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3 3. 카마의 약속 =========================================================================
3.1 카마의 약속
은서는 일브라이에를 탓할 수 없었다. 일브라이에의 말에 동의한 것도 결국은 자신이었으니까. 오히려 그를 망가뜨린 건 도망에 동의한 자신이다. 하지만 이 붉은 저택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사실 은서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신중하지 못했다.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들떠서, 설마 하면서도 은연중에 모든 것을 일브라이에에게 기대고 있었던 것이다.
-도..도망가..
일브라이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정 둘이 은서를 붙잡았다. 아민이 일브라이에의 머리칼을 쥐고 질질 끌며 다가왔다.
-남자를 꾀다니, 제법이다마는.
일브라이에를 던지듯 놓고 한 발로 밟는다.
-내가 말했을 텐데.
멀리서 소란스러움이 줄어든다. 아마도 불이 꺼진 것 같다. 아민은 불 따위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지 오로지 은서만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가고 입술이 비틀렸다. 웃고 있지만 그것은 비웃음보다는 분노에 가깝다.
-감히 내가 자리를 비자마자 불을 내?
아민의 손에 은서의 고개가 돌아갔다. 뺨이 붉어졌다.
-더는 봐줄 게 없군.
은서를 붙잡고 있던 장정이 널부러진 일브라이에의 온 몸을 묶고 곤봉으로 마구 두들겼다. 일브라이에의 몸이 힘없이 들썩였다.
-안돼! 그만해!
목소리를 듣고 일브라이에가 힘없이 고개를 든다. 입을 억지로 움직인다. 미.안.해.라고 은서는 읽었다.
은서의 비명을 들은 또 다른 남자, 아민의 표정이 미묘해지더니 장정을 물렸다.
장정 둘이 자리를 떠난다. 뒤쪽 정원에는 셋만이 남았다. 아민이 허리에서 번쩍이며 검을 뽑아들었다.
-이 놈과 그새 정이 붙었나보군.
-아..아니에요! 그러지 마요!
은서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떨었다. 일브라이에는 웃고 있다. 괜찮다고 하면서 우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아민도 웃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났으면서도 오히려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민은 칼을 바닥에 꽂고 은서에게 다가와 팔을 붙잡았다.
-이게 주인이 돌아오자마자 보는 꼴이라니.
은서는 힘없이 붙들리면서도 여전히 눈으로는 일브라이에를 찾고 있었다. 일브라이에는 여전히 웃으며, 또한 새빨개진 눈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묶여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데도.
-치료하게 해주세요. 아..앞으로 도망가지 않을게요. 저렇게 피를 흘리면 위험해요!
아민이 가만히 속삭였다.
-저놈은 네가 내 것이라는 걸 잘 모르는 모양이니, 확실히 알려줘야겠지?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또 팔이 붙잡혔다. 은서는 뒤늦게 발버둥 쳤다. 일브라이에의 앞에서 이 남자에게 안기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하여 떠밀다가 그의 손을 깨물었다. 그의 손이 떨어져나가자마자 은서는 일브라이에게로 달려가 그의 상처를 살폈다.
피는 많이 흘렀지만 치료만 한다면...
-은서...안 돼...어서 가...
일브라이에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제야 은서가 돌아본다.
아민은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손수건을 적시고 있었다.
-마법사 놈들한테 막 받아온 선물이 있지.
손수건에서 기묘한 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아민은 그 손수건을 은서에게로 던졌다.
얼굴로 날아오는 손수건을 반사적으로 붙잡은 은서는 어쩐지 기분이 나빠져 손수건을 그대로 떨어뜨렸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치료를 해줘요!
-언제나, 모든 것은 내 뜻대로다.
아민이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기에 은서도 그대로 서서 눈싸움만 했다. 일브라이에가 걱정이긴 했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살려주면 나도 조용히 돌아갈게요.
아민은 웃고만 있다.
-어서 의사를 불러요!
-왜? 그놈은 도둑놈인데.
-안 그러면 나도 순순히는...!
은서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다리가 스르르 풀리고 있었다. 힘없이 주저앉으려는 찰나 아민이 다가와 허리를 붙잡았다.
-뭐....무슨...
혀가 굳은 듯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효과가 좋군. 빠르진 않지만.
아민은 칼로 발밑에 떨어진 손수건을 들고 멀리 던져버렸다.
은서는 결국 제 힘으로 서지 못하고 아민의 품에 안겨버렸다. 놀랐지만 혀가 굳어 아-아-하는 소리만 나왔다. 아민은 그런 은서를 풀로 뒤덮인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그 위에 올라탔다.
-네가 누구 것인지 도둑놈에게 확실히 알려줘야겠지.
그는 맨손으로 옷을 찢어발겼다. 힘이 상당해서 평소보다도 더욱 거칠었다. 참았던 화가 폭발한 듯, 이를 악문 입에서는 희미하게 실웃음만 흘러나왔다.
-아..으...
하지마.
은서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이미 아민은 은서의 상체를 환하게 햇빛아래 드러내고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것 또한 처음이었다. 처음을 제외하고 언제나 그는 뒤에서 닥쳐왔다.
은서는 유두에 닿는 끈적거리고 더운 입김을 느꼈다. 목덜미에 닿는 새빨간 머리카락이 간지럽고 끔찍했다. 밀어내려 했지만 축 늘어진 팔과 다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마냥 들썩이기만 할뿐이었다. 그나마 고개만은 천천히 돌아가, 일브라이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일브라이에의 충혈 된 눈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는 소리가 잇새로 흘러나왔다.
은서는 눈을 감아버렸다. 아민의 입술과 혀가 오래도록 가슴에 머문다. 유륜을 따라 움직이다가 사과를 베어먹듯 크게 깨물었다. 그가 깨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연갈색의 유두가 두드러졌다.
목덜미로 입술이 올라왔다. 그는 목덜미를 핥는다. 귓바퀴를 빨다가 귀를 깨물며 양 손으로는 치맛자락까지 찢어버렸다. 속옷 따위는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은서의 온 몸이 새하얗게 드러났다. 다리 사이로 카마 몇 송이가 흔들렸다. 아민은 계속해서 은서의 몸을 깨물었다. 그때마다 은서는 짧은 신음과 함께 몸을 움찔거렸다.
도장을 남기듯 붉은 잇자국이 양 가슴과 옆구리를 따라 내려왔다. 아민은 은서의 다리를 거칠게 벌렸다. 다리를 모으려했지만 소용없었다.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엉덩이를 쥔 채 하체를 들어올려 술을 들이키듯 입을 댄다. 은서의 숨 넘어갈 듯한 신음소리를 들으며, 일브라이에를 돌아본다.
-어떠냐. 네놈도 한번 맛보게 해주마.
아민은 일브라이에를 질질 끌고 와 은서의 벌린 다리 앞에 머리를 가져다놓는다. 일브라이에의 눈두덩은 부었고, 뺨에는 눈물자국이 흥건했다. 그러나 아민은 그의 가운데를 발로 꾹 눌렀다.
-이놈 보게. 그새 섰구만.
검은 숲이 젖어 반짝인다. 그 깊은 곳에 희고 붉은 골짜기가 일브라이에게도 선명했다. 그 위로는 흔들리는 두개의 언덕도 보였다.
-맛봐도 돼. 내가 허락하지.
아민이 일브라이에의 머리를 은서의 그곳에 박았다. 은밀한 냄새가 풍겨왔다.
============================ 작품 후기 ============================
3장은 초반부터 좀 하드합니다만
천천히 따라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딩가딩가딩가딩가님. 오늘도 헐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