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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그곳에 있었다-8화 (8/38)

00008  2. 붉은 저택  =========================================================================

2.1 붉은 저택

짐은 없다. 은서는 루다르 아민이라는 남자를 따라 마차에 올랐다.

여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은서는 굉장히 낯설어했다. 오래 전에나 사용하던 것들이라, 생각해보면 그 저택의 모든 것들은 죄 과거의 것들이었다. 한순간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시간을 이동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며, 은서는 마차 위에 올랐다.

아그랑이 놀라는 걸 봐서는 원래 노예는 마차에 타면 안 되는 것 같지만, 아민은 은서를 제 맞은편에 앉혔다.

말이 출발했다.

-이름이 뭐지?

-은서입니다.

-특이하군. 어느 나라에서 왔지?

은서는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혹시 안다면, 그래서 돌려보내준다면 사례를 약속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민은 은서의 나라를 알지 못했다.

-여긴 어디인가요?

-기아나아르. 사막 건너에는 마법의 원국인 라본다가 있고, 바다 너머엔 트랑의 요정들이 살지. 네 나라는 어디에 있나?

-......

은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자는 놀리는 건가. 그러나 그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마음을 놓았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고대 사람들이 사는 검은 산맥 너머인가?

-아니오.

-그럼 하늘에서 왔겠군.

-......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민은 은서를 보고 있었고, 은서는 양 주먹을 꾹 쥐고 있었다. 혼란스러워져 식은땀이 흘렀다.

-여, 여긴 제가 살던 곳이 아닌 것 같아요.

-그거야 나는 모르지.

-제가 살던 곳은…….

눈물이 차올랐다. 오래도록 참았던 것들이 쏟아진다. 돌아갈 수는 있는 건가. 상념에 빠져있던 은서의 귀로 아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살던 곳으로는 갈수 없겠지만.

아까처럼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그는 비웃듯이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네?

-너는 내 것이다. 그러니 어디든 멋대로 돌아갈 수 없지.

-하, 하지만..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은서 자신의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당당한 아민의 앞에서 오히려 은서는 할 말을 잃었다.

-제값을 하는지 확인해 봐야겠지. 벗어라.

은서는 아그랑이 명령했던 첫날밤처럼 옷을 벗지 않았다. 달리는 마차 안이었고, 밖에서는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아민은 두 번 명령하지 않았다.

-말을 안 듣는군.

대신 바닥에서 예비용 말줄을 꺼내 은서의 양 팔을 잡아 묶고, 그 줄을 천장 나무틀에 매단다. 은서는 앉은 채 양손이 위쪽에 결박되었다.

-무, 무슨 짓이에요! 여긴 마차..!

아민은 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은서의 입을 틀어막고 작은 손칼을 꺼내 앞섬부터 치마아래까지 길게 찢었다. 옷이 갈라지고 속살이 드러났다. 은서는 좁은 공간에서 엉거주춤한 채 그대로 나체를 드러냈다. 옷자락이 조각으로 갈라져 바닥에 떨어졌다.

마차가 흔들릴 때마다 은서의 두 언덕이 흔들렸다. 아민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은서가 질끈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자 아민이 턱을 잡았다.

-나를 봐! 난 물렁물렁한 가파르 놈과 달라. 말할 때는 주인님을 붙여라.

아까와 달리 단호한 목소리, 안광이 서린 눈. 은서는 겁먹었으면서도 천천히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아그랑이 어린애처럼 느껴지는 압박 속에서, 아민은 은서의 허리를 잡고 제 무릎 위에 올렸다. 어느새 다리 사이로 아민의 물건이 불쑥 올라와 있었다.

은서가 움직이지 않으려 해도 마차가 덜컹일 때마다 흰 엉덩이가 들썩이며, 아민의 성기와 부대꼈다. 물기 없이 뻑뻑한 채로 성기는 엉덩이와 다리사이를 헤매다가 구겨 넣듯이 들어왔다.

-으윽!

손수건을 물어 혀는 깨물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닥친 고통은 여전했다. 허벅지가 떨렸다.

아민은 제 성기가 조이기 시작하자 흰 은서의 등을 핥았다. 은서가 움찍거리며 떨어지려 했지만, 이미 그곳에 박힌 성기는 굳고 단단해서 쉽게 빠지지 않았다.

마차가 흔들린다. 은서도 흔들렸다.

-아흑!

아민은 은서의 검은 머리채를 휘어감고,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와 척추를 따라 혀를 문질렀다.

-흣.

울음이 섞인 신음소리. 은서는 제 깊은 곳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마음과는 달리 등의 아찔한 자극과 환한 대낮의 거리를 지나는 마차 안이라는 긴장감 때문이었다.

아민은 은서의 입에서 젖은 손수건을 꺼냈다.

-시...싫어요...

-싫어?

아민은 활짝 들린 은서의 겨드랑이를 만졌다. 그 손이 내려가 젖가슴과 배, 그리고 제 물건이 박힘 그곳을 어루만졌다.

-벌써 싫으면 안 되지.

아민히 웃었다.

건방진 계집. 그는 건방진 여자를 좋아했다. 반항하는 여자, 살아있는 눈빛, 곧은 가지는 꺾어야만 성이 풀리는, 그런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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