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편
<-- 21. 그리고 시간은 또 흘러 -->
“류드.”
아들의 볼에 뽀뽀하며 부르자 류드가 동그란 붉은 눈을 빛내며 아빠를 올려 본다.
“머슨의 뜻이 뭔지는 알고 부르는 거야?”
“마스?”
“그래. 네 엄마가 아빠를 부를 때 쓰는 말 말이야.”
류드가 작게 도리질 치자 케일의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어린 류드가 듣기엔 조금 충격 적일 수도 있어. 아빠도 많이 놀랐거든.”
“마스!”
“역시 내 아들이야.”
이것들 뭔 이야기를 하는 거야?
실컷 놀려대던 에리나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머슨’의 뜻? 잠시 생각하다가 한 가지, 오해로 얼룩진 기억이 떠오르자 아예 창백하게 질려서는 소리를 질렀다.
“너 애한테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래?!”
“쉿, 에리나. 지금은 류드의 차례야.”
“마스!”
케일은 류드를 의자에 앉혀놓고는 자신도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출생의 비밀이라도 말하려는 것처럼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튀어나온 식판 트레이를 힘주어 잡았다.
“류드는 몰랐겠지만, ‘머슨’이라는 것은 단순한 애칭 같은게 아니야 조금 더 은밀한 의미가담겨있어.“
류드가 아빠의 표정을 따라 하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울지 않을 자신 있지?”
네가 단단히 미쳤구나! 에리나가 류드의 겨드랑이 사이에 두 손을 끼워 넣어 냉큼 안아들었다. 케일을 등진 상태로 고개만 돌려 입모양으로만 흠씬 꾸중했다.
‘애 앞에서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죽을래?’
“난 그냥 진실을 알려 주려고 그랬을 뿐이야.”
“류드가 듣기에는 좀 그렇잖아!”
“뭐가 그런데?”
케일은 전혀 모르겠다며 눈썹을 팔자로 만들어 고개까지 저어보인다.
“그, 그게 좀… 불순한…”
“왜 말을 더듬거려?”
“그러니까, 좀… 알잖아! 그거!”
“일을 잘하고 힘이 세다는 거”
“히이익! 그걸 말하면 어떡….”
아니, 잠깐.
호들갑 떨며 놀랐으나, 케일의 말에는 어떠한 음란한 단어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바라보자 케일은 입동굴이 보일 만큼 환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뭐가?”
“...”
완전 놀아났네.
화가 났지만 안겨있는 류드를 생각해서 꾹 참아 내렷다.
“하, 하하. 그래 그거지 맞아. 내가 유난이었네. 내가 미쳤었어.”
케일이 손을 뻗어 류드를 안아 들고는 얘기했다.
“네 엄마는 정말 사랑스러워.”
류드의 시야를 피해 케일의 팔뚝을 아주 힘껏 꼬집어 주는 것으로 작은 복수를 했다.
자기 전에도, 눈을 뜰 때에도 늘 보아온 얼굴이지만 늘 수다거리가 넘치는 가족이었다. 한 바탕 애정 섞인 장난이 오가니 서쪽의 언덕위에 자리 잡은 오두막으로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크리에타 아주머니의 초대에 따라 가족 구성원 셋은 나란히 저녁을 먹으러 갔고,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마족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본능 적으로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려 치면 케일이 오싹할 정도의 살기를 뿜어댔다. 이미 바닥에 무릎이 닿았던 마족은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박으며 제 발에 걸려 넘어진 척 헐리웃 액션 까지 선보인다.
“아앗, 일을 너무 열심히 했더니 다리가 풀려서 그만”
에리나가 싱긋 웃으며 엄지를 척 올렸다.
식사는 큰 사건 없이 조용히 끝마쳤다. 에리나와 케일의 말이라면 떼 한번 쓰지 않고 착하게도 잘 따라와 주는 류드 덕이기도 했다.
평소에 일찍 잠이 드는 류드는 오두막에 도착하자마자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케일이 마법약에 의한 효과를 풀어주자 작아진 몸집을 동그랗게 굴리며 품으로 안겨왔다.
“돌아가자.”
“응.”
케일이 텔레포트를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보육하녀들이 류드를 받아 들었다.
