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날의 배신을 알지 못하여-60화 (60/138)

060화

“…….”

헤르트의 물음에 테사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또 다시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역시 뭘 잘못했는지 물어봤어야 했다. 아니, 잘못했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제 앞의 사내의 심기가 별로인 것은 자신 때문일 테니까. 테사가 막 입을 열려던 차였다.

헤르트가 고개를 푹 숙이며 숨을 토해 내듯 말했다.

“내가 뭐 때문에 이러는지 넌 안 궁금해?”

“그게…….”

“내가 너한테 뭘 어떻게 하든 정말 상관없다는 거야?”

“…….”

“너는 대체…….”

헤르트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제 앞의 여자가 이런 식으로 입을 다문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오늘만큼은 더욱 애가 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벨로뎀 부인이라는 여자와 웃고 떠드는 테사의 모습과, 오전에 후작부인이 제게 한 경고가 맞물려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벨로뎀 부인을 조심하세요.’

유테르트가에 들어오고서부터 쭉 테사에게 잘해주었다는 여자. 자넷 유테르트.

처음에는 그 여자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테사에게 잘해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조금 고맙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 여자에 대한 제 입장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수하 기사인 모젠의 보고 때문이었다.

‘소후작의 도주에 자넷 유테르트, 후작의 일곱 번째 부인이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프리 경과 접선한…….’

정말 의외인 사실이었다. 소후작의 도주 사건에 제 부사관이 관여한 것도 모자라서, 유테르트 후작의 후처까지 연관되어 있다니.

정말로 그 둘이 공범이라면, 유테르트 소후작이 어떻게 이 철통같은 성에서 유유히 도망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그 여자를 잡아넣기에는 정확한 증거가 부족했다. 섣불리 행동하다가는 별 영양가 없는 꼬리만 잡는 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헤르트는, 그 두 사람만 도주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그들 말고도 뒤에 몇 명 더 존재할 터였다.

그리하여 몰래 지켜보던 차에 후작부인이 그녀를 콕 집어 경고를 해준 것이다. 물론 이 상황에서 후작부인의 경고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제하기도 어려웠다.

‘그 여자는 속셈이 대체 뭐지?’

일단 감시를 붙인 이후로 벨로뎀 부인은 딱히 별다른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요즘 갑자기 성을 나가겠다 결정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으나, 따지고 보면 계속 성에 지내는 것이 더 의심스러우므로 일단 내버려 둔 상태였다.

어차피 그 여자는 이 성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 별관에 다시 갇히게 될 거니까.

어쨌든 헤르트는 테사가 그 여자와 가까이 지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여자가 테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할 수 없었다. 특히 지금의 테사는 자신보다 그 여자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불안감이 더욱 컸다.

아까도 제게도 잘 보여주지 않는 웃음을, 그 여자 앞에서는 서슴없이 보여주는 걸 보자 배알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시발, 여자를 상대로 내가 무슨…….’

헤르트는 속으로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지랄도 이런 지랄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불안한 이 느낌을 조금이라도 떨칠 수만 있다면 뭔들 못 하리. 대충 머릿속을 가라앉힌 헤르트는 이윽고 고개를 들어 테사를 응시했다.

“나한테 아무것도 숨기지 마.”

그 말에 올리브빛 눈동자가 잠시 요동을 친다. 헤르트는 저 작달막한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안에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헤르트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나 배신하지도 말고.”

“…….”

“우리 이대로만…… 이대로만 유지하자.”

“…….”

“그렇게 하기로 우리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끝까지 지켜, 알았어?”

헤르트의 재촉에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지않아 그가 몸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며 테사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내의 불안정한 뜨거운 숨이 목덜미까지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테사는 기분이 이상했다. 몸 가장 안쪽이 간질간질거리는 느낌.

그 순간 과거가 다시 떠올랐다.

‘좋아해, 테사.’

제 입 속을 누비던 그 뜨거운 혀와 숨결. 그리고 소년의 나른한 눈빛과 낮은 목소리도. 지금 그게 왜 생각이 나는 걸까.

별안간 테사의 얼굴이 붉어지며 심장이 크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테사는 혹여 커다란 고동 소리가 헤르트에게 들킬까 싶어 저도 모르게 그를 살짝 밀어냈다.

“저, 저기 헤르트, 잠시…….”

다행히도 헤르트는 테사가 미는 대로 수월히 밀려났다. 그는 테사가 자신을 밀어낸 이유가 젖은 옷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차 하는 얼굴로 그녀의 젖은 옷을 살펴보고 있었다.

“미안, 찝찝하겠다. 금방 벗겨줄게.”

순식간에 로브를 벗긴 헤르트가 테사의 다른 옷마저 벗기기 시작했다. 이제 와 옷을 벗기고 입히고 하는 헤르트가 어색할 것도 없긴 했지만 테사는 옷에 이어 그가 제 목욕시중까지 들려고 하자 화들짝 놀라며 그를 올려다봤다.

“나 혼자, 서도…….”

“어차피 나도 젖었어. 같이 씻어.”

