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화
“그게 무슨…….”
헤르트는 테사의 말을 무시한 채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배는 안 고파? 너 어제부터 오늘까지 종일 잤어.”
“괜찮……. 잠깐만, 내가…… 그렇게 많이 잤어……?”
“그래. 깨우고 싶은 걸 내가 몇 번씩이나 참았다고.”
헤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테사의 오른뺨을 손바닥으로 감싸 안았다.
테사는 헤르트가 엄지로 제 귓바퀴를 살살 돌려 만지는 동안 재차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방 안의 창이란 창은 모두 커튼이 처져 있었기에 그녀는 적어도 늦은 오후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지, 제가 정신을 잃고 꼬박 하루가 지났을 줄은 전혀 몰랐다.
사실 언제쯤 정신을 놓아버린 건지도 기억이 좀체 나지 않았다. 계속 헤르트에게 붙잡혀 간헐적인 신음만 내뱉었던 게 지난밤 기억의 전부였다.
테사는 이내 끌려갔던 자넷과 마니를 다시 상기하고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헬, 그럼…… 자넷이랑, 마니는…….”
“……또 그 여자들 얘기야?”
“그……래도…… 그녀들은, 내…….”
“네가 신경 쓸 건 없어. 잘 있으니까. 그보다 배는 정말 괜찮아?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헤르트가 홀쭉한 테사의 배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왜인지 모르게 집요한 눈빛에 테사는 흠칫 어깨를 떨며 고개를 저었다. 자넷과 마니가 끌려가고 제 발목에 이상한 족쇄까지 채워진 마당에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
“괘, 괜찮아……. 나중에……. 그보다 이거…….”
테사는 아직도 제 발에 왜 족쇄가 채워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족쇄는 꼭 그녀를 방 안에서 못 나가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기에 더욱 섬뜩하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독방에 갇힌 적은 있었어도 이런 족쇄에 발이 묶인 적은 없었다. 테사는 족쇄를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왜, 불편해서 그래? 급해서 어쩔 수 없었어. 그나마 네 발목에 제일 무리가 덜 가는 걸로 고른 건데. 나중에 좀 더 편한 걸로 바꿔줄게. 조금만 참아.”
족쇄를 풀어 내려고 애쓰는 테사에게 헤르트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양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때문에 테사는 제 눈에 이어 귀까지 의심하는 상황에 다다랐다. 지금 헤르트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테사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헤르트를 올려다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전히 그녀가 알고 있는 헤르트가 분명할진대, 이상하게도 그가 점점 무서워지고 있었다.
“헤, 헬……. 이거, 이런 거 나는…… 시, 싫―”
“그러니까 왜 날 버리고 도망을 가.”
“…….”
“약속까지 저버리고.”
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헤르트는 살짝 메마른 테사의 입술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뇌까렸다.
“날 원하지도 않아. 빈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결혼은 더 싫대. 씨발, 내가 어디까지 봐줘야 해?”
“……나, 나는…… 정말로 도망, 간, 적이…….”
“그러니까 진위 여부가 확실해질 때까지만 참으라고. 그 정도는 날 위해 해줄 수 있잖아. 아님 그것도 싫어?”
“…….”
“테사, 난 이미 네 많은 걸 봐주고 있어. 너도 하나쯤은 나한테 양보해 줘야지.”
헤르트의 말에 테사는 종래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도망간 적도, 그를 배신한 적도 없는 테사로서는 이 상황이 억울하고 무섭기만 했다. 발에 족쇄라니……. 이건…… 너무 이상하잖아…….
이곳은 이름만 독방이 아니었지, 이 넓은 방 전체가 독방이나 다름없었다.
“헤, 헤르트, 제발…….”
“배 안 고프다고 했지? 그럼 이따 먹자. 안 그래도 급했는데 잘됐네.”
“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헤르트는 테사의 뒷목을 단단히 붙잡은 뒤 제 쪽으로 끌어가 다급하게 입을 맞췄다. 허겁지겁 사내의 뜨거운 숨결이 이어진 혀를 통해 흘러들어 왔다. 말캉한 촉감이 입 속을 아무렇게나 헤집자 테사는 질식할 것만 같았다.
