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편
<-- 16. 죽기 전에 감옥 한 번은 갔다와야 하지 않을까요?-2 -->
아비츠 백작이 이를 내보이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곧 흑마법사들이 세자인에서 텔레포트를 시전하고 이 곳으로 올 것이다.
백작이 어떤 카드를 쥐고 있는지, 머릿속에 어떤 계략이 숨어 있는지 황제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가 백작에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백성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할지에 대해서는 가늠이 힘들었다. 흥분으로 고조된 백작은 물러설 기미가 없어보였고, 머지 않아 흑마법사로 구성된 사병들이 몰려들 것이다. 황성을 벗어나 민가에 까지 피해가 끼칠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내내 여유롭던 황제의 미간이 후회로 몰려들었다.
‘그렇다면 흑마법사들이 도착하기 전에 상황을 끝낸다.’
황제는 당연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전투를 지휘하는 수장이 더 이상 전투에 임할 수 없게 되면 흑마법사들도 목적을 잃고 방황하게 될 게 뻔했다.
거대한 황성의 문을 사이에 두고 황제가 아비츠 백작의 군대를 향해 크게 외쳤다.
“우리의 목적은 황성을 수비하는 것이 아니다! 눈앞의 반역자들에게 단죄를 내리는 것이다!”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뭉쳐있는 황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군사들의 사기가 한껏 올라갔다. 터지는 함성소리에 아비츠 백작이 주춤 하며 말의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그 또한 자신의 사병들을 향해 외쳤다.
“앞으로!”
검은 갑옷을 몸에 두른 사병들이 열을 맞추어 일정한 걸음걸이로 백작을 호위하듯 둘러쌓다. 백작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즈음에야 성인 남성의 몸을 충분히 가릴만한 타원형 모양의 방패를 들어 뒤를 수호했다.
“흑마법사들이 올 때 까지 사병들의 뒤에 숨어 목숨을 부지하려는 생각이군.”
아무렇지도 않게 사병들을 고기방패로 사용하려는 백작의 간악함에 황제는 혀를 찼다. 그리고 여지껏 이런 자를 충신이라 소개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성녀, 세르데벨라에 대한 반감도 커져갔다.
‘내가 마녀에게 홀렸었구나.’
한 나라의 군주가 이딴 보잘 것 없는 귀족과 거짓으로 꾸며진 성녀에게 놀아났다는 생각에 이르자 수치심 까지 몰려들었다. 황제는 자신의 과거를 바로 세우고 싶어 이를 악물었다.
“망설이지 말고 돌격 하라! 반역자들에게 지원군이 오기 전에 모든 상황을 끝낸다!”
“와아아-!”
매끈한 칼날이 앞을 향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군사들이 튀어나갔다. 안에서 밖으로 즉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향하는 지형만 보자면 황제가 열세였으나 군사 한 명 한 명의 실력이 워낙 출중하니 이것은 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우직한 방패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는 가 싶다가도 날카롭고 강한 창살이 그것을 뚫어 밀고 나가자 백작의 사병들이 너무도 쉽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바다의 밀물처럼 황제의 군사들은 주춤하는 기색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맥없이 픽픽 쓰러지는 자신들의 사병들을 보며 백작은 초조함에 입술을 뜯었다.
황제의 기세에 잔뜩 겁을 먹은 사병중 하나가 백작의 옆에서 바들바들 떨기만 할 뿐 칼 한번 휘두르지 못하자 백작이 냉큼 그 사병의 심장을 정확하게 찔렀다. 공포로 물든 사병의 눈이 차차 어둡게 변하더니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아직 황제의 군사가 몰려들지 않은 곳에 아군이 쓰러지자 주위에서 작은 소란이 일렀다. 동시에 시선이 쓰러진 사병에게 집중되었다.
“나아가지 않는 자는 내가 죽일 것이다! 죽을힘을 다해 싸워!”
백작의 말에 사병들 중 하나가 이렇게 소리쳤다.
“무, 무리입니다! 승산이 없습니다! 당장에 죄를 뉘우치시고 후퇴하심이 옳습니다!”
걔 중에 가장 판단이 빨랐던 사병도 아비츠 백작의 칼날에 숨을 거두었다.
한쪽으로 치우진 사상자의 수에 아비츠 백작의 초조함은 더해져만 갔다. 죽음에 이르는 괴성이 가까워지자 괜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왜 안 오는거야! 왜!”
거칠게 소리치자, 마치 하늘이 듣기라도 한 듯이 순식간에 붉게 변해갔다. 적색 하늘에 피를 튀기던 싸움도 잠시 무뎌지고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고개를 바짝 들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오는구나!”
백작의 얼굴이 환희로 매워졌다. 거대한 푸른 마법진이 공중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쉽게 볼 수 없는 고위마법에 황제의 군사들이 본능적으로 몇 발작 뒤로 물러났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본 아비츠 백작은 그 꼴이 우스워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와라! 어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하늘을 향해 양팔을 쭈욱 뻗자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마법진이 번쩍였다. 번개라도 친 듯 사위가 환하게 변하고 황제 또한 한 손으로 빛을 가렸다. 그리고 공중에서부터 매섭게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운 나쁘게 바로 그 아래에 서있던 사병중 하나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그것과 부딪혀 악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뭐야.”
백작의 바로 앞에 멋없이 툭 하고 떨어진 것은 세자인으로 보냈던 바로 그 사병이었다. 속옷 한 장 입지 않고 알몸으로 떨어진 그는 전신에 얇고 가는 칼자국이 나있었다. 그러나 그 깊이는 단순히 종이에 베인 수준이 아니었다. 이미 목숨을 잃은 그는 칼에 난도질 당한 채로 백작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상황을 채 깨닫기도 전에 하늘이 다시금 반짝였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은 무겁고, 어두우며, 기괴한 시체 비가.
