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편
<-- 21. 그리고 시간은 또 흘러 -->
“하아, 하아-”
옷을 벗어 던진 케일이 에리나의 슬립을 말아 올려 얼굴위로 벗겨냈다. 두 손으로 가슴을 모아 바치고 튀어나온 유두를 쭈욱 빨아 당긴다. 농익은 과즙의 달달한 향이 베어나는 것 같았다. 빨갛게 부어오른 그것을 잡고 손가락으로 살살 비비자 에리나가 배를 움찔 거리며 고개를 꺾었다.
츄흡- 츄릅
타액과 입술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자극적이었다. 바닥에 잔잔하게 깔린 달빛 위로 동그랗게 만 케일의 벗은 등이 음욕을 담은 그림자가 되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가, 간지러워.”
조금 따갑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입을 떼어낸 케일이 빨갛게 물든 가슴을 마사지 하듯 주물렀다. 손바닥 안에서 몽글몽글 움직이는 살결의 감각이 좋았다.
코가 스치며 입술이 내려앉았다. 채 닿기도 전에 에리나가 습관처럼 작게 입을 벌리며 뜨거운 것의 방문을 기다렸다. 실망시키지 않고 불쑥 파고든 혀가 안에서 얽혀들고, 매끈한 표면을 비벼댔다. 저돌적이지만 거칠지 않게, 흥분으로 열이 올랐으나 성급하지 않게 키스했다. 호흡이 달아올라 입술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뜨겁게 터지는 숨이 색정적으로 오갔다. 능숙하게 키스하던 케일로 참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잠시 입을 뗀 채 홧홧한 이마를 맞대곤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미치도록, 달아.”
“맨날 그 소리.”
“나한테 와 줘서 고마워, 에리나.”
“그래. 내가 널 선택했지.”
에리나의 손이 케일의 뺨에 닿았다. 잠시 눈을 감고 그녀의 작은 손을 느끼던 케일은 고개를 조금 틀어 새끼손가락을 입 속에 담고 핥았다. 두툼한 혀가 그녀의 작은 손가락 마디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이제는 날카롭고 단단한 것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눌러온다.
열기 가득한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눈꺼풀을 들어 올린 케일이 조금 더 깊숙이 손가락을 삼켜갔다. 잠시 그의 얼굴에 빠져있던 에리나가 불현 듯 우스운 생각이나 참지 못하고 가볍게 소리내어 웃었다.
“마왕의 약속 방법이야? 인간들이 새끼손가락 걸고 하는 것처럼.”
머슨이 입을 떼자 손가락을 감쌌던 따뜻한 기운이 거두어지고 타액 위에 서늘한 공기가 맞닿았다.
“복종이야. 날 버리지 말아 주세요, 하는.”
손가락 하나하나에 정성스럽게 입술을 내리찍으면서도 시선은 에리나를 향해 있었다. 에리나는 쉬고 있는 반대 쪽 손을 들어 케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책임감 하나는 또 강하지.”
“그럼 이것도 좀 책임져 줘.”
조심조심 다뤘던 손이 아래로 끌려 내려지자 손바닥 아래로 빳빳하게 솟아오른 뭉툭한 것이 느껴졌다.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많이 커져있는 페니스의 위용에 당황했지만, 머슨과 지냈던 수많은 밤 덕에 에리나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노련하게 그것을 말아 쥐었다.
매끈한 표면 위에 손가락이 달라붙자 케일의 잇 사이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건만 에리나가 만져주는 것은 늘 참기 힘든 아찔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크흣-”
한 손으로 잡기에 버거운 페니스의 기둥을 자위하듯 위 아래로 천천히 쓸어 올리자 케일이 에리나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책임져 달라며?”
“넣고 싶어.”
“흐음, 그래?”
상황이 역전 됐다. 멈추지 않고 속도를 붙이며 위아래로 왕복하는 에리나의 오른 손목을 붙잡았으나 에리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흥분으로 안달이나 쩔쩔매는 케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야릇한 감각이 아래에서부터 퍼져 올랐다. 처음 이 감각을 느꼈을 때 자신도 몰랐던 내재된 사디즘이 이제야 깨어나는가 싶었지만, 가학적으로 그를 어떻게 해 보고 싶다는 욕망 같은 건 없었다. 단지, 이렇게 쾌감 섞인 괴로운 표정으로 애원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에리나도 빨리 케일의 것을 받아드리고 싶었지만, 조금 더 장난을 쳐 줄 생각으로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액으로 반들거리는 귀두를 엄지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얘기했다.
