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화
“나름 괜찮아. 왜, 해보려고?”
“심심하고 적적하니까. 근데 그만둘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손재주는 영 꽝이라. 그래서 말인데 레몬타르트 한 번 더 만들어주면 안 돼요? 저번에 되게 맛있었는데.”
자넷의 말에 엘레나가 코웃음을 쳤다.
“너 먹으라고 준 거 아니야.”
“내 이름 빌렸으면서 너무해. 테사도 잘 먹었다고요.”
“입은 살아가지고.”
“그러니까 또 만들어줘요. 어차피 여기에 박혀 있느라 시간도 남아돌면서. 재료는 진을 통해서 보낼게요.”
자연스럽게 레몬타르트를 예약하는 자넷을 보며 엘레나가 옅게 웃었다. 넉살좋기는. 하기야 자넷의 말대로 이곳에 처박혀 있느라 남아도는 게 시간이긴 했다. 이제야 조금 바빠지긴 했다만 타르트 하나 못 만들 정도는 아니었고.
“너만 먹지 마. 나눠 먹어.”
“아, 어차피 나 혼자 다 먹지도 못해요. 이번에도 테사랑 나눠 먹을게요.”
역시 엘이 최고라니까.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자넷이 아부를 떨었다. 그런 자넷이 익숙한 엘레나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그 아이의 상황은 어때.”
“괜찮은 것 같던데요. 밤새 간호도 해주고.”
“그럼 다행이고. 늘 미안했는데.”
엘레나의 말에 자넷이 웃음을 가라앉혔다. 자넷은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또 시작이네. 자기 잘못 아니라는데도.
“엘.”
“부르지 마.”
“왜요? 제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 가서?”
“알면서 왜 물어?”
“그럼 더더욱 말할래요. 엘의 잘못이 아니에요.”
엘레나가 입을 다물었다. 뜨개질을 하던 손이 멈추었다. 어느새 자넷이 엘레나의 손을 꽉 잡았다. 맞닿은 곳에서 따뜻한 열기가 느껴졌다. 엘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수그렸다.
“그리고 잘될 거예요. 오래 기다렸잖아요.”
“…….”
“조카를 믿어보세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니까.”
***
페르데일은 분에 차 철장을 발로 차며 욕을 지껄였다. 씨발, 씨발, 씨발!
지하감옥은 빛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아 컴컴했다. 때문에 낮인지 밤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이런 곳에서 탈출은커녕 계획을 짜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젠 어쩌지, 씨발. 이대로 탈출 못 하면 개털 되는 건데.’
이전의 페르데일의 계획대로라면 그는 벌써 이곳을 탈출해 평소 제 가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귀족들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탈출에 실패했고 현재 지하감옥에 갇힌 상태였다.
‘젠장, 붙잡히지만 않았어도……!’
페르데일은 이 모든 게 다 그년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재수 없는 년! 하도 새 영주랑 붙어먹었다고 소문이 자자하길래 미끼로 쓸 만할 줄 알았더니 되려 꽝일 줄이야.
그는 분한 마음에 재차 철장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그러나 균형을 잃으면서 발바닥이 아닌 발가락이 철장에 부딪히자 끼힉!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씨이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발가락이 부러진 것 같기도 했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채 그는 한 번 더 욕을 내뱉었다. 씨발!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의사를 불러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 어두컴컴한 지하감옥에는 그 말고는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식사를 챙겨주는 병사 두 명이 아니고서야 외부와 연결된 저 문이 열릴 일이 없다는 것을 페르데일은 하루 종일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피우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전처럼 땅을 파볼까 했지만 흙바닥이 아닌 돌바닥이라는 것을 깨닫고 1분 만에 포기했다. 돌을 무슨 수로 파낸단 말인가.
정말로 이곳은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0에 수렴했다. 물론 그렇기에 자신을 이곳에 가둔 거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정정 기간이 끝나면 자신은 개털 신세가 분명했다.
‘유서 깊은 유테르트가의 후계자가 개털이라니 말도 안 되지!’
그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제 가문의 재산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그렇기에 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를 천한 개새끼가 제 가문의 영지뿐만 아니라 재산까지 모조리 삼키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만약 운이 좋아 실력 좋은 기사와 군대를 빌릴 수만 있다면 역전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 모든 것은 이곳에서 탈출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그 순간이었다. 절대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페르데일은 희미한 빛이 제 쪽으로까지 침범하자 자연스럽게 철창에 붙어 문을 연 자를 바라봤다. 조금 전 병사가 식사를 주고 갔기에 다음 끼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감이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페르데일은 문을 연 자를 병사라고 가정하고서 말을 걸었다.
“거 누구지? 벌써 다음 끼니인가? 식사는 됐고 의사 좀 불러줬으면 하는데? 내 발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리셨나 보군요.”
놀랍게도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건 여자 목소리였다. 페르데일이 흠칫 놀라 잠시 철장에서 멀어졌다.
얼마 후 촛불을 든 한 여자가 철장 앞으로 나타났다. 후드를 깊게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페르데일은 어디선가 한 번쯤 저 여자를 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뭐, 뭐야, 당신.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지하감옥은 체질에 잘 맞으시나요?”
“맞기는 개뿔! 그보다 당신 뭐야? 어떻게 들어왔는지 묻잖아!”
