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1/55)

* * *

아끼던 오렌지색 립스틱을 다 쓴 것을 깜빡했다. 미리 골라놓은 옷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코랄색 셔츠와 연청색 데님치마를 코디해 두고 메이크업 컬러도 밝은 오렌지로 맞춰놓았는데. 남은 립스틱은 모두 핑크 컬러라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코디를 바꿀까 생각도 했지만 그게 더 귀찮았다. 일찍 나가서 백화점에서 하나 사지 뭐. 감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물기를 제거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은지였다.

“여보세요?”

- 다비야. 오늘 저녁에 우리 신랑이랑 같이 밥 먹을래? 결혼식 와 줬을 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다고 식사 대접하고 싶대.

“응? 에이, 나만 결혼식 간 것도 아니고 다 같이 갔는데 뭘.”

- 그래도 네가 많이 도와줬잖아. 좀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친하게 지내자는 거지. 그리고 신랑이 너 소개팅 시켜주고 싶은가 봐.

“응? 소개팅?”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머리를 말리고 있던 수건을 내려놓았다. 앞에 놓인 거울에는 남자와 데이트를 하러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인 얼굴이 보였다.

- 신랑 회사에 있는 사람인데 진짜 괜찮은 남자래. 네 프로필 사진 보고 소개시켜 달라고 조르는 모양이야.

“…생각해줘서 고맙긴 한데…. 나 지금 한 박사, 아니 정헌 씨 만나러 가는 중이야.”

- 어? 맞다, 오늘 데이트 날이구나.

“응. 그러니까 소개팅은 나중에 시켜줘.”

- 다른 사람 만나도 상관없지 않아? 정헌 선배도 나중에 다른 여자 만나려고 준비하는 거라며.

은지의 말은 지당했다. 나는 베타테스터였으니까 정헌에게 의리와 순정을 지킬 필요가 전혀 없었다. 가슴이 뜨끔 하는 것을 느끼면서 변명처럼 늘어놓았다.

“그, 그건 그렇지만 한 달 동안은 주말에 이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이런 상태에서 소개팅을 하면 상대한테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 예의는 무슨. 만나고 싶으면 만나는 거지. 오늘 약속은 몇 시쯤 끝날 거 같은데?

“글쎄, 밤 열시쯤? 아홉시는 넘을 것 같은데.”

- 흐응….

나는 그 흐응, 에 들어있는 진짜 뜻을 알아들었다.

“아니 이거저거 하다 보면 아홉시 금방이잖아?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야.”

- 알아알아. 누가 뭐라고 했나? 그런데 벌써 나가? 꽤 일찍 만나네?

“약속 시간은 12시인데, 립스틱이 떨어져서 좀 일찍 가서 사고 만나려고.”

- 아하 그렇구나….

“왜, 왜? 왜 그렇게 말끝을 늘이는데?”

- 그냥 우리 다비 남자랑 데이트하느라 설레는구나 싶어서 귀여워서 그러지.

“설레긴 누가 설렌다고 그래?”

나는 팩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은지는 깔깔대며 웃어댈 뿐이었다.

- 오늘 밤에 술 마시면 안 된다, 다비야?

“술은 왜?”

- 외로울 때 술 마시면 꼭~ 무슨 일이 터지거든. 나 봐봐, 외로울 때 오빠랑 술 마시다가 코 꿰였잖아. 밤에 무슨 일 생길 수도 있으니까….

삑. 결국 나는 휴대폰의 버튼을 눌러 통화를 종료했다. 얘가 대학 때는 그렇게 순진하더니, 결혼한 이후로는 심심하고 무료하다며 다른 사람 연애에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음담패설이 입에 붙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한정헌이랑 그렇고 그렇게 되는 게 말이나 돼? 그런 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꿈속에서나.

백화점에 들러서 립스틱을 샀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아직 11시 25분이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삼십분 가량 남았는데 어떻게 할까.

