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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41화 (141/170)

141편

<-- 18. 조심해주실래요? -->

덩달아 내가 소주를 마신 걸로 착각한 도윤은 테이블에 자신의 머리를 쿵! 하고 내리쳤다.

“내 탓이야, 내 탓. 조카가…”

취했구나.

무수히 내밀어 지는 잔들을 모조리 받았다. 물론 단 한잔도 마시진 않았지만. 시간이 좀 흐르자 눈을 굴려 상황을 살펴봤다.

이쯤 되면 취한 척 연기해도 되겠지?

손에 힘이 풀린 척 잔을 떨어뜨렸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는 탁월했다. 더불어 테이블 위에 쏟은 술 까지 완벽. 옷이 조금 젖어 냄새가 났지만 계속 이 자리에 붙들려 있는 것 보다는 낫다. 그리고 남은 건…

나와라, 메소드!

“미미, 취해또 머리가 막 롤로코스트 타꿍, 빤니 집에 가구 시뽀”

“...”

“...”

그렇게도 시끄럽던 주위가 숨막히게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뻘쭘 하고 부끄러워서 콱 죽고싶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조금 더 철판을 깔아 보겠다!

“도유니도 취해또, 헤헤, 집에 가서 빤니 똔 싸야대 배가 꾸룩꾸룩해. 도유니랑 집에 가께!”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혀가 반토막 난 듯 짧은 소리를 내었다. 여기에 비음은 필수.

“거기 앞에 아조씨, 못 생겨떠, 알아? 코털 정리좀 하구 살아 안 그러면 코털 기싱이 잡아간다? 옆에 아조씨는 쬐끔 더 낫다 근데 입냄새 너무 씸해서 말 한나도 못알아 듣게쪄”

귀엽게 욕하기.

술을 권했던 그들의 표정이 굳어 간다. 효과는 당연 좋았다.

“미미씨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보낼까?”

“그래그래! 도윤이도 맛탱이 갔고. 갈 수 있겠어요?”

“웅, 당욘”

넘어질 듯 말 듯 위태롭게 비틀 거렸다. 그러면서도 도윤의 팔을 어깨에 둘러 힘껏 올리는 것은 빼먹지 않았다. 가볍게 그를 부축 하곤 가게 밖으로 나섰다. 시원하다 못해 조금은 찬 바람이 뺨을 때렸다. 그 덕인지 도윤도 조금 정신이 드는 듯, 스스로 몸을 가누기 시작했다.

“누님, 괜...찮아요?”

그 말을 네가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

“네”

휘이잉- 바람이 조금 더 불어왔다. 추워 팔을 감싸 쥐자 도윤이 자켓을 벗어 몸 위에 둘러준다.

“덮어요. 임산부는 감기 걸리면 절대 안 돼.”

“고마…”

“우웨에엑”

가게 앞에 세워진 전봇대를 붙잡고 거침없이, 아주 남자 답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나 가는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며 저마다 수근거린다. 그의 자켓이 떨어지지 않게 한 손으로 붙잡은 뒤 남은 손으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괘, 괜찮, 욱 웨에에엑-”

후, 해뜨기 전엔 집에 갈 수 있을까?

“야 강도윤 가지가지 해라!”

호프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도윤의 상태를 보고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도윤은 화장실로 향했고, 난 그가 올 때 까지 잠시 찬바람을 맞고 있어야 했다.

“안 추워요? 들어가 있어요.”

나에게 술을 무진장 권유했던 그 코털이다. 아, 맞아 취한척 해야지. 취한척 취한척

“우움, 미미는 여기가 훨씬 좋은걸?”

“하하!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계속 보니 귀여워”

뭐래, 이 미친놈이

“미미는 귀엽징, 하지만 코털이는 더러워 으에엑. 사진 찍어 가야해, 체했을 때 보고 토 해야햇”

몸을 베베 꼬며 최대한 얄밉게 이야기 했다. 그러자 코털의 한쪽 뺨이 씰룩거린다.

“소, 솔직한 것도 마음에 들어. 오늘 도윤이는 집에 안 들어 갈 것 같은데. 오빠랑 놀까?”