“넣게 해주세요 라고 하면…”
“넣게 해주세요.”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아직 말도 안 끝났는데. 수치심 이런 거 없어?”
“하아, 죽을 것 같아.”
“없구나.”
케일이 봉긋 솟아 있는 뽀얀 살덩이를 모아 가슴 골 사이에 혀를 넣어 핥았다. 손가락으로 유두를 잡아 살살 누르며 자극 하고 하체를 힘주어 밀어 골반 끼리 부딪혔다.
“알았어, 알았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리를 쑤욱 잡아 내린 케일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능숙하게 페니스를 입구에 맞춰 넣었다. 당장에 거칠게 박아 넣고 싶을 정도로 페니스가 터질듯 뜨거웠지만 그러진 않았다. 에리나가 아프지 않도록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움직였고 허리짓이 계속 될수록 점점 더 깊숙이 박히는 페니스는 어느새 뿌리 끝까지 온전히 파묻혔다.
천천히 들어왔음에도 아래에 가득 찬 이물감에 에리나는 저절로 눈썹이 미간쪽으로 몰려들었다. 좁은 길을 데워가며 움직이는 페니스 때문에 온몸에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하앗, 읏, 하아-”
움직임이 계속 될수록 이성을 한 꺼풀 벗겨낸 케일이 점점 더 힘을 실어갔다. 짐승이 우는 듯 한 소리를 에리나의 어깨위에 쏟아내고 이미 붉게 달아오른 피부위에 이빨을 누르며 아픈 키스자국을 남겼다.
바짝 힘이 들어간 가냘픈 목선 까지 붉은 흔적으로 길을 만들고 나서야 에리나의 입술을 찾았다.
“흡, 하아, 처, 천천히. 잠깐.”
“이렇게 조이면서?”
케일은 자신의 페니스를 더욱더 깊숙이 묻어갔고, 에리나 또한 그가 멈추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너무도 빨리 머리끝까지 고양되는 쾌감에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힘주어 잡고 있는 것이 옷인지, 이불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고, 세차게 흔들리는 시선엔 케일의 젖은 머리카락이 나풀거렸다.
케일이 어느 지점이 푹 찔러 눌러오자 참지 못하고 그의 목에 양 팔을 감으며 신음을 내질렀다.
“너, 더, 커졌…. 아, 아, 하앗!”
흥분을 감추지 않은 신음에 자극을 받은 페니스가 그녀의 안에서 점점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에리나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케일은 벼랑 끝에 몰리는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벼랑 끝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겠는가. 에리나의 허리를 강하게 붙잡고는 허리를 빠르게 밀어붙였다. 정신없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며 몸을 마찰시켰고, 어느 지점에 도달한 에리나가 전신을 경직시키며 신음을 길게 토해냈다.
경련하는 내벽이 페니스를 힘껏 조였다. 케일이 단숨에 그녀를 품에 앉고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켰고, 한껏 부유했던 쾌감이 단숨에 발끝으로 가라앉은 에리나가 힘 빠진 몸을 늘어뜨렸다.
“하아아-”
짜릿한 절정 후,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아직도 존재감을 과시하며 배안에 가득 들어찬 케일의 페니스였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에리나와 달리 케일은 한 날에 대 여섯 번은 거뜬히 할 수 있을 정도로 팔팔했다. 에리나가 손등으로 눈꺼풀을 꾸욱 누르며 말했다.
“너, 이거 언제 죽어?”
“말이 조금 무서운데.”
서운하다는 의미로 한번 퍽. 허리를 강하지만 짧게 쳐올렸다.
“아흣.”
당장에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어대고 싶었지만, 에리나가 자신을 위해 버거움을 무릅쓰고 시작하는 섹스 같은 건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유혹한다면 결국엔 넘어갈지언정 지금과 같이 이제 막 몸이 이완된 그녀를 또다시 놀라게 해주고 싶지는 않다.
8년 전, 오해 때문에 에리나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힌 이후로 강한 트라우마가 생겨, 늘 조심하는 케일이었다.
쑤욱. 에리나의 안에 빠듯하게 들어찬 것이 아주 느리게 빠져나가고, 그 느낌에 또 다시 발끝이 말려들어갔다.
“으으.”
“괜찮아?”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흡사 흉기와도 같은 페니스를 검지로 슬쩍 건드리자, 케일이 몸을 떨며 황급히 에리나한테서 떨어져 나갔다.
어기적어기적, 화장실로 들어가는 폼이 가엽기도 하면서도 우스웠다.
“우리 마왕 혼자서도 잘 할수 있지요? 그렇지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