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7)

***

눈을 뜨니 정오가 훌쩍 지나 있었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사내의 가슴팍이었다.

'보나 마나 렌이겠지.'

그런 내 생각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렌의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

"누나, 누나, 일어났어?"

깬 건 귀신같이 알아채고 묻는다.

"완전 좋은 소식 있는데 들을래?"

"······ 좋은 소식?"

좋은 소식이라는데 왜 불길한 걸까. 렌이 눈곱도 떼지 못한 내 앞에 대뜸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아직 졸음이 그득 묻어져 나오는 탓에 시야가 흐릿해서 렌이 내민 게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흐릿한 시야로도 황제의 인장만큼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니 잠깐만, 황제 인장?

"누나가 까무룩 잠든 사이 폐하께서 우리 혼인을 허락해 주셨어."

"미친."

믿을 수 없는 말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렌이 내민 증서를 빼앗았다.

폐하. 미치셨어요? 노망났어요? 근친혼을 왜 허락해?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나는 중얼거리며 떨리는 눈으로 차근차근 증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아무래도 황제가 노망났나 보다. 정말 허락했다. 나랑 렌의 혼인을. 미친. 그러니까 한마디로 원나잇 한 번 잘못했다가 남동생이랑 쫄딱 결혼하게 생겼다는 말이다.

"이, 이거 조작 아니야?"

"조작일 리가."

"아니, 아니, 아니, 잠깐만 렌. 진짜 나랑 결혼하겠다고?"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럼 누나는 설마 나 먹고 버리려고 한 거 였어?"

"아, 아니 미친······."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증서를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씨발, 진자다. 진짜 허락했다.

황제 미친놈. 이건 반역감이다.

***

"참전할게요."

렌의 대답에 황제가 안도한 듯 작은 한숨을 뱉었다.

애당초 렌만 참전한다면 수월하게 승리할 전쟁이었다. 정작 그가 참전하지 않겠다고 요 몇 주간 버틴 탓에 통 곤란했지만.

"대신 조건."

그는 황제 앞에서 뻔뻔스레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웃어 보였다. 이제 막 성년식을 치른 주제에 꽤 오만했다.

"다녀오면 나 우리 누나랑 혼인하게 해 줘요."

미친 소리였다. 얼마나 미친 소리였는지 서류에 사인하던 황제의 손이 엇나갈 정도로 미친 소리였다.

"뭐라?"

"누나랑 혼인하게 해 달라고요."

"······ 짐이 잘못 들었나 보군."

"누.나.랑.결.혼."

"큼큼"

"싫으면 마요. 나도 참전 안 해."

"아칼리스 후작."

황제가 꽤 무거운 목소리로 렌을 불렀다. 그럼에도 렌은 들은 척도 않으며 앞에 놓인 홍차만 홀짝였다.

"정하세요. 누나랑 혼인하게 해 주시고 전쟁에서 승리하실 건지, 쓸데없이 버티다 패전하고 후회하실 건지."

애당초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안 되면 뭐, 근친혼이 합법인 나라로 이민 가야지."

렌이 쿡쿡 웃으며 중얼거렸다.

결국 황제는 어린 후작의 버릇없는 요구에도 싫은 소리 한번 하지 못한 채 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렌이 참전한 순간 전쟁은 한 달도 안 되어 막을 내렸다. 확실히 소드 마스터는 남달랐다. 그 한 명이 어지간한 군단 하나의 위력을 갖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렌의 존재는 국력과 직결되기까지 했다.

그가 돌아오기 무섭게 황제는 렌을 위한 연회를 열어 주었다. 평소 연회라면 질색하는 그였지만, 그날 따라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후작."

"아아, 네. 그냥 좀 요즘 좋은 일이 많아서."

렌이 싱글벙글 웃으며 샴페인을 들이켰다. 그의 시선 끝에는 또래 영애들 틈에서 하하호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제 누이, 라비안이 있었다.

