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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배신을 알지 못하여-90화 (90/138)

090화

이미 그를 한 번 잃어, 지옥에서 살았던 테사였다. 그녀는 그 지옥을 두 번이나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헤르트를 다시 잃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미쳐 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니 그 끝이 예견되어 있다면, 시작조차 하기 싫었다.

“아직도…… 못 정했어? 내가 그렇게 널 헷갈리게 만들어?”

테사가 우물쭈물거리자 헤르트가 그녀를 제 쪽으로 잡아당기며 다급히 말했다. 그의 딴에는 조바심이 나는 것이 당연했지만 테사에게는 잘못된 선택을 종용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그, 그런 거…… 아니야. 헬, 나는…….”

“그럼 뭐가 문젠데.”

“……모, 모르겠어……. 내가, 내가…….”

그래도 되는지 정말 모르겠어. 테사는 울먹이며 옷자락을 구겨 잡았다. 테사. 헤르트가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 네가 말해 주지 않으면 난 모른다고. 그가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테사는 고개를 비스듬하게 숙여 헤르트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는 이내 피를 한 움큼 토해 내듯 겨우 입을 열었다.

“……나, 난 네게…… 방해만 될 거야. 그건…… 싫어.”

테사의 말에 헤르트가 아주 잠시 벙찐 얼굴을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알잖아……. 나…… 나는, 멍청하고 볼품없어서…… 네게 방해만 될 거야. 그러니까…… 욕심내면 안 돼. 늘 그랬어. 내가 욕심을 내면 늘…… 어그러졌어. 그때도, 지금도…….”

“……왜 그런 말을 해.”

“하지만…… 사실인 걸. 나는 네 옆에……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야. 헬……. 너, 너는 대단한 사람이잖아. 나보다 훠…… 훨씬 똑똑하고, 뭐든 잘하는…….”

멋진 사람인 걸.

그러니까 이렇게 답답하고 아무것도 못 하는 멍청한 여자와는 어울리지 않아. 이런 나는 네게 불행만 가져다줄 거야. 그러니 너를 위해서는 난 여기서 그만둬야 해. 그게 맞아. 모두가 그걸 원하고 있어.

비록 뒷말들은 차마 내뱉지 못했지만, 테사는 이만하면 헤르트가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하나를 가르쳐 주면 스스로 다른 것을 깨우치는 그런 사람이니까. 분명 제 말뜻을 알아들었을 터였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그를 위하는 선택임을, 그 또한 이해해 줄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씨발, 누가 방해가 된다고 그래.”

헤르트가 미간을 팍 찡그리며 사납게 말을 쏟아냈다.

“몇 번을 말했는데, 너는 어떻게…… 날 한결같이 병신 같은 새끼로 만들어. 날 위해 그러는 거면 그딴 말은 꺼내지도 말았어야지.”

“……헤, 헬.”

“사람 병신 취급하는 게 네 진심이야? 내가 왜…… 내가 왜, 그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아까부터…… 빌어먹을.”

손을 뿌리치듯 놓은 헤르트가 제 머리를 거칠게 헝클였다. 제 옆에 있을 수 없다는 이유가, 고작 자신과 어울리지 않아서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란 말인가. 그녀와 자신은 단 한 번도 안 어울렸던 적이 없었는데.

서로가 서로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던 헤르트에게는, 지금 테사의 말은 어처구니없는 대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나, 나는…… 정말로 너를 생각해서…….”

“나를 생각하면 더더욱 내 옆에 있겠다고 말해야지.”

내 옆에서 죄를 갚겠다는 마음으로 평생 같이 있겠다고 해야지. 그런데 도리어 저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자신이 화가 나지 않고 배기겠는가.

역시 도망치지 않았다는 말은 순 거짓말이었다. 저래놓고 도망친 적이 없다고? 수시로 저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서?

