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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26화 (126/170)

12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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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테론 아비츠의 저택에 갇혀있을 때 벌어진 바깥 상황의 일은 머슨을 통해서 낱낱이 전해들을 수 있었다. 반역을 일으킨 아비츠 백작의 군대는 검 한번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진압 됐으며, 사전에 피에르와 레이넌을 세자인에 보내 놓았던 덕분에 백작의 흑마법사군대를 막을 수 있었다고. 황제의 자리를 꿈꾸었던 백작의 야망은 첫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곧바로 지하 감옥 제일 끝자락에 위치한 독방에 갇히게 되었다.

“어차피 사형일건데 뭐가 이렇게 처분이 늦어?”

내가 마왕성에서 몸을 회복한지 스무 밤이 넘은 것 같은데, 그 후의 백작에 대한 처분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 없이 이상하리만치 잠잠하여 의문을 품던 와중이었다.

“어떻게 죽이냐가 그렇게 고민 할 문제인가.”

“죽이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지.”

“무능력한 반역자를?”

질문 했으나 머슨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한 번 개봉한 흔적이 있는 서류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

“...”

눈이 글을 읽어 내리는 내내 어이없음에 헛바람이 자꾸 튀어나왔다. 교수형에 처한다는 아비츠 백작의 처분은 명확했고, 내용 또한 길지 않았으나 난 쉽사리 서류를 내려 놓을 수 없었다. 이런 내 반응을 예상했는지 머슨이 다가와 기어이 내 손에서 그것을 빼앗아갔다.

“...말이 돼?”

“인간들로선 최선이었겠지.”

“아니, 남의 일처럼 얘기 하지 말고”

“남의 일 맞아. 우리가 왜 세르데벨라 르네에 대한 것 까지 신경 써야 하지?”

“그럼 이대로 세르데벨라가 버젓이 성녀 노릇을 계속 해도 괜찮다는 거야?”

요 며칠 변화가 생겨버린 몸 상태 때문에 회복에만 집중하려 부러 바깥일에 대한 관심을 줄였었다. 반란은 진압됐고, 체닌과 에반은 무사히 황성에서 지내고 있으며 세자인도 위협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충분히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수초 전에 본 이 서류의 단 한줄이 나를 신경질 적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비츠 백작에게 반란을 일으키라 지시한 성녀가, 체닌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성녀가, 흑마법사 군대를 양성하여 수 많은 이의 목숨을 빼앗은 성녀가... 아무런 형벌도 받지 않는 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비츠 백작을 지금 까지 살려 둔 것은, 성녀가 행한 행동들을 낱낱이 밝히기 위함이었고 죄인과 동시에 증인으로 활용하여 황실 측 에선 신전을 상대로 성녀에 대한 단죄를 증명하려 했으나, 주신께선 아무런 답도 내리지 않아 결국은 무산되었다는 소리이다.

“성녀는 인간이 아니야. 신의 대리인이지. 세르데벨라 르네가 인간의 법률에 속해있지 않은 건 당연해. 반역을 일으켜도, 인간 황제를 죽여도 성녀를 벌 할 사람은 없어. 인간 중에선 말이지.”

“뭐 그런게 다 있어. 꼭 주신이 응답해야지만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거야? 성녀를 그딴 범죄자로 뽑아놓고 이렇게나 무책임하게 방관하면서?”

열이 머리 끝까지 올랐다. 그럼 이 나라에 황제가 왜 있는거야. 성녀가 지지고 볶고 지 알아서 다 할 수 있는 거면 황제가 무슨 소용이냐고!

“이례적인거야. 수 천년의 세월 동안 어느 성녀 중 인간사에 관여한 성녀는 없었어. 그저 신의 말을 전하고 신자들을 위로하는 일을 했을 뿐이야.”

“그럼 지가 잘 못 뽑은 거 알았으면 빨리 빨리 갈아 치워야 할 거 아냐!”

머슨이 잘못한게 아닌 줄 알면서도 괜히 언성을 높였다. 따지고 보면 나는 근본이 인간이고 쟤는 근본이 마왕이지 않는가 신에 조금 더 가깝고 몇 번 만날 수 있는 사이면 가서 적극적으로 항의라도 해보란 말야!

“걔가 보통애도 아니고,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천신이랑 짜고 치고 다음 번엔 더 치밀하고 더 악랄하게 일을 칠텐데, 신자들은 또 거기서 가만히 앉아 기도나 하고 있어야 하냐고”

겉보기엔 모든 것이 다 해결 되고 꼬였던 실타래가 다시 풀려가며 자리를 찾는 줄 알았건만 악의 근원은 여전히 빳빳하게 고개를 든채 세차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꼴이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아 다시금 서류를 확인 하려는 순간 작은 불꽃이 일더니 그것이 재가 되어 협탁 밑으로 떨어졌다.

“괜히 화만 더 나.”

허공에 멈춰 버린 갈 곳 없는 손을 머슨이 마주잡았다.

“인간들은 할 수 없어도. 난 할 수 있어.”

“...”

“내가 두고만 볼 리 없잖아. 감히 에리나를 다치게 한 걸 말이야.”

