국에 있는 클럽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화려한 모습의 남여들이 뒤섞여, 서로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으며........서로를 만지며 춤을 추고.......마지막 품고 있던 원초적인 욕망을 상대에게 풀어버리는 곳.
한눈에 봐도 내가 외국인임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내게 말을 걸고 술을 권했다.
나는 그렇게 그들의 뜨거운 밤 속에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
혼자 있던 테이블은 이제 더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내 테이블엔 남자 하나와 예쁘장한 이국적으로 생긴 여자 두 명이 합석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비엔티안에서 은행에 같이 근무하는 동료이고, 회식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셋 다 영어는 매우 능숙했고. 여자 하나는 대학에서 배운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자 우리의 모습은 조금씩 진하게 변해갔다.
붉은 원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내 옆에 붙어 춤을 췄다. 내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가 계속 내 그곳에 진하게 닿아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새벽 두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커다란 음악 소리와 그들과 함께 마신 위스키가 내 몸을 몽롱하게 만들어 버렸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테이블을 떠났다.
아쉬웠지만, 이렇게 술에 조금 취해 푹 자고.....일어나면 이 도시에서 뭘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1층에 내려오니, 뒤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내 옆에 붙어 있던, 몸이 드러나 보이는 새빨간 원피스 입은 여자가 백을 들고 내게 다가와 안겼다.
그 여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그 누구도.....오늘 함께 있고 싶다.....자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5분만에 호텔 앞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호텔 현관으로 향했다.
1층 테라스에 한 여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여자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룸에 들어서자마자, 서로의 입술을 빨며 급하게 키스를 했다.
타이트한 붉은 원피스를 벗겨 내고.....브래지어를 끌어당겨 풀고.......
여자는 내 티셔츠를 벗기고......반바지속으로 깊게 손이 들어갔다.
침대 위에 뒤엉켜 한참을 서로의 몸을 이곳저곳 빨고, 몸을 만졌다.
여자의 가슴을 잘근잘근 씹어 대며, 여자의 축축한 보지에 손을 넣어 그곳을 한참 헤집고 있을 때.
여자의 허리가 완전히 휘어져 버렸다.
나는 테이블 위, 작은 바구니에 담겨 있던 콘돔을 꺼내 씌우고, 침대에 올라탔다.
여자의 다리는 기다렸다는 듯, 이미 활짝 열려 있었다.
생전처음 해보는 외국인과의 섹스....
그 좁은 구멍......
물을 찔끔찔끔 뱉어내 충분히 젖어 있는 그 좁은 구멍에, 콘돔이 빡빡하게 씌여진 내 자지는 한 번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곳에 빨려 들어가듯 쑥 들어가 버렸다.
여자가 짙은 소리를 내며..........계속 내 목을 빨아대는 걸 나는 그냥 두었다.
어차피 이젠......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누가 내 목을 빨아........붉은 흔적을 남기든 말든.......상관이 없었다.
눈이 풀려 있는 여자의 작은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내 마음껏 즐겼다.
여자를 옆으로 뉘여,한쪽 허벅지를 내 어깨에 올려놓고 벌어진 그 사이를 미친 듯이 쑤시고...
여자를 뒤로 돌려놓고, 허리를 쥐어 잡아 뒤에서 쑤셔 넣었다.
여자의 짙은 신음이 멈출 새가 없었다.
여자의 몸속에 깊게 박아 넣은 채,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사정을 하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잠시 후....
몸이 축 처져 있던 여자가 아래로 기어 내려가......정액이 가득 차 있는 콘돔을 벗겨 내고.....내 자지를 입에 물어 빨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여자의 뜨거운 입김에 또다시 흠뻑 젖어 있던 내 자지가......그 좁디좁은여자의 따스한 보지 속으로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침대에서 서로의몸을 꼭 껴안고, 잠을 잔 건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사정을 몇 번을 했는지...어디다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 여자와 함께 느긋한 아침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여자는 잠깐 집으로 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서 출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호텔 앞. 여자의 하얀 세단이 서 있는 곳에서 여자가 내게 꼭 안겼다.
밤새 나 때문에....흐트러진 화장까지도 귀여워 보였다.
몇 번의 반복되는 짧은 입맞춤을 하고 여자는 차에 올라타 나를 떠났다.
내 손엔 그녀가 전해준 은행 로고가 찍힌 명함이 하나 들려 있었다.
“어! 아저씨다....”
여자를 보내고, 호텔 2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조식을 먹으로 올라가자, 나를 발견한 아름이가 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 테이블은 그 여자와 아름이가 앉아 있는 근처 창가에 하나만 남겨져 있었다.