“내가 말했지. 거짓말이든 변명이든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결국 헤르트는 이번에도 저를 밀어내는 듯한 테사에게 화가 솟구치고야 말았다. 그는 테사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아 정자로 끌고 갔다. 테사는 속수무책으로 헤르트에게 끌려갔다. 잠깐만, 헬……!

헤르트는 테사를 정자에 데려오자마자, 그녀에게 난간을 붙잡고 서게 만들었다.

“왜, 왜 이러는…….”

“잔말 말고 꽉 잡고 서.”

“헤르―”

그 순간 테사는, 헤르트가 제 치맛자락을 들추고 속옷 위로 음부를 문지르자 저도 모르게 허리를 뒤틀었다. 뭐, 뭐 하는……. 그녀는 지금 제게 일어난 일에 당황하여 입만 벌린 채 어떤 말도 내뱉지 못했다. 왜 헤르트의 손이 지금 제 밑에 닿고 있는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네가 아직도 착각하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

“확실하게 알게 해줄게. 넌 어디에도 못 가. 네가 아무리 그래봤자 나랑 결혼하고 나와 살아야 해.”

헤르트가 곧바로 테사의 속옷을 옆으로 걷고 그 안으로 바로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이에 테사가 당황하여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으흣……! 길고 두꺼운 손가락이 테사의 예민한 내벽을 마구잡이로 휘젓는다. 여전히 좁고 습한 질은 아프기는커녕 금세 손가락 하나에 미세한 열락을 자아냈다.

“아, 읏……. 헤, 헬…….”

테사의 입에서 신음이 서서히 흘러 나왔다. 갑자기 침범한 손가락에 흥분한 꼴이었다. 이럴 리가……. 테사는 제 몸을 잠시 부정하다가, 헤르트가 질벽을 집요하게 문대자 참지 못하고 간드러지는 교성을 내뱉고 말았다. 믿기지가 않아서 울음이 터져나오려고 했다.

“헤, 헤르, 트, 여기서 이러지……. 으응!”

“네가 날 화나게 하잖아.”

“제발, 여기는…… 바, 밖인데……. 흣!”

“그러니까 왜 자꾸 날 화나게 해.”

그간 발에 족쇄를 채워놓고 방에 가둬둔 것에 내심 양심의 가책을 느껴 산책이라도 허락해 준 것인데, 테사는 도리어 밖에 나와서 제 속을 박박 긁어놓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사실 그도 이런 공개적인 곳에서 테사의 치맛자락을 들추고 엉덩이를 드러내게 할 생각은 없었다. 애당초 그러기 위해서 나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제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잠재우고 테사의 그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고쳐 놓을 수만 있다면 이곳에서 한 번쯤 본보기 삼아 관계를 가져도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현재 그들이 있는 정원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우연찮게 멀리 지나가다 무엇인지 모를 소음을 들을 수는 있어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엿볼 수 없었다.

“흐윽, 사, 사람들이…….”

“그게 문제야? 사람들이 신경 쓰여서?”

헤르트는 피식 웃으며 제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길게 접어 테사의 눈가에 대고 둘렀다. 순식간에 시야가 차단되자 테사가 흠칫 몸을 떨었다.

“무, 무슨…….”

“이럼 됐잖아. 사람들이 신경 쓰인다며? 안 보이니까 덜 신경 쓰이지?”

“그런 말도 안, 아윽…….”

“똑바로 잡고 서랬지. 그리고 그거 벗기만 해봐. 움직이지도 못하게 손까지 묶어버릴 테니까.”

으름장을 놓듯이 사내의 손가락이 다시금 테사의 아래를 파고든다. 테사는 그 반동에 난간을 힘주어 붙잡았다. 이, 이런 건 싫어……. 그녀가 울먹이며 제발 그만하라고 고개를 저었으나 헤르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손가락을 놀리기 바빴다. 한껏 달아오른 음부가 테사의 의지와는 다르게 애액을 왈칵 쏟아냈다.

“흑……. 헤, 헬 이러지…….”

“여기가 싫으면, 그냥 대놓고 박아줘? 그런 취향일 줄은 몰랐는데.”

