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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Metamorphosis (3) (16/102)



〈 16화 〉Metamorphosis (3)

[저....지금 정상이 아니에요.....]

남자의 수많은 메시지에 12시간을 꼬박 넘기고서야 나리는 답을 했다.


[나리씨. 괜찮아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고 걱정 많이 했어요.]

나리의 메시지에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남자가 답했다.




[어제 일.....모두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클럽에서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나요.
깨어나 보니까......은우씨가 침대에서 저한테 그러고 있었고요.....]


[나리씨. 정말 미안해요. 제가.......

우리...클럽에서 좀 많이 마셨어요.

나도 좀 취했고....
나리씨도 많이 취해서....

새벽에....
제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같이 왔어요]

[그런데.....나를......왜 그러고 있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첨엔 나리씨 주무시는 거 그냥 보고만있었는데....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왜.....멈추지 않았어요?....왜 그랬냐고요.....]

[나리씨.....죄송합니다....]



[안에다.....한 거 아니죠?]

[네......처음에도 콘돔 사용했어요....]

[사진 같은 거......그런 거....찍은 거 아니죠?]

[아니요....저 절대로 그런 하는 사람 아닙니다...]

[은우씨. 이제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어제 일은....없었던 일이에요. 기억조차 하기 싫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혹시라도 비행중에 만나더라도.....아는 척하지 마세요]

[나리씨.....저그러려고 나리씨 만나자고 한 거 절대 아닙니다.

어젠....우리 너무 취했고......저 나리씨좋아해요....]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나리씨가 지금 혼란스러운 건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분명, 처음에....그런 건 내가 잘 못했어요.

하지만......처음에 우리 그러고 나서.

새벽에....나리씨 깨고 나서......
그 다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우리.....우리 한 번 더 했잖아요.
그땐 나리씨 술에 취한  아니었잖아요.

나리씨가.....내가 하는 대로  받아 줬잖아요.

침대가 엉망이  때까지....우리 너무 좋았잖아요]

[제발 그만 해요. 그만...]

[나리씨 남자친구 있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래도 나는 나리씨 계속 만나고 싶습니다.
내 마음이 그래요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이제...왜 이렇게  건지 진실을 알겠네요.

은우씨가  내게 계속....그렇게 집요하게 접근했는지...

섹스가 하고 싶으면......그런 여자를 찾아요]



[나리씨. 지금 오해하고 있어요.
절대 그런 의도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할게요.
앞으로 절대 연락하지 마세요]


뒤이어.....남자가 발신한 부재중 전화가 계속 찍혀 있었다......




내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조금만 입을 벌려도 바짝 마른 입술이 찢어져 피가 철철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리가 홀로 남겨져, 굳게 문이 닫혀 있는 침실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거실......우리집....전체가 완전히 진공상태로 패킹 된 것처럼, 한 줌의 숨도 들이쉴 수 없었다.



남자의 일방적인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며칠간 계속 지속되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반복되는 사과와 전화를 받아 달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나리씨.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너무 좋네요.

비록 비행기 안이었지만.....
저 며칠 동안 미치는지 알았습니다]

[제가 비행중에 아는 척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네...그런데.....그게 안 되더라고요.
아무리 노력해도....

오늘도 도큐레이에 계세요?]

[그건 왜요?]

[그때처럼....6시까지 호텔 현관에 갈게요.

나오시든 안 나오시든그냥 계속 거기서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나리는 답이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나.....정확히 오후 6시 남자로부터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그리고 오후 6시 45분에 남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나리가 받았다.

30분정도의 통화가 이루어졌다는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날 밤, 자정이다되어 갈 무렵, 남자로부터 사진들이 전송되어 있었다.

예쁜 촛불 다섯 개가 켜진 테이블.....

테이블 위엔 격식을 갖춘, 정찬이 차려져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나리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촛불에 비쳐진 나리의 얼굴은 너무나 화사했다.

[오늘 나리씨 최고의 샷!]

[음.....]

[잘 들어갔어요? 피곤하죠?]

[내가 어디가 좋아요?]


[하하하....그걸 몰라서 묻는 거예요?]

[아니에요. 말이 잘못 나왔어요. 그만둬요.]



[오늘 우리가 약속하고 합의한 것처럼, 우린정말 친구가 됐어요.

커피 마시고....식사하고....가끔 좋은데 같이 구경하고....

도쿄 쪽은 제가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요.

내일 가시고 싶은 곳 있으시면 제가 모실게요. 우리 내일 만나요]

[내일  만나자고요?]

[하하하....당연하죠....우린 친구니까......

그리고 오늘 나리씨가 한 말 절대 명심하고 지킬게요.

우리는 친구고.......앞으로 섹스는 절대 하지 않는다.

저는 나리씨 얼굴  수 있는 거.....그 걸로도 충분합니다]



[술도  마셔요....]

