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화
사실 헤르트는 테사가 창밖으로 모습을 보였을 때부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보름 만에 다시 만난 테사는 시선이 확 쏠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본래도 고아원에서 가장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완연한 여자가 되어 치장까지 받으니 그 미모가 더욱 빛이 났다. 어딘가 처연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도 한몫했다.
그래서 헤르트는 테사가 제게 그런 식으로 다가오기로 결심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현재 테사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였으니까.
헤르트는 테사에게 미련이 남았고, 그들은 이미 한 차례 몸을 섞었다. 영악한 여자답게 지금 당장 그가 그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렸을 터였다.
헤르트도 기꺼이 테사의 장단에 어느 정도는 맞춰줄 생각이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제 와 싫다고?
“왜 말이 없어. 꼴에 귀부인이라고 네 입으로 직접 인정하기 싫어서 그래? 이제 우리가 박고 박히는 사이라는 거.”
“박…….”
“이제 와 번복할 생각은 하지 마. 앞서 말했듯이 너한테 선택할 권리 따윈 없으니까.”
그리고 한 번만 더.
헤르트는 테사의 손등을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녀의 손목을 앞으로 잡아끌며 덧붙였다.
“내가 좆질할 몸에 흠집이라도 나기만 해봐. 그땐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각오해야 할 거야.”
그는 잡았던 테사를 내동댕이치듯 놓아주었다. 테사가 힘없이 소파에 엎어졌다. 이어 그녀의 뒤에서 버클을 풀어헤치는 소리가 났다. 테사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가 헤르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그녀에게 명령했다.
“엎드려.”
“가, 갑자기…….”
“내가 널 부른 이유가 뭐일 것 같은데. 그것밖에 더 있어? 아무것도 모르겠단 그 가식적인 얼굴 좀 집어치워.”
사나운 음성에 테사가 곧바로 고개를 원래대로 돌렸다. 그리고는 헤르트의 말대로 떨리는 손길로 소파의 등받이 부분을 잡고 가까스로 무릎을 세웠다.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헤르트가 자신을 불렀을 때부터 테사는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가 자신을 부를 일은 없을 테니까.
곧장 그녀의 치맛자락을 헤치는 손길이 느껴졌다. 남자는 부드러운 드레스 천자락을 아무렇게나 헤집어놨다. 그러다 잠옷만 입었던 이전과는 달리 옷 안으로 입은 것이 많자 그가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대체 몇 개나 껴입은 거야. 그 중얼거림에 테사의 얼굴이 빨개졌다.
“다음부턴 이딴 옷 입고 오지 마. 벗기기 힘들잖아.”
잡고 있어. 긴 치맛자락을 모아 테사 쪽으로 넘겨주며 헤르트가 그녀의 속바지와 속옷을 힘겹게 벗겨내었다. 그러자 조금 살이 오른 듯한 둥근 엉덩이와 그 사이에 숨어 있는 비부가 보였다. 테사는 음부에 차가운 공기가 닿자 몸을 살며시 떨어댔다.
“읏……!”
예고도 없이 뜨거운 손가락이 그곳에 닿았다. 테사는 몸을 바르작거리다가 헤르트가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꽉 잡아 쥐자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어 한 개의 손가락이 갈라진 틈새 안으로 침범하기 시작했다.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두꺼운 손가락은 그 안을 마구잡이로 희롱했다.
“아, 으…….”
뱃속을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에 테사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었다. 역시나 쉽게 익숙해질 수 없는 감각이었다. 테사는 다리가 오므라지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등받이를 잡은 손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흐, 윽…….”
“움직이지 마.”
테사가 움직이기 무섭게 헤르트가 낮게 말했다. 그는 벌을 주듯 그녀의 음부를 헤집는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렸다. 습한 굴곡 속을 손가락들이 헤엄치듯 여기저기 문질러대었다. 테사가 반사적으로 등받이 천을 긁었다. 입이 어느새 조금 벌어져 그 안에 침이 고였다.