페르데일의 외침에 여자가 낮게 웃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짤랑 소리를 내며 나타난 것은 감옥의 열쇠였다. 페르데일이 놀란 얼굴로 여자를 바라봤다. 저거, 이 감옥 열쇠 맞나? 저걸 저 여자가 어떻게 가지고 있지?
“거래 하나 하시겠어요?”
“거래?”
“저는 아무도 모르게 당신을 여기서 빼내줄 수 있어요. 거기다가 이 영지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죠.”
“뭐? 진짜야? 어떻게!”
페르데일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뜨엿다. 자신을 여기서 빼내 줄 수 있다고? 그의 다급한 물음에 여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거래를 하시겠어요? 그것만 말씀하세요.”
“해, 해! 여기서 나갈 수만 있다면 뭔들 못 하겠어? 그보다 거짓말 아니지? 나 놀리는 거기만 해봐! 아무튼, 응, 할 테니까 빨리 나 좀 꺼내줘!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지내? 미칠 것 같다고!”
“그럼 거래의 조건을 말씀드릴게요.”
여자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열쇠와 함께 페르데일이 있는 감옥 안쪽으로 던졌다. 페르데일은 그것들을 허겁지겁 주워 들었다.
열쇠와 함께 던져진 것은 작은 주머니였다. 그 주머니 안에는 네모난 칩 같은 것들이 여러 개 들어 있었다. 도박장의 칩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또 아닌 듯도 했다.
“이게 뭐지?”
“감옥 바깥에 사람을 준비해 놨어요. 그 사람을 따라가세요. 그러면 이곳은 물론 영지에서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이게 뭐냐니까? 칩인가?”
“린데할 영지로 가서 빨간 콧수염을 찾으세요. 그 뒤는 그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그럼 행운을 빌어요.”
“아니, 잠깐 이게 뭔지 설명을…….”
제 말만 하는 여자를 향해 페르데일이 무심코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후, 하고 바람 부는 소리와 함께 여자가 들고 있는 촛불이 꺼졌다. 감옥이 다시 어두컴컴해짐과 동시에 여자의 인기척도 함께 사라졌다. 페르데일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 뭐야 어디 갔어?”
***
“지금이라도 못 하겠다고 해.”
셔츠를 벗자 탄탄한 근육이 선명한 사내의 몸이 훤히 드러났다. 그의 몸 곳곳에는 자잘한 상처와 흉터들이 보였다. 테사는 그것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자신만큼이나 헤르트의 몸도 정상은 아니구나 싶어서. 테사는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 후회하지 말고. 난 한 번 시작하면 그만둘 생각은 없거든.”
“……후회 안 해요. 그러니까…….”
그 순간 헤르트가 테사의 몸을 완전히 넘어트리며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커다란 손바닥이 마른 종아리를 붙잡았다.
“분명 네 입으로 말한 거야. 후회 안 한다고.”
“아, 흣…….”
여자의 다리를 넓게 양옆으로 벌리자 작은 알을 품고 있는 젖은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헤르트는 엄지손가락 끝으로 갈라진 틈을 따라가듯 아래에서 위로 부드럽게 쓸어 만졌다. 그러자 테사가 달뜬 숨을 내뱉으며 몸을 들썩였다.
헤르트는 잠자코 제 앞의 테사를 내려다봤다. 처음으로 천자락 하나도 없이 발가벗겨진 가냘픈 몸이 그의 앞에 있었다. 옷을 입지 않은 테사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고, 말랐으며,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어느 곳이든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는 테사의 홀쭉한 배를 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수그려 충동적으로 그녀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거긴……!”
뜨거운 숨이 음부에 닿았다. 테사는 헉 소리를 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머지않아 물컹한 혀가 조심스럽게 음부를 할짝이기 시작했다. 테사는 사내가 제 아래에 얼굴을 박고 개처럼 그곳을 핥자 금세 얼굴에 열이 올라 붉게 물들었다.
‘거긴, 더, 더러운 곳인데……. 그렇게 핥는 곳이 아닌…….’
“으, 흥!”
혀가 음핵을 툭툭 치대자 테사는 신음을 흘리며 팔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가 손가락으로 했던 것보다 더욱 자극이 심했다. 싫어, 이상해. 팔다리를 들썩거리며 은연히 뒤로 내빼려는 여자의 엉덩이를 사내가 콱 잡아 고정시켰다.
“아!”
혀가 전보다 갈라진 틈새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건 정말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미끌거리면서도 뜨거웠고, 간질거리기도 했다. 거머리가 그곳에 달라붙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사내의 혀가 이제는 위로 올라가 돌출된 음핵을 쪽쪽 빨기 시작하자 테사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꾹 감고 발끝에 힘을 주었다.
“이, 이상……. 응, 힉!”
별안간 입술이 음부 전체를 뒤덮었다. 헤르트는 과일을 먹는 것처럼, 테사의 음부를 부드럽게 흡입하듯 혀를 움직였다. 그, 그만……. 테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헤르트는 멈추지 않고 더욱 집요하게 여체의 아래를 혀로 희롱했다.
“생각보다 단데.”
“으……흑…….”
아래와 엉덩이, 그리고 등 어디선가부터 찌르르거리는 미세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사내의 혀가 느릿하게 알을 굴리며 할짝이자 여자의 아랫배가 금세 수축하면서 저 안쪽에서 왈칵 물이 터져 흘러나왔다.
헤르트는 그 물을 저도 모르게 꼴깍 받아 마시며 씩 웃었다. 여자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리 나쁘지는 않은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