전쟁에서 승리를 얻어왔으니 약속대로 황제는 혼인을 허락해 줄 것이었다. 라비안은 제 동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꿈에도 모른 채 연회를 즐기는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애당초 누이에게 약혼자가 있는 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가 누구던가. 렌 아칼리스 아닌가!

렌이 저열하게 웃으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제 정말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까지 얼마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 그로 하여금 답지 않게 들뜨게 만들었다.

렌은 잠시 사람들을 피해, 홀로 테라스로 향했다. 가만히 서 있으니 불어오는 저녁 바람이 그날다라 유독 기분이 좋았다.

"각하."

그가 테라스로 향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낭창한 여인의 목소리가 커튼 너머로 들려왔다. 렌은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들어오거라."

그가 명하자 여인은 주변을 살피더니 아무도 모르게, 아주 은밀하게 테라스 커튼을 젖히고 들어왔다.

들어온 여인은 제국의 제일 가는 미인이라 불리는 코르티잔, 헤라였다.

"내일 모두 정리하고 오기로 약조했습니다."

"그래, 고생 많았다."

"혹시 몰라 그간 주고받은 편지들도 모두 가져왔어요."

헤라가 렌에게 두툼한 편지들을 넘겼다. 렌은 무심한 얼굴로 제일 앞에 있는 편지 한 장을 꺼내 읽었다.

내용은 뻔한 삼류 싸구려 연애편지였다.

[헤라, 어찌 그대의 아름다운에 아칼리스 영애를 비교하겠소. 아칼리스 영애는 그대에 비하면 호박이나 다름없소.]

편지를 읽던 렌은 마지막 줄을 읽으며 인상을 와락 구겼다.

"시팔 놈이 지금 뭐라는 거야."

그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편지를 편지 봉투에 욱여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헤라는 작게 쿡쿡 웃었다.

"멍청한 사내지요."

"그래, 네 말대로 멍청하군. 눈이 후장에 달렸나. 어디 감히 사랑스러운 내 누이더러 호박이라는 건지."

렌이 으득으득 이를 갈며 못마땅하는 듯 혀를 찼다. 그러다 이내 주머니를 뒤져 수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대도 고생이 많았겠군. 이런 머저리를 상대하느라."

"아닙니다, 각하. 나름 즐거운 일이었어요."

헤라는 웃으며 조용히 테라스를 빠져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홀로 남은 렌은 애써 잡고 있던 무게감이 점점 얼굴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엄격, 근엄, 진지한 귀족인 척 태연하게 대화를 주고받던 방금과 달리, 바보 같은 웃음이 얼굴에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아싸, 누나 파혼!'

그 오징어 새끼랑 파혼한다! 아싸! 드디어!

좋아 죽겠다는 듯 폴짝거리는 게 영락없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혹시 그 새끼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렌은 신난다는 듯 연신 발을 구르다 곧바로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은근슬쩍 라비안의 방에 헤라와 그녀의 약혼자가 주고받은 편지 몇 장을 흘려놓았다.

예상대로 날이 밝자 라비안의 방에서는 곡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럴만도 했다. 무려 3년을 만난 약혼자가 코르티잔에게 홀라당 넘어갔는데, 어찌 멀쩡할 수 있을까.

그런 그녀와 달리 렌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싸, 신난다!!'

그는 이미 약혼식 준비부터 결혼 날짜까지 홀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벌써 라비안이 입을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까지 포섭해두었다.

남은 일은 그녀가 약혼자와 파혼하고, 제게 오는 일뿐이었다.

***

재업 공유 교환 절대 금지!!!!!!!!!!!!!!!!!!!!!!!!!!!!! 우숭숭

집무실에 앉은 렌은 신나게 황제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했다.

[조만간 누나랑 혼인할 거니까 약혼 허락 공문 보내면 지체 없이 바로 직인 찍을 준비하십쇼.]

