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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31화 (131/170)

131편

<-- 17. 이제와서요? -->

*

다음 날. 황성을 떠날 때가 돼서야 겨우겨우 황제를 만날 수 있었다. 일국의 황제란 마왕보다도 만나기 힘든 존재라는 걸 새롭게 깨닫는다.

“황제라는 직업이 확실히 농땡이 피우는 직업은 아니었네요.”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건가”

“지난 전적을 보면 못 할 말도 아니죠.”

“마왕님께서도 황실에 머물면서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머슨한테 안부다. 황제한테 조금 더 깝쭉 대고 싶었으나 머슨 눈치 때문에 나를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 그의 상황을 고려하여 한번 참아주기로 했다. 운 좋은줄 알아라

“너에게 좋은 감정은 없다.”

“알고있습니다. 그러실수밖에요.”

뭐야, 분위기 왜이래?

황제는 머슨에게 허리를 굽혀 한동안 깊숙이 예를 갖추었다. 그러다 몸을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로인해 깜짝 놀라 몸이 크게 떨렸다.

왜, 왜

“미안하고, 고맙다.”

“딱히 그런 말을 들을 행동은 안한 것 같은데요”

“네 덕분에 깨달은 것이 많았거든. 그리고 널 내버려 둔 것도 미안하구나.”

“아 테론 아비츠의 지하감옥이요? 그거 끔찍했죠. 하지만 괜찮아요, 결국 머슨이 아니 마왕님이 구해주러 왔으니.”

황제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너에겐 마왕님이 계시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죠.”

“그건 너에게만 해당되는 말 같은데.”

하하, 그런가.

멋쩍게 웃고 있는데 머슨이 내 어깨를 잡아 끌어당긴다. 얜 또 왜 이러는거야

“에리나 늦은 거 아니야?”

“약속을 잡아 둔 건 아니지만, 여유부릴 만큼 시간이 많은 것 도 아니지.”

“그럼 어서 가자.”

고개를 끄덕여주곤 내 어깨에 달라 붙어 있는 머슨의 손을 떼려 몸을 털었다. 그러나 오히려 더 강하게 안아온다. 아 그래 간다 가

“다음 번에 만날 때에 너에게 예를 다하지.”

“네?”

“마왕비...이지 않은가”

괜히 머쓱해졌다. 그리고 그런 대접을 받는 다는 것에 영 익숙하지 않은데 말이지, 오히려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이편이 더 편하기도 하고.

“아뇨 굳이 그럴 필요는…, 아 , 머슨 아직 인사하고 있잖…!”

팟!

푸른 빛이 몸을 감싸더니 이내 메슥거림이 찾아온다. 머슨이 강제로 텔레포트 시킨 것이었다. 정신이 좀 나아지자 마자 퍽퍽 소리가 나도록 그의 팔뚝을 힘껏 때렸다.

“나 텔레포트 할 때 마음의 준비 해야 한다고!”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황제랑 오래 이야기 하는게 싫었어.”

“허? 그 얘기 언제 까지 할 거야. 그리고 뭐가 이렇게 당당해?!”

“나만 봐.”

“아이씨, 너만 본다고 몇 번 말해.”

더 맞아, 더 맞아. 때린건 나였으나 타격이 있는 것도 나였다. 아 손 얼얼해. 반면 머슨은 아주 멀쩡해 보인다. 내가 쏘아보자 갑자기 팔뚝을 쓸며 뒤늦은 아픈 척을 해 보였다.

“...그게 더 열 받아.”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텔레포트 한 이후 의미없는 투닥거림으로 내가 딛고 선 이곳이 어디인 줄도 파악하지 못했다. 머슨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니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여기가 어디인지 정도는 단 번에 알게 되었다.

잔뜩 풀려있던 몸에 다시 긴장감으로 힘이 들어간다.

굳어 있던 손 마디 아래로 머슨의 손가락이 닿아 톡톡 건드려본다.

“신전 앞이야.”

“알고 있어.”

간다 간다 말했지만 막상 실제로 찾아오니 겁이 나거나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장소에서 심한 상처를 입었던 머슨의 모습 또한 다시 떠올랐다. 그때만 생각 하면 가슴 속이 먹먹해진다.

그러나 물러서기엔 내 의지는 굳건했고 여기 까지 온 상황에서 발길을 돌릴 마음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나에게서 별 다른 신호가 없다면, 딱 30분 까지만 기다려. 그 후론 네 마음대로 해도 돼.”

“응”

“하아, 그럼 가볼까.”

“다치지 마.”

“걱정 마.”

머슨을 바라보며 씨익 한 번 웃어주고는 여기에 서서 기다리라고 못 밖아 두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거대한 신전의 문을 열어젖히고 정문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거기, 누구십니까? 미사는 취소 됐어요. 당장 돌아가세요.”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상한 낌새를 맡은 신전기사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겁이 났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지, 이미지.

신전기사들의 몸이 벽에 찰싹 달라 붙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자 놀랍게도 그것이 실현되었다. 내 몸에서부터 푸른 빛들이 터져 나가더니 점액질의 형태로 바뀌어 신전기사들의 허리 춤에 닿아 벽으로 밀쳐낸다.

“윽!”

이곳저곳 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들이 언제 풀려날 수 있을지는... 제가 마법초보라 정확한 시간은 모르구요. 대충 예상해보자면 내일 해가 떠오르기 전에는 풀려나지 않을까 싶네요.”

내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달려온다 싶으면 10초도 되지 않아 ‘억!’소리와 함께 벽과 진한 포옹을 하기에 바빴다.