[아 참....그것도.....하지만 식사할 때, 와인 정도는 양보해 줘요.]

[내일 오전 10시쯤에 어떠세요?]

[알겠어요....]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횟수가 점점 줄어 들어갔다.

하지만......통화 횟수는 반대로 늘어갔다.







[나리씨. 내일 한국으로 복귀하시면, 일주일 후에나 볼 수 있겠네요?]

[네.....며칠 여유가 있어서 집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복귀할 예정이에요]

[그러면 오늘은 무조건 나리씨 봐야겠다.....저녁할까요?

저는 지금 호텔 옮겨서, 안다즈에 묵고 있어요.

여기 51층 레스토랑 아주 괜찮아요. 그리고 한층 위 루푸탑바도 있는데.....도쿄에서야경이 최곱니다.

나리씨, 혹시 보셨어요?]

[아니요]

[잘됐다. 여기서 봅시다.
6시반쯤 괜찮아요? 전화 드릴게요....]




어제였다......

내가 행복한 상상을 하며......나리를 만나러 도쿄로 갔던......어제주고받은 메시지였다.








몇 번의 통화와 그 아래 뒤이어 사진들이 전송되어 있었다.

나리의 잘록한 허리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카키색 원피스.....

어제 내가 보았던  호텔, 51층 레스토랑 테이블 위에 올려진 스테이크.....와인......

52층 루프탑바에서. 새파란 칵테일 한잔을 채, 황홀한 눈빛으로 도쿄의 야경을 보고 있는 나리의 옆모습.....







그리고......


남자의 말투가 변해버렸다.

[나리야....새벽에  숙소로 바래다주고 호텔에 돌아와서도 한숨도 못 잤어.

룸에 니가 남긴 흔적이 아직 가득하다.

결국 우리 또 이렇게 돼 버렸네....

피곤하지?
너 오늘 비행이라 쉬게 해주고 싶었는데....


우리 새벽까지 너무 많이 했다....섹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너무 좋았다.
내겐....최고의 하루였어]

[공항 가고 있어요....]


[피곤하지 않아?]

[피곤해요....]

[일주일 동안 못 기다리겠다
내가 주말에 서울로 갈게.....]

[왜요?  나하고 그러려구?]

[하하하....어제 우리 약속은 깨졌어.
이제 더이상 너하고 친구 아니야.

그리고 누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깬 것도 아니고, 우리가 같이 그런 거야......서로 원해서....]

[그걸 하고 싶으면....다른 여자를 찾아요]

[아직도 내 몸에 여운이 남아 있어.
 목소리....니 몸.....그리고 거기....
또 하고 싶다......]

[음....너무 싫다....]

[그런데  그랬어? 너 만일 오늘 비행 없었으면......호텔에서 하루 종일 나하고 섹스만 했을  같은데....]

[나리타 다 와가요.....다음에.....이야기해요....]

[토요일에 서울에서 보자....]

그리고 사진 하나가 전송되어 있었다.

그 사진엔......

커다란 창가에 노란 불을 환하게 밝힌 도쿄타워가 보였다.

그리고...

너무나 하얗고.....커다란 침대 위에.......몸이 축쳐진 나리가 침대 위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벌어진 나리의 팔과 다리.....사지가 힘없이 침대 위에 떨어져 있었다.


잔뜩 구겨진 하얀 이불이 나리의 엉덩이 부분만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나리는....완전한 알몸이었다.


[지워요!!!!]

나리의 메시지였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남자로부터 도착한 마지막 메시지.......

[잘도착했어?]











마침내......

어제. 내가 도쿄.....그 호텔 52층 루프탑바에서 나리의 뒷모습을 본 순간부터.......남자가 나리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지금 이 순간까지....


내 머릿속에서.....그렇게 치열하게 서로 투쟁하던, 대립된 두 악마의 전투가.......마침내 모두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의외로 마음이 홀가분했다.

언젠가부터 뜨겁게 달아올라 있던  얼굴도 이젠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내 손바닥에서  새 없이 스며 나온 땀으로, 나리의 스마트폰 뒤쪽이 흥건하게 젖어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열어봤던 모든 어플을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렸다.

100% 충전되어 있던 나리의 스마트폰 배터리는 62%로 떨어져 있었다.

의자에서 일어나자, 몸이 휘청거려 간신히 책상 언저리를 짚어 흐트러진 몸을 잠시 지탱했다.




TV선반으로 가, 길게 꼬리를 빼어내고 있던 충전 케이블을 나리의 스마트폰에연결했다.


잠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죽어버릴......아니 벌써 죽어 있는 시체처럼 거실 소파로 가, 몸을 뉘었다.

바짝 움츠러든.....내 한쪽 어깨와 허리와.....다리가 소파에 완전히 닿자 눈이 감겼다.


‘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야.......지우는거지..........’

언젠가 내가 나리에게 했던 그 말이 귓가에 조용히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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