아비츠 백작의 흑마법사들이 전부 그 사병과 똑같은 상태로 주검이 되어 쏟아져 나왔다.
시체엔 익숙한 황제로서도 지금의 장면은 참기 힘들 정도로 역겨웠다. 썩은내 까지 더해져 곳곳에서 구토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럴순 없어. 이럴수는… 내가 어떻게 키운 놈들인데... 이럴수는!”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망연자실한 아비츠 백작의 앞에 그 해답을 알려주려 두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구나, 이딴 귀찮은 짓을 시킨게.”
“에이, 레이넌 님. 감사의 인사는 좀 더 공손하게 하셔야죠. 가장 신나보이셨던 분이 부끄러워 하시기는”
“감사인사를 하기엔 좀 부족하지.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았거든”
“우와- 되게 싸움 고수처럼 말씀하십니다. 멋져요! 마학교 중등과정 2학년에 입학하시면 딱 이겠네요!”
“입 좀 그만 놀려 피에르!”
땅과 멀지 않은 위치에서 두둥실 떠올라 있는 피에르와 레이넌은 백작의 눈앞에서 자기네들 끼리 티격 대기 시작했다. 절대적으로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눈치 챈 백작이 슬그머니 말의 고삐를 당겨 머리를 돌렸다.
“히이잉!”
“워- 워-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나.”
"그렇게 바쁘면 어제 갔어야지"
말에 타있는 채로 백작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더니 반투명한 원 안에 갇힌 채 꼼짝 할 수 없게 돼버렸다. 레이넌과 피에르는 서로 죽일 것처럼 물고 뜯더니 말을 딱 멈추고 동시에 백작을 바라보았다.
“우리 마왕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너보고 ‘거슬린다.’ 시네?”
피에르가 눈으로 쫓아 갈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아비츠 백작에게 다가가 목뼈를 으스러트릴 듯 강하게 붙잡았다.
“벌레 같은 목숨 끊는 것쯤이야 숨 쉬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피에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아비츠 백작을 아주 가볍게 던져버렸다. 한손으로 쉽게 내던지는 모양새 였지만 백작의 몸이 땅에 박혀 뼈가 골절되는 아픈 소리가 크게 울렸다. 황제의 바로 앞에 던져진 아비츠 백작은 고통에 몸부림 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이봐, 인간 왕. 그 돼지는 꼭 살려서 널 주라고 하셨으니, 이만 넘긴다.”
“마왕님께서 도움을 주신 거군요.”
“정확히 말해 널 도운건 아니지만, 뭐 어쨌든. 세자인에서 마법을 쓰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다 뿌려놓으라 하셨거든.”
“...감사드립니다.”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피에르는 한가로이 하품을 했다. 레이넌이 풀쩍 뛰어올라 피에르의 옆에 섰다.
“이만 돌아가지.”
“벌써갑니까? 좀 더 농땡이 치다가요. 지금 가면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일거란 말이 예요”
“그러니까 빨리 가야지. 언제까지 말단 애들한테 맡기고 있을 셈이야?”
“마왕님 계셔서 빨리 가고 싶어 하시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차마 변태 스토커 마왕님 성욕자 라고 부를 수 밖에… 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레이넌과 피에르의 모습이 일그러지며 빛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놀라울 정도의 정적이 찾아들었고 그 속에서 근엄하고 힘있는 한 마디가 쏘아 올려졌다.
“진압에 성공했다. 반역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 작품 후기 ==========
*독자님 : 아기 살아있죠?
에리나, 머슨 2세 : (꿈틀) (꼼지락)
*독자님 : 일식 시험 치러 가는데 힘좀 불어넣어 주세요!!
작가 : (헉! 너무 늦게 확인했다.) 시험은 잘 보셨나요?!! 울라울라울라리 울라숑 파워짱짭 업업 시험 다붙어리어리라따 얍얍! 일식이라니 ㅠㅠ너무 멋있습니다!
*독자님 : 무려 노블 세달치 끊었어요!!!!!
작가 : (히익!) (박수) #작가가 연재를 안해 #노블 세 달치 #이것이 바로 #연재 텀이 긴 소설을 읽고있는 독자의 #길.
독자님 : ....(당한기분)
*독자님 : 후기에서 작가님하고 즐겁게 얘기하는거 보면 넘나 부러워요ㅠㅠ!
작가 : 앗!!! 우리 즐겁게 얘기해요! (찡긋) (의욕가득!)
-1시간 뒤.
독자님 : (생각보다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작가 : 내일은 같이 영화보면서 얘기할래요?
독자님 : 그 영화 봤어요.
작가 : 아직 무슨 영화인지 얘기도 안꺼냈는데....
독자님 : 작가님 저랑 일단 눈을 마주하시고, 백작의 최후는 고자로 마무리해주세요!
작가 : 최면에 빠져 듭니다... 백작은 고자... 고자.. 고ㅈ....
*독자님 : 다음화에 머슨이랑 에리나 나와요?
작가 : 이 다음화에 나와요....
에리나 : 나 주인공 맞아? 이마에 주인공이라고 이름좀 써놔야겠네...ㅎ(비꼼)
*독자님 : 읽었는데 안읽은 기분. 머슨과 에리나는 어딨죠?!
작가 : 독자님 마음속에 (찡긋)
독자님 : (멱살)
* 작가 : 저와 먿흔 엘히나(작가보다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큰 것 같아, 질투심에 이름을 뭉개보았다.)를 잊지 않고 한결 같이 찾아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 세니라인 님, 유하링 님, 감사합니다!