같이? 테사는 이어지는 말에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한 침대에서 같이 잔 적은 많아도 같이 목욕이라니……. 이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테사가 굳은 얼굴로 두 눈만 깜박이자 헤르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싫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뭐가 문제야.”

싫은 게 아니라 부끄러웠다. 이런 식으로 헤르트에게 온몸을 내보인다는 것이.

테사는 속옷마저 벗기려 드는 그의 손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워낙에 그의 손길이 단단해서 밀려나지도 않았다. 어느새 테사는 그의 손에 모두 벗겨져 알몸이 되었다. 얼굴에 자꾸만 열이 몰렸다.

이어 헤르트가 젖은 제 옷을 훌러덩 벗기 시작했다. 김이 찬 욕실 안에서도 그의 커다란 덩치는 모두 가릴 수 없었다. 테사는 소년 시절보다 배로 커진 그의 몸집과 탄탄한 근육과 거친 살결을 보며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침실에서 그의 몸을 보는 것과 욕실에서 그의 몸을 보는 것은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못 보던 상처가 많아…….’

테사는 그의 온몸에 나 있는 상처와 흉터들을 보며 아랫입술을 짓이겼다. 지난 7년 동안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잘한 흉터와 커다란 흉터가 반복되는 것에 가슴이 아려 왔다.

“들어가자.”

헤르트가 테사를 품에 받쳐 안아 든 채 욕조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욕조는 크고 넓었다. 적당한 온도로 맞춰진 따뜻한 물이 두 사람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러나 테사는 자신과 헤르트가 둘 다 발가벗은 채로 한 욕조 안에 있다는 것이 어색했다. 무엇보다 아까부터 제 엉덩이에 닿는 그것이 뻣뻣해지더니 그녀를 찌르고 있었다.

언제 발기했던 걸까. 테사는 일전에 제 안을 파고들었던 사내의 크고 두꺼운 분신을 떠오르며 긴장에 몸을 굳혔다. 금방이라도 사내의 그것이 그녀의 골 사이를 가르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헤르…….”

“가만히 있어봐. 그렇게 움직이면…… 자극된단 말이야…….”

은연히 들썩이는 작은 몸을 헤르트가 꽉 붙잡아 제 품에 가두며 속삭였다. 그 말에 테사는 저도 놀라 그의 말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그의 물건은 진정되기는커녕 계속해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헤르트가 혼잣말로 작게 욕을 뇌까렸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

“하, 너만 보면, 발정 난 개가 된 기분이라고. 원래는 안 이랬는데…….”

남들이 좆질에 미쳐도 코웃음 치기 바빴던 사내는 이제 더 이상 없었다. 동정을 잃고 난 뒤로 그의 분신은 심심치 않게 고개를 들기 바빴다. 특히 테사와 한 공간에 있으면 그것은 자꾸 여자 안으로 자신을 밀어넣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좆의 숙주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더러운 새끼……. 개만도 못한…….’

더군다나 의사의 조언으로 테사와의 관계를 보름 넘게 참고 있는 지금, 헤르트는 아무리 제자신을 헐뜯고 깎아내려도 분신이 제 말을 듣지 않아 미칠 지경이었다.

이런 곳까지 와서 좆을 세우려 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제 앞에 테사가 있으니 아랫도리에 자연스럽게 피가 몰려 좆이 커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테사의 좁은 안을 거칠게 파고들고 싶었다. 그 안이 얼마나 환상적으로 저를 조이고 환장하게 만드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참아야 했다. 테사가 낫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와서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조금만 참으면…….’

그 때 테사가 뒤로 손을 뻗어 그의 물건을 부드럽게 잡아 쥐었다. 그녀 본인도 놀란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헤르트 또한 기겁하며 테사를 쳐다봤다.

“큭, 그렇게 갑자기 만지면…….”

작고 가냘픈 손이 제 손에 다 잡히지도 않는 커다란 물건을 조금씩 주무르며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헤르트가 하지 말라고 테사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그녀는 아예 자세를 돌려 그의 분신을 두 손으로 잡았다. 사내가 거친 숨을 토해 내며 두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미치겠다, 진짜.

“빌어먹을.”

결국 헤르트는 몸을 일으켜 욕조 난간에 걸터앉았다. 꺼덕이는 양물의 끝에서 무언가 찔끔찔끔 흘러나오고 있었다. 테사는 그것을 보자 이상하게도 그를 더욱 자극해 주고 싶었다.

늙은 남편의 것은 보기만 해도 끔찍하기 짝이 없어서 헛구역질만 계속 나왔는데 헤르트의 것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것을 먼저 잡고 흔들어주고 싶었다.

“하아……. 테사…….”

사내가 점차 제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테사는 최대한 정성을 들여 그의 분신을 어루만져 주었다. 둥근 귀두 부분이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 부풀어 오르는 것이 훤히 보였다. 테사는 그것을 유심히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무심코 입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나 입 안으로 넣기도 전에 헤르트에게 저지당했다.

“빨지 마.”

“하지만…….”

“그냥 만져줘. 그게 더 좋으니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