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화
“아니, 으, 아, 제……. 흐, 읏!”
순식간에 헤르트가 테사를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졸지에 테사는 바닥에 엎어진 채로 엉덩이만 높이 솟아오른 자세가 되었다. 남자가 들쑤셔놓아 반쯤 꺼내진 가슴이 바닥에 문질러졌다. 테사는 또 시작되려는 정사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었던가? 더 할 거라고?
그것보다…….
“하읏, 으, 응……. 아, 앙……!”
성기가 사정없이 테사를 찔러 왔다. 이번에도 배가 부르고 숨이 턱 막혔다. 테사는 손을 뻗어 바닥에 깔린 카페트를 긁었다. 이게 뭐야. 이런 게 정사라고? 들은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테사는 거의 울기 직전까지 다다랐다.
“후…….”
헤르트는 다시금 테사의 몸이 부서져라 그녀를 안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사내는 이전처럼 무자비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아, 프……. 으, 흑, 아, 응, 아아!”
“하, 네, 안……. 미친 듯이 조여.”
“헤, 헤르……. 아윽!”
핏줄이 우거진 남성이 선명하게 안쪽을 치댈 때마다 테사는 헉, 하고 밭은 숨을 내뱉었다. 손발이 오므라지고 아랫배가 아플 정도로 조여들었다. 불과 몇 분 전에 느꼈던 생소한 쾌감이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이상해, 너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아, 아, 으, 응……. 아, 읏! 앙!”
“빌어, 먹을……. 어떻게 이렇게 좋을, 수 있지……. 하아…….”
“그, 아, 앗, 마……. 이, 상, 아, 흐윽!”
흥건하게 젖은 음부에서 찌극거리며 백탁액이 흘러나왔다. 그 진득한 액은 그들의 교합부를 더럽히다 못해 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테사는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액체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입에서는 신음밖에 낼 수 없었다. 머리가 다른 의미로 어지러웠다. 점점 버티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 그만, 제발…….’
테사는 헤르트에게 그만하자고 애원하고 싶었다. 너무 이상하다고.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다고.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테사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현재 헤르트와 자신은 오로지 이 육체적인 관계로 이어져 있을 뿐이었으니까. 그걸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애당초 그녀에게는 그를 거부할 수 있는 자격도 없었다.
테사는 여전히 카페트를 쥐어뜯었다. 손가락 끝이 하얘질 정도로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헤르트가 돌연 느릿하게 성기를 쿵, 하고 깊게 박아 넣었다.
뭉툭한 끝이 테사가 느끼는 곳을 찾아 꾸욱 비벼대자 테사는 앙! 하고 울음을 터트리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저조차도 방금 전 자신이 무얼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 흑…… 흐윽…….”
“이대로면…… 몇 번이고, 계속, 후우, 쌀 수 있을 것 같아.”
“시, 싫……. 아!”
느리게 성기를 뺀 헤르트가 다시 한번 체중을 실어 퍽 하고 여자의 음부를 꿰뚫었다. 아으응! 테사가 반쯤 자지러지며 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쾌감이 쏟아져 내렸다. 형용할 수 없는 저 깊은 곳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이젠 몸 전체가 후들거렸다. 그쯤 되자 테사는 저도 모르게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반사적으로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만할래, 제발 그만…….’
그러나 손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헤르트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 제 쪽으로 끌어왔다. 사타구니가 맞닿으면서 물건이 자궁 입구까지 짓쳐들어왔다. 으, 힉! 그 깊은 삽입감에 테사가 정신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달아오른 몸은 사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그대로 자극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두 눈을 감은 채 웅얼거리는 신음을 내뱉으며 손가락을 오므렸다.
“큿, 맛있어? 이젠…… 다 삼켰네?”
“아……으, 아, 흐, 빼……줘, 읏…… 으응!”
“네 안도, 좋, 다고…… 난린데, 시발, 빼긴 뭘 빼.”
헤르트는 작지만 탐스럽게 여문 엉덩이를 가볍게 내리쳤다. 금세 테사가 앙알거리며 울음을 내뱉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처음에는 제 것을 다 삼키지도 못했던 구멍이 이제는 뿌리까지 꾸역꾸역 먹어치우고 있었다. 저 작은 배에 제 것이 모두 들어차 있는 것이다.
헤르트는 테사의 아랫배로 손을 뻗어 그녀의 배꼽 아래를 더듬었다. 역시 판판하기 짝이 없었던 배는 이젠 그의 좆으로 부풀어 올라 있었다. 심지어 제 것이 어디까지 들어찼는지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흡족해졌다. 적장들의 목을 베어 공로를 인정받았을 때보다 지금이 더욱 좋았다.
‘미친 거지. 고작 여자랑 붙어먹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이성을 개만도 못한 짐승으로 만들 정도로 테사의 안은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몇 번이고 계속 사정할 수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정말로, 진심으로 그럴 수 있었다. 그만큼 지난 20여 년간 동정으로 참아왔던 것들을 이곳에 다 쏟아붓고 싶었다.
“흐으……. 아!”
헤르트는 테사의 몸을 훌떡 뒤집었다. 보름간 몸을 회복했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가벼워 그 혼자의 힘으로 움직이기 수월했다. 비록 그녀의 드레스자락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으나 흐트러진 모습이 마음에 들어 굳이 옷을 벗기지는 않았다. 그 옷이 그녀에게 어울리기도 했고.
