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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28화 (128/170)

128편

<-- 17. 이제와서요? -->

“제 발로 뛰쳐나가게 만들어야지.”

“...”

호기롭게 꺼낸 말에 비해 주위는 찰나의 침묵을 머금었다. 멍하게 앉아 눈만 깜빡이던 에반이 고개를 세차게 털어보였다.

“겁이라도 줄 생각이야?”

“필요하다면.”

“황실에서도 손 놓은 걸 네가 어떻게 하게”

“황실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내가 나선다는 거야.”

“그러니까 에리나 네가 무슨 수로…”

말하는 에반의 시선 끝에 머슨이 걸려있었다. 의문을 품고 직진만 하던 눈동자가 세차게 떨리며 잠시 주위를 한 바퀴 빙그르 돌더니 제 자리를 찾듯 나를 향해 안착했다.

“…그래, 믿어.”

저기요, 질문을 끝내기도 전에 스스로 대답하지 말아주실래요

“나도! 나도 데려 가!”

체닌이 끼어들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쪽을 퍽! 퍽! 소리가 나도록 쳐댔다.

“그년이 빌빌 기는 모습을 반드시 보고 싶어! 이 두 눈으로 꼭!”

그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넥 라인 위로 보이는 맨살이 체닌 만큼이나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건 안 돼.”

이 한마디에 체닌의 얼굴이 절망으로 우겨졌다. 그러나 포기의 의미는 아니었는지 방금 전 열의에 차 소리지르는 것과는 다른 기색으로 언성이 높아진다.

“왜. 왜! 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그 년을 죽이는 상상을 했어. 나를 나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아버린 것이 그 빌어먹을 돼지 자식이라면, 세르데벨라 그년은 내 머리채를 잡고 절망으로 집어 던진 장본인이라고!”

갑작스레 따지듯 얘기하는 체닌의 언사에 머슨이 움찔했지만 테이블 밑으로 손을 내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그를 제지시켰다.

체닌이 무어라 더 말하기 전에 황급히 에반이 그녀를 말렸고 나는 묵묵히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내가 가면 왜 안 되는 건데! 그냥 얌전히 앉아서 구경만 한 대잖아. 그년이 실의에 빠져서 멍청한 얼굴로 울고 있을 때 비웃어 주기만 하면 되는데!”

“방해야.”

“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는 체닌을 힘겹게 잡고 있던 에반 마저 멈칫 할 정도로 단호하게 얘기했다.

“너 같은 애가 오면 방해되기만 한다고. 그러니까 얌전히 기다려.”

차마 반박할 수 없었는지 그녀의 두 주먹이 어느 것 하나 내리치지 못하고 팔 아래에서 떨리기만 한다.

“내가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 다 알면서 어떻게 네가…”

“어떻게 네가 그런 말을 하니? 널 나락으로 집어 던진 사람이 세르데벨라 라고, 그렇다면 너 때문에 나락에 빠진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뭐라 생각할까. 비웃을까?”

“...뭐?”

“평생을 살아오던 집을 눈앞에서 빼앗길 뻔 한 세자인의 사람들, 애지중지 키웠던 손녀를 나이 많고 음흉한 귀족에게 넘겨야 했던 촌장님, 비열한 수에 속아 미약에 취한 남편을 봐야 했던 과거의 나까지.”

“...”

“이렇게 앞 뒤 생각 하지 않고 자신 밖에 모르는 얼간이를 데려가는 건 내 입장에서 무척 방해되는 일이라고.”

체닌의 기세가 한 풀 꺾였음을 느꼈다.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는 눈꺼풀이 힘에 겨워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눈물이 과거에 대한 반성인지, 혹은 더 이상 떼를 쓸 수 없게 만드는 나의 단호함에 화가 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못나 보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뒤늦은 부끄러움이 찾아와 그러는 것인지... 나로선 알 수 없었다.

더 이상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던 체닌이 선택 한 것은 바로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그녀의 침울함을 알고 구두소리가 조용하게 바닥을 울렸다. 단지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고 있지 않아서 그것이 유독 크게 들렸을 뿐.

“아...”

삽시간에 방안을 가득 메운 썰렁한 분위기에 가장 불편해 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에반이었다. 당장에 체닌을 뒤따라가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예의를 아는 그였기에 섣불리 자리를 떼지 못하고 엉덩이만 의자 위에서 들썩인다.

“음…어, 그... 내일 아비츠 백작 처형일 인건 알지? 마, 마왕님께서도 가시는…”

“가 봐.”

“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부단하게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서 체닌 얘기 들어줘야지.”

“...”

“우리도 온지 얼마 안됐잖아.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고마워”

드디어 감정와 같은 표정을 낼 수 있게 된 에반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머슨에게 짧은 인사를 한 후 체닌의 뒤를 쫓아 나갔다.

나와 머슨, 둘 만 남겨진 이 방에는 아직 식지 않은 차 네 잔이 덩그러니 담겨있었다. 흔들림 없이 고요하고 맑은 표면위에 비춰진 주인 없는 자리가 공허했다.

“잘 참았어.”

머슨의 손을 가지고 이리저리 만지며 장난을 치다가 엄지를 손 안 가득 부여잡았다.

“에리나도 잘 참았어.”

“난 별로 참은 거 없는데.”