“밥 먹기 전에 카페 가기도 애매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걷다 보니 약속한 파스타리아 앞이 가까워졌다. 더운데 어디 가기도 뭐하고,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을까?

파스타 가게 외벽에 붙은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며 아까 산 립스틱을 꺼내들었다. 립스틱의 뚜껑을 열고 입술에 대려고 했을 때였다. 가게 안에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나는 몸을 기울여 가게의 통유리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어?”

정헌이었다. 몇 번 눈을 확인했지만 분명히 그였다. 그는 접시들이 차려진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곧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정헌에게 다가갔다.

“정헌 씨?”

내 부름에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얼굴에 놀란 기색이 확 번졌다. 정헌이 쿨럭대면서 손등으로 음식물이 든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들을 바라보았다. 파스타가 세 접시에 리조토가 두 개, 피자가 둘 놓여 있었고 접시마다 건드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게 다… 뭐예요? 누구랑 같이 있었어요?”

“왜 이렇게 빨리 오셨습니까? 약속 시간이 아직 안 됐는데요.”

“그건 제가 할 소리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제가 약속 시간 12시로 알려드리지 않았어요? 11시로 잘못 썼나? 아닌데, 예약을 12시로 했는데.”

정헌은 아직도 목이 막히는지 가슴을 몇 번 치다가 옆에 놓인 에이드 잔 하나를 들어서 마셨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일단 앉으시죠. 설명해 드릴 테니까.”

나는 그 말을 따라 앉았다. 테이블 위의 음식들은 아무리 봐도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정말 누구랑 같이 왔나? 가게 안을 두리번거렸다. 정헌이 포크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다비 씨와 약속이 잡힌 후에 11시에 따로 예약을 했습니다.”

“예? 왜요?”

“미리 답사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그랬습니다.”

“답사요? 아니 무슨 데이트하는데 답사까지.”

“여기만 빠뜨리는 것도 좀 그래서요.”

“네에? 그럼 다른 데도 다 답사를 가셨다는 말이에요? 여기는 제가 정한 곳이잖아요. 그것도 이틀 전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도 몰라서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아니….”

“다비 씨가 보고서를 보내준 날 동경 돈까스에 다녀왔는데 그런데 장소가 변경되서 이 음식점만 미리 답사를 못했습니다. 어제 하고 싶었지만 저녁에 예약이 꽉 차는 바람에. 그래서 오늘 약속보다 한 시간 일찍 온 겁니다.”

정헌의 말에 멍해졌다. 지금까지 갔던 곳도 다 답사를 다녀왔다니. 자전거도 타봤겠고 일식 코스 요리도 미리 먹었겠구나. 지난주에 계획이 바뀌자, 일식당 앞에서 당황하던 정헌의 표정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왜요?”

“네?”

“이해가 잘 안 돼서요. 이렇게 하나하나 미리 가보시고 신경 쓰시는 이유가 뭐예요?”

어차피 난 예행연습이고 베타테스터잖아. 그런 의미를 담은 물음이었는데 정헌이 뭘 그런 걸 묻느냐,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야 다비 씨는 제일 맛있는 메뉴를 드셔야 하니까요.”

“…….”

“제가 미숙해서 지난번에는 식사가 별로 만족스럽지 않으셨죠. 별점도 두개 반을 주셨는데, 그것도 무척 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집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드시도록 하고 싶었어요.”

“…….”

나는 테이블 위의 접시를 바라보았다. 크림소스, 토마토소스, 오일 파스타까지 종류별이었고 심지어 음료수도 에이드 두 종류에 생과일주스까지 시켜놓았다. 황당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동시에 이상하게도 마음 아래에서 따뜻한 기운 하나가 피어올랐다. 앞에 놓인 포크를 집어 드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럼 먹어볼게요. 이거 맛있어요?”

“아뇨, 이건 먹던 거라 새로 주문하겠습니다. 잠시만요.”