달면서도 싸한 박하맛이 나는 헤르트의 혀가 저를 거칠게 몰아붙인다. 이제 보니 진한 알코올향까지 더해져 테사는 온몸이 뜨뜻하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마치 온몸이 녹아내리듯 취하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아랫배가 서서히 조여들며 그 안에서 열락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머릿속이 위험신호를 징징 울렸다. 머지않아 테사는 사내의 다른 손이 슬립의 끈을 내리고 가슴을 단번에 움켜쥐자 몸을 크게 떨었다. 아! 얽힌 혀 사이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곧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이 유륜을 긁어 젖꼭지를 세우기 시작했다. 자극을 받은 유두가 단단하게 바짝 솟아올랐다. 헤르트는 그것을 손끝으로 빙글빙글 돌리듯 문질렀다.
“으…… 읏!”
긴 입맞춤이 끝나고 사내는 테사의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 자신이 세운 젖꼭지를 가볍게 물었다. 테사의 몸이 바르작거리며 제 가슴에 매달린 그를 밀어내려 했으나 맥아리 없는 손은 죽 밀려나기만 할 뿐, 정작 그를 밀어내지는 못했다.
헤르트는 이제 대놓고 가슴을 마구잡이로 주무르며 젖을 빨 듯 유두를 입 안에 넣고 굴려대었다.
“아, 아프, 으, 아……!”
“테사, 네 가슴은 커서 좋아. 빠는 맛이 있거든. 이렇게 손바닥 안에 가득 차는 것도 좋고.”
뽀얗고 커다란 가슴은 헤르트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살결은 상당히 중독적이었고, 연분홍빛의 유륜과 유두는 꽃잎처럼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자극을 주면 뻣뻣하게 솟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제 아랫도리가 금방 뻐근해지며 몇 번이고 고개를 들었다. 저 풍만한 가슴 사이로도 제 좆을 한번 끼워보고 싶어서.
“흐으……. 아, 헬……!”
“앞으로는 계속 만져 줄게. 하아, 그럼 더 커지겠지?”
“아, 흑……. 그, 으, 아읏…….”
“애가 어미 젖을 못 찾는 일은 없겠어.”
사내가 가슴을 주무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얀 가슴에는 그가 남긴 붉은 자국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우악스럽게 쥐고 흔들었기 때문이리라.
헤르트는 흔적들을 흡족하게 쳐다보며 손을 밑으로 내려 테사의 드로어즈를 끌어내렸다. 순식간에 하체가 발가벗겨진 테사는 차가운 공기에 경직되었다. 설마 했던 것이 맞을지도 몰랐다.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젖었어.”
헤르트는 능숙하게 테사의 두 다리를 벌리고 비부를 살폈다. 손을 댄 적도 없는 아래가 물로 흥건한 상태였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음부를 문질렀다. 애액에 젖은 질구가 미끌거리며 금방이라도 그의 손가락을 삼킬 것처럼 뻐금거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제 옷을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읏……. 헤, 헬…….”
“보채지 마. 안 그래도 금방 넣어줄 테니까.”
“그, 그런 적……. 아, 으응……!”
옷을 모조리 벗은 헤르트가 크게 부풀어 발기된 제 것을 물로 질척이는 테사의 음부에 대고 문질렀다.
흉흉하게 꺼덕이는 좆이 당장이라도 넣어달라며 질구를 꾹꾹 치대자 다시 한번 테사는 제 아랫배가 흠씬 조여들며 간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내 반쯤 체념한 상태로 숨을 들이키며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 씨발…….”
거대한 성기가 좁은 틈새를 가르며 안을 쑤욱 하고 파고들기 시작하자 테사는 헉, 소리를 내며 이불을 잡아 쥐었다. 우둑투둑, 물건의 거친 표면이 여린 내벽을 긁어 올라가며 소름 끼치는 쾌감을 자아냈다.
지난밤 그와 한참을 흘레붙었다고, 구멍이 사내의 좆을 기억하며 반기는 듯했다. 여전히 버거운 크기임은 변치 않았으나 적어도 이번에는 버티기가 좀 더 수월했다.
“아……. 으, 하…….”
“후……. 몇 번을 박아야 이 뻑뻑한 안이 내 좆 모양에 맞게 풀어질까, 응?”
