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작가의 진짜 공녀였고, 친구라고 생각한 악녀는 옛 기억과 증거품을 몰래 빼돌려 내 자리를 강탈했다. 쓸모가 다한 나를 내쫓으며, 친구의 입꼬리에 걸렸던 의기양양한 미소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널 위해서야. 네 얼굴을 아는 자가 공작가에 있으니 공연한 시빗거리가 생겨나면 네가 곤란해지잖아, 응?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공녀인 내가 널 잊지 않고 좋은 걸 준비할 테니까.” 그때만 해도 친구가 나를 진심으로 위해준다고 착각했지만, 그날이 내가 죽는 날이었다. 모든 진실을 깨닫고 죽음에서 과거로 돌아온 나는, 친구도 과거의 기억을 가졌음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어차피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교활한 그녀는 다시 내 친부모의 마음을 사로잡고 다시금 공녀의 자리를 차지하겠지. 그들은 나를 그토록 가까이 두면서도 진실을 끝까지 꿰뚫지 못하고, 내게 한 조각의 마음도 내주지 않을 그들이 너무 미웠다. “이젠 다 싫어.” 이번 생에서는 가지 않았던 길, 마법사가 되고자 한다. …그런데 왜, 모든 것을 단념한 뒤에야 가족들이 자꾸만 내 곁을 맴돌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