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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42화 (142/170)

142편

<-- 18. 조심해주실래요? -->

...아릿하다.

혀뿌리가 따끔거리고 목 깊숙한 곳에 들어찬 먹먹함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그의 이름이 맞는데도, 난 왜 이렇게 낯설게만 들리는 걸까. 네 입으로 ‘머슨’이 아닌 ‘케일’이라 말 하는게 이토록 아픈 건지 몰랐어.

왜 이러는지, 여기엔 어떻게 왔는지, 네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그 무엇 하나 물어 볼 수 없었다.

“도망가기만 하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

“...”

“어때, 짧은 자유는 즐거웠나?”

비뚤다. 내뱉는 말 하나하나 부터 낮게 으르렁 거리는 억눌린 목소리까지 전부. 바들 거리는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그러나 단단히 버티며 물러서주지 않는 머슨으로 인해 오히려 내쪽이 몇 발자국 밀려났다.

“...도망친거 아니야.”

내가 곁에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엇이 널 이렇게 만든 거야? 다친 곳 하나 없었지만,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패잔병 같은 모습을 하고 나를 몰아세운다.

“그럼 여기에 있는 넌 뭐야?”

“세르, 세르데벨라가 날 억지로 여기에 밀어 넣은…”

“그런데 왜!!…”

터진 고함에 수군거리던 주변이 꼼짝없이 머슨의 기에 눌려 사그라졌다. 그것을 고스란히 받고 있던 나는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정도로 얼어버렸다. 폭풍의 한 가운데서 발버둥 한 번 치지 못하고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쭉 맑았던 날씨 탓이었을까, 예고 없이 찾아온 폭풍은 날 집어 삼키기에 충분했다.

머슨이 자신의 검은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시야에 방해가 되거나, 얼굴에 달라붙어서가 아니다. 터져 나오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서. 꾹꾹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내가 없는 곳에서 웃고 있는 건데.”

터져버린 심장이 무참히 흙 위를 굴렀다.

“...오해야, 내 말 들어.”

“날 떠나지 않겠다고 했잖아, 내 옆에 있겠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그랬지, 맞아.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어.”

상기된 호흡과 떨려오는 목소리를 겨우 다잡아 가며 이야기 했다. 그러나 도무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머슨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내 어깨를 밀어 도윤에게서 떨어뜨리더니 그가 도윤의 쓰러진 머리 앞에 바짝 다가가 섰다.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얘기했어!”

정말로, 머슨이 도윤을 죽일 것 만 같아서 마음이 초조해져 왔다. 제어가 안 되는 그를 말릴 방법 따윈 없었다. 차갑게 내리 깐 시선속에 비치는 도윤의 몸은 이미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것은 상상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달려가 그의 팔을 잡아 뜯었다. 당기고, 때리고, 할퀴어 보아도 머슨은 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왜이래! 내가 하지 말라잖아 도윤이 머리털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두고두고 미움 받을 줄 알아. 이런 네 모습 정말 싫단 말이야!"

협박이었으나 말투는 사정, 부탁이었다. 울면서 소리쳤지만 끝끝내 머슨이 팔을 들어 올린다. 이대로 도윤을 죽게 할 순 없었다. 술에 완전히 취해 정신없는 는 와중에도 조카 꺼라며 챙겨온 신발이 발치에 나뒹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챙겨주었던 아주머니의 얼굴도 떠오르고, 그 두 명에게 받았던 따스한 감정들도 마음을 날카롭게 스쳤다.

몸을 날려 도윤의 몸을 감싸 안았다. 세게 부딪혔는지 무릎이 아파왔지만 그런 것을 세세하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눈을 꼭 감고 도무지 가만히 있질 못하는 양 팔로 힘겹게 그의 몸을 덮었다.

“...”

그러나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질 않는다. 사실 한 편으로는 알고 있었다. 믿고 있었다. 머슨이 날 해치지 않을 것이란 걸.

그러나 다른 하나는 알지 못했다.

“...”

죽을 위기에 있던 건 도윤이 아니라, 내 눈 앞에 있는 머슨이었다는 걸.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어느새 내려간 팔과, 공허함을 담은 눈동자, 그리고 뿌리 깊은 좌절.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져 왔다.

머슨이 천천히 몸을 숙여 온다. 한 쪽 무릎을 꿇고 내 눈 높이까지 내려오더니 부드럽게 턱을 쥐었다.

“...억지로라도, 사랑한다고 해. 저 놈이 아니라 나를.”

“...”

“살리고 싶으면.”

내가 사랑하는 건 너 밖에 없어.

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저돌적인 그의 키스에 내 말은 고스란히 먹혀 들어가 버렸다. 쌉쌀한 피 맛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아랫입술을 베어 물고, 일부러 밀어 넣는 듯 질척한 타액이 끊임없이 넘어왔다. 목울대가 움직이며 머슨이 주는 것을 그대로 삼켜 낼 수밖에 없었다.

