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벌써 발레리안이 온 지 엿새가 지났다. 하루 이틀 정도 머무르고 떠날 거라 생각했던 이브는 마음이 슬슬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마음은 진즉부터 급했다.
‘발레리안이 빨리 돌아가야 할 텐데.’
마을에 머무르는 그가 딱히 그녀에게 접근하거나 무슨 말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게 더 불안해.’
가끔씩 길거리에서 마주칠 땐, 그는 그녀에게 무심히 인사를 건넬 뿐 더 붙잡지도 않았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이 싫지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미친 게 틀림없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배알이 좋은 사람은 그녀일지도 모른다.
‘아니…… 하나 더 있지.’
발레리안, 그도 그랬다. 그렇게까지 못되게 굴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타난단 말인가. 그게 정말 괜찮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괜찮은 척하는 건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이쯤 되니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어이! 발레리안! 수박 수확 중인데 한번 먹어 보겠나?”
멀리서 수박 농장주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근처에 발레리안이 있는 모양이다. 이브는 더욱 위기감이 들었다.
‘이러다가 눌러앉아 버리겠어.’
심지어 발레리안은 친화력도 좋아서 어느새 마을 사람들과 친해진 상태였다. 가끔씩은 사람들이 그녀보다 발레리안을 더 찾기도 했다.
‘성국은 뭐 하는 거야!’
제국에서 활동하는 엘라 한 명이 이런 마을에서 농장일이나 도우며 유유자적 생활하고 있는데, 두고 보기만 해도 괜찮은 건가?
‘안 되겠어.’
가능한 발레리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던 이브는 결심을 굳혔다.
발레리안을 만나 보기로.
이브는 벤리 부부네 농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수박 농장으로 돌렸다.
어느새 발레리안은 밝게 웃으며 수박을 한 입 먹고 있었다.
“수박이 달아요.”
그는 땀으로 인해 금발이 흐트러진 상태였다.
마을 사람들 속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순수한 소년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저 아름답고 찬란했다.
이브는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저런 모습마저 어울릴 필요는 없지 않나.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했다.
“이게 다 우리 샬럿 덕분이지! 샬럿이 얼마나 날씨를 잘 맞히는지 몰라. 심지어 샬럿이 온 뒤로 비도 너무-.”
수박 농장주의 말에 발레리안의 눈빛에 의아함이 서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람!’
농장주가 제 능력을 언급하자 마음이 급해진 이브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그녀의 능력을 들켜선 안 되었다.
“잠시, 시간 있으세요?”
그의 푸른 눈동자가 천천히 이브를 향했다.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면서 이쪽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자꾸만 마을 사람들이 저희 둘 사이를 오해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발레리안과 대화를 나눌 작정이었던 이브는 생각을 바꾸었다.
“루드비히 경. 마을은 언제 떠나 주시는 거죠? 그래 봤자 마물을 처리하는 일인데, 일주일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제가 여기 있는 게 불편합니까?”
발레리안이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천연스러운 그의 태도에 그녀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 불편해요.”
정확히는 그를 볼 때마다 흔들리는 저 자신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샬럿, 말을 왜 그렇게 해……!”
주변에 있던 아론이 당황해서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에 발레리안의 푸른 눈동자가 아론을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그 눈총을 받은 아론은 입을 다물었다. 아론의 눈빛에 못마땅함이 물씬 흘렀다. 이브는 아론의 눈동자 색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약간 붉은 기가 도는 것 같은데…….’
그때 발레리안이 입술을 열었다.
“저한테 불편한 점이 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마치 오늘 먹은 음식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사람처럼, 여유롭고 단조로운 말투였다. 그저 그녀의 물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살짝 좁히고 있었다.
‘하…….’
그녀의 직설적인 물음에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이브는 외려 얼굴을 굳혔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계속 은근하게 피를 말려서 괴롭히고 싶은 걸까?
지난날의 복수? 그렇다고 하기엔 그의 행동이 너무 애매하고 불명확했다. 이브는 한숨을 푹 내쉰 뒤, 입을 열었다.
“왜냐하면 엘라께서 계셔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성녀의 옆이니까요.”
그녀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이 상황에 불만이 가득하던 마을 주민들은 아차 싶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너무 생각 없이 엘라를 붙잡은 건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발레리안은 며칠 전에 이브가 중얼거리던 말을 떠올렸다.
“그냥 이유리랑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말에 담긴 뜻이 묘했다. 단순히 그녀 앞에 그가 나타난 것이 불편했다면 그리 말하지는 않았을 터. 무언가 숨겨진 사정이 있을 것 같다는, 강렬한 직감이 그를 관통했다.
‘성녀 이유리랑 연관된 건가?’