“세자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멱살이라도 잡을 줄 알았거든.”

아, 체닌의 바락바락 소리지르는 그 주둥이를 때려주고 싶은 건 확실히 참았었다.

“지금의 체닌은 예전만큼 무식하진 않잖아. 생각이라는 걸 좀 할 수 있게 된 느낌이랄까.”

“에리나의 욕은 언제 들어도 재미있어.”

야, 나 방금 욕한 거 아니고 칭찬한 건데?

머슨이 의자를 내 쪽으로 바짝 끌어와 앉으며 정수리에 뺨을 기대어 올렸다.

“그래서 이젠 그녀가 좋아?”

“좋다기 보다는 좀... 짠한 느낌이 들기도 해.”

“짠한 느낌?”

“응. 가끔 불쌍해 보일 때가 있어. 뭐, 정신 차리려면 엉덩이 좀 몇 번 걷어 차줘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내 정수리에 맞닿은 머슨의 뺨이 부벼지는 것이 느껴졌다.

“에리나가 그렇게 생각한 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 할게.”

너는 주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다만… 아니, 아니다. 너의 주관은 너무 가혹해.

서로를 느끼며 앉아있던 것도 잠시. 우리는 황제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온다는 연락도 없이 남의 집에 불쑥 찾아온 거나 다름없으니 인사 한마디 정돈 해야겠지. 그러나 텔레포트 하여 이동한 그곳엔 황제대신 그의 보좌관만이 있을 뿐이었다.

머리가 희게 센 보좌관은 연륜의 덤덤함과 예의를 지니고 있는 자였다. 공중에서 팟! 하고 나타난 우리를 지켜보았음에도 호들갑 떨지 않았고, 머슨의 얼굴을 이미 알고는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황제는 내일 있을 처형식과 아비츠 백작의 재산 압수 건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괜히 마왕이 끼어들어 그의 일정에 혼란을 주는 것은 또 민폐인 것 같아 처형식이 끝나고 만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우리는 보좌관의 안내를 받아 방 하나를… 아니 별궁 한 채를 통째로 빌릴 수 있었으며, 이에 딸린 시종들도 어마어마했다. 심심하지 않도록 악사와 희극배우, 음유시인들의 목록도 건내 받았다.

“성의는 알겠지만 이런 건 좀…”

부담스럽거든요.

대접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 평생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내가 이것들을 전부 누릴 수 있을리 만무했다. 넘치는 것을 받아 마음이 무거울 바에야 거절하는 것이 백배는 낫다. 결국 우리는 별궁도, 시종도, 악사도 거절한 채 방 한 칸만을 빌렸다. 물론, 방 안에 방이 있어 집이라 불리는 게 더 맞을 것 같은 곳이었지만.

처형일이 끝나기 전 까진 별 다른 일이 없어 바깥 구경이라도 나갈까 싶었지만, 마음 먹은 순간 창 밖으로 얇은 빗줄기가 땅을 적시기 시작했다. 가벼운 소나기 일 것 같아 그치길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밤이 되었고, 머슨과 둘이 노닥거리는 시간도 썩 나쁘진 않았기에 (사실은 엄청 즐겁다.) 큰 아쉬움은 없었다.

저녁식사를 마친지 한참이 돼서야 우리의 방에도 빛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머슨의 숨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나 또한 잠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똑- 똑-’

이제 막 정신을 잃으려는 찰나에 들리는 노크소리는 차라리 꿈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귀찮았다.

‘똑- 똑-’

하지만 역시 꿈이 아니네.

황제인가 싶어 이불을 걷고 일어나자 머슨이 내 팔목을 잡는다.

“내가 나가볼게.”

“아냐. 자”

그의 어깨를 힘껏 눌러 침대 위에 눕히곤 이불을 목 바로 아래까지 꼭꼭 덮어 주었다.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는 머슨이 이렇게나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귀여워.”

쪽- 이마에 뽀뽀를 남기곤 정체불명의 노크소리가 나는 문 쪽으로 향했다. 더듬더듬 손을 짚어가며 가느라 시간이 좀 지체됐고 그 사이에 소리가 멈췄다.

“누구세요?”

문고리를 잡고 황급히 문을 열자 빛이 쏟아져 눈을 자극했다. 으 눈시려.

“...미안, 잤어?”

돌아가려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돌린 체닌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배고파서 아사직전인 작가.

작가 : 토할것같아요(배고파서)

*독자님 : 앗싸 일빠

작가 : 가장 빠른 것이 대출업체 인줄로만 알았는데...(박수)

*독자님 : 천신은 세르데벨라가 제아무리 시앙뇨온 이라도 예뻐보이겠죠?

작가 : 그렇죠...예...(착잡)

천신 : ???

*독자님 : 말없이 타사로 갔을까봐 검색어 18로 하고 찾아봤었어용!!

작가 : 조아라랑 이북계약이 완료된 상태임미댯. 뼈아라(뼛속까지조아라)이니 여기서 찾아주세용 〉〈

*독자님 : 사랑해요

작가 : 저도요 (쌍방, 결혼, 강제)

은팔찌 : 주인찾으러 왔는데요.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 옥수수수영차님 감사합니다^^

*추가

아 헐!! 머예여 선작 10000 돌파!! 감사합니다 !!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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