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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괴물이 나를 원할 때-40화 (41/69)

40화

“네. 그곳 관할 경찰서장한테 직접 연락이 왔습니다. 목과 신체가 따로 묻혀 있었답니다. 사라진 그쯤에 죽은 거 같습니다.”

그동안 소이영의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계속 찜찜했던 터라 신경이 바싹 곤두섰다.

“쉽게 당할 실력이 아닌데.”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 단서가 될 만한 건 찾지 못했답니다.”

태욱은 미간을 팍 구겼다.

처음 유주를 죽녹원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고 시골집도 마찬가지, 차수연의 식당 근처에서 다쳤을 때도 너무 깔끔하게 뒤처리를 한 탓에 작은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이후 유주한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예전처럼 팔찌로 인해 시끄러워지지 않은 건 다행인데 소이영이 죽었다.

“누구한테 원한 살 만한 행동을 할 사람도 아닌데.”

유주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관련이 없을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자꾸 놓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김우석은 그동안 딱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한 적이 없고, 그의 아들 김현수도 조용했다.

이준 또한 촬영이 없을 땐 오피스텔이나 파주 집에서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받던 보고도 특별한 게 있을 때만 알려 달라고 했었다.

“김우석과 이준, 이상한 점은 없었어?”

“김우석은 골프 일행 중 저희 쪽은 없었고 최근 두 번 정도 차수연 사장 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두 번 다 혼자였습니다. 이준은 며칠 전부터 일본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촬영할 때 외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답니다. 곧 일정이 마무리돼서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구 실장이 부산에 직접 가서 자세히 알아봐.”

“알겠습니다.”

태욱은 구 실장이 나간 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건물 사이로 무르익은 가을 풍경이 곳곳에 보였다.

“뭘 놓친 걸까.”

유주 일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아무런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걸까.

유주와 소이영은 전혀 안면이 없고 굳이 연관성을 찾는다면 두 사람 모두 그가 알고 있다는 것뿐이다.

“이준.”

둘이 친분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소이영을 크게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았었다.

“너무 태연했었지.”

이후에 소이영 핸드폰으로 이준이나 매니저한테 전화가 온 적은 없다고 했다. 설사 여행을 갔다고 생각하더라도 이준은 두 번이나 부산에 갔었으면서 소이영을 찾아가거나 연락하지 않았다.

“마치 소이영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지나친 억측이라는 건 알지만 아무 단서가 없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 * *

금요일 오후, 유주는 급하게 차를 몰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내내 연락이 없던 이준에게 드디어 전화가 왔다.

-누구를 만난다고?

“이준 배우요. 전에 인터뷰했다는 말 했었잖아요.”

기사가 나갈 때까지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이준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다 엉겁결에 말을 하고 말았다.

-꼭 직접 만나야 해?

“기사가 나가기 전 확인을 하고 싶다고 해서요. 안 그래도 그동안 연락이 안 돼서 기사를 안 내려는 건가 했는데 방금 전에 전화가 왔어요.”

-혼자 만나는 거야?

“인터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나하고 부장님밖에 없어요. 내용만 확인하면 되니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커피숍에 도착했어요. 끊을게요.”

-잠깐만.

“급한 거 아니면 이따가 이야기해요. 집에서 봐요.”

유주는 전화를 끊자마자 차에서 내려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다. 자주 가는 곳이라 직원에게 눈인사를 하고 곧장 룸으로 향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이준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 검은색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있는 걸 보니 언젠가 옥상에서 만났을 때처럼 무장을 하고 온 것 같았다.

“빨리 온다고 왔는데 많이 기다렸어요?”

“좀 전에 왔어요. 직원 들어오는 게 신경 쓰여서 음료는 내가 미리 주문해 놨는데 다른 거 마시고 싶으면…….”

“커피와 차를 많이 마셔서 오렌지 주스 괜찮아요.”

이준이 주스 병을 따 잔에 따른 뒤 그녀의 앞에 놓았다. 유주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서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많이 바쁘신가 봐요?”

“계속 국내에 없었어요. 스케줄이 거의 강행군 수준이라 오늘에야 겨우 시간이 났어요. 전화도 못 받고 문자에 답장 못 해서 미안해요.”

“많이 바쁜가 보다 생각했어요.”

정말 많이 바빴는지 살이 좀 빠져 보였다. 그동안 연락이 안 돼 답답했는데 이제라도 만났으니 됐다.

“내용 확인해 보세요.”

“천천히 해요. 자리에 앉은 지 1분도 안 됐어요. 혹시 내가 기사 내지 않겠다고 할까 봐 걱정돼요?”

“사실 연락도 안 되고 보류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었어요. 취소……할 건가요?”

