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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배신을 알지 못하여-12화 (12/138)

012화

‘아, 정말, 이상, 이상한데…….’

테사는 이제 울상이었다. 그녀는 헤르트에게서 벗어나고자 무의식적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책상을 긁었다.

그것을 본 헤르트가 빼뚜름하게 입매를 비틀었다. 버티기만 하던 그녀의 아래가 점차 허물어져 그의 것을 숨 막히도록 조이더니 이제는 제게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어딜 가려고.’

헤르트는 느끼기 시작하자 저를 거부하는 테사가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절대 이대로 테사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등허리를 붙잡고 있던 손으로 그는 그녀의 두 팔을 뒤로 당겨 왔다. 그리고선 두 팔목을 교차해 제 손바닥으로 꽉 잡아 쥐었다.

“하, 이제야 좀…… 할 만해지는데, 가만히 좀 있어.”

“흐윽……. 이상해, 이상하단 마, 말이야…….”

“이상한 게, 큿, 좋은 거 아냐?”

헤르트가 테사의 팔을 잡아당겼다. 덕분에 테사의 상체가 일으켜지면서 바닥에 닿은 다리 한쪽에 힘이 들어갔다. 헤르트는 바로 테사의 등 뒤로 붙어 허리를 튕겨 올렸다. 테사가 높은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아, 흑, 으, 으응!”

헤르트는 잡은 테사의 두 팔목을 이용해 그녀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테사는 묵직한 이물감이 제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느끼며 더욱 세게 눈을 감았다.

몸이 반죽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아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에 상응하는 쾌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안 돼, 입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와……. 이, 이런 건 너무…….’

테사는 제가 내뱉는 신음을 부정하고 싶었다. 천박한 교성처럼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헤르트에게 이런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를 창피하게 만들었다. 그는 제 신음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할까.

‘역시 천박한 여자라고…….’

아니다, 이미 제 자신은 창부와 비슷한 존재였다. 그에게 몸으로 죗값을 조금이라도 갚자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매춘부나 다를 바가 없었다. 어쩌면 훨씬 더 오래전부터 자신은 창부였을지도 몰랐다. 남작영애를 대신하여 팔려 왔던 날, 그 순간부터.

시간이 흐르자 그들의 교합부에선 쿨쩍쿨쩍 하고 야릇한 물소리가 났다. 사내의 흉악한 물건이 여자의 구멍을 드나들 때마다 애액으로 흠뻑 젖어서 나왔다. 헤르트는 그 미끌거리는 감촉이 미치도록 좋았다. 그는 어느새 눈을 감고 온몸으로 추삽질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 헤…… 헤르, 트, 학, 핫, 흐, 읏, 응…… 응!”

“하아, 미칠 것 같아.”

헤르트는 사정감이 최고조로 높아지자, 이윽고 테사를 다시 책상으로 밀어 엎드리게 했다. 그는 올라간 그녀의 다리 한쪽도 내린 채 골반을 세게 붙들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테사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퍽퍽, 둔탁한 마찰음이 점점 빨라졌다.

“헤, 흐윽, 읏…… 응, 아응, 읏!”

테사는 자꾸만 밀고 들어오는 이물감에 정신을 못 차렸다. 커다란 것이 박혀 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기도 했지만 가장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생경한 쾌락이었다.

이대로라면 망가질 것 같았다. 머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등 뒤로 헤르트의 호흡이 이전보다 거세어지는 게 들렸다. 훅, 후욱, 무언가를 억누르는 듯한 숨소리였다. 사실 숨이 거칠어지고 있는 건 테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숨을 할딱거리며 책상에 얼굴을 비벼대었다.

몸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몽롱해진 정신으로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테사, 테, 사……. 하, 시발.”

“아흣, 응, 읏, 아, 흣, 응!”

그 때 골반을 쥔 헤르트의 손아귀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는 곧 테사를 붙잡고 쿵 하고 가장 안쪽까지 성기를 처박았다.

“아!”

테사의 높은 교성과 함께 낮고 무거운 헤르트의 긴 한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더불어 그녀의 안쪽에도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 뜨거운 질 내벽과 상반된 낮은 온도의 액체였다.

“하…….”

많은 양의 정액이 거침없이 테사의 몸 안쪽으로 쏘아졌다. 헤르트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질 속에 밀어 넣고 나서야 허리를 물렸다. 그러다 테사에게서 기척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사.”

테사가 정신을 잃은 채 책상에 엎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이마에 식은땀이 가득한 그녀의 안색은 죽은 이처럼 창백했다. 그것을 본 순간 헤르트는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곧바로 그는 그녀의 호흡을 확인했다.

헤르트는 테사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약한 숨결만 아니었다면 죽은 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젠장. 별안간 그는 욕을 내뱉었다. 이제 와보니 자신이 벌인 일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여자를 안다니. 제정신이긴 한 건가?

그 때 사내를 받아들이느라 한계까지 벌어졌던 구멍에서 하얀 정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좀 전까지 그가 테사에게 싸질러 놓은 그의 씨물이었다. 양이 상당했기에 안에 다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헤르트는 잠시 테사의 음부를 쳐다봤다. 제 정액이 흐르는 그녀의 구멍을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슴을 중심으로 저릿저릿했다.

또한 그와의 정사로 인해 테사의 밑구멍은 붉게 부어오른 상태였는데, 문제는 그것을 보자 그의 아랫도리가 다시금 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헤르트는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이며 욕을 내뱉었다.