사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라비안과 저를 닮은 토끼 같은 자식들까지 주렁주렁 함께였다.

'아니, 아니지 잠깐만.'

우리 누나 아픈 거 싫어하는데? 애 낳는 거 아프잖아.

한참 싱글벙글 웃던 렌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러더니 설렁줄을 당겨 저택 하녀장을 불렀다.

"하녀장."

"예, 각하. 부르셨습니까."

"출산할 때 아팠어?"

"······예?"

미친 듯이 종을 울려대는 통에 곧바로 달려왔더니 엉뚱한 질문이 돌아왔다. 하녀장이 얼빠진 소리를 내며 제가 잘못 들었냐는 듯 반문했다.

"아팠냐고."

"예, 아팠습니다만······?"

"얼마나?"

"아,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거로 기억하는데······."

오, 세상에 주여.

렌이 절망했다.

"역시 안 되겠어."

"······예?"

"하녀장."

"······예, 각하."

"당장 피임약을 사들여. 한 30년은 먹고도 남을 정도로."

***

렌은 강아지라도 된 것처럼 헐레벌떡 라비안의 방으로 향했다. 슬픔에 잠겨 있을 라비안을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보석과 드레스도 잔뜩 주문해 둔 참이었다.

실연의 아픔에 빠진 라비안을 달래 주며 이러쿵저러쿵하다가 결혼까지 직행할 망상에 푹 빠진 렌은 시시덕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누나!"

그러나 정작 방의 주인은 자리에 없었다. 전담 하녀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누나는?"

"각하, 아가씨께서······."

하녀의 말을 들은 렌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외투를 챙겨 입었다.

-아가씨께서 파혼의 충격으로 외출하셨어요.

-외출? 어디로?

-그게······ 아마 엔디슨 영애와 함께 시밀런 거리 쪽에서 술을 드실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조금 걱정이 돼서······.

-그래? 걱정 마, 내가 직접 데리러 갈 테니까.

아싸, 파혼! 아싸! 누나는 이제 혼자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곧바로 시밀런 거리로 향했다. 시밀런 거리에서 그녀가 다니는 술집이야 뻔했다. 렌은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누나!"

예상대로 술집엔 잔뜩 뻗은 제 누이와 그녀의 절친한 친구 엔디슨 영애가 함께 있었다. 엔디슨 영애까지 무사히 저택에 바래다준 렌은 새근새근 잠든 누이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는 것도 귀여워!'

뽀얗고 통통한 볼마저 사랑스러웠다. 당장 입술을 부비고 싶을 만큼!

'안 돼, 침착해. 자는 사람한테 그런 짓 하는 파렴치한 놈이 되지 말자.'

나는 착하고 젠틀한 동생이다. 실연의 아픔에 빠진 누나를 다정하게 달래줄 신사적인 동생이다······.

끙 앓는 소리를 내며 가까스로 욕구를 죽인 렌은 그녀를 품에 안고 저택에 돌아왔다. 저택 중앙 로비에 서서 짧은 고민에 빠졌다.

그녀의 방이 있는 왼쪽 계단과 제 방이 있는 오른쪽 계단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마치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고민은 짧았다. 당연히 오른쪽이었다.

***

근친혼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야유를 받을 줄 알았던 결혼식은 의외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렌과 내가 공식적인 부부가 된 지도 어언 반년이었다.

그런데 문제라면······.

"그렇게 애가 갖고 싶어?"

"아, 아니······ 흣, 갖고 싶다는 게 아니라······."

혼인을 한 후에도 렌은 여전히 피임약을 먹고 있었고, 나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이유마저 황당했다.

"누나, 그거 알아?"

"읏, ㅇ, 아니······."

"아이 낳다가 죽을 수도 있대."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렌이 이 말을 하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나는 그저 미간만 구겼다.

"그리고 내 자지만 박아도 아프다고 앙앙대는 누나의 구멍을 가위로 잘라야 하고."

