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Metamorphosis (8)
나는 그렇게.....지민씨와 섹스를 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그날,
만약내가 도쿄에 가지 않았다면.....이런 병신같은 후회도 하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땐, 침실은 여전히 짙은 암흑에 둘러싸여 있었다.
알몸인 채로 몸이 축 처져 침대에 쓰러져 있는 지민씨의 실루엣이 보였다.
후회되기도 했지만, 이젠 돌릴 수 없는 일인 걸 알기에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 몸에 가득 담고 있던 그 많은 것들을 지민씨의 몸속에 모조리배설했지만, 내 자지는 완전히 쪼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려 침실문을 열었다.
하지만 거실은.....내가 침실에 들어 올 때처럼 환하게 거실 등이 켜져 있다.
“하아......”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침실문 바로 옆.....
나리가 벽에 등을 기댄 채, 가지런히 세워놓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쪼그려 앉아 있었다.
처음 거실에 들어설 때처럼, 여전히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채로...
문이 열리는 소리와 내 인기척에 나리의 얼굴이 천천히 위쪽을 향했다.
나리의 얼굴은 처음 이곳에 들어와 울먹일 때처럼......눈가에 눈물이 잔뜩 맺혀있었다.
얼마동안 나리가 이렇게 앉아있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최소 몇 시간은 이 모습 그대로 침실문 앞에 쪼그려앉아 있었으리라....
그리고...
침대에서 나와 진한 섹스를 나누던.....지민씨 입에서 새어 나오는 앙칼진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을 것이다.
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거 같았다.
나리가 고개를 들어 천천히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알몸인 내 몸엔....단 한 부분,
아직 죽지 않은 성기에만 무슨 옷을 입은 것처럼,
지민씨의 보지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던 물과, 내가 그 속에 깊게 싸 놓은 정액들이 범벅되어 온통 허옇게 말라 있었다.
나리가 희미한 눈으로 자신눈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나리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 머리는 작동을 멈춘 것처럼 그냥 멍하기만 했다.
“오빠......”
“왜 이러고 있어? 아직 안 갔어? ”
내 마음과는 전혀 다른, 싸늘하게 식어 있는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오빠....미안해.....미안해요......정말미안해......”
담담하게 나를 부르던 나리의 목소리가다시 울먹이기 시작했다.
“오빠. 미안해요.....나...거짓말 했어요.......흐흐윽...흑흑......
그 사람 물건을 찾아주고....그 사람한테 계속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만날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일 할 때 비행기에서 계속 마주쳤어요.
그래서...만났어요....도쿄에서....흐흑......엉엉......”
괴로웠다.
나리가 갑자기 내게 존대를 하는 것도 어색했고,
울먹이며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고 있는 나리의 말을 더이상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 도쿄에서 처음 만났어요...그래서 저녁먹고, 클럽에 갔어요..
나도 모르게 너무 취해서....일어나 보니까, 그 사람 호텔 룸이었어요......흑......
나는 정신이 없었어요.
그 사람이......
내 몸 위에 있었어요.....그걸 하고 있었어요.
그날 그 사람하고 두 번이나......했어요....
처음에는.....정신이 없었는데.....두번째는....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그날 이후 더이상 그 사람 만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근데....내가미쳤나 봐.....오빠........엉엉.......”
집안엔 온통 나리의 서글픈 울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날...오빠가 도쿄에 왔던 날.....그 사람하고 또 만났어요.
그.....그 사람 룸에서 잤어요....아침까지.....
그 사람이 하는 대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한숨도 안 자고.....계속.....그것만 했어요....
나도....나도.......미친년처럼........흐으으흑.........”
나는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해성사처럼 쏟아내는 나리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심장을 찔러 댔다.
무슨이유 때문에....그 남자에게 끌렸는지 물어보려다.....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게 다야?”
얼굴에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되어 나를올려다보고 있던 나리에게 물었다.
“주말에.....주말에 만났어요.....서울에서....
그 사람이 숙소까지 찾아와서.....계속 기다렸어요....할 수 없이 나갔어요.”
“그래서?”
“저녁 먹었어요....”
“그리곤?”
계속 쏟아내던 나리의 말이 갑자기 뚝 끊겼다.