별 다른 장애물 없이 난 성녀의 방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의 기세를 몰아 한 방에 쳐들어 가는거야!

크게 호흡하고 내뱉음과 동시에 문을 힘차게 열었다.

나와라, 보스!

“...”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방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하다못해 진부한 물 싸다귀라도 날아올 줄 알았더니. 내가 마음 먹은 것과는 전혀 다르게 오히려 뻘쭘해질 정도의 냉대였다.

한 발, 한 발 방안으로 들어섰다.

“세르데벨라 르네!”

외쳐 봐도 주인 없는 방 만이 나를 반기고 있을 뿐이었다.

굳게 닫힌 커튼과 반듯한 이불보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지 꽤 되어 보였고 죽은 자의 방도 아니건만 냉기가 돌아 괜히 털이 삐쭉 서는 느낌마저 들었다.

넓은 방안을 한 바퀴 빙 돌아보았다. 이렇다 할 장치나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세르데벨라가 신전을 놔두고 도망갔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전에 봤던 그대로 그녀의 물품들이 온전히 이곳에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내 키는 훌쩍 넘을 만큼의 커다란 책장에서 책 한권이 눈에 띄었다. 아니 한 줄을 가득 채울 정도로 빼곡한 제목 없는 책들이.

지난 번, 실수로 이것을 떨어뜨렸을 때 성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던 것이 생각난다. 뭔가 있는 걸까? 값비싸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아비츠 백작 사건과 관련된 것 말고도 또 뒤가 구린 짓을 꾸미고 있는 걸 수도…

발꿈치를 세우고 그것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겨우 손가락 끝이 닿아 조금 조금씩 책이 빠져나오는데, 내 의도와는 다르게 그것이 손에 잡히지 않고 그대로 내 머리위에 떨어져버린다.

“아씨”

빨갛게 부어있을 이마를 생각하며 거칠게 문질렀다. 이것 가지고 머슨이 혹시나 오해 하면 안 되는데…. 그냥 마법으로 꺼낼 걸 괜한 짓을 했다.

바닥에 떨어진 책을 무심하게 집어 들었다. 전에 본대로 와인색 겉표지에는 어떠한 글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손 끝이 질감 좋은 책의 끄트머리로 향했다. 그리고 표지를 건너뛰고 몇 장, 종이를 넘겨 보았다.

“...”

사락- 소리와 함께 넘어간 책의 페이지는 내가 상상했던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의외의 것이었다.

전신에 힘이 쭉- 풀리며 손 위에서 책이 흔들거렸다. 겨우 그것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내가 주저앉는 것을 막을 정도는 되지 못했다.

“말도...안 돼.”

한 글이 보였다. 이 세계에선 절대 보여선 안 될 한글이.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내용은 더욱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왕 케일하르츠 블란 페리어 로덴하리어는 자신의 수하를 잃은 슬픔과 그와 동시에 찾아온 몸을 휘감는 분노로 수하의 신체를 섭취했던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다 그들의 시체로 길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손가락질 한 번에 온 몸에서 피가 터지며 차례 차례 죽어 나갔다. 그야 말로 대학살 이었다.’

이 문장. 익숙하다. 아니 모를 수가 없다. 내가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도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이 바로 이 책의 첫 구절이었는데!

홀린 듯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의심의 여지없이 정말 내가 읽던 그 소설이 맞았다. 현실의 괴리감을 가져다 주었던 책들의 묘사도 똑같이 표현 되어있었다. 이를 테면 자신의 이익은 챙길 줄도 모르고 남 걱정 하느라 일생을 다 보낸다던 그 성녀라는 캐릭터 말이다.

‘에리나 양은 지금 망상에 빠져 있어요.’

처음 세르데벨라와 이 곳에서 대화했던 날이 생각난다. 분명 그렇게 말했었지. 하지만

“망상에 빠진 건 내가 아니라 너였어, 세르데벨라.”

========== 작품 후기 ==========

*독자님 : 정주행 하다가 중복되는 편 봤어요 28편 전후 인데 정확하게는 기억이안나네요 ㅠㅠ

작가 : 헛! 감사합니다 25, 26편이 중복되어 업데이트 됐었네여 ㅠㅠㅠ 덕분에 수정했습니당 뽀뽀쮸아아아압

독자님 지인분 : 어디서 부항뜸?

*독자님 : 저도 고양이들때매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 살아여 ㅠㅠ

작가 : 오타난 것을 이렇게 예쁘게 알려주시다니 ㅠㅠ 엉엉 (주위라고 쓴 작가) 독자님의 그 배려심과 예쁜마음씨...전 진짜 복 많은 작가인가 봅니다 ㅠㅠ

*독자님 : 언니 칼 갈았다 널 때리러가

작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폭소)ㅋㅋㅋㅋㅋㅋㅋ(대폭소)

*독자님 : 에리나가 집에 가는 플래그가 세워진것 같아서 불안불안 해여 ㅠㅠ

작가 : 발동!!

독자님 : ??!

*독자님 : 냥이들은 관종병이 있어서 관심 안주면 와서 비비적 거려영

냥 : 우리집 집사도 관종병이 있어서 관심 안주면 비비적 거린다냥

작가 : 놀아줭 ㅠㅠ 제발 나좀 봐줭 ㅠㅠㅠ 엉엉 ㅠㅠ

독자님 : 작가님! 댓글 달고싶었는데 ㅠ 이제야 다네요 ㅠㅠ 보고싶었어요!

작가 :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ㅠㅠ 완결까지 손을 쉬지 않는 작가가 되겠슴미다 ㅠㅠ 크헝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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