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라버니
아타나시우스 디 데메른.
제국의 유명한 망나니 대공자의 이름이었다.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그는 꽤 유명 인사였다.
황제의 조카이자 대공자라는 엄청난 신분 그리고 언제나 그를 따라붙는 난잡한 소문들로 인해, 제국에 아타나시우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술, 담배, 마약, 도박, 여자.
사람이 어쩜 이리 못된 것만 골라 할 수 있는지 그는 이런 것들을 즐겼다. 게다가 툭하면 폭력을 휘둘렀고,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변덕스레 굴며 아랫사람들을 괴롭혔다.
쓰레기.
제국에서 이 말을 그 앞에서 뱉을 수 있는 간 큰자는 없었으나, 모두 공공연히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아타나시우는 쓰레기다.
"하아······ 씨발년아 잘 좀 빨아 봐."
그가 칠흙빛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짜증스레 말했다. 무심한 자줏빛 눈동자가 제 다리 사이 고개를 처박고 있는 여인에게 꽂혔다.
느른하게 떠진 눈매가 꽤 권태로워 보였다.
아타나시우스는 양옆에 또 다른 여인들을 끼고는 그녀들이 물려주는 정체 모를 마약을 빨며 희끄무레한 연기를 내뿜었다.
오만하게 소파에 늘어진 그는 휘황찬란한 제복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가슴팍엔 수많은 훈장들을 매단 채 문란하게 곁에 앉은 여인들의 허리나 엉덩이를 주물렀다.
그의 이런 행동은 주렁주렁 달고 있는 훈장들이 보여 주는 눈부신 공로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놀랍게도 쓰레기로 유명한 아타나시우스는 대륙의 유일한 소드 마스터였다.
그렇기에 그의 공을 인정한 황제가 수많은 훈장을 하사했다.
행실만 조금 덜 난잡했어도 영웅 취급을 받다 못해 차기 황제로 추켜 세워질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는 그런 권력 욕심이 없었다.
단순히 정말 제 욕구에 충실했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거슬리는 인간이 있으면 치우고, 박고 싶으면 박고.
그러나 대륙의 유일한 소드 마스터, 게다가 황족이기까지 한 그에게 행실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현재 제국의 치안은 그가 있기에 유지되는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너 꺼져봐."
열심히 제 좆을 빨던 여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타나시우스가 우악스러운 손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그러고는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여인을 다리 사이로 끄집어 내렸다.
"네가 빨아."
그가 거만하게 턱짓했다. 밀려난 여인은 엉거주춤하게 바닥을 기며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새로운 여인은 심기가 불편한 아타나시우스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군말 없이 좆을 물었다.
여인은 이빨을 죽이고 입술로 부드럽게 뿌리부터 귀두까지 빨아올렸다. 그러자 그제야 만족한 듯 아타나시우스의 표정이 풀어졌다.
곁에 있는 수많은 여인들은 그에게 술과 환각제를 번갈아 권했고, 그는 그녀들이 권하는 대로 받아 마셨다.
그의 다리 사이에선 질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인이 힘겹게 입을 벌리고 제 팔뚝만 한 것을 물고 열심히 움직였다.
독한 위스키를 한 번에 들이켠 아타나시우스가 술잔을 내려놓고 여인의 뒤통수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가차 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으읍······! 읍······!"
강압적으로 목 끝까지 치고 들어오는 감각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생리적인 눈물이었다. 그럼에도 아타나시우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머리채가 붙잡힌 여인이 버둥거렸다. 검붉은 좆이 예쁘장한 그녀의 입을 추접하게 왕복했다.
좆을 문 여인이 버거웠는지 살짝 이를 세웠다. 그러자 아타나시우스가 가차 없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
"씨발······ 이 세우지 마라."
멋대로 푹, 푹, 좆을 쑤셔 넣던 그는 절정에 다다른 건지 뿌리 끝까지 그녀의 입 안에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여인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뒤통수를 다소 거칠게 붙잡았다.
여인의 뺨을 타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서럽거나 억울해서 흐르는 눈물이 아닌 목 끝까지 찌르고 들어오는 좆 때문에 몸이 멋대로 흘려보내는 눈물이었다.
기어코 여인의 입 안에 파정한 아타나시우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좆을 빼냈다.
비릿한 정액을 입에 문 여인이 어쩔 줄 몰라 하자 그가 야살스레 웃으며 말했다.
"삼켜."
단호한 한마디에 그녀는 곧바로 입에 물고 있던 것을 억지로 삼켰다. 아타나시우스는 여인의 입을 벌려 여인이 액을 삼켰음을 확인하고 잘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렁치렁한 코트를 바닥에 내던지고 몸에 딱 맞는 와이셔츠를 하나하나 풀어 내렸다. 술과 환각제에 취한 탓에 자꾸만 손이 엇나갔다.
"취했나······ 존나 어지럽네."
냉수를 들이켠 그가 푹신한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 여인들이 하나둘씩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하, 옷을 벗겨 드릴까요?"