나리가 내 시선을 피했다.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리가 울먹이며 몸을 들썩일 때마다....
단추가 하나 풀렸는 선홍색 블라우스 사이, 그 틈으로 나리의 뽀얀 살결이 보였다.
그리고. 그 뽀얀 살결 넘어, 작은 점 같은 붉은 흔적이 얼핏 보였다가 사라졌다.
나는 그게 자꾸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궁금했다.
나는 나리가 그런 것처럼 자리에 앉아, 나리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순간, 나리의 두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 때마다, 조금 전 얼핏 보였던 그 흔적이 점점 명확해 지고 있었다.
브래지어를 하고 있는 젖가슴 위......그 뽀얀 살결에 새빨간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은 빨린 흔적이었다.
얼마나 심하게 빨렸는지 새빨갛다 못해 피멍처럼 검붉은 자국도 몇 개 새겨져 있었다.
나리는 온몸을 덜덜덜 떨고 있었다.
나리의 블라우스를 가냘픈 어깨 뒤로 넘겨 완전히 벗겨 내고,
검은 브래지어 후크를 풀자, 가슴을 싸고 있던 브래지어가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맨가슴이 쏟아져 나왔다.
“흐으으.....흐으윽......”
나리의 입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한쪽 젖꼭지가 얼마나 빨리고......씹혔는지.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바짝서 있는 그 젖꼭지는 마치 지금 한창 절정을 느끼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리고 뽀얀 젖무덤 군데군데, 심하게 빨린 흔적 여러 개가 새빨간 도장처럼 찍혀 있었다.
“오...오빠.....”
“이.....이건 어디서그랬어?”
나도 모르게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리의 젖꼭지를 빨아대며, 나리의 보지를 뭔가로 쑤시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오빠....흐으흑.......”
더이상......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젠 더이상.....내 속에 숨겨져 있던 두 악마의 투쟁은 시작되지 않았다.
“나리야. 모두 말해줘서 고마워.
근데....우린 예전으로 더이상 돌아갈 수 없어,
왜 그런지...그건 너도 잘 알 거야.”
“오빠. 오빠....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
정말 잘못 했어.....용서해줘......오빠...”
나리가 쪼그려 앉아 두 손을 모아 내게 빌고 있었다.
“나리야.....지금 내 꼴을 봐.....
내가 저방에서 지민씨하고 뭘 했는지 알잖아.
너 여기서 다 듣고 있었잖아.
그만하자 정말....이젠........
지워.....
내가 말했지?
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라 지운다는 거,
나는 그날.....
그 호텔 루프탑바에서 그 남자가 너 안고.....허리를 감싸고.....웃으며 말할 때......그때 지웠어 너를......
그러니까....너도 지워....나를.......”
“오빠...오빠.....난 괜찮아...
오빠가 언니하고 뭘 하든 난 괜찮아.
오빠가 다른 여자들 만나서.....자고 그래도 난 괜찮아.
그냥 오빠 옆에만 있게 해줘......제발 부탁이야.....엉엉...엉엉엉....”
내게 애원하며.....두손으로 빌고 있는 나리의 모습을 더이상 지켜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뜨거운 눈물방울이 얼굴을 타고 흘러 내리고 있었다.
“으으으아.......”
깊은 통증을 뱉어내듯, 신음소리가 흘러나온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창가에서 들어온 햇살로 침실이 환하게 변해 있었다.
“일어났어요?”
화사한 화장을 한 얼굴에 그 빛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나를 보는 지민씨의 또렷한 눈망울, 아마도 오래전에 이미 깨어난 거 같았다.
알몸이었던 지민씨는 언제 그랬는지 비행을 할 때처럼, 얼굴이 화사하게 변해 있었다.
화이트 오버핏 티셔츠와 검은 레깅스를 입고서 내 옆에 누워 나를 보고 있었다.
“나리는....어떻게 된 거예요?”
“새벽에 바래다줬어. 공항에.....”
“아....그랬구나....새벽에 깼어요. 밖에서 나리하고루아씨 소리가 들려서.....”
“오후에 비행이라면서? 지금 몇 시야?”
“11시.....”
“늦지 않았어? 지금 내가 태워 줄게....”
