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1 4. 사막의 왕자 =========================================================================
4.4
네 번 걸러낸 맑은 술을 차슈스가 한 번에 들이켰다. 옆에 있던 이가 술을 또 따랐다.
네발동물의 뒷다리와 통으로 구운 새꼬치, 치즈가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지만 차슈스는 음식에는 손대지 않았다. 대신 술을 마실 때마다 옆에 드러누운 여자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혀가 달싹거리는 소리가 주변의 소음에 파묻혔다.
-차슈스님. 조금 전에 잡은 신선한 새구이인데 드셔보시죠.
차슈스가 얼굴을 들고 다가온 부하를 향해 웃는다.
-안주로는 여자만한 게 없다지. 흐, 그깟 새구이야.
차슈스가 혀로 누런 이를 핥았다. 새구이를 가져온 부하가 탐욕스러운 눈으로 모래바닥에 누워 있는 여자를 꼼꼼히 훑었다. 벌어진 양 다리각이 제법 매끄러워 마음이 동했다.
-저, 차슈스님…, 저도 여자 좀…….
-골고루 여자를 나눠줬을 텐데?
-그게… 제 여자가 죽어버려서...
차슈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남자의 얼굴에 고기뼈를 집어던졌다.
-여자 관리도 못하다니! 약은 뒀다 뭐해!
부하는 맞은 곳을 문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여자 하나 줄 테니 다른데서 집적거리지 말고 술이나 마셔라!
차슈스의 호통에 부하는 머리를 조아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차슈수는 다시 여자의 다리 사이에 집중했다.
아무런 반항 없이 누워있는 여자의 갈라진 틈새를 따라 두꺼운 혀를 움직였다. 틈새에서는 꿀이 흘러내렸고 비릿한 향기가 풍겼다. 차슈스는 종종 얼굴을 들어 술을 마셨다. 얼굴이 달아올랐고 아랫도리도 후끈했다. 하지만 그의 입은 여자의 그곳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질 않았다.
작은 돌기가 혀에 닿았다. 그러나 차슈스는 더 아랫 쪽으로 내려가 골짜기 깊은 곳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쌉싸름한 맛이 그를 더욱 흥분시켰다. 차슈스가 터럭에 코를 묻고 부슬거리는 느낌을 즐기는 사이 여자의 그곳은 남자의 침과 애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정신이 든 건 순식간이었다. 은서는 자신을 안고 있는 남자를 냅다 밀어버렸다. 가슴을 할짝거리던 남자가 발랑 뒤로 넘어갔다. 주위에서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났다.
알몸으로 서있던 은서는 제 몸을 손으로 애써 가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여전히 머리가 멍했지만, 안개는 가셨다. 흰 모래바닥에서 여자를 끌어안은 남자들이 뒹굴며 웃고 있었다. 사막의 밤공기는 여느 때처럼 상쾌하질 않았고 코끝에 달달한 냄새가 남아있었다. 질펀한 정사냄새와 뒤섞인 단내를 맡을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람들의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받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은서에게 달려들었다. 은서가 비명을 지르며 그를 밀치자 이번에는 뒤쪽에서 작달만한 남자가 은서를 붙잡았다.
-헤, 내가 잡았으니 이제 내 것이야!
-꺼져! 대왕님이 주신 여자다!
-그 여자한테 차인 주제에.
작달만한 남자가 은서의 허리를 감싸고 먼젓번의 남자를 발로 밀쳤다. 그가 또다시 뒤로 나자빠졌다. 주변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 작달만한 남자는 은서의 팔을 잡아당겨 음식 앞에 앉혔다. 남자는 술을 권해지만, 은서는 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팔려있었다.
며칠 전의 잔치가 떠올랐다. 그때같은 왁자지껄한 분위기. 그러나 공기는 이상하게 축축하고 익숙한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제르바르!'
스샤이가 있던 자리에는 하얀 턱수염이 난 중년의 남자가 껄껄거리며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술 한 잔 마실 때마다 그 옆에 알몸으로 서 있는 여자의 음부를 빨아 제꼈다. 여자는 그때마다 고양이 소리를 내며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랐다.
오아시스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남자들과 소리를 지르던 여자들. 남자들은 여자들과 아이들을 낙타에 태우거나 어깨에 실었다.
