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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55)

프롤로그

* * *

커다란 문 밖의 저편에서 사람들이 웃으면서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문 하나를 열고 들어오면 우리를 볼 수 있다.

비품 창고의 선반에 올라앉아 한껏 벌리고 정헌의 허리를 감고 있는 두 다리를.

블라우스의 단추는 풀어지고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까지 벗겨진 내 차림새를.

그리고 철제 선반이 흔들릴 정도로 내 안에 강하게 박아대고 있는 이 남자를.

“회사 안에서 하, 이래도 됩니까?”

“저는, 괜찮은데. 으응, 걸리면 큰일 날까요?”

정헌은 내 등을 끌어안고 있던 손을 들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근무 시간은 지나긴 했습니다.”

“지금 그게, 흣, 문제예요?”

그가 엉덩이를 쥐고 더 끌어당겼다. 하반신이 더 가까이 밀착되면서 커다란 물건이 더 깊고 좁은 곳까지 가득 파고들었다. 안쪽의 은밀한 속살이 가득 긁히면서 한 지점에 닿자 통증처럼 날카로운 쾌락이 뒤통수 끝까지 치솟아 올라왔다.

“아아아, 으응! 거기 너무…!”

“여기가 제일 기분 좋은가 봅니다.”

그곳은 정헌이 발견한 신대륙이었다. 그는 개척자가 깃발을 꽂듯이 질 안쪽을 몇 번이나 찌르면서 자극했다.

머리 한쪽에 금속성의 쾌감이 수십 번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꽁꽁 언 튜브형 아이스크림을 녹이려 주무르는 손처럼, 안쪽의 살이 게걸스럽게 정헌의 것을 삼켰다. 정헌이 짧게 신음하며 내 한쪽 다리를 제 어깨에 걸치고 더욱 거칠게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읏, 아! 아! 어떡해, 아읏! 하으윽!”

그때였다. 밖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남자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비품 창고의 바깥 복도를 걷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고 숨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정헌이 허리를 쳐올리는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아서 신음 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아흑, 잠깐만요, 밖에, 밖에…!”

나는 다급하게 속삭였다. 정헌이 가까스로 추삽질을 멈추었다. 하지만 가만있을 수는 없었는지 낮게 신음하며 허리를 돌려 안쪽의 내벽을 넓혀댔다.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몸 안에서 터졌다.

그때 구두 소리가 문 바깥에서 멈췄다. 나는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숨소리를 멈추기 위해서 정헌의 어깨를 이로 물었다.

어쩌지? 문이 열리면 어떡해? 누가 들어오면 뭐라고 하지? 들켜버리면 회사 생활은 끝이야. 내가 제정신이라면 지금이라도 떨어져야 하는데. 그래 나 제정신 아니야.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누군가 들어올지도 몰라 가슴을 졸이는 스릴이 정말 짜릿해서 견딜 수가 없는….

그 순간, 바깥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네, 여보세요? 예,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다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헌이 한 손으로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다른 손으로 옆에 있던 책상 위의 물건들을 순식간에 치우더니 날 그 위에 눕혔다. 그리고 다시 안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하으읏! 조, 조금만 천천히….”

“힘 빼세요. 긴장을 하니 안이 너무 조입니다, 다비 씨.”

“우리 회, 회사 안이잖아요. 한 박사님.”

“아.”

정헌이 나를 내려다보며 달짝지근하게 웃었다.

“사내에서는 이름 말고 직급이었죠, 송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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