‘아파……. 느낌도 너무 이상해…….’
물론 헤르트의 것을 삽입했을 때와 비교하면 별거 아닌 아픔이었지만 그래도 생소한 고통이 테사의 몸을 긴장으로 굳게 만들었다.
이런 걸 계속해야 한다니.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알지만 짧은 후회도 들었다. 손가락도 이렇게 힘든데, 저번처럼 그의 것을 넣으면 얼마나 더 힘들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
“힘 좀 풀어. 손가락 두 개에도 이렇게 좁으면 어쩌잔 거야?”
두 개만 넣었을 뿐인데도 여전히 여자의 구멍은 좁고 버거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금씩 내부가 젖어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손가락에 미끌거리는 애액이 묻어나올 때마다 헤르트는 저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축였다.
‘분명 저번에 어디에서 반응했던 것 같은데.’
헤르트는 손가락을 살며시 구부려 질 내벽을 이곳저곳 건드리기 시작했다.
지난번 정사에서 헤르트는 여자의 몸에 대해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여자도 느낄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여자가 느낄 때는 질 주름 하나까지 선명하게 움찔거릴뿐더러 조임의 감도가 달랐다. 그리하여 전희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무식하게 억지로 가르고 들어가 혼자 허리를 흔드는 것보단 서로 느끼며 움직이는 게 웬만해선 더 좋았으니까. 힘도 덜 들일뿐더러 여자도 좀 더 버틸 수 있을 터였다.
헤르트는 다른 한 손으로는 여체의 음핵을 찾아 굴리기 시작했다. 아직 이곳에 대해서는 깨달은 바가 없기는 했지만 성감대라고 하니 안 만져주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대신에 이전보다는 깨지기 쉬운 구슬을 다루듯이 손가락 끝을 살살 세심하게 움직였다.
“으, 흥, 흣…….”
얼마 지나지 않아서 테사가 이전과는 다른 신음을 내뱉었다. 좀 더 간드러지고 얇은 소리였다.
“조금은 알 것 같은데.”
헤르트는 더욱 부드럽게 테사의 음부를 어루만져 주기 시작했다. 작은 콩알만 한 음핵이 미세하지만 조금씩 부푸는 게 느껴졌고 질 내벽은 그의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빠르게 수축했다.
“아, 읏, 흐응……. 이, 상…….”
테사는 주로 검을 들었을 사내의 커다란 손이 제 음부를 만지는데 열을 올리자 어쩔 줄을 몰랐다. 집요하면서도 끈적이는 손길이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점점 이상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느덧 안을 차지하고 있던 손가락은 아픔보다는 미세한 열락을 자아내고 있었다. 테사는 제 깊은 안쪽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자, 잠, 깐……. 응!”
테사가 짧게 몸을 비틀었다. 등받이를 잡은 손이 까드득 하고 그 위를 긁어대었다. 헤르트는 천천히 그녀의 아래에서 손을 떼었다. 흠뻑 젖은 손가락에서 애액이 툭툭 떨어졌다. 더불어 안쪽에 고여 있던 액이 그녀의 다리를 타고 밑으로 흘러내렸다. 테사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하여 수치심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이, 이건…….”
“기분 좋았나 봐. 물을 한가득 쏟아내는 거 보면.”
“그게……. 이건…….”
“네 아래가 아직도 움찔거리는데.”
헤르트가 고개를 숙여 여자의 아래를 자세히 살펴봤다. 푹 젖어 든 붉은 속살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듯 우물거렸다. 마치 무언가를 더 넣어달라는 듯이.
그것을 보자 헤르트는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당연했다. 그는 이미 저 아래가 어떤 느낌인지 맛보지 않았는가.
헤르트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많이 풀어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바지춤을 풀어헤쳐 아까부터 팽팽하게 부푼 제 것을 꺼냈다. 흉악할 정도로 핏줄이 우거진 커다란 좆이 꺼덕이며 선단 끝으로 선액을 내뱉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어 미치겠다는 모양새였다.