일순 발레리안의 눈동자가 첨예하게 이채를 띠었다.
그러나 그 말 한마디로 추측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마음이 답답해져 미칠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이브에게 숨기고 있는 모든 걸 말해 달라 부탁하고 싶었다. 그녀가 말해 주기만 한다면 무릎이라도 꿇을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빌어서 알아내고 싶었다.
이브는 그런 그를 보다가 뒤돌아서 농장을 빠져나왔다.
‘그 눈빛은 뭐지?’
발레리안의 푸른 눈동자가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심장이 덜컥거렸다. 무언가 진한 감정이 전해져서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 앞에서 직접 성녀 얘기를 꺼내어서 그런 걸까.
그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침묵을 선택했다. 그 침묵이 시사하는 바는 아마도…….
‘내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 거겠지.’
이브는 복잡해지려는 머리를 털어 내듯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다.
발레리안이 온 지 딱 일주일째가 된 날.
이브는 아론에게 발레리안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론은 몹시나 아쉽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 * *
유리가 조금 상기된 얼굴로 맑은 햇살이 창살을 뚫고 들어온 방 안을 서성거렸다. 바로 오늘이 발레리안이 돌아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일주일이나 있었다면 많이 지쳤겠지?’
유리는 그에게 속사포처럼 황궁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꾹 참았다. 마침내 이윽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유리는 반색한 얼굴로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하지만 곧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 유리는 조금 실망했다.
발레리안이 아닌 그녀의 시중을 드는 사제였다. 성녀가 머무는 방에 들어온 사제는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네요! 좋은 아침이에요, 성녀님.”
“리아 사제님도 좋은 아침이에요.”
유리는 내색하지 않고 배시시 웃었다. 사제는 은색 그릇에 물이 담긴 세숫물을 유리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세수를 한 유리는 사제가 건넨 부드러운 타월로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오늘 일정은요?”
“오늘은 조금 바쁘실 것 같아요. 사막 지역에 포교를 나갔던 사제님들이 돌아오시는 날이거든요.”
“아…… 언제 끝나는데요?”
유리는 그 일정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 오늘은 발레리안이 돌아오는 날이었으니까 그녀가 제일 먼저 반겨 주고 싶었다.
“저녁쯤에 끝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1년 만에 돌아오시는 거라 사제님들이 무척 지쳐 있을 텐데, 성녀님을 본다면 큰 힘이 나실 거예요.”
사제가 웃으며 말했다. 저녁에 끝난다는 말에 유리는 귀찮아서 한숨이 나올 뻔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사제는 흔쾌히 웃으며 알겠다고 하는 그녀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은 채 일정을 위해 성녀를 데리고 나섰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다.
포교에서 돌아온 사제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리의 머릿속은 내내 발레리안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 벌써 저녁 시간이네요! 성녀님, 많이 시장하시죠?”
한 사제가 그녀에게 말했다. 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했다.
“다른 사제님들도 이국에만 계시느라 이곳 음식이 그리우실 텐데 빨리 식사하러 가시는 게 어떨까요?”
다들 성녀의 배려심에 감복하며 그럼 그리하겠다고 자리를 떠났다. 유리는 곧바로 전담 사제에게 물었다.
“리안은 돌아왔나요?”
“아! 방금 돌아오셨다고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요? 어디 있다고 하나요?”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일 먼저 대주교실로 가지 않으셨을까요?”
유리는 제일 먼저 자신을 찾지 않은 발레리안에게 살짝 섭섭했다.
그러나 곧 그녀는 서둘러 대주교실로 향했다. 그러던 도중에 발레리안과 마주쳤다. 오랫동안 타지에 있었는데도 그는 여전히 태양처럼 빛이 났다.
“리안!”
그녀를 발견한 푸른 눈동자가 오롯하게 유리를 담았다. 유리는 그 시선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일주일 만에 만났다고 너무 반가워서 그런 건가? 그가 매일 옆에 있을 땐 이렇게 심장이 뛰지 않았다. 유리는 당황스러워졌다.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유리, 오랜만이야. 그동안 별일은 없었지?”
발레리안이 그녀에게 안부를 물었다. 다정하게 묻는 그 음색에 유리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으, 응.”
그러나 발레리안은 그런 그녀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먼저 대주교님 만나고 조금 있다가 따로 찾아갈게.”
발레리안이 말했다. 유리는 멍한 얼굴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대주교실에 들어간 뒤, 유리는 멍한 얼굴로 신전 안을 서성였다.
그 순간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왔다. 그녀가 인상을 왈칵 찌푸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악!”
또 그 두통이었다. 그때 마침 옆에 지나고 있던 한 기사가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성녀님?”