여인 중 한 명이 교태부리듯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다. 오늘은 너희가 올라와라."
아타나시우스는 정말 지쳤다는 듯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늘어졌다. 그러자 수많은 여인들의 손이 기다렸다는 듯 그의 몸 위를 더듬거렸다.
어느 여인은 자상한 손길로 그의 옷을 벗겨 내려갔고 어느 여인은 조심스레 그의 좆을 매만졌다.
여인들의 손이 닿자 방금 막 사정했던 자지는 풀어진 앞섶 사이로 다시금 꺼떡이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그녀들 중 한 명이 아타나시우스의 위로 올라탔다. 얄궂은 옷의 치맛자락을 들치고 제 음부에 그의 좆을 비벼댔다.
여인이 답지 않게 앙탈 부리며 수줍어하자 아타나시우스가 짓궂은 웃음을 흘렸다.
"뭐 해, 안 박고."
그러고는 여인의 골반을 붙잡고 제 위로 주저앉혔다.
"흣, 아······! 저, 저하······!"
당황한 여인의 몸이 휘청이며 그의 품 안에 쓰러졌다. 좁은 내벽이 연신 움찔거리며 아타나시우스의 것을 물었다.
제 품에 안겨 할딱이는 여인을 끌어안고 거칠게 허리를 쳐올렸다. 이따금씩 뽀얀 엉덩이를 후려쳐 가며 욕구를 풀기 위해 멋대로 좆을 흔들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또 다른 여인들이 아타나시우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아양 부리고 있었다.
그는 그런 사내였다.
언제나 문란하고 난잡한 성생활을 즐기는, 환각제나 미약 따위를 입에 달고 마치 황제라도 된 것 처럼 제멋대로인 사내.
아타나시우스가 개망나니인 데에 큰 이유는 필요 없었다.
황족, 대공자, 대륙 유일 소드 마스터, 준수한 얼굴, 훤칠한 키.
어려서부터 제가 잘났음을 명확하게 알 수 밖에 없던 그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
아침부터 누군가가 무식하게 그의 방문을 두들겼다. 요란한 소리에 아타나시우스가 짜증스레 팔로 눈을 가렸다.
"하······ 씨발, 누구야."
사실 안 봐도 뻔했다.
그의 방문을 이렇게 두들길 수 있는 사람은 저택에 단 한 명 밖에 없었으니까.
"오, 오라버니, 아직 주무세요?"
예상대로 방문 너머로 조그마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타나시우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밤새 그와 뒹굴었던 여인들은 아직 단잠에 빠져 있었다.
방 곳곳에 널브러진 술병과 환각제를 보며 아타나시우스가 혀를 찼다.
대충 바지만 주워 입은 그는 미적미적 방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또래에 비해 한참 조그마한 벨라가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그, 그게······ 아빠······ 아, 아니 아버지가 오, 오라버니를 불러오라고······."
그녀는 무어라 말을 더듬거리며 열심히 말을 이었다. 그러나 제 오라비 앞에서 긴장한 건지 제대로 말을 뱉지 못했다.
벨라의 손에는 웬 신무니 한 장 들려 있었다. 아타나시우스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벨라의 손에 들린 신문을 훑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것을 앗아 왔다.
빼앗은 신문 1면에는 대문짝만하게 그와 관련된 기사가 실려 있었다.
[데메른 대공자. 또! 묻지 마 폭력 난동. 황족으로서의 위엄은 어디로!]
기사를 본 아타나시우스가 미간을 구겼다.
"내가 어제 사람을 팼던가?"
벨라의 조그마한 머리통이 주억거리며 긍정을 표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타나시우스의 눈치를 살피던 그녀는 슬그머니 뒤에 있는 그의 침대로 시선을 던졌다. 침대 위에는 헐벗은 여인 여러 명이 뒹굴고 있었다.
민망스러운 상황에 그녀가 곧바로 시선을 거뒀다. 오라버니와 그녀들이 밤새 무엇을 했을지는 아무리 어벙한 벨라라 해도 알고 있었다.
벨라의 뺨과 귀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타나시우스는 짜증스레 투덜대기 바빴지만.
"하, 씨발······. 약을 끊든가 해야지. 기억이 안 나. 진짜로."
방금 막 깨어난 탓에 부스스한 머리를 뒤적이며 그가 마른세수했다.
얌전히 여자들이랑 뒹굴기만 한 줄 알았는데, 약과 술에 취해 또 사람을 두들겨 팬 모양이었다.
그러니 데메른 대공이 그에게 훈계를 하기 위해 아침부터 여동생을 보내 저를 깨운 것일 테고.
뻔한 상황에 아타나시우스가 혀를 찼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다시금 벨라에게 돌려줬다. 그녀는 아타나시우스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오만하고 고압적인, 쓰레기로 유명한 그와 한 배에서 태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조적인 성격이었다.
아타나시우스의 여동생, 벨라 디 데메른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른, 17살이나 된 동생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또래보다 한참 작고 왜소했다.