“류드가 깨면 바로 불러주세요.”
“예, 마왕비님.”
날이 갈수록 류드의 몸 안에서 커져가는 마력의 양 때문에 최근 들어서 마력을 억누르는 마석이 깔린 방에서 재우기 시작했다. 그래야 다음 날 류드가 어떤 사고를 치더라도 그 범위가 줄어들 테니까. 보육하녀들을 위해선 아주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편안한 슬립으로 갈아입고 침실로 들어온 에리나는 푹신한 이불 사이에 몸을 밀어 넣었다. 케일이 옆에 눕자 그의 체향이 확 퍼져 오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서리낀 푸른 달빛이 창을 넘어 들어오고 침대 옆의 협탁 위엔 은은한 노을 조명이 얼굴을 비추었다.
에리나와 케일이 잠들기에는 조금 이른 시각. 둘은 서로를 안으며 잠이 올 때 까지 시시콜콜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머슨, 이번에 새로 뽑힌 성자, 얼굴 본 적 있어?”
임시 성녀 종료까지 앞으로 2년. 주신은 신자들의 기도에 의해 이례적으로 성녀 대신 성자를 뽑았고 그 사실은 오직 마왕 부부만이 알고 있다. 더 이상 천신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며 주신이 직접 교육까지 하신 댄다. 에리나는 이 두 가지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던 것이 생각났다.
류드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자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줬을 뿐 그 이후부터는 주신에게서 성자에 관한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다. 별 관심이 크게 있지는 않았던 터라 잊고 있었다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되자 문득 떠오른다.
“꼭 봤어야 했었던 건가?”
관심 없기는 케일도 매한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그 당시 놀라했던 에리나와 달리 ‘그래서?’ 라는 반응을 보였던 케일은 뒤로 돌아서자마자 잊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에리나가 이런 질문을 해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작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궁금해졌을 뿐이야. 신경 쓰지 마.”
“내 전부는 에리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데,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 대답하지 못 할 때면 참 쓸모없다고 생각 돼.”
“오버하지 마. 별 의미도 없고, 미치도록 궁금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어제 저녁 메뉴가 뭐였는지 잠시 잊은 정도랄까.”
“어찌됐든. 지금은 알 고 싶었잖아.”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케일의 기분은 나아지질 않았다. 에리나의 몸을 힘주어 안고는 허리를 둥글게 말아 여린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렇게 날 생각해주는 남편이 아까는 왜 그랬을 까?”
웃으며 검은 뒷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목 아래에서부터 뜨거운 숨과 함께 미약한 진동이 일었다.
“어떤 거?”
“류드를 통해서 못된 장난이나 치고 말이야. 식은땀 나서 죽는 줄 알았네. 이제 여덟 살 된 애한테 ‘머슴’이 뭐가 어쩌고 어째? 아이들은 하나하나 다 기억한단 말이야. 언제나 입 조심 해야 해.”
“거짓 말 한건 아니잖아.”
“그래. 그러니까 다행이지. 이상한 소리 했으면 당장에 날라차기였어.”
목에서 얼굴을 떼어낸 케일이 에리나의 턱 아래를 부드럽게 눌렀다. 작은 입술이 벌어지며 말을 하기 위해 움직인 혀가 그 사이로 살짝 보였다 사라진다.
“이상하다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거야?”
“...알면서 모르는 척 하지 마.”
에리나의 몸 위로 올라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말, 모르겠는데. 알려줘, 에리나.”
“너 불과 10분 전 만 해도, 내 질문에 답 못해서 우울해 했거든?”
“지금도 너무 우울해. 그러니까 에리나가 나를 달래줘야지.”
잠자리에 관해서, 원래도 충분히 능글맞다고 생각했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그 단계가 높아지는 것 같다. 더불어 뻔뻔함 까지도.
케일이 에리나의 가슴 주변을 주물렀다. 애가 타도록. 봉긋 솟아오른 언덕 아래를 부드럽게 매만지며 천천히 위로 쓸어 올렸다. 색욕으로 짙게 물든 눈을 하고선 아직 까지도 순수한 척 표정을 바꾸지 않으며 얘기했다.
“일 잘하고 힘이 세서, 머슨이라고 지은 거 맞지?”