접시를 향해 포크를 뻗자 정헌이 손을 흔들며 만류했다. 나는 개의치 않고 크림소스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아 한 입 넣었다.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뭘 새로 시켜요. 이거 다 버리려고요? 음식 버리면 벌 받아요.”

“그래도 제 포크가 닿았던 거고, 다비 씨 맛있는 것만 드시게 하려고 일부러 일찍 온 건데요.”

“이 중에서 맛있는 것만 먹으면 되죠. 뭐가 제일 맛있어요?”

정헌은 난감한 듯 멈칫거리다가 접시 몇 개를 가리켰다.

“제 입맛에는 이 시금치 파스타하고 단호박 수프가 제일 괜찮습니다. 아마트리치아나 비프 리조토는 제 입맛에는 매운데 다비 씨 입맛에는 맛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난번에 보니 매운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맞아요, 저 매운 음식 좋아해요.”

정헌이 높은 점수를 준 음식들을 한 입씩 먹어보았다. 그는 내가 맛있어하는지 조심스러워하며 살펴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맛있었다. 내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한 듯 보였다.

“맛있어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거 드시고 이따가 만났을 때 또 드시려고 했어요? 배부르고 소화도 안 될 텐데.”

“아, 그건 괜찮습니다.”

정헌이 옆에 있던 가방에서 빈 소화제 병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자신 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이 소화제가 효과가 좋더군요. 약효를 확인했습니다.”

“지난 번 데이트는 떡볶이가 매워서 거의 못 드셨잖아요. 솔직히 지금 배불러서 더 못 드시는 거 맞죠?”

“아닙니다.”

“그래요? 그러면 피자 좀 더 드셔보세요.”

나는 파인애플로 토핑한 얇은 피자를 한 조각 집어서 정헌의 접시 위에 올려 주었다. 정헌은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피자를 잘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연한 척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음식을 입으로 씹으면서도 속이 꽉 차서 더 안 들어가는지, 주먹으로 명치를 두 번 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도 나한테 티를 내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피자를 먹고 있었다.

“배 안 부르시면 정헌 씨 몫으로 스테이크도 하나 더 시킬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제야 정헌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가 힘든 내색을 하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승리의 기쁨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소리를 내면서 웃자 정헌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했다. 그게 더 우스워서 큰 소리로 웃었다.

정헌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다가 내 웃음이 전염되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웃는 얼굴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입을 벌리고 웃자 시원한 입매에 입동굴이 생겼다. 나는 그만 포크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 웃음은 놀랄 만큼 파괴력이 셌다.

어쩌면 그가 점퍼를 벗었던 지난주의 충격보다도 더.

* * *

정헌은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웃었다. 내가 잘 먹는다고 웃었고 새로 주문한 음료수가 맛있다고 웃었다. 첫 데이트에서는 뻣뻣하고 로봇처럼 굴었으면서, 한 번 해봤다고 긴장이 좀 풀린 모양이었다.

그의 입술이 호선을 그릴 때마다 나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좀 과한 반응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가 뭐 대단한 것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웃는 것이 다인데 왜 정헌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는지.

“그만 다른 장소로 갈까요?”

배불러 하면서도 혼자 먹으면 맛이 없지 않냐며 끝까지 함께 식사한 정헌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다음 코스는 방 탈출 게임을 할 수 있는 카페였다. 미리 예약해 놓은 시간을 맞추려면 지금부터 천천히 걸어가면 됐다.

밖으로 나오니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태양이 따가워서 눈을 찡그렸다. 손으로 차양을 만들려고 들고 있던 가방을 어깨에 걸었다.

그때 정헌이 내 앞에 와서 섰다. 커다란 그의 체격이 햇빛을 차단해주었다. 고개를 들어서 올려다보니 정헌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매너가 정헌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어서 물어보았다.

“혹시 지금 햇빛 가려주신 거예요?”

“네.”

“와아….”

“놀랄 만한 일입니까?”

“제가 아는 한정헌 씨는 이런 걸 해주실 것 같은 분이 아니라서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이게 꽤 매력적인 행동인가 보네요.”