이러니까 꼭 귀부인을 억지로 취하는 개새끼가 된 것 같네. 헤르트는 속으로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테사의 두 다리를 옆으로 넓게 벌렸다. 그러자 두꺼운 살덩이에 뚫린 그녀의 하체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액으로 번들거리는 비부 속, 그 좁은 구멍은 힘겹게 사내의 양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흑……. 보…… 보지, 마, 아, 흣!”
테사는 좀 전부터 헤르트가 제 아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지자 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어떻게든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사내가 콱 붙잡은 허벅지 때문에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개구리 같은 자신의 자세에 시야가 눈물로 가물거렸다. 어디선가 창부가 다 됐다며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왜, 내 앞에서 다리 좀 벌렸다고 수치스러워?”
다만 실제로 들려온 것은 조롱하는 듯한 헤르트의 목소리였다. 어느새 헤르트가 두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울먹이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테사는 누가 봐도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헤르트는 마음 한쪽이 찌르르거리며 따끔따끔 아파 왔다.
“갑자기 그 얼굴 보니까 화가 좀 나려 하는데.”
“흐윽, 아, 아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있잖아. 근데 왜 표정이 그따위냐고.”
사람 기분 좆 같게. 사내가 느닷없이 추삽질을 시작했다. 퍽! 활짝 열린 다리 사이로 뻣뻣하게 곧추세워진 성기가 깊게 파고들었다. 아흑! 테사가 단말마의 교성을 내지르며 입을 벌렸다. 아주 잠시 멈추었던 감각이 그의 허릿짓에 되살아나고 있었다.
“하, 아까도 그래. 자해를 하지 않나……. 뭐가 문제야? 어?”
“아, 흑, 그, 그게, 아, 아니…….”
“배신자 주제에……. 내가 널, 흣, 여기서 어떻게, 더, 해야…… 하는데.”
헤르트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여자의 다리가 볼품없이 벌어져 덜렁거렸다. 버틸 수 없는 압박감에 테사가 아, 흑! 학! 하고 연신 숨을 토해냈다. 목울대까지 호흡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대체 언제 끝이 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후회해? 네가 버린 새끼랑……. 후, 이렇게 붙어먹고 있으니까?”
“그, 그런 거……. 아흐응!”
“이 아래는 좋다고, 물어대면서……. 하, 후회해 봤자 소용없어.”
“기, 깊……. 흑! 아, 히, 힘, 드, 으, 읏……!”
“시발, 나는 적어도…… 네가 질릴 때까지, 널, 하, 안아야겠어.”
젠장, 빌어먹을……. 헤르트는 질 내벽이 힘껏 저를 조이자 여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교합부에선 살과 살이 부딪히는 마찰음뿐만 아니라 찌꺽이는 음란한 물소리도 났다.
헤르트는 틈새 사이로 줄줄 흐르는 제 정액을 쳐다봤다. 그가 한 손을 뻗어 흘러내리는 정액을 긁어다 그녀의 음부에 넓게 펴 발랐다.
“다 흘렸네……. 아깝게. 괜찮아, 다시 채워줄 거니까.”
“아, 으응!”
두껍고 거친 엄지손가락이 음핵을 툭 건드리자 테사가 크게 허리를 들썩였다. 그것을 본 헤르트는 음핵을 집요하게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 아! 테사의 교성이 끝없이 높아졌다. 바닥을 긁던 손이 쾌락에 못 이겨 허공을 휘저었다. 마치 살려달라 애원하는 것 같은 손짓처럼 보이기도 했다.
헤르트는 그 손들을 한 손으로 잡아 그녀 머리 위로 눌러 붙였다. 열락에 잠식되어 발개진 얼굴로 입을 반쯤 벌린 채 울고 있는 테사의 모습이 보였다.
최대한 참는 것 같았던 아까보다는 조금 더 나은 표정이기도 했다. 지금은 제 아래에 깔려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투였으니까.
‘그래, 차라리 그런 얼굴을 하던가.’
헤르트는 음부를 문지르는 것을 멈추고 가는 허리를 잡았다. 쑤셔 박아 넣을 때마다 볼록해지는 배를 보며 더욱 추삽질에 힘을 가했다. 그렇게 그는 쉬지 않고 그녀의 안을 가르고 들어가 허리를 몇 번이고 흔들었다.
제 씨물이 텅 빌 때까지.
***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테사는 제 위로 불그스름한 빛이 드리워지는 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반나절은 족히 지난 것 같았다. 여러모로 길었던 시간이었다.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어 더 길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었다.
테사는 손가락 하나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제 몸을 느끼며 느리게 눈을 껌벅였다.
온몸이 얻어맞은 듯 아팠다. 무언가를 붙잡고 긁고 미약하게나마 저항했던 상체는 물론이거니와 내내 벌어진 상태로 사내를 받아들인 하체는 아예 마비가 된 듯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특히 음부와 그 안쪽은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쓰라렸다. 테사는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이런 건 줄 몰랐어……. 이렇게…….’
긴 시간 내내 헤르트는 테사를 마구잡이로 들쑤시고 헤집어놨다. 당연하게도 배려 따윈 없었다. 그가 배려를 할 필요는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그는 테사를 이용해 원 없이 제 욕정을 풀었다.
때문에 테사는 그 아래에 깔려 그저 쾌락에 잠식된 채 교성만 내뱉었다. 제아무리 용을 써도 단련된 사내 몸을 밀어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대체 얼마나…….’
일순 테사는 아래에서 끈적이는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헤르트가 쉴 새 없이 드나들었던 그녀의 입구는 격한 정사에 미처 아직 다 다물리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뱃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넘치는 정액은 꿀렁이며 자꾸만 바깥으로 기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