내가 딱 이럴 줄 알았지. 내게로 바짝 다가온 코털에게서 진한 술냄새가 풍겨왔다.

“기분 좋게 해줄게, 응?”

“미미가 기분이 좋을라면…”

“그래, 그래”

코털이 은글 슬쩍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손가락이 슬금슬금 팔뚝을 타고 내려 오더니 허리위에 다다른다. 돌아가면 빡빡 씻어야지.

“널 한 방 갈기는 게 제일 기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퍼억!’

동시에 남자가 날아갔다. 어? 그러나 난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도윤이 잔뜩 게워놓은 토사물 위에 풀썩 주저 앉은 남자는 자신의 턱을 쥐곤 피를 뱉었다.

“강도윤!!”

화장실로 간다던 도윤이 다시 돌아와 코털이를 날려 버린 것이다.

“더러운 새끼, 왜 날 누님한테 떨어뜨려 놓나 했더니 역시 이런 거였어!”

그러나 한 방은 좋았으나 술 기운에 비틀대는 그가 다시 코털이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억!”

일어난 코털이에게 복부를 맞은 도윤은 반사적으로 허리가 숙여졌다. 그 위로 코털이 달라 붙어 무지막지 하게 그를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흥분해 날 뛰었다. 가게 안에 있던 다른 친구들이 나와 말리려 했으나 거친 몸짓에 아무도 가까이 가가지 못했다. 도윤은 바닥에 고꾸라졌고 좀더 때리기가 편해진 코털은 거침없이 짓밟기 시작했다.

“그만둬, 이 미친놈아!”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힘껏 밀어 쳤다. 순식간에 나가떨어진 코털은 그와 딱 어울리는 듣기 싫은 욕을 해대며 내 팔을 휘어잡았다.

“이쁘장하게 생겨서 조금 귀여워 해주려 했더니!”

“넌 그따위로 생겨서 내가 귀여워 해 줄 순 없겠다”

“이게 끝까지…!”

내 얼굴 만 한 울퉁불퉁한 손이 올라갔다. 전혀 두렵지 않았다. 한 대 맞고 열 대 때려줄 각오였으니까. 눈을 감지 않고 모든 것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손이 내 뺨에 닿으려는 순간 이 사이로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꺄아악!”

코털이 맥없이 날아갔다. 머리를 세게 부딪쳤는지 바닥에는 갓 터져 나온 피가 갈라진 틈사이로 흘러갔다. 누구지?

눈을 뜨고 있었음에도 너무 빨라 전혀 보지 못했다. 또 도윤인가 싶어 밑을 봤지만 그는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익숙한 검은 구둣발이 다가왔다. 서서히 고개를 올리자 눈에 닿는 모든 것이 낯익다. 그립고 그리워, 잠들기 전에 머릿속에 새겨 넣었던 그 모습.

“머슨.”

믿기지 않았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벅찼다. 눈을 세게 문질러 봐도 사라지지 않고 내 앞에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모든 게 꿈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지독한 악몽의 끝에 네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악몽이 아니야. 만약 이대로 침대에서 일어난다면 난 베개를 붙잡고 한참을 울어대겠지.

“머슨...맞지? 꿈, 아니지?”

보석 보다 찬란한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있었다. 거기에 빠져 홀린 듯 머슨의 뺨 위로 손이 올라갔다. 보고싶었어.

‘툭-’

“...”

닿을 수 없었다. 꿈도 아니건만 만질 수 없었다. 손끝이 피부에 닿으려는 순간 머슨이 그것을 매몰차게 쳐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도 더 이상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검은 망토를 풀럭이며 나를 등진 그는 쓰러져있는 도윤의 앞에서 손을 들어올렸다.

“...안 돼.”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았다. 몇 번이고 보아왔던 것이기에 알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차가운 눈을 하고서, 살기를 숨기지 않으면서 시전 하는 마법은, 대상자의 죽음이다.

빠르게 머슨을 지나쳐 도윤을 등 뒤로하고 양팔을 벌려 막았다.

“안 돼”

“...”

“하지 마, 머슨.”

“왜, 안되지?”