“……아냐……!”

당장이라도 밖으로 끌고 갈 것 같은 헤르트의 기색에 테사가 파리해진 안색으로 급히 소리쳤다. 이곳도 충분히 수치스럽고 겁이 나는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라니……. 말도 안 돼. 그건 더더욱 싫었다. 결국 테사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제발, 헬…….

“엉덩이나 제대로 내밀어.”

사내가 살이 오른 여체의 엉덩이를 내려치며 명했다. 테사가 울며 할 수 없이 엉덩이를 뒤로 좀 더 빼자 이윽고 헤르트가 한쪽 무릎을 꿇더니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물이 질척이는 비부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뜨거운 숨결이 음부에 닿자 테사가 크게 몸을 바르작거렸다.

“아……. 읏……. 하지, 하, 아, 으응!”

말캉한 혀가 능숙하게 틈새를 핥고, 음핵을 찾아 혀끝으로 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테사의 입에서는 자꾸만 높은 교성이 흘러나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소리를 내다간 분명 사람들이 들을 텐데…….

테사는 흥분에 몸이 한껏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신음을 참기위해 아랫입술을 짓이겼다.

“읍……. 그, 으, 하……. 마…….”

부풀기 시작한 알을 사내가 집요하게 건드리며 할짝거렸다. 그럴 때마다 찌르르 하고, 이제는 익숙한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테사는 난간을 붙잡고 옅은 울음소리 같은 신음을 토해 냈다. 애써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은 어려웠다.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흥분한 몸은 제멋대로 가느다란 소리를 내었다.

“참기 힘들면 그냥 내뱉어. 어차피 부부가 될 건데, 너랑 나랑 붙어먹는다고 여기서 뭐라 할 사람은 없어.”

“흑, 그, 게…… 주, 중, 으응……!”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것을 헤르트는 정말로 몰라서 그리 말하는 걸까. 이런 곳에서 성행위를 하는 것이 문제지, 신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와중에도 그녀의 몸은 착실히 자극을 받아 연신 달아오르고 있었다. 요 근래 잦아진 정사로 인해 몸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까닭이었다.

애액이 손을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흘러나오자 헤르트는 그녀의 음부를 게걸스럽게 핥는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클을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그는 능숙하게 속옷을 끌러 발기한 성기를 꺼내놓았다. 커다란 좆은 흉흉하게 고개를 든 채 끝에서 선액을 꾸물꾸물 내뱉고 있었다.

헤르트는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둥근 귀두를 손바닥으로 잡아 부드럽게 문지르며 느긋하게 여자의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성급하고 여유가 없었던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곧 그는 선단 끝을 좁은 입구에 맞추고서 힘을 주어 죽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흣!”

수월하게 파고든 성기가 깊은 안쪽까지 들어와 꾹 치대자 테사가 자지러지며 높은 교성을 내뱉었다. 하아……. 테사의 등 뒤로 사내의 만족스런 낮은 한숨이 들려왔다.

이내 헤르트는 테사의 마른 허리를 잡고서 퍽퍽 쑤시기 시작했다. 흐윽, 헤, 헬……. 테사의 앓는 소리와 함께 찌꺽이는 물소리가 정자 안을 가득 채웠다.

“흐, 아……. 처, 천……. 그, 만, 아아!”

“이제는 소리 참지도 않네? 역시 누가 들어줬음 좋겠다는 거지?”

쑤욱 파고든 좆머리가 여자의 깊은 곳을 짓쳐 들어갔다. 핏줄이 불거진 기둥이 내벽을 긁어 올라갈 때마다 테사는 여러 의미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점차 제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이렇듯 헤르트와의 잦은 관계로 테사는 조금만 자극받아도 금세 흐물거리며 숨을 헐떡이곤 했다.

“헤, 헤르……. 그만, 아, 흑, 제발…….”

“네 몸…… 진짜 야해. 너도 느끼지. 이제 내 걸 네 아래가 수월하게 먹어치우고 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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