“이제 넣을 거야.”
“아, 으, 자…… 잠시, 으응……!”
둥근 귀두가 음부에 가까이 접붙여졌다. 테사의 손목만 한 기둥이 음핵을 긁으며 미끄러지듯 음부 전체를 문질렀다.
테사는 제 아랫배까지 닿는 듯한 물건에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것을 제 안에 넣는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전에 한 번 들어갔다지만 그 기억은 지금 그녀에게는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무, 무서……워…….’
테사는 울음이 나올 것 같은 입을 악물었다. 찢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실제로 그와의 첫 번째 정사를 가졌던 뒤로 테사는 온몸을 얻어맞은 듯 고통스러웠고, 소름이 끼칠 만큼 쓰라림을 느꼈다. 케니스가 괜히 그녀에게 약을 챙겨준 게 아니었다.
테사가 은연히 몸을 들썩이며 삽입을 꺼려하자 헤르트는 그녀에게 차갑게 일침했다.
“똑바로 붙잡고 서. 싫으면 버티든가.”
“아, 흑!”
거대한 성기가 틈새를 가르고 그 안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기에 잠식될 것만 같았다. 뭉둥이처럼 단단한 양물이 거침없이 질 내벽을 긁으며 들어왔다. 테사는 아, 학, 하고 숨을 내뱉으며 입을 벌리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커, 너무 커……. 벌써부터 숨이 꽉 막혔다. 배가 가득 찼다.
“으, 흑, 그, 그만, 그……. 아!”
테사는 이전의 정사는 그나마 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몸이 좋지 않아 열이 남아 있었던 게 그나마 그녀를 보호해 주었던 것이다.
두 번째 정사는 첫 번째 정사보다 더 버겁고 힘겨웠다. 테사는 꾸역꾸역 밀려들어 오는 것에 숨을 마구잡이로 헐떡였다. 다 들어왔을까? 이제 그만 들어왔으면…….
그러나 그녀의 희망을 무참하게 부숴버리듯 헤르트가 밭은 숨을 내쉬더니 테사의 엉덩이를 꽉 잡아 쥐며 말했다.
“하, 힘 풀어. 아직 반도 못 넣었어.”
“그, 그, 만, 아, 으흑, 이, 이상, 아…… 아프……. 읏!”
테사의 말을 가뿐히 무시한 채 헤르트는 허리를 그녀의 엉덩이와 더욱 가까이 붙였다. 그는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교접 부위를 살피자 한계까지 벌어진 질구가 힘겹게 그의 것을 삼키고 있었다. 여기서 그가 거칠게 움직이기라도 하면 찢어질지도 몰랐다. 뻑뻑하기는. 헤르트는 잠시 진입을 멈추었다.
“……시발.”
헤르트는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사정감이 치들어 이대로 사정할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아주 좁고 습한 내벽이었다. 그의 것을 삼키다 못해 녹여버릴 듯한 열기 또한 그의 이성을 자꾸만 반쯤 날려 보내고 있었다.
보름이었다.
테사와 몸을 겹치고 다시 또 몸을 겹치기까지.
‘그래, 이걸 잊을 수 있을 리가.’
첫 정사가 끝난 뒤 헤르트는 잠시나마 자신을 질책했다. 테사를 그런 식으로 안아서는 안 되었다고. 자신은 짐승만도 못한 새끼라고. 그래서 쓰러진 테사만 옮겨놓고 바로 유테르트 영지를 도망치듯 떠났다.
하지만 이제 보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렇게 안게 될 것을 뭐 하러 그리 빙빙 돌았나 싶다.
짐승만도 못한 새끼라 비난받아도 좋았다. 지금만큼은 이 안을 맘껏 벌리고 들어가 거칠게 헤집어 놀다가 마지막에는 제 씨물을 가득 부어 채워주고 싶었으니까.
그래, 지금은 그것뿐이었다.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