윽, 그건 좀 싫다.

"한 달 동안 달거리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피를 쏟아야 한대."

본능적인 거부감에 인상이 구겨졌다. 그러자 렌은 만족스럽다는 듯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나도 잘 모르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하녀장한테 물어봤어."

"······."

"누나 아픈 거 싫어하잖아."

렌이 내 귓가에 대고 나긋하게 속살거렸다.

"하녀장은 살면서 출산이 가장 고통스러웠대."

내 목덜미에 입술을 지분거리던 렌이 마탑에서 사 온 것으로 추정되는 마력석을 내게 먹였다.

"이게 뭐야······?"

"그렇게 날 닮은 애가 낳고 싶으면, 차라리 날 키우는 건 어때?"

렌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내 뺨에 쪽쪽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멍울진 가슴을 주물거렸다.

아이가 장난치는 듯한 손길에 나도 모르게 살짝 몸을 떨었다. 마력석을 먹은 탓일까.

가슴에 피가 쏠리는 듯한 기분이 들며, 젖꼭지가 빳빳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소한 감각에 미간을 찌푸리자, 렌은 기다렸다는 듯 내 가슴을 쥐고 곧장 유두를 빨아들였다.

"하윽······."

마력석 때문인지 젖꼭지가 화끈거렸다. 마치 무언가가 나오는 것처럼 난생처음 느끼는 기분도 들었다.

렌은 무언가 빨아먹듯 한참 동안 쪽쪽거리며 젖가슴을 빨아댔다. 그의 다른 한 손은 재빠르게 반대편 가슴을 주무르며 유두를 간지럽혔다.

그의 손이 단단하게 선 젖꼭지를 비틀며 손으로 튕기자 나도 모르게 구멍에선 뜨거운 애액이 왈칵 쏟아졌다.

"흐응, 읏, 렌······."

렌의 머리칼을 헤집으며 애달프게 그를 불렀다. 그럼에도 그는 꿀이라도 빠는 것처럼 유두만 물고 빨고 깨물어댈뿐이었다.

그 순간일까. 그가 주무르던 반대편 젖꼭지에서 백탁색 액이 흘러나오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놀란 나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버둥거리며 렌을 불렀다.

"레, 렌······! 이, 이게 무슨!"

그러자 렌이 입맛을 다시며 가슴에서 입을 떼어 냈다. 그의 입가에도 내 가슴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탁한 액이 한 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누나가 애 키우고 싶다며."

그가 얄궂게 웃어 보이며 말캉한 가슴을 사정없이 괴롭혔다.

"나 키우라니까?"

"흣······."

"내가 누나 보지도 빨고 젖도 빨고 다 빨아 줄게."

그의 손이 음험하게 음부를 더듬거렸다. 갈라진 살 틈을 비집고 답답한 손끝이 솟아오른 살점을 짓눌렀다.

"아흑······ 레엔······."

"그럼 내가 나 말고 다른 놈이 누나 젖 빠는 꼴을 두고 볼 줄 알았어?"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분명 그와 제 아이일 것이건만. 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에게 '다른 놈' 이라는 살벌한 지칭을 뱉으며 불만스레 툴툴댔다.

"내 새끼여도 싫어. 그리고 나는 누나가 그런 고통 감수해 가면서 애 낳는 거 원하지도 않아."

렌의 손이 음순을 강제로 벌려 젖혔다. 살점이 벌어지자 발딱 선 음핵이 움찔거리며 그를 환영했다.

"솔직히 누나도 애 낳기 싫잖아. 그냥 주변에서 하도 지랄을 해대니가 그러는 거 아니야."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사교계만 나갔다 하면 전부 아이 소식을 묻기에, 짜증 나서 그런 것도 없잖아 있었다.

평민이면 몰라도 귀족 사회에서 아이 없는 부부란 불화의 상징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게다가 후계 걱정까지 해야 하니 아이는 필수였다.