은서는 제르바르가 준 칼로 위협했지만 남자들은 오히려 낄낄거렸다. 칼을 제 목에 들이대고 나서야 남자들이 웃음을 멈추었다. 그냥 죽일까, 어쩔까하고 그들끼리 말하는 사이 또 한 남자가 아이들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아이는 겁에 질려 울고 있었다. 열 살도 채 안 된 빼빼 마른 아이였다. 당황한 은서에게서 남자는 손쉽게 칼을 빼앗았다.
곧바로 양 팔이 묶인 채 은서는 다른 여자들처럼 낙타에 실렸다. 그들은 하루 종일 달렸다. 목이 말랐다. 여기저기서 여자들과 아이들이 물을 달라고 하소연했지만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입안이 바짝 바짝 말랐다.
밤도 자지 않고 몇 시간을 더 달린 후에 그들은 천막을 치고 몸을 누였다. 아이들은 한꺼번에 묶여 낙타와 함께 앉아있었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천막 안으로 나누어 데려갔다.
탈수 상태에 몸까지 지친 은서는 주근깨가 박힌 또래의 여자와 함께 흰 수염의 남자의 천막에 들여보내졌다. 여자는 흰 수염 앞에 얌전히 무릎을 꿇고 그의 성기를 빨았다. 그러나 은서는 그에게서 도망쳤다.
물론 얼마 가지 못해 붙잡혔다.
의외로 흰 수염은 그리 화내지 않았다. 대신 은서를 붙잡아 누르고 불에 담배를 붙였다. 담배를 피우며, 불에 가루를 뿌렸다. 작은 불꽃이 파삭 튀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달콤한 향기가 풍겼다.
은서는 이 기분 나쁜 감각을 어디선가 느껴본 것만 같았다. 몸에 힘이 빠지고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것. 붉은 저택에서 아민이 손수건에 묻힌 액체.
그러나 다 깨닫기도 전에 은서는 기분이 먼저 좋아져서 구름에 온 몸이 떠있는 기분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은서는 몸이 뜨거워져서 흰 수염이 불쑥 안아도 어쩌지를 못했다. 몸이 삐치는마냥 정신이 아득해지고 눈이 뒤집혔다. 주근깨의 여자도 헐떡이며 남자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두 여자를 안았다.
한 여자는 그의 물건을 정신없이 빨며 한 손으로는 제 가운데를 짓눌렀다. 손가락을 축축이 젖은 다리 사이로 집어넣고 여자는 숨을 간신히 내쉬었다.
다른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감싸쥐고 아래로 밀어 넣었다. 남자가 여자의 엉덩이를 쥐고 흔들자 애타는 비음소리를 내지르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두 여자와 한 남자는 동공이 풀린 채 뒤엉켜 짐승처럼 숨쉬고 핥고 흔들고 깨물고 소리 질렀다.
열락에 휩싸인 천막 안으로 뜨겁고 쾌쾌한 공기로 가득 찼다.
천막에서 기억이 끊긴 은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시 낙타 위다. 은서는 알몸에 아슬아슬하게 겉옷만 걸쳐져 있었는데, 그런 것도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배고프고 목말랐다.
-무...물...
바람은 세차고 낙타는 끊임없이 달렸다. 은서는 까라져 잠이 드는둥 마는둥, 약기운에 기어이 정신을 놓았다.
그리고 지금. 하이에나처럼 제게 달려드는 남자들과 약이 취해 뻗은 여자들 사이에서 은서만이 똑바로 눈을 뜨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이번엔 조금 일찍 올렸습니다.
그리고 쿠폰이라는 게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조아라 초짜라..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올릴 때마다 꾸준히 들어와서 봐주시는 분들도 감사합니다.
로맨스라고는 눈곱만치도 안 보이지만 재미있게 보시길 바라며 올리고 갑니다.
꾸르르르르님. 분량이 적어서 올릴때마다 뜨끔합니다. 그래도 꾸준히 갈테니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JingJing2님. 오늘도 내용이 거시기합니다.ㅜ
vivianhu님. 얼마되진 않지만 정주행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시엔야님. 코멘트에서 아시는 분을 만났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