“아니요.....아직 시간 좀 있어요......근데 루아씨 왜 이제 반말해요?”
“우리 동갑이잖아....그리고 친구고.....싫어? 그럼 예전처럼 할까?”
“아니요...괜찮아요.”
“지민씨도 편하게 해”
“아니....나는 이게 더 좋아요.”
“둘이 잘 해결된 거예요?”
그 물음에 할 말도 없었고.....더이상 생각하기도 싫어 가만히 있었다.
“옛날 내 생각난다.....후훗......”
이 일 시작하고 나서 남자친구하고 많이 다퉜거든요.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그렇게 다투다 보니까.....너무 싫어지더라고요....
외롭고...누구가에게 안기고 싶고....
그래서 다른 남자를 만났어요.
내게 집요하게 연락을 해오던...
근사하고.....잘생긴....돈도 많고...
그런데 그것도 그때뿐이더라고요...훗....”
“지민씨....”
“네?”
“저기.....괜찮아?”
“뭐가요?
“우리.......내가 안에다 한 거.....”
“걱정돼요? 내가 임신할까 봐?
만약 내가 루아씨 아이 가지면....어떡할 건데요? 지워야 돼?”
지민씨의 그 말에 내 표정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는 걸 나도 느끼고 있었다.
“나 그런 거 너무 싫은데....나 임신하면 어떡할 거예요?”
반짝이는 펄이 들어가 있는 큰 눈을 깜빡이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치이....바보같애....걱정마요....피임해요.
승무원일 오래 하다 보면....몸이 엉망진창이에요. 그래서항상 피임해요.....”
지민씨가 내게 바짝 다가왔다.
방금 바른 듯한 연한 핑크 빛 입술이 바로 내 얼굴 앞에 와 있었다.
레깅스를 입고 있는 지민씨의 허벅지가 내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헐렁한 반바지 사이로, 지민씨의 부드러운 허벅지살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 허벅지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불룩하게 올라와 있는 내 자지 근처를....
“오빠......루아씨는 이상하게 오빠 같아. 나 시간 좀 있는데.....우리 한 번 더 할래요?
나리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지민씨로부터 들려온 그 이름이 또다시 평온하던 나를 흔들어 놓았다.
달콤한 립스틱 향이 내 입속에 왈칵 쏟아져 들어왔다.
그 이름을 지워버리려 눈을 감고, 나를 부드럽게 빨아오는 젖은 그것에만 집중했다.
“아음.......아음........아아음.....”
내 자지를 빠는 젖은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루아씨, 빈속에 술 마시지 마요. 속 다 버려...
나 주말에 여기 비행인데.....그때 루아씨한테 가도 돼요?”
“응....”
“알겠어요. 연락 할게요.
참....그리고 스마트폰 충전기에 꼽아 놨으니까.....켜요.....알았죠?”
지민씨의 숙소....호텔 앞.
조수석에 타고 있던 지민씨가 잠시 내 얼굴을 훑어보다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작은 손을 흔들어 댔다.
다시 나 홀로 남겨진 집안은 처참할 정도로.....적막했다.
새벽......침실문 바로 옆에 쪼그려 앉아 울고 있던 나리의모습이 환영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충전기에 연결되어 있던 스마트폰을 뽑아냈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환하게 빛을 발했다.
로딩이 되자마자, 메시지들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그 사람....아버지..
[너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무슨 일 있어? 할머니반찬 해놨다.
이거 보면 전화해라]
[너 나리하고 싸웠어?
너 연락 안 돼서 나리한테 전화해보니까.
나리 울던데....무슨 일이야?
잘 지내 싸우지 말고....연락해라]
그리고......
[오빠.
서울에 도착했어. 무슨 일 있어?
자꾸 오빠 표정이.....아냐...전화해]
[오빠. 왜 전화가 계속 꺼져 있어?
걱정돼......연락 줘.....]
[오빠. 마침 지민 언니 그쪽 비행이라서 오빠한테 가보라고 부탁했어.]
[오빠...나 지금 그리로 가고 있어.
공항에 오후 7시 도착이야.
잠깐이라도 오빠 보고 싶어. 걱정도 되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다시 서울로 와야 해]
[오빠....미안해요.....정말 미안해요....]
오늘 새벽 나리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를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