"하, 하지만······ 읏, 후계가······."

"그깟 후계야 입양아 들이든가."

그의 손이 짓궂게 음핵을 꼬집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렌의 목을 끌어안고 발발 떨었다. 아찔한 감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집요하게 음핵을 짓누르며 문지르던 손은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음액으로 푹 젖은 질구를 배회하던 손가락이 불시에 구멍을 비집고 처박혔다.

"흐응, 읏······."

"나는 누나랑만 단둘이 살고 싶어."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그랬다간 내가 불임일고 소문날걸.

차마 뱉지 못한 말이 입에서 맴돌았다. 빽빽하게 구멍을 가득 채운 손가락은 몇 번 앞뒤로 왕복하더니 비좁은 틈으로 꾸역꾸역 하나가 더 들어왔다.

"누나도 그렇지 않아? 애 생기면 열 달은 내 자지 먹지도 못해. 누나 내 좆 좋아하잖아. 참을 수 있어?"

일부러 살살 성감대를 간질이며 내벽을 문지르는 손길이 치사했다. 그럼에도 그의 말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기에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 소리만 흘렸다.

"지금도 봐. 내 자지 먹고 싶어서 이렇게 푹 젖었는데······."

앞섶을 푸는 소리와 동시에 두툼한 귀두가 곧바로 구멍에 비벼졌다. 묵직한 크기가 살살 질구를 배회하더니 순식간에 내벽을 가르고 침입해왔다.

"하윽······!"

갑작스러운 삽입감에 몸이 파르르 떨리며 절로 들썩였따. 그러자 렌이 다정히 나를 끌어안으며 입 맞췄다.

"불임이라고 소문날까 봐 걱정돼?"

내 속을 읽기라도 한 건지 렌이 귀신같이 속삭였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렌이 싱긋 웃어 보였다.

"그건 내가 처리할게. 신경 쓰지 마."

말을 마친 렌은 다시금 내 가슴을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유두 끝을 혀로 빠르게 할짝거리며 강하게 한번 빨아들였다.

"아으, 읏, 아······! 레, 렌, 렌······!"

"응, 누나."

"흑, 아, 이, 이상······ 그거 이상해······!"

모유가 나오게 만드는 마력석 때문인지 유독 가슴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모유와 침으로 질척해진 젖꼭지를 부드러운 입술로 빨아들이며 뭉개자 절로 시야가 점멸했다.

그것만으로도 버거웠는데 렌은 나를 봐줄 생각이 없는 건지 울퉁불퉁한 좆으로 무식하게 구멍을 쑤셔대기까지 했다.

툭 불거진 귀두가 내벽을 헤집으며 깊은 곳까지 푹, 푹, 찌르고 들어오는 감각이 아찔했다.

"하윽, 레, 렌, 흐으, 으, 살살······ 좀, 제발······!"

"우리 누나는 어쩜 이렇게······."

쪽, 소리와 함게 한 번 더 젖꼭지가 세게 빨렸다.

"전부 맛있어. 젖도, 보지도. 응?"

쿡쿡 기분 좋은 웃음소리와 함께 아래에선 철퍽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얼마나 애액이 흘러나온 건지 렌의 성기가 움직일 때마다 끈적한 감각이 생경했다.

"흐아, 으, 아응······!"

렌에게서 벗어나려 버둥거렸으나 꽉 붙잡힌 허리 탓에 도망칠 수도 없었다. 큼직한 성기가 무식하게 처박힐 때면 숨이 턱턱 막혀 왔다. 그럼에도 렌은 멈추지 않았다.

"아흑, 하, 레, 렌······ 처, 천천, 히······!"

"왜, 누나도 좋잖아."

거무튀튀한 성기가 배려 없이 단번에 가르고 들어왔다. 목 끝까지 좆이 찔러 넣어지는 감각에 나도 모르게 렌에게 살려 달라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렌이 내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쉬이, 괜찮아. 응? 안 죽는 거 알면서."