정헌이 햇빛을 후광처럼 등에 업고 싱긋 웃었다.

“선글라스를 꺼내드리는 건 실패했지만 햇빛을 가려드리는 건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죠.”

하, 이제는 농담까지.

농담도 정헌이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영역 중 하나였다. 이십대 때 약간의 유머러스함도 통하지 않았던 그를 회상하면 더더욱.

매력적인 행동이라고 칭찬을 해줘야 할 타이밍이었는데 정헌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왜 똑바로 볼 수가 없지? 그냥 웃고 있을 뿐인데 그게 뭐라고 심장이 떨리는 거야.

아무래도 야한 상상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았다. 음란한 꿈을 계속 꾸면 사람의 뇌세포가 이상해지는 모양이다.

정헌의 얼굴에서 시선을 피하려 눈을 내리깔았다. 그의 쑥색 점퍼가 눈에 들어왔다. 목 위에 있는 잘난 얼굴과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적응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거슬렸다.

저 잠바…. 저 잠바를 벗으면 안에 반팔 티셔츠를 입었겠지. 언뜻 보이는 걸로 봐서는 검은색 폴로 티셔츠였다. 날도 덥구만 저거 하나만 입으면 완벽할 텐데 뭐하러 저걸 또 걸친 거야? 저놈의 잠바를 벗겨버리고 싶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요 앞 주차장에 차를 대놨는데 금방 가지고 오겠습니다.”

“잠깐만요. 우리 같이 걸어가요.”

“네? 덥지 않으세요?”

“걸어가면 십분 정돈데요.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나는 관자놀이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지만 억지를 부렸다. 걸어가면서 정헌을 더 덥게 만들어서 저놈의 점퍼를 벗겨버릴 생각이었다. 앞서서 걷기 시작하자 정헌이 얼른 뒤를 따라왔다.

“정헌 씨, 덥죠?”

“전 괜찮습니다.”

“그 옷 덥지 않으세요? 벗으셔도 되는데.”

“아뇨. 이 옷이 자외선을 차단해주고 통풍도 잘 되는 천이라 오히려 벗은 것보다 시원합니다. 원단에 함유되어 있는 세라믹 성분의 냉감 소재가 피부와 마찰하면서 온도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땀이 나도 순식간에 날아가지요.”

“…좋은 옷이네요.”

쓸데없이 혁신적이네, 짜증나게.

나는 초조해져서 새끼손톱을 물어뜯었다. 저놈의 잠바, 저걸 어떻게 벗기지? 마치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는 태양이 된 기분이었다. 더위를 안 타는 걸 보니 태양 작전은 실패다. 그럼 다른 작전을 세울 수밖에. 나는 걸음을 멈췄다.

“잠깐만요, 멈춰 보세요.”

“아무래도 더우시죠? 차 가지고 올까요?”

“우리 방 탈출 하러 가기로 했었잖아요.”

“네.”

“근데 저 마음이 바뀌었어요.”

“네?”

정헌이 황당한 얼굴을 했다.

“갑자기 방 탈출 말고 다른 델 가고 싶어졌어요.”

“다른 곳 어디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이요.”

“운동하고 싶으세요? 저는 답사해보니 방탈출 게임이 마음에 들던데. 나름대로 두뇌를 쓸 수 있어서 제가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헌이 이유까지 들어가며 에둘러서 방탈출 게임이 좋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에게 굽혀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서 나의 확고함을 보여주었다.

“아뇨, 마음이 바뀌었어요. 방탈출 말고 다른 거 해요.”

“그럼 어디로 갈까요? 자전거 타실까요?”

“절대 싫고요.”

그는 내가 지난번 설문지의 ‘자전거’ 란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준 것을 까먹었나 보다. 너무 덥지 않으면서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지? 나는 짧은 순간 곧바로 생각해냈다. 하나 있었다. 지금 나에게 딱 맞는 운동이.

“볼링 치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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