“만약 내가 안 하겠다고 하면 설득할 거예요?”

이준 배우의 첫 인터뷰.

당연히 욕심난다. 유주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방그레 웃었다.

“설득하면 넘어올 거예요?”

“당연하죠. 아, 강태욱 회장 인터뷰를 유주 씨가 했던데 두 사람 무슨 사이예요?”

“네?”

갑자기 태욱을 언급할 줄 몰랐던 터라 순간 당황했다. 기사가 나가고 한동안 주위에서 인터뷰를 어떻게 하게 됐는지 묻는 사람은 있었어도 대놓고 두 사람의 관계를 물었던 적은 없었다.

“비서실 통해서 연락이 왔고 처음엔 믿기지가 않아서 꿈을 꾸는 줄 알았어요. 나이 드신 분인 줄 알았는데 젊은 분이라 놀랐어요.”

“특별한 사이는 아니라는 거네. 그동안 강태욱 회장이 존재를 드러내지 않다가 기사 나가고 외부 활동이 활발해져서 혹시 그 계기가 민유주 씨가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왜 그런 생각을. 말도 안 돼요.”

“강태욱 회장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요? 그 사람 무서운 사람입니다.”

뭐라는 거야. 유주는 즉시 반박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뭔가 눈치를 채고 떠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터라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 무섭다고 하는지 안 물어봐요?”

“인터뷰하면서 느꼈는데 좋은 분 같았어요. 그때 많이 긴장했는데 배려도 해 주시고…….”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

그러는 넌 내 남자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데!

본인 기사 이야기만 했으면 좋겠는데 갑자기 태욱을 언급하더니 무서운 사람이라고 하지를 않나.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불현듯 이준도 무족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태욱 회장님에 대해서 잘 아나 봐요?”

“직접 본 건 한 번뿐이에요.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본인 생각이 늘 옳고 모든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는 사람, 그런 사람이 무서운 법이죠.”

그래서 우리 태욱 씨를 무섭다고 한 거야?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남자라고!

말을 할 수도 없고 속으로 코웃음 치고 말았다.

“유주 씨가 걱정돼서 한 말인데 아무 사이가 아니라니 됐어요. 이건 가져가서 읽어 볼게요. 다음 주 언제 시간 돼요?”

“분량이 얼마 안 돼서 여기서 확인…….”

“첫 인터뷰라 신경도 쓰이고 매니저가 먼저 봐야 한다고 해서요. 당분간 스케줄이 없어서 언제든 시간 괜찮아요. 다음에 만나면 추가할 게 있을 수도 있어요.”

“아, 그러면 화요일 어때요?”

“시간은 내가 문자로 보낼게요.”

유주는 이준을 따라 일어섰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마스크를 집어 들더니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

“그 팔찌.”

“이 팔찌가 왜요?

“만약 강태욱 회장이 민유주 씨한테 관심을 보인다면 그 팔찌 때문일 겁니다.”

“네? 그게 무슨.”

“궁금하면 강태욱 회장한테 직접 물어봐요. 단, 화요일 우리가 만난 이후에. 고작 며칠인데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죠?”

“…….”

“화요일에 만나는 건 우리 둘만 아는 걸로. 약속한 거라고 믿고 먼저 갑니다.”

유주는 이준의 뒷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보다 문이 닫히는 동시에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이 팔찌 때문이라고?”

그럴 리가.

늘 하고 있었지만 지금껏 태욱은 한 번도 팔찌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같이 목욕을 하거나 사랑을 나눌 때조차 관심을 보인 적도 없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태욱에게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기는 한데, 화요일까지 일단 기다려 봐야 하나.

왠지 이준이 기사 나가는 걸 원치 않아서 질질 끄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유주는 목이 말라 주스를 단숨에 들이켰다.

* * *

월요일 저녁, 유주는 식사를 끝내고 차를 준비하고 있는 태욱의 뒷모습을 빤히 응시했다. 주말 내내 생각하고 오늘도 하루 종일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 인터뷰는 마무리된 거야?’

이준을 만났던 날 태욱이 물었을 때 확인하고 연락 주기로 했다는 말만 하고 말았다. 이준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민유주.”

“네?”

유주는 생각에 잠겨 있다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두 번이나 불렀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기사 쓴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생각 중이었어요. 왜요?”

“잠깐 나갔다 와야 할 거 같아.”

“지금요? 차 마실 시간은 있어요?”

“바로 나가야 해.”

차 한 잔만 테이블에 내려놓은 태욱이 그녀의 볼에 입을 쪽 맞추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 붙들고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전화로 하기는 그렇고.

얼굴 보고 대화를 하려면 지금밖에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유주는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태욱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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