“읏-”
“무슨 일을 말하는 걸까.”
케일의 손 아래에서 슬립이 구겨지며 살갗을 데워나간다. 허벅지 위로 크고 단단한 것이 못 참겠다는 듯 푹푹 찌르고 있는데도, 여전히 모르는 척. 그러나 케일은 발기한 페니스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히 밀착시키며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야, 너…”
“그것이 밤일이라면 탁월한 선택의 이름이야. 에리나를 흥분 시킬 수 있는 남자는 나밖에 없으니까.”
슬립 안으로 손이 쑤욱 들어가더니 허벅지 안쪽을 뭉근하게 주물렀다. 시원함과 동시에 야릇함이 퍼져 올라 절로 다리가 벌어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케일이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무릎을 접어 세우자 슬립이 골반 까지 올라가 손바닥만 한 속옷을 전부 드러내버렸다. 그 위로 힘껏 치솟아 있는 페니스를 밀어 붙인다.
“축축하네. 나도 이만큼 섰는데.”
옷을 벗지도 않고 속옷 위로 강하지만 느리게 제 것을 비벼댔다.
“하지만 아직 넣지는 않을 거야.”
케일은 에리나의 허벅지를 힘주어 부여잡고는 한참동안이나 허리를 움직여댔다. 내리감은 눈과 살짝 깨물린 아랫입술. 아래에서 바라보는 케일의 모습은 위험하도록 야했다. 실제 삽입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부끄럽게 느껴진다.
“아흣-”
비벼지는 것만으로도 절정에 오를 것 같았다. 어느새 에리나도 골반을 힘껏 밀어 붙이며 케일의 속도에 맞춰 몸짓하고 있었다.
“아아, 더…!”
“뭘, 더?”
“하악!”
꽉 맞물려있던 골반이 떨어지더니 속옷을 밀어내고 손가락이 들어왔다. 음핵을 누르며 빙글빙글 돌려대자 머리위로 벼락이 내리치고 가슴이 번쩍 들린다.
“완전히 다 젖었어. 내가 안에 싼 것도 아닌데.”
“흐읏, 으응!”
한 손은 여전히 음핵을 괴롭히고 있었고, 나머지 한 손은 에리나의 얼굴 옆에 두었다. 시선 아래로 에리나가 눈을 꼭 감고 고개를 꺾어가며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훤히 보인다. 조금은 담담하게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아, 으읏. 머슨, 잠깐…!”
몸만 살짝 데워주고 말려고 했는데, 케일은 손을 움직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느끼는 에리나의 모습이 예뻐서. 페니스에 어떠한 자극도 없었지만 이윽고 그녀가 절정을 맞이할 때 케일도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갔다.
========== 작품 후기 ==========
*이어지는건 다음 화에
독자님 : (대환장)
*독자님 : 죄책감이...들겠지 몇년 차이여
작가 : 역대급 연상.
에리나 :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존댓말을 쓰지 않았네. 호칭도 그렇고
머슨 :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어.
에리나 : 아니야. 지금은 예의라는걸 갖춰보고 싶어졌어.
머슨 : 그래. 그럼 에리나가 하고 싶은대로.
에리나 : 망극하옵니다. 조상오빠.
작가, 머슨 : (읭?)
*독자님 : 딸인줄 알았지만 아들이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작가 : 에리나를 닮은 딸을 원했지만 마왕의 유전자가 워낙 강해 머슨을 빼닮은 아들이 나왔습니다
류드 : 으갸갸갸
*독자님 : 개구쟁이 작은머슨도 기대해봅니댱ㅋㅋ
작가 : 자고로 류드는 효에 극치에 달한, 부모 속 한번 썩이지 않는 올곧은 마족입니다.
독자님 : 마족주제에 쓸데없이 예의발라...
*독자님 : 체닌은 이제 할부지 한테 효도 하면서 살길!
작가 : 곧 체닌 이야기도 짤막하게 나온답니다. 정신차린 체닌!
*독자님 : 에필 마니마니 기대할게여!!
작가 : 뚝딱뚝딱 열심히 적어보겠습니다!! 큐큐큡
*선작,추천,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확인 못하고 올려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