“뭐?”

“왜... 안되냐고”

그의 얼굴이 상처로 일그러진다. 평소와 달랐다. 우리 오랜만에 본 거 아니야? 누굴 죽이기 전에 날 안아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그러나 머슨은 오히려 내 손길을 거부 한 채, 나에게 따져 묻고 있다.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 아니라 진짜로 죽을 수 있는 게 머슨이었다.

“무슨 말이 그래, 내가 하지 말라…”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지?!”

“...!”

놀라 딸꾹질이 튀어나온다. 다리가 떨려오고 마음에 길고 날카로운 창이 박혔다.

분노. 명백한 분노였다. 내가 올려다 본 머슨의 눈은 늘 다정했다. 하루도 빠짐 없이 그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변함없이. 그러나 지금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아. 나에게 내뱉는 고함이 거짓이라 믿고 싶었다. 불과 몇 분 전에는 꿈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꿈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다. 그에게서부터 전해지는 짙은 처절함이 내 숨통을 조여오고 있었다.

머슨의 몰아치는 단 한 마디에. 내 눈에선 속절없이 눈물을 내보냈다. 도윤을 막고 있는 두 팔로 인해 닦지도 못한 눈물은 턱을 타고 내려와 옷을 적셔갔다.

“너, 누구야...”

믿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그런 얼굴로, 그런 목소리로 겁을 주는게 정말 머슨일리 없다고.

하지만 우습게도, 내가 이제껏 보아왔던 그와 똑같은 체향을 가진 머슨이 바짝 다가왔다. 목 언저리에 손을 얹나 싶더니 피부를 쓸고 어깨를 쥔다. 뺨 위로 그의 뺨이 닿았다.

“나, 케일.”

========== 작품 후기 ==========

*드디어 만났습니다 쨔쟌! 오늘 둘의 재회를 올리지 않으면 독자님들이 지치실 것 같아 연참으로 올려봅미댱

*만난건 좋은데, 머슨 흐콰. 잉?

〈138화, 139화 코멘트〉

독자님 : 아들dl라고 쓰셨어요!

작가 : 허어어억! 뒤늦게발견 ㅠㅠ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 연참 올때 까지 눈 감을 수 없어요

작가 : 덤덤한 듯 단호한 독자님의 말퉄ㅋㅋㅋ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댱 뎨헷

*독자님 : 날씨가 많이 더운데 건강조심하세용 작가님 글 덕분에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합니당

작가 : 와... 진심 찜통이예요 제 방까지 에어컨 기운이 잘 안와서 거의 거실에서 지내고있어요 ㅠㅠ

*독자님 : 머슨이 아니었잖앜ㅋㅋㅋ짜가였다고 ㅋㅋㅋ 그럼 머슨은 아직 에리나 배에 아기가 있는 것도 모르는 거구나

작가 : 넵 머슨은 1도 모르고 있습니다!!그래도 미니밍을 가진 에리나한테 화를 내다닝 ㅠ 너뮤햇

*독자님 : 곧 둘은 재회하나여?! 근데 에리나가 머슨 죽었다고 했는데 괜찮나요?ㄷㄷ 연참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소박한 선물로 쿠폰 뿅뿅! 사랑해요

작가 : 에리나는 아마... 괜찮지 않을겁니다 ㅠㅠ 그리고 선물 감사합니다!오늘이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ㅠㅠ 흡사 산타독자님 ㅠㅠ

*독자님 : 조아라에서 처음 노블 결제하고, 댓 단게 이 작품이예요! 저에게 많은 용기를 주셨죠!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염 허허

작가 : 영광 영광 영광 여엉과앙. 감사합니다!!! 저도 첫 작품에 좋은 독자님들 만날 수 있게 되어 ㅠㅠ 끄흡.. 말잇못.,, (유대감 아무도 끊지못해)

독자님 : (싹둑)

*독자님 : 주인집 아들도 주신아냐?!!

작가 : 도윤이는... 도윤이였습니다!! (짜잔!!)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 토끼s2님 감사합니다^^

*연참 치고는 다음 화가 늦게 올라오는 이유를 맞추시오.(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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