“...”

“그러니까 에리나는 화내지 않아도 돼.”

상기되어 있는 내 목소리를 토닥여 주듯 머슨이 부드러운 어투로 얘기했다. 그 내용은 썩 어울리지 않았다만 잔잔한 머슨의 말을 듣고 있자니 신기하게도 호흡이 점차 내려간다.

그래, 넌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었던 거야. 내가 굳이 따지지 않아도 인간들이 뭘 어떻게 처리 하던 간에 모든 판단을 마쳤던 거야.

“...넌 마왕이니까.”

“응. 나는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지 않아.”

머슨이 내뱉은 이 말 한마디가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방금 전 남의 결정에만 의존 한 채 버럭 소리를 질렀던 내 모습이 겹쳐오면서 몸 속 깊이 작은 부끄러움이 자리를 잡았다. 그 위로 의지가 덮이고 용기가 깔린다.

손가락 마디마디 파고드는 그의 손가락을 느끼고 나또한 그의 손을 힘주어 쥐었다.

“인간계로 가자.”

한참이나 큰 머슨을 올려다보니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넌 아무것도 하지 마.”

“에리나?”

“내가 해. 한 방 맞았으면, 열 방 쳐줘야지.”

“위험…”

“하지 않아. 나도 이제 인간 아니니까.”

*

가져온게 없었으니 가져갈 것도 없었다. 맨 몸으로 마왕성을 나오자 레이넌이 맨발로 뛰어오며 이것저것 나에게 떠안겨주기 시작했다. 영양제, 정체모를 마도구들, 여벌의 옷, 수제도시락 등등 그것이 너무 많아 두 팔로 가득 안았지만 자꾸 밑으로 쏟아져 내려갔다. 하나같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머슨이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지나쳐 갈게 뻔하니 그보다 만만한 나에게 이것저것 안겨주는게 뻔했다. 내가 힘들어 하는 걸 본 머슨은 그것들을 가볍게 쥐어 레이넌에게 다시 넘겨 버렸다.

“필요 없다.”

“하, 지만, 마왕님!”

우리가 떠난 다는(정확히는 머슨이) 소식을 듣고 밤 새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눈 밑엔 다크서클이 진득하게 깔려있는 레이넌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피도눈물도 없는 마왕은 그런 레이넌이 귀찮기만 하다는 듯 아예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버렸다.

“이건 가져갈게요. 배가 고플 것 같아서.”

보다 못한 내가 그가 손수 쌌다던 수제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그제야 안색이 밝아지며 몇 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감사했습니다. 그럼 이만.”

더 이상 지체했다간 피곤한 일이 계속해서 생길 것 같아 서둘러 인사를 마치고 머슨의 옆구리를 툭툭 쳐댔다. 그가 내 어깨를 감싸 쥐더니 푸른빛이 일렀고, 익숙하지만 적응은 되지 않는 역겨움이 찾아왔다.

“우웨엑-”

메슥거림이 평소보다 심하게 찾아오고 머리에 기압이 가득 찬 것처럼 어지러웠다. 잠시 시야가 흐려져 잠시 앉을 곳을 찾아 두리번대는데…

“꺄아아아악!”

“우아악 머야!”

많이 듣던 비명이 정신을 더 어지럽혔다. 잠시 쉴만한 곳을 찾다 주저 앉은 곳은 푹신한 침대 매트리스 위 같았으며 흐린 시야사이로 서서히 맞춰지는 초점으로 살색이 보였다.

“살색?”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무언가 윤곽이 보이려던 찰나에

“정신 건강에 안 좋아.”

순식간에 시야가 닫혔다.

“뭐야, 머슨?”

눈가를 더듬거려 만져보니 그의 뜨거운 손이 느껴진다.

“나가!”

“나가!”

내 물음에 대답한 건 머슨이 아니었다. 아주 잘 알고 있는 그 목소리들. 에반과 체닌이었다.

========== 작품 후기 ==========

작가 : 엄허 너네 뭐하닛?(부끄)

체닌&에반 : 뭐 하기도 전에 초를 쳐놓고 뭐?!

*독자님 : 독자가 부릅니다. 떳다 그녀! 아 개조앜

작가 : 독자님의 장단에 맞추어 전 춤을 추겠습니다.(덩실덩실)

*독자님 : 재주행하고 갑니다〉〈!

작가 : 와왛 재주행 해주시다닝 뽑호 쮸압쮸압

독자님 : 저 이런거 진짜 싫어해요.

*독자님 : 저도 넘 힘들때 작가님 글보면서 잊어버리고 힘내고 그랬어요 작가님 힘내요!

작가 : (의지가+10000상승) 아놔 지쨔 독자뉨! 아 지쨔 이렇게 울리기 있기없기?

*독자님 : 기다렸어용! 〉〈

작가 : 9ㅅ9 저도 정말 보고싶었습니다 천사독자님들 ㅠㅠ 지지난화 달린 101개의 코멘트 읽는데 맴찢..큽.. 독자님들 덕분에 용기내서 다시 글 써보아요 ㅠㅠ 항상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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