광기 어린 소유욕이 전신을 옭아 메고 있었다.

잡아 뜯을 듯 난폭했던 거친 입술이 떨어지고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여기서 널 안을 수도 있어”

“...”

“이 놈 앞에서 말이야.”

오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본 건지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머슨은 내 몸에 이름이라도 새겨 놓으려는 듯,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를 안을 것만 같았다. 갖고 싶은 건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마왕이기에 아주 당연한 것이다.

눈을 굴려 주위를 보니 스마트 폰 카메라를 꺼내든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슬쩍 마력을 흘려보내 그것들을 모조리 망가뜨려버렸다. 치지직- 타는 소리와 함께 뚝 꺼져버린 자신의 폰에 어리둥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앞에 있잖아. 날 봐야지.”

“크흡”

턱을 쥔 손에 힘을 더해 내 얼굴을 앞으로 당겨갔다.

“놔”

“또 도망가려고?”

내가 이 자리를 벗어 날 순 있을까?

머슨을 밀쳐내고 달아나는 것은 불가능이다. 잘 타일러서 걸어 나가게 하는 것 또한 불가능. 이 말은 즉 텔레포트를 시전하지 않고서야 정상적으로 이 곳을 빠져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저들의 시선을 돌리는 것.

폭죽이 터지는 이미지를 상상했다. 한 군데가 아니라 동서남북 할 것 없이 사방에서 정신 없이 몰아쳐야 한다. 사운드도 우렁차서 바로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만들어야 했다.

머슨 때문에 집중이 잘 안됐지만, 눈을 감고 상상했다. 그런데 비릿한 웃음소리가 코앞에서 들리자 머릿속 테잎이 뚝 끊겨 버렸다. 절로 눈이 띄어졌다.

‘탓!’

손가락이 튕겨지고 사위가 환해졌다.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멍청하게 빛이 사라질 때 까지 기다리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무작정 손을 뻗어 머슨의 목을 감싸 안았다.

곧 바로 텔레포트를 시전 하니 예의 그 헛구역질이 올라오고, 속이 메슥거렸다.

‘툭’

찬바람이 거두어져 가고 묵묵한 곰팡이 내가 코를 자극한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다시금 손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부가 환해졌다.

“하아, 하아.”

내가 죽어 나간 그 집으로 이동했다. 마땅히 생각나는 곳이 여기 밖에 없었다.

어지러워 곧 바닥에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는데 팔이 강하게 당겨져 몸이 벽에 부딪쳤다. 파악할 틈도 없이 입술이 막혔고, 뜨거운 혀가 곳곳을 탐하기 시작했다.

“흐읍, 읏”

“너의 그 잔 수작에 나는 또 몇 번이고 넘어가겠지.”

입술을 짓이긴 채로 말해오는 그를 피하려 고개를 돌려봐도 끈질기게 따라 붙어서는 입 안을 맛보고야 만다. 엄지에 눌린 턱이 크게 벌어지며 하관이 아파올 때 까지 놓아주질 않았다.

“읍, 흣, 싫어”

거친 손이 만지는 데로 가슴이 모양을 바꿔가고, 다리 사이에 허벅지가 들어차 속절없이 벌어졌다. 주먹을 쥐고 그를 때려 봐도 오히려 강하게 밀어 붙일 뿐 놓아줄 틈 같은건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떠나 버릴 거였으면 사랑한다고 하지 말았어야지.”

“하앗…”

“차라리 꺼지라고 욕을 하는 편이, 덜 화났을 거야.”

“아니,야. 틀려”

“...그래도 널 놓아주진 않을 거겠지만.”

떨어진 입술이 목을 강하게 베어 물었다. 날카로운 이가 피부의 여린 살을 뚫고 기어코 피를 짜낸다. 아픔에 머슨의 옷깃을 잡아 뜯을 듯 세게 쥐었다. 혀로 피를 받아낸 머슨이 쇄골을 쓸어 반대 편 어깨까지 그것을 묻혔다.

“그,만해”

“이 정도는 봐줘. 널 죽이진 못하니.”

설렘으로 마주 잡았던 손이 지금은 내 옷을 거침없이 찢어 내었다. 부욱-. 반으로 정확하게 갈라진 원피스가 발밑으로 떨어져 내리고, 속옷마저 맥을 못 추고 날 것의 가슴을 드러내게 했다.

골반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팬티 위에도 그의 손이 닿았다. 갈라진 사이를 쓸어내리자 절로 발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팬티 위를 어루만지기만 하던 그가 몸을 숙이더니 내 다리 한쪽을 어깨위에 걸쳤다.

========== 작품 후기 ==========

연참입니다! 한 편 더 올라가요오옹!!!

*확인 못하고 급하게 올립니다 ㅠㅠ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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