“짐승만도 못한 새끼.”

<3. 오해와 착각>

‘헤르트는 무서워.’

우물가에서 물을 퍼 올리던 테사는 같은 고아원 친구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테사가 두 눈을 껌벅거리자 친구가 어깨를 으쓱였다.

‘맨날 무표정에 애들이랑은 말도 안 섞으려고 하는 걸.’

‘어……. 아니야. 헤르트도 방긋방긋 잘 웃는 걸? 말도 많고, 장난기도…….’

‘그거야 테사, 너랑은 친하니까 그러지.’

그리 말하는 친구의 입이 비죽 나와 있었다. 이어 친구는 테사에게 헤르트의 평소 행실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어대었다. 마치 선생님에게 고자질하는 학생처럼.

물론 테사는 헤르트가 자신을 제외하면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야 소년은 거의 매번 제 옆에 붙어 있다시피 했으니까.

‘그렇긴 한데……. 그래도 헤르트가 마냥 무서운 애는 아니야.’

끙끙거리며 마저 물을 퍼낸 테사가 반쯤 찬 물통에 물을 부었다. 옆에서 제 물통을 다 채운 친구가 코웃음을 쳤다.

‘내가 봤을 땐 말이야. 아무래도 헤르트가 널 좋아하는 것 같아.’

‘……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어? 헤르트다! 너 찾으러 왔나 봐!’

‘잠시만 조니…….’

‘나 먼저 간다. 이따 봐!’

저 멀리 헤르트가 이리로 오고 있는 걸 발견한 친구가 급히 물통을 들고서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그녀를 붙잡으려 했던 테사는 이윽고 긴 그림자가 제 위로 드리워지자 고개를 틀어 제게 다가온 헤르트를 올려다봤다. 방금 막 씻고 왔는지 그의 머릿결이 푹 젖어 있었다.

‘줘, 내가 할게.’

‘싫어, 나도 할 수 있거든. 너 방금 씻었잖아. 땀나면 어떡해.’

‘또 씻으면 돼. 그냥 줘. 저번에도 지금처럼 고집부리다가 중간에 물 엎은 거 기억 안 나?’

윽, 잊고 싶었던 과거를 건드리다니. 테사는 헤르트를 향해 항의를 하듯 불퉁한 표정을 지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다.

헤르트는 냉큼 테사의 손에 쥔 두레박을 뺏어 우물 안으로 던져 넣었다. 이윽고 소년이 줄을 잡아당기자 물이 한가득 담긴 두레박이 올라왔다.

‘봐, 내가 하면 이렇게 한 번에 되잖아.’

헤르트가 물통에 물을 붓자 그새 물통이 가득 차올랐다. 그는 힘들어하는 기색 한 번 없이 꽉 찬 물통을 들어 앞으로 움직였다. 테사가 그 옆을 따라가며 툴툴거렸다.

‘그래도 맨날 너한테 도움만 받을 수는 없잖아. 나도 할 수 있는 건 혼자서 해야지. 그래야 네가 없을 때도…….’

‘그럴 일 없어. 내가 늘 네 옆에 있을 거니까.’

‘그걸 네가 어떻게 장담하는데?’

헤르트가 돌연 발걸음을 멈추더니 테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에 움찔한 테사가 당황스런 눈빛으로 그를 마주했다.

‘뭐, 뭐!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헤르트의 눈매가 일순 가늘어졌다.

‘됐다, 말을 말자.’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쌩하니 테사를 지나쳐 앞으로 갔다. 홀로 남은 테사만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 사춘기지? 가끔 이렇게 보면 진짜 이상하다니까.’

빠르게 헤르트를 따라잡은 테사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헤르트는 그저 테사를 한 번 흘겨보고는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정말로 사춘기인가? 테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친구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헤르트에게 전해주었다.

‘누가 그러는데, 네가 날 좋아하는 것 같대.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너 나 좋아해?’

테사의 입장에서는 헤르트가 자신을 이성으로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고아원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헤르트는 늘 그녀에게 부드러웠고, 많은 것을 도와주려 했다. 테사가 생각하기에 헤르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어제도, 오늘도 헤르트는 늘 헤르트다웠다.

‘……네 생각은 어떤데. 내가 널 좋아하는 것 같아?’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 라고 돌아올 것 같았던 헤르트의 대답이 전혀 다른 대답으로 한 발 늦게 돌아왔다.

소녀와 소년은 이제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사는 생각보다 진지한 헤르트의 얼굴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정말 헤르트가 날 좋아한다고? 테사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모, 모르겠어. 너는 언제나 나한테 친절했고…… 우리는 늘 같이 있었으니까……. 야 근데 이거 너무 이상해.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좋아해.’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멈춘 기분이었다.

소년의 머리 너머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 위,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나 바람결에 살랑이는 나뭇잎들과 지저귀는 새소리까지. 테사는 멍하니 바람에 나부끼는 금발과 그 밑으로 청명하게 빛이 나는 눈동자를 응시했다.

아, 왜 몰랐을까.

헤르트는 언제나 그 얼굴, 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변화가 없다고, 그 감정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는데.

‘좋아한다고. 내가 널 좋아해, 테사.’

어느새 수줍게 뺨을 물들인 소년이 고백했다.

테사는 눈을 감았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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