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6 3. 카마의 약속 =========================================================================
3.4
거구의 남자는 일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침대와 바닥을 무너뜨렸다.
그래서 은서는 본래 목적은 마치지도 못하고 저녁에 다시 그를 상대하게 되었다. 그건 꽤나 끔찍한 일이었다. 생각보다도 거칠고 괴팍한 남자의 움직임이나 온 몸을 짓누르는 비계가 문제가 아니었다.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수구 냄새만은 좀처럼 참기가 힘들었다.
남자는 아랫배의 살집 때문에 성기가 묻혀 크질 않았다. 그래서인지 저녁에는 나무로 만든, 그의 것보다도 세배는 큰 성기장난감을 들고 나타났다.
남자는 은서 위에 깔고 누워 엉덩이와 구분도 안가는 허리를 움직였다. 성기가 들어온듯 만듯 달싹거리며 나왔다가 들어갔다.
은서는 숨이 막혀 호흡을 가다듬기가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도 남자는 고래고래 괴성을 질러댔다. 그러다 남자가 은서의 유방을 물어뜯듯이 빨며 외쳤다.
-이 돼지 같은 년아! 좋으면 좋은 만큼 소리쳐라! 참을 필요 없다! 나를 꼬드긴 이 살색 돼지 같으니!
그의 폭언에 은서는 어이없어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따랐다. 실소가 나오는 것을 참고 은서는 그와 목소리를 맞춰 신음소리를 질렀다. 종종 아파서 진짜 비명이 있었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남자는 대여섯 번 느낌도 없이 움직이다가 몸을 빼냈다. 대신 직접 가져온 성기모양의 장난감을 집어넣었다. 딱딱하고 차가운 것이 그곳에 들어오자 순간 온 몸에 힘이 섰다. 은서가 당황하는 것을 보며 남자는 장난감을 제것처럼 움직였다.
그것은 너무 커서 안쪽까지 깊이 들어왔다. 단단하고 결이 쓸려 아프기까지 했다.
-흐읍..읍..
은서는 그의 몸에 매달리듯 어깨와 등을 붙들었다. 아팠지만 다리가 조여지지도 않았다. 남자는 은서의 자세를 돌려 은서의 얼굴에 제 엉덩이를, 제 얼굴은 은서의 아래를 향했다. 남자가 장난감을 움직였다. 다른 손으로는 털을 움켜쥐었다.
은서의 입 안으로 남자의 불알이 들어왔다. 습관적으로 그것을 빨았다. 남자가 엉덩이를 움직여 제 물건을 은서의 입안에 넣었다. 은서는 그의 것을 빨면서도 다리사이를 압박하는 장난감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거짓으로 낸 신음소리였지만, 장난감이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서의 목소리도 날카로워졌다. 양 손으로 그의 몸을 밀어내려했지만 워낙에 둔중한 탓에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장난감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남자는 장난감을 집어넣은 채 주변을 핥았다. 은서가 잇새로 신음을 흘리며 자신도 모르게 제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손이 아래쪽에 파묻힌 남자의 입을 가로막았다. 자극이 강해서 더는 혀의 움직임을 참을 수 없었다. 남자는 은서의 손에 장난감을 쥐었다. 은서는 그가 시키는 대로 장난감을 쥐고 천천히 움직였다.
-읏...으...
은서의 손이 빨라졌다. 남자는 어느새 앉아서 그런 은서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이 유두와 배꼽을 오물거리며 만지자 은서도 몸을 크게 비틀었다.
-응...으응..
남자는 혀를 날름거리며 다시 은서 위에 올라탔다. 나무 성기를 잡아 빼고 바짝 선 제것을 집어넣는다. 또 다시 괴성과 욕설. 그러나 오히려 은서는 냉정을 차리고 가쁜 숨을 헐떡였다.
침대는 축축하고 지나치게 푹신했다. 몸이 지쳐 침대 안으로 파고들어갈 것만 같았지만 은서의 정신만은 어느 때보다도 선명했다. 고맙게도 남자는 사정 후에도 방을 나가지 않고 은서를 꼭 안고 있었다. 은서가 속삭였다.
-그런데 나리, 붉은 저택에 무슨 일이 있나요?
-왜 그건 묻느냐?
남자가 못마땅한 얼굴을 한다.
-나리가 아까 하신 말씀을 들었어요. 이곳에서는 이야깃거리가 부족해서요.
성급하게 덧붙였다.
-제가 싫다면 말씀 안하셔도 되요. 그저 나리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은서의 말은 어딘가 어설프고 맞지 않고 느렸는데, 그런 점이 오히려 남자에게는 이국적인 매력으로 비춰졌다. 남자는 은서의 입술과 흰 목덜미를 개처럼 날름거리며 말했다.
-거기 주인이 건방진 놈인데, 글쎄 제가 기르던 노예한테 죽었다는 구나.
-죽었다고요?
짐짓 놀란 표정으로 은서는 기쁨을 감추었다.
-그래. 잔혹하게 죽인 모양이야. 칼로 몇 번을 쑤셔댔는지. 특히 거시기는 아예 난자질을 해놨다더라.
남자는 제 아랫도리를 가리키며 침을 꿀꺽 삼켰다. 겁먹은 듯 멍해진 은서의 표정을 보고는 음산한 목소리로 다시 말한다.
-쉽게 죽이진 않은 모양이다. 글쎄 팔 다리가 안 잘린 데가 없고 산채 아래부터 칼로 꿰뚫렸다지?
은서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숨이 가빠졌다. 입술을 떨며 눈을 감아버리자 남자는 은서의 등을 쓰다듬었다.
-계집이라고 이런 게 무서운 모양이구만.
은서의 감은 눈꺼풀 아래로 천진한 얼굴을 떠올렸다. 일브라이에, 불타는 눈으로 복수를 한 어린 남자.
은서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연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주인이라는 자는 나리처럼 대단하지 않나 보네요. 여러모로.
슬쩍 은서가 그의 아랫배에 난 짧은 털을 쓸어 올리자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놈은 계집들한테도 손속이 맵기로 유명한 놈이지. 아마 자신이 없으니 그런 걸 테지만. 어때, 한번 더 해줄까?
그것만은 사양이었다. 은서는 하품을 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요. 다음에요... 그런데 그 노예는 어떻게 됐어요? 당연히 혼이 났겠지요?
-뭐, 어디로 내뺀 모양이다마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놈이 기껏 어딜 가겠느냐.
살아있어. 그는 살아있어!
마음 깊이 안도하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은서는 남자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남자는 입맛을 다시지만 풀 죽은 제 물건 때문인지 더 강요하지 않았다.
-남은 일이 있어서 이제 가보아야 해요. 감사했습니다.
방을 나오자마자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다리가 풀리고 마음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기쁘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거의 벗은 몸으로 울고 있으려니 지나가던 남자 손님들이 추파를 던졌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일브라이에가 살아있는데.
============================ 작품 후기 ============================
미리 올립니다. 내일 올릴 수 있을지 없을니 몰라서..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