두통으로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유리는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가까스로 두통이 가라앉았다. 느리게 눈을 든 유리는 저에게 다가온 기사가 발레리안의 직속 부하 헬리엇이란 걸 깨달았다.
“헬리엇 님?”
“하하, 헬리엇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붉은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그는 전체적으로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그가 발레리안을 따라 나딘 마을로 갔다는 걸 떠올린 유리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악마 소탕에서 위험한 일은 없었어요?”
“아, 뭐. 그래 봤자 하급 악마, 마물 잔챙이밖에 없더라고요.”
“아…….”
유리는 무언가 마음에 걸렸다. 한 번도 일주일씩 나가 본 적 없는 발레리안이 그깟 하급 악마를 잡으러 일주일이나 파견 근무를 나갔다고?
“저는 리안이 일주일이나 나갈 만한 일이라고 하기에 큰일이 있던 건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유리는 그런 속마음은 내색하지 않고 무척 안심이라는 듯 까르르 웃었다. 그러나 헬리엇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큰일, 있긴 했었죠.”
그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리는 자연스레 말을 붙였다.
“무슨 일인데요?”
“아…… 이거 비밀이라고 하셨는데.”
헬리엇은 난감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빤히 바라보는 유리의 눈빛을 외면하지 못한 그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드렸다는 사실은 비밀입니다! 성녀님이 단장님의 마음 좀 단단하게 잡아 주세요.”
“제가 가능한 일이면 그렇게 할게요. 무슨 일인데요?”
발레리안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건 사실이구나. 유리는 불길함이 엄습했지만 헬리엇의 말을 재촉했다.
“사실 나딘 마을에 단장님의…… 전 약혼자가 살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유리는 왜인지 심장이 쿵 떨어졌다. 단지 말 한마디일 뿐인데, 왜 이러는 걸까. 유리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헬리엇을 보았다.
“그래서…… 둘이 만났나요?”
“아무래도 작은 마을이니 얼굴을 마주칠 수밖에 없죠. 하지만…… 헤어진 사이라고 하기엔 너무 애절해서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헬리엇은 그 광경을 떠올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에스텔라 영애는 왜 이렇게 단장님을 찾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먼저 인연을 끊어 낸 쪽은 그쪽인데 말입니다.”
복숭아 농장에서 단장님을 급히 찾던 에스텔라 영애의 모습을 떠올린 헬리엇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한번 잘 설득해 볼게요.”
“제가 말했다는 건 꼭 비밀로 해 주십시오!”
헬리엇의 부탁에 유리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어느덧 혼자서 신전 복도를 걷게 된 유리는 입술이 터질 듯 질끈 깨물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하나의 생각으로 잠식되어 있었다.
‘이브 에스텔라를 만나 봐야겠어.’
동정심과 옛정으로 발레리안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면, 어떻게든 그 고리를 끊어 내리라.
* * *
며칠째 평화로운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이브는 쉬이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발레리안이 내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는 게…… 괜히 불안하네.”
오늘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이브는 침대에 누워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에 바로 보란 듯이 다음 날 떠났지만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법이다.
‘이렇게 불안함에 떨며 살 바에야.’
차라리 이쪽이 떠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지도를 테이블에 펼친 이브는 곰곰이 살 곳을 탐색했다.
‘아무래도 배를 타고 떠나는 게 낫겠지?’
접근성이 좋지 않을수록 발레리안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찾아오기 힘들어질 터였다. 이브는 대충 지역을 고르곤 짐을 꾸렸다.
‘언어는 가서 배우면 되니까.’
모르면 힘쓰는 일이라도 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은 어지간한 성인 남자보다 힘이 세니까 그녀를 고용해 줄 만한 곳이 하나라도 있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휴, 짐 다 쌌네.”
급하게 싼 짐이라 그렇게 많진 않았다. 그녀는 문득 창밖을 보았다. 제가 꾸린 텃밭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스스로가 가꾼 텃밭이라 애정이 많이 들었는데, 아쉬움이 몰려왔다.
이어 정들었던 마을 사람들과도 이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잠시 상념에 젖어 텃밭을 보던 이브는 제집 앞에 무언가 있는 걸 발견했다.
‘응? 그런데 저 마차는 뭐지?’
집 앞에 하얀 마차가 서 있었다. 이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얀 마차엔 금색의 월계수 문양이 음각되어 있었다. 그녀에겐 익숙한 문양이었다.
‘……저건 교황청 문양인데?’
그때 현관 앞에서 노크 소리가 울렸다.
이브는 설마 발레리안이 온 건가 싶어 급히 짐을 침대 아래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문자는 발레리안이 아니었다.
삽시간에 피가 차갑게 식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작은 소녀.
“성녀…… 이유리?”
이 세계의 여자 주인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