다정한 입맞춤과 달리 하체는 전혀 다정하지 못했다. 가슴을 빨아대던 렌이 다른 한 손으로 음핵을 꼬집었다. 그러자 쾌락의 눈물이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렌은 내가 우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는 것도 예뻐, 누나는."

그의 엄지가 사정없이 음핵을 간지럽혔다. 질펀한 애액을 잔뜩 묻히고 미끌미끌한 손끝으로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좁고 질척한 내벽엔 그의 성기가 움직이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힘줄과 피대 하나하나까지 구멍을 왕복하는 게 황홀했다.

예민한 살점과 구멍을 동시에 쑤시기 시작하니 머지않아 아래로 피가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레, 렌······ 하윽, 렌, 렌, 잠, 잠깐만······ 흡, 아, 이상, 이상해······!"

눈물 탓에 시야가 흐릿했다. 렌에게 매달리듯 부탁했으나 이상하다는 내 외침에도 오히려 허릿짓에 속도만 가할 뿐 제 행동에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흐아, 아흑, 아······!"

두꺼운 렌의 좆은 몇 번 더 부풀어 올랐다. 그가 힘겹게 제 것을 물고 있는 구멍을 잔인하리만큼 가차 없이 쑤셔대자 내 몸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벼락 맞은 사람처럼 어마어마한 쾌감에 잠식됐다.

검붉은 자지를 물고 있는 질구에서 투명한 애액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침대 시트와 렌을 향해 사방으로 쏟아져 나왔다. 렌의 것으로 가득차 얼마 되지도 않은 구멍 틈 사이로 질질 액을 싸대는 게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다.

숨을 헐떡이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눈물과 거칠어진 호흡을 달래기 바빴다.

절정의 여운으로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렌의 손이 자상하게 눈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제야 시야가 조금은 정돈됐다.

"누나, 좋아?"

헥헥대며 그와 눈을 마주치자 렌이 어딘지 야살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가 피식 웃으며 아직 제 좆이 쑤셔져 있는 아래를 까딱까딱 가리켰다.

그의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눈을 아래로 내리자······.

"흡."

애액에 흠뻑 젖어 엉망이 된 그의 복근과 골반 부근이 눈에 들어왔다.

7살짜리 어린 애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저 액들은 내 몸에서 나온 거라는걸.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하여 입을 벙긋거렸다. 수치심에 콱 죽고 싶어졌다.

그러자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렌이 곧장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렌의 단단한 가슴팍에 얼굴이 뭉개졌다.

"하윽, 흑······."

울음기가 남은 탓에 괴상한 딸꾹질이 입가에 새어 나왔다. 렌은 사랑스럽다는 듯 내 눈가와 뺨 그리고 입, 얼굴 곳곳에 쪽쪽거렸다.

"차, 흑, 창피해······."

"뭐가 창피해."

"모, 몰라······ 이런 거 처음이니까······."

일부러 그의 가슴에 더욱 얼굴을 파묻었다. 렌과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들지 않아서였다.

"왜, 난 좋은데."

"······."

"이제 어떻게 하면 누나가 싸는지 알 거 같아."

"미, 미쳤어······."

"한 번 더 싸게 해줄까?"

"렌!"

짓궂은 그의 장난에 등짝을 두어 번 퍽퍽 내려쳤다. 그러자 렌이 장난이라며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신혼 생활이었다.

다음 날, 제국 신문 1면을 장식한 렌의 이야기를 빼고는.

[렌 아칼리스 후작, 젊은 나이에 불임 확정! 아칼리스 후작가의 앞날은?]

내 불임 소문은 걱정하지 말라더니, 렌 자신이 불임이라고 자발적으로 소문낼 줄은 몰랐지.

하여튼 뭐가 됐던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행복한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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