어디 그뿐일까.
뭐든 잘난 아타나시우스와 달리 그녀는 뭐든 모자랐다.
학문도, 예법도, 화술도.
대공녀라는 지위를 가지고도 일반 귀족 영애들보다 한참 뒤떨어져, 사교계에서도 곧장 놀림거리가 되곤 했다.
아타나시우스와 닮은 거라곤 외모뿐이었다. 새까만 흑발과 자줏빛 눈동자 그리고 뽀얀 피부.
그녀는 상당히 예쁘장한 편이었다.
물끄러미 그녀를 내려다보던 아타나시우스는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고는 불을 붙이려 했다.
그러자 벨라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벙긋거렸다.
"오, 오라버니······ 시,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시면······."
바보 같은 목소리였음에도 그는 피식 웃으며 묘한 콧소리를 흘렸다.
"왜, 피우지 말까?"
그러자 벨라가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여쁜 누이께서 하지 말라는데······. 한 번쯤이야 뭐, 오라비가 참아야지. 안 그래?"
벨라는 발그레해진 뺨을 숨기지 못하고 배시시 웃어 보였다.
모두에게 쓰레기라며 손가락질당하는 그였으나, 유일하게 벨라의 말에는 관대하게 굴었다.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으며 제 눈치를 살피는 누이가 조금은 귀여워, 아타나시우스는 곧장 담배를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그러고는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고 다정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누이, 또 뭐 마음에 안 드는 거 없어?"
"아······."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많았다.
오라비가 다른 여인들과 몸을 섞는 것도 싫었고, 매일 몸에 나쁜 술이나 담배, 마약 따위를 일삼는 것도 싫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하지 말라는 건 아무리 벨라래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제 분수를 아주 잘 알았다.
아타나시우스가 조금 어여삐 여긴다 하여 그런 말을 뱉었다간, 주제파악 못 한다며 곧장 내쳐질 것이었다.
벨라가 우물쭈물하며 별다른 말을 뱉지 못하자 그가 묘한 미소를 그리며 그녀의 뺨을 매만졌다.
"응? 누이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잖아."
그의 눈매가 묘하게 가늘어졌다.
사실 약아빠진 아타나시우스는 모든 걸 알고 물은 말이었다.
하나뿐인 누이, 벨라는 그를 이성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제가 침실에 코르티잔을 들이는 걸 싫어했다. 당장 침대쪽을 힐끔거리는 눈동자만 봐도 뻔한 일이었다.
아타나시우스는 어서 저것들을 치워 달라 말하라는 듯 그녀를 부추겼다. 그럼에도 꾹 다물린 조그마한 입은 도통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재미없긴······.'
결국 그가 먼저 말했다.
"저것들 치울까?"
침대를 향해 턱짓하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저것들이 코르티잔들이라는 걸 벨라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동그란 눈을 두어 번 끔뻑였다. 그러다 슬그머니 아타나시우스의 눈치를 살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타나시우스가 잘했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앞으로는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그렇게 부탁하면 돼."
"하, 하지만······."
"알잖아. 내가 누이를 특별히 여긴다는 거."
그의 말에 벨라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아타나시우스는 곧장 제 침대로 향했다. 그러고는 이불을 들쳐 잠에 취한 여인들을 깨웠다.
"일어나."
방금까지만 해도 벨라에게 속살거리던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우응······ 저하?"
한 여인이 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러나 그는 어젯밤 입을 맞추고 살을 맞댔던 사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싸늘한 목소리로 한 번 더 말했다.
"내 사랑스러운 누이께서 너네 꼴 보기 싫대."
사랑스러운 누이라는 말에 벨라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터질 것처럼 온몸의 피가 얼굴로 쏠리는 기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사정을 모르는 아타나시우스는 바닥에 널브러진 여인들의 옷을 대충 침대 위로 던져 올릴 뿐이었다.
"그러니까 꺼져."
애교부리며 뻗대고 있을 상황이 아님을 깨달은 여인들은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고 빠르게 침실을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아타나시우스가 만족스레 웃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벨라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수줍은 얼굴로 그를 힐끔거렸다.
저와 달리 모든 게 잘나고 완벽한 오라비.
남들 눈에 그가 멋있어 보이듯, 벨라의 눈에도 그는 멋있었다. 사실 같은 부모를 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사내였다.
어려서부터 전장을 뒹군 탓에 아타나시우스는 상당히 폭력적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잔인하고 성격마저 쓰레기였다.
그런 그가 제게만 이리 유하게 굴 때면, 애써 마음을 숨기려 해도 영 쉽지 않았다.
얼굴은 멋대로 붉게 물들었고, 심장은 원치 않았음에도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가 이리 자상하게 구는 사람은 온 세상을 통틀어 저밖에 없다는 사실이 벨라는 그렇게 행복했다.
아타나시우스는 저를 보며 붉게 물든 뺨도 숨기지 못하는 누이가 귀엽다는 듯 작게 웃었다.
어딘지 저열한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