새까만 선글라스가 여전히 그 여자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닭죽과 간단한 음식......그리고 커피를 들고 그곳으로 갔다.
“굿모닝 아저씨!”
아름이가 옆에 있던 내 테이블로 쪼르르 달려와 인사를 했다.
“어 그래....아름아....굿모닝.....”
“어! 아저씨 수염 없다......”
아름이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 모기 많이 물렸어요? 나도물렸는데.....아저씨 목에 모기가 많이 물었어요....”
그 말에 당항스러웠다.
“아름아....이리와......그 아저씨 나쁜 아저씨야......말 걸지 마.....”
내게 등을 보인 채, 앉아 있는 그 여자가 말했다.
순간새벽.....호텔에 도착할 때, 1층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여자가 이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을 바라봤다.
조금 전, 나와 함께 잤던 여자의 차가 주차된 곳, 서로 꼭 껴안고 서, 짧은 입맞춤을 반복해서 했던 그곳이 훤하게 내려다보였다.
갑자기 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일어나 보니 벌써 오후 3시였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이 도시.....비엔티안에 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맛집......호텔.......관광지.......투어상품.....시티투어.....라오스의 도시들...
수많은 정보들이 인터넷에 가득했다.
한국 사이트는 라오스여자....섹스.....픽업클럽....유흥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해외 사이트 커뮤니티에도 유흥에 대한 정보도 많았지만, 숨겨진 좋은 곳이 많이 안내되어 있었다.
나는 갈 만한 장소를 골라, 스마트폰 맵에 하나씩 저장해나 갔다.
메콩강변에 짙은 노을이 질 때.
나는 야시장을 걷고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그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한발 나가기도 힘들었다.
무더운 날씨 탓에 몸은 땀으로 조금씩 젖어갔다.
하지만 나는 행복했다.
나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이 낯선 도시속에 내가 흔적없이 파묻혀 있다는 것이.....나는 행복했다.
처음보는 신기한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빼곡하게 줄지어 서 있는 수백 개의작은 점포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너무나 아쉽게 흘러갔다.
수많은 꼬마전구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강변 노천 레스토랑.
나는 그곳에 홀로 앉아, 메콩강을 보며 비어라오를 하나씩 비워 나갔다.
메콩강 저 넘어 태국영토인 농카이가 보였다.
국경을 통과해 저곳에 가볼까 라는생각을 했다.
내겐 모든 것이 호기심 천지였다.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이다.
그 경험이 좋든 나쁘든....행복하든.....가슴이 아프든......내겐 모든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다.
우연히 만난......귀여운 아름이와......그리고 어제 그 클럽에서 동석해....호텔에서 진한 밤을 보낸.....보지가 작은 스물두살 그 여자까지도......
가끔씩 나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좀 더 이 도시에 빠지면.....어쩌면....나리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거 같기도 했다.
나는 다시 차가운 비어라오를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다시 호텔로 향하는 발걸음.....
시간은 벌써 자정이 지나 있었다.
여러 병 마신 맥주로 취기가 조금 올라있었다.
오늘 밤에도 만나고 싶다고 하던 새빨간 원피스의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또다시 화려한 그 클럽으로가 새로운 여자와 놀아 볼 까도 생각했다.
계속 떠오르는 그 얼굴을 지우기 위해.....
호텔 입구에 있던 계단을 한발 올라서자......
“훗.....오늘은 혼자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 새벽 테라스에 앉아있던 그 여자....
테이블엔 맥주병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그 여자였다.
그 여자의 눈을 가리고 있던 커다란 선글라스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두워 그 여자의 얼굴이 완전히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호텔 현관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와서.....성매매나 하는 새끼........”
순간....
나는 이성을 잃어버렸다.
“이....씨발년이.....너...너 지금 뭐라고 했어?”
“병신새끼...”
“이 미친년이...”
나는 그 여자 홀로 앉아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러자 그 여자가 놀랐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 향해 몸을 숨기듯 걸어 갔다.
난 달려가 그 여자의 팔을 낚아챘다.
“아아아....놔....이거 놔....”
나는 그 여자의 몸을 어둠이 몰려 있는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너....뭐라고 했어? 방금.......”
“아아아....아파....놔! 개새끼야!”
버둥거리는 그 여자의 손목을 움직이지못하게 꽉 쥐었다.
어둠이 적응은 되자, 희미하던 그 여자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 보였다.
순간 나는 너무나 놀랐다.
“아아아....아파......그만....그만....”
그 여자의 얼굴은.....내가인형같이 예쁘다고 했던.......아름이와.....완전히 똑같았다.
그 여자의 붉은 입술이 활짝 열려 떨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그쪽을 향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