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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33화 (133/170)

13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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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조심해주실래요?

정성과 마음을 바칠 정도로 신실하게 믿었던 종교가 없어서였는지, 이름 모를 어딘가의 신은 나를 싫어하는게 틀림없다. ‘이세계’에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적응도 좀 하나 싶었더니 이젠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랜다.

결과적으로는 세르데벨라가 문을 열어 이곳에 날 던져놓은 것이긴 하지만, 어찌 됐던 그 능력을 ‘신’이라는 작자가 줬을게 분명하니, 내 생각도 썩 틀린 것은 아니지 뭐.

처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건만… 그땐 듣는 척도 안하더니, 정작 가기 싫을 때 가차 없이 나를 보내버린다.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몰래 뒷돈 찔러 넣어주고 나 좀 잘 봐주십사 하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더 황당한 건. 다시 원래의 세상 대한민국으로 돌아왔으면 내 몸 도 돌려줘야지. 그건 쏙 빼놓고 ‘에리나 홀든’ 인 채로 이동되는 건 또 뭐야. 분홍 머리칼도, 즐겨 입었던 밤색 원피스도 전부 그대로인 상태로 턱 하니 몸만 이동되어있는 상태였다.

하아. 내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또 어두워졌네.”

이제는 빛 무리를 소환하는 마법 정도는 숨 쉬듯 시전할 수 있다. 왜냐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 방에서 나흘을 보냈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여느 빙의 소설처럼, 주인공이 빙의 된 채로 살아가고 있을 땐 현재의 시간이 멈춰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은 바람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이 방도 나와 같이 3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듯 많은 것이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내가 쓰던 매트리스가 맞았으나 오랫동안 환기되지 않아 습기 찬 이 방의 곰팡이들이 매트리스를 점령한지 오래된 듯 보였고, 천장이 튼튼하여 겨울에도 눈은 쌓이지 않겠건만 바닥에는 발자국이 찍혔다. 그래 수많은 먼지들이 자리 깔고 누워있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을 만들어 내거나, 불을 켜는 것 정도야 어려움 없이 척척 해결했다. 그러나 다시 머슨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텔레포트를 시전 했지만 푸른 빛만 몸에서 번쩍 하고 나올 뿐이지 나는 여전히 이 방안에만 갇혀있는 상태다. 마왕성, 황성, 세자인, 우리가 묵었던 수도의 여관까지. 머릿속에 그려보지 않은 장소가 없었다. 심지어 폐허가 되어버린 아비츠 저택부터 신전으로 이동하는 것 마저 시도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하기만 했다.

“마력만 닳지.”

케케묵은 매트리스 위에 앉아 측면의 창 밖을 바라보았다. 다 헤져 제 기능을 상실한 커튼 덕에 굳이 손으로 그것을 치우지 않아도 바깥이 훤히 다 보였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과, 거리의 네온사인. 전혀 놀라운 것들이 아니었으나 지금 보니 낯설기만 하다. 밖으로 나가 볼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두려웠다. 원래의 내 몸은 어디로 갔으며 3년 사이 어떻게 변해버린 걸까... 하는 두려움.

이 곳에 에리나 홀든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 하더라도 내가 외국인을 보는 건 괜찮지 나 스스로가 외국인, 아니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되어 길을 걷는 다는건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겁쟁이가 됐지.”

사실, 조금만 기다리면 차원의 문이 열릴 줄 알았다. 하얗고 긴 통로를 통과해 다시 머슨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꼬르륵-’

먹은 것이 물 밖에 없었음에도 각인의 증표 탓인지 기력은 괜찮았다. 이대로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가 고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당장에 퍽퍽한 빵이라도 씹어 넘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주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 돈 한 푼 없는 내가 무슨 여유로 빵을 사먹는단 말인가.

“하아. 산송장 되기 딱 좋은 환경이네”

내가 아무리 집순이라지만 먹을 건 먹고 살았었는데. 이대로 방 안에만 있을 순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왜 빌어먹게 용기가 안 나는 거야. 이 방을 나가버리면... 영영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3년 전의 나처럼, 다시 이 세계에 적응 하려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을 내 모습도 그려지고.

“난 여기서 살고 싶은게 아니란 말이야.”

으으윽! 머리를 쥐어뜯으며 곰팡이가 텃새를 부리고 있는 매트리스위에 몸을 굴렀다.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아래로 떨어져 엉덩이를 세게 박았지만 다친 부위를 문지르지도 않고 그대로 누워있기만 했다.

욱신 욱신-

“드럽게 아파.”

기력을 다해 빛을 낼 수 없는 빈껍데기와 같은 형광등이 눈에 들어왔다.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었지만 괜히 형광등을 향해 손을 쭉 뻗어 보았다. 내 손바닥에서부터 퍼져 올라간 빛 무리들이 형광등 안으로 쏙쏙 박히더니 이내 그 안에서 빛을 낸다.

“오오, 창조 경제. 절대 꺼지지 않는 형광등. 죽은 형광등도 다시 보자.”

실속 없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첫 날은 허망했고 둘째 날은 분노했으며 셋째 날은 낙담했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 정신이 어떻게 돼버릴 것 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케일은 자신에게 맡기라며 깔깔 웃었던 세르데벨라의 낯짝이 떠올랐다.

“아오!”

속에서 열이 넘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상체를 일으켜 앉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누구 좋으라고 내가 이렇게 미련하게 있어. 나가자, 죽이되든 밥이되든 무슨 얘기를 듣든 일단 나가는거야.

이렇게 멍하니 있어봤자 해결 되는 건 없어!