거의 반 이상을 삽입한 헤르트는 돌연 그 자리에서 허리를 물려 귀두까지 성기를 빼내더니, 이윽고 여체의 가장 깊은 곳까지 퍽 하고 한 번에 허리를 올려붙였다. 아흑! 거친 삽입에 테사가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일순 눈앞이 반짝이며 몸이 붕 떴다.
“하아…….”
헤르트는 뿌리까지 모두 테사의 질 안으로 처박고 나서야 만족스런 웃음을 흘렸다. 제 것을 품어 살짝 부른 아랫배부터, 삼키듯 꽉꽉 조이며 꾸물대는 이 안쪽까지 모든 것이 미치도록 그립고 짜릿했다.
그간 이걸 어떻게 참았나 싶다. 심지어 오늘도 도중에 테사를 깨워 거칠게 쑤셔 박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아야 했다.
‘씨발……. 이젠 정말로 발정 난 개새끼라 욕해도 할 말이 없겠는데.’
헤르트는 속으로 작게 중얼거리며 잠시 호흡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제게 박힌 채 이도 저도 못 하는 테사의 온몸을 살살 풀어주듯 주물러주었다. 그러자 불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던 그녀의 가슴께가 천천히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사내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헤, 르, 으흣……! 처, 천, 아읏!”
“빠르게 한 번 빼고…… 밥 먹자, 나도 오랫동안 너 붙잡고, 하, 있을 생각은 없어.”
이건 진심이었다. 참았던 만큼 테사를 밤새 괴롭혔던지라 미안한 마음에 그녀가 꼬박 하루를 잘 수 있도록 부러 내버려 두었다. 물론 그 과정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했지만 남은 영지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어떻게든 겨우 버텨낼 수 있었다.
아무튼 지금도 막 잠에서 깨어난 테사를 오랫동안 잡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밥도 먹여야 하고, 의사에게도 다시금 진찰을 받게 해야 했으므로 그녀와 질펀하게 흘레붙는 것은 그 이후가 되어야 했다.
조급해 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테사는 이 방 안에서 제 감시하에서만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헤르트는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거칠게 추삽질을 이어갔다. 퍽, 박아 올릴 때마다 풍만한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이 몹시 보기 좋았다.
“으응……! 아, 으…… 읏, 응, 아!”
테사는 뭉툭한 둥근 귀두가 예민해진 곳만 찾아 치대자 저도 모르게 입가에서 교음을 잔뜩 쏟아냈다. 하루 전, 헤르트와의 끊이지 않는 정사로 인해 민감해진 온몸이 자꾸만 그녀에게 참을 수 없는 쾌락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다.
테사는 음부를 중심으로 찌르르한 감각이 온몸으로 흘어져 가는 것을 느끼며 흐느끼듯 울었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만…… 참으면…….’
헤르트가 금방 끝내고 밥을 먹자고 했으니, 이 정사가 오래가지는 않을 터였다. 테사는 그것 하나에 희망을 걸고서 한 팔로 제 얼굴을 가렸다.
사실 헤르트와 살을 부대끼고 배를 맞대는 것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좀처럼 끝나지 않는 그의 체력은 곤란했다.
무엇보다 그의 커다란 덩치만큼 흉기같이 큰 그의 분신도 테사를 곤란하게 하는 주범 중 하나였다. 게다가 정사를 가질수록 예민해지는 몸은 저를 정말로 음란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되도록 멀리하고 싶었다. 음탕한 년. 그 단어가 자꾸만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하지만 테사는 헤르트가 저를 쥐어짤 듯이 몸을 부딪혀 올 때마다 어쩌질 못했다. 커다란 쾌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를 거세게 흔들어놓는다. 테사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틀며 얼굴을 가렸던 손으로 헤르트의 굵은 팔뚝을 잡았다.
“딴 생각 하지 마.”
“하, 윽……. 아, 니, 으……. 아흣!”
“그 뒈진 늙은이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말고.”
테사의 양다리를 옆으로 더 벌리고 그 가운데 제 좆을 끊임없이 박으며 헤르트가 속삭였다. 파고드는 성기가 아까보다 힘이 더 들어간 것 같았다. 테사는 커다란 이물이 내장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에 마구 도리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