내일 아침이 밝으면 사라 없어질 의지일지언정 지금 만큼은 아주 굳건했다. 정말 오래 생각하여 다짐 한 만큼 결심에 찬 주먹을 불끈 쥐곤 외쳤다.

“나간다!!”

“꺄아아악!”

“?!!”

아이씨, 놀래라!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현관 쪽에서 주황 불빛이 비춰지고 있었다. 내가 쏘아 올린 것은 아니었고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바깥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욱신 거리는 엉덩이를 쥐며 방 밖까지 나가 보았다. 고개를 빼꼼 내밀자

“아이고! 어머니 아버지!”

또 다시 고함이 들린다. 화통을 삶아 먹은 듯 발성이 아주 끝내주시는 아주머니였다. 반사적으로 두 귀를 힘껏 막았다.

아주머니의 요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귀, 귀신이면 물러가고 사람이면 나와라!!”

네, 사람이예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나서자 또 한 번 비명을 질러댄다. 사람이면 나오라면서요! 덩달아 놀란 나는 총도 없는 아주머니를 향해 두 팔을 들고 항복하는 듯한 제스쳐를 보였다.

“사, 사람 인데요!”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던 아주머니의 동공이 급격하게 풀어지더니 이내 머리를 잡고 바닥에 풀썩 쓰러져 버린다.

“아주머니!”

*

덥다 더워.

선풍기도 없이 손부채질을 한 시간 동안 하고 있으려니 아주 죽을 맛이다. 바닥에 쓰러진 아주머니는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아버지! 아직 날 데려가지 마요!’ 라고 외쳐댔다. 힘이 딸려 손 부채질을 멈출 때만 골라서 말이다. 일부러 그러는 거죠 지금?

슬슬 한계를 느끼고 아주머니 몸을 흔들어 깨워볼까 하고 생각될 때 즈음, 그녀의 눈꺼풀이 조금씩 떨리더니 이내 진한 갈색 눈동자가 내 얼굴을 담았다.

“?!! 아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주머니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나와 거리를 급격하게 벌린다.

“여, 여긴 어디예요”

“어디긴요. 아주머니가 두 발로 찾아왔잖아요. 이 자취방에.”

“사람이에요?”

“네”

아주머니의 눈동자가 휙휙 움직이며 나를 빠르게 훑어 본다.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상태로 손가락을 힘없이 들어 올려 나를 가리켰다.

“근데 머리색이 왜 그 모양이야, 연예인 이예요?”

“아, 이거…”

연예인은 아니고... 지망생이라고 해둘까?

“외국인인가?”

“예?”

“생긴 것도 그렇고 외국인 맞나보네.”

혼자 답을 내리더니 이내 확신 까지 한 아주머니를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뭐라고 믿으시든 그게 정답입니다. 외국인 인 것을 확신하자마자 아주머니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것을 곧바로 느꼈다. 그 증거가 바로 예고 없이 짧아진 아주머니의 말투다.

“돈 벌러 한국 온거야?”

“예, 그릏섬미다(네, 그렇습니다.)”

발음 까지 꼬아대며 난 열심히 외국인인척 하기 시작했다.

“여긴 어떻게 들어 왔어, 잘 곳이 없어서?”

“...예.”

아주머니가 화들짝 놀라더니 내 등을 찰싹 때린다.

“아무리 그래도 여긴 안 돼! 여기서 오한 안 들어?”

“초큼 춥긴 했지만…”

“그래! 여기서 3년 전에 사람이 죽어 나갔어! 그 이후로 이 방에 살겠다고 사람들이 아무도 안 오니까 집 주인도 그냥 버려둔 거야”

“...뭐라구요?”

심장이 덜컹, 발 아래까지 떨어졌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얼굴의 근육이 마비라도 된 것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놀랐지? 3년 전에 여기 살던 대학생이 심장마비로 하루아침에 죽어나갔거든. 저, 침대도 그 학생이 쓰던 거라니까.”

3년전, 침대, 대학생. 그 심장마비로 죽었다던 사람은 나였다.

========== 작품 후기 ==========

*독자님 : 안돼요 울머슨 ㅜㅜ 에리나 빨리 머슨한테 가자

에리나 : 잠깐만, 내가 지금 죽었는데 가긴 어딜가. 내가 갈 곳은 무덤 뿐.

작가 : (안쓰럽)

*독자님 : 헉 차원이동하면 애기는 어캐요ㅠ 원래세계로 돌아가면 몸도 돌아갈텐데

에리나 : 내가 갈 곳은 무덤 뿐.

작가 : 애기는 무사합니다!

*독자님 : 주신은 멍청한 성녀를 도대체 왜 뽑은거야!!

주신 : (취미 : 방관, 특기 : 방관 + 모르쇠)

*독자님 : 이제 머슨은 에리나 혼자나간다고 하면 경기 일으킬 것 같아요.

작가 : 네... 머슨은 폭발중입니다....

*독자님 : 아기둥절(?)

작가 : 우쮸 우르르르꺄뀽 꺄뀽!!

아기 : (태어나고싶다. 태어나서 때리고 싶다.)

*독자님 : 오타났어용! 제가 생각한대로 에리나가 차원을 넘어가다니ㅜ 뿅망치 뿅망치!

작가 : 보기에 도의적으로 불편한 내용만 아니라면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용!〉〈 이미 결말까지 생각해 놓은 작품이고, 첫 작품이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닷 헿..(내공부족)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집사 독자님들! 고양이가 너무 많이 깨무는데 무슨의미인가요?